법학박사 김현주의 입체적 롤러코스터 인생
소중한 내인생! ‘희망을 심는 씨앗’ 소망하며
‘동일한 증세’ 겪고 있는 분들께 도움되기를
● 저자가 직접 쓰는 서평
내게는 불치병인 조울증이 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은데 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으로 떨어지면 밑도 끝도 없이 나락으로 추락하여 속수무책이다. 그야말로 시체놀이로 천정만 보고 하루 종일 누워 있다. 사지가 멀쩡해서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마음대로 안 되니 어쩌겠나. 결국에는 약에 의존해야 하지만 좀 더 효율적인 치료 방법은 없을까.
조증일 때는 그와 반대로 하늘을 날아갈 듯 의기양양하여 석사, 박사도 마치고 책도 네 권씩이나 저술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외국어도 술술 입에서 나온다. 한강공원에서 100명 번개모임도 혼자 힘으로 기획하고 주선하였는데 어디서 그런 무모한 용기와 힘이 나오는지 상상을 초월한다. 그것이 바로 조증 상태이다.
정신병은 뇌 신경전달물질의 문제일 뿐 숨겨야 하거나 두렵고 무서운 병이 아니다. 내가 겪은 신경, 정신계 병은 불면증, 우울증, 조울증이다. 흔히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하지만 감기라고 하기엔 증세가 훨씬 복잡하고 치료도 장기간에 걸치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다.
조울병은 기분장애의 질병이다.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큰 파도를 타듯이 나타나서 ‘양극성장애(bipolar disorder)’라고도 한다. 조증이 과해서 자제가 안 될 때는 약을 먹거나 입원을 해야 한다. 의사의 말로는 약을 꾸준히 평생 먹어야 한다는데 나는 자주 중단을 했다. 그래서 더 병이 악화되었는지 모르겠다.
조울증의 널뛰기 인생을 요란스럽게 공표하는 이유는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분들과 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정신과 진료를 받은 지 30년이 넘었으니 언젠가 그 이력을 정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동안 진료일, 처방전 등 꼼꼼히 모아두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병이 오래갈 줄은 정말 몰랐다.
돌이켜보면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도 감사가 밀려온다. 나를 창조하시고 이 세상에 존재하도록 하신 신의 뜻이 궁금하다. 분명 목적과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이것이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사명감이기도 하다. 나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은 가족에게 미안하고 감사하다.
이렇게 즐겁고 보람된 삶을 진작 스스로 포기하려고 했던 수많은 날들. 그때는 지금의 나를 상상할 수도 없었고 너무나 견디기 어려웠기에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내게 용기가 있었다면, 좀 더 편하게 죽을 수 있다면, 지금 달리는 버스가 한강에 떨어진다면, 비행기가 추락한다면, 불가항력적인 다른 힘에 의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생사를 달리할 수 있다면…. 하고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처럼 바보 같이 살지 말라고. 죽고 싶을 때, 단 한마디 위로를 받고 싶을 때 나 같은 사람도 살아났다고 다독여주고 싶다. 인생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주어지는 것처럼 죽음 역시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에 답하는 것이 바로 내 인생의 목적이다. 성공하지 않아도 부자가 되지 못해도 내가 태어난 이상, 나는 이 땅에 희망을 심는 씨앗이 되어야 한다. 나로 인해 한 포기 풀이 나온다면 그것으로 내 인생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저러해서 병을 고쳤다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 중이며 고군분투하는 내 삶을 고스란히 내보임으로써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그 가족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꼈던 짧은 단상을 모아 엮어봤다. 가족이 알면 반대할 것 같아 출판을 미뤘지만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줄 수 있고 힘을 보탤 수 있는 일이기에 용기를 내어 써본다. 현재 숨 쉴 수 있는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고군분투하는 내 삶을 고스란히 내보임으로써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그 가족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다.pixab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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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의 변 오기두 변호사
내가 김현주 박사를 알게 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1998년에 수원지방법원에 단독판사로 근무하면서 김현주 박사로부터 일본어를 배웠으니 말이다. 일본 법서나 판례를 읽어야만 하는 것이 법관들의 필수적인 일처럼 인식되던 시대였다.
그 탓에 나도 김 박사에게 일본어를 배우게 되었다. 당시는 IMF 시기였다. 하지만 일본어 법서를 그럭저럭 읽어낼 만큼 스승으로부터 일본어를 배웠을 뿐, 그 스승이 심리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정은 알 수 없었다.
저자인 김현주 박사가 겪은 마음의 고통은 그저 당사자인 김 박사만이 온전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크든 작든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김 박사의 고통은 역설적으로 커다란 위안을 준다.
나는 김현주 박사가 『우울증, 조울증 분투기』로 책을 낸 용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거기에 이런 말을 더 하고 싶기도 하다. 우울증, 조울증은 숨을 쉬는 것과 같다. 살아 있는 한, 숨을 멈출 수 없듯 우울증과 조울증도, 우리가 계속하여 친구처럼 함께 지낼 수밖에 없는 존재다.
끊임없이 숨을 쉬듯, 그렇게 우울증이나 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삶, 그것만으로도 참된 삶이다. 그저 견디며,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을 완수하는 것일 터이다. 그렇게 살아가는 당신, 정말로 성공한 사람이다. 무엇을 더 욕심내는가?!
◤ 김현주 저자
-한국외국어대 석사 졸업,
-일본 나라(奈良)교육대학 문부성 국비유학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사법기관 등 강의
-건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학위 취득
- 저서 『법률일본어』 『일본사회와 법』 『법률일본어 입문』
E-mail. monmar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