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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15) ‘노자’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다
기사입력  2019/02/07 [22:13] 최종편집    김정룡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 김정룡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노자를 추종하는 학파인 도가는 유가와 함께

중국문명 양대 산맥중국 일상생활 큰 비중

 

우선 일을 적게 하는 작은 정부를 적극 선호

무위는 불통치(不統治가 아닌 큰다스림(大治)

 

 

▲ 노자가 어떤 주장을 세상에 내놓았기에 그토록 영향력이 컸을까? 으뜸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다.  


 

신비한 노자의 출생

 

중국 역사상 전설적인 조상에 대한 탄생신화는 있어도 성인이나 현인에 대한 탄생신화는 별로 없다.

 

예하면 중국인의 조상인 황제(黃帝)는 전설에 따르면 소전의 비 부옥(附玉)이 야외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천둥과 번개가 북두칠성을 감싸는 것을 보고 감응을 받아 임신한 다음 24개월 만에 수구(지금의 산동성 곡부현(曲阜縣) 동북쪽)에서 황제를 낳았다고 한다.

 

상나라 시조 설은 하늘이 현조에게 명하여 낳게 해서 탄생했다. 주나라 시조 기()는 그의 어머니 강원(姜嫄)이 거인의 발자국을 밟고 잉태하여 낳은 자식이다.

 

중국 역사상 전설적인 조상들의 탄생신화는 단군신화에 비해 스토리도 간단하고 얽힌 사연도 밋밋하다. 왜일까? 중국인은 신앙(종교적인 신앙을 뜻함)이 없는 민족이기에 신화에 별로 흥미를 갖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인은 성인이나 현인에 대해 탄생신화를 가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공자와 동시대에 태어난 석가모니는 엄마의 옆구리를 짜개고 나왔다든지, 공자보다 500여년 후배인 예수가 처녀뱃속에서 나왔다는 등 신화적인 탄생설화가 공자에게는 전혀 없다.

 

공자는 그저 고희 되는 아버지와 16세 꽃다운 안씨 녀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아주 보통 인간들의 출생 상식과 똑 같이 리얼하다.

 

공자 이후 묵자, 장자, 맹자, 순자, 한비자 등 춘추전국이란 매우 역동적인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도 탄생 신화를 갖고 있지 않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예수보다 259년 선배인 진시황, 중국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그마저도 탄생 신화가 없다.

 

▲ 그의 머리칼은 벌써 하얀 눈처럼 희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두고 노자라 불렀다. ()는 늙었다는 뜻이고, ()는 존칭어다.  


이들에 비해 유독 노자만이 유별나게 다르다. BC 604914일 황혼이 깃들 무렵, 중국 초나라 고현의 여향 곡인리에 한 여인이 자두나무(李樹)에 기댄 채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이 아이의 어머니는 떨어지는 별을 찬양하면서 62년 동안 임신해 있던 상태였고, 그때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주위의 자두나무를 가리키며 나는 이 나무를 따서 성()을 짓겠다.”라고 말했다. 그 후 그는 자두나무()에다 자신의 큰 귀()를 상징하는 이름을 붙여 스스로 이름을 이이(李耳)라 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칼은 벌써 하얀 눈처럼 희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두고 노자라 불렀다. ()는 늙었다는 뜻이고, ()는 존칭어다. 노자는 유명한 인물이 모두 그렇듯 자(, )도 있고 호(백양, 伯陽)도 갖고 있었다.

 

BC 604914일이 과연 노자의 탄생일일까? 노자가 태어난 시기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현재 중국 학계에서는 BC 571년에 태어나 BC 471년에 죽은 것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신빙성은 떨어진다.

 

심지어 노자라는 사람이 실존인지, 아니면 신화적인 인물인지조차 불명확하다. 일설에 의하면 노자는 만년에 인도에 건너가서 석가모니로 재탄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노자가 석가모니로 둔갑했다는 재탄생 이야기는 믿을 것이 못 된다. 노자가 주나라에서 관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실존인물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고려 말 유명학자 최치원(崔致遠, 857~미상)<난랑비 서문>에서 노자를 가리켜 주주사(周柱史)’라고 칭했다. 여기서 ()’는 주나라이고, ()는 기둥이며, ()는 역사가 아니고 사람의 일을 관장하거나 기록하는 사관(史官)이다.

 

당시 사관은 무관(巫官)과 대비되는 관직이었으며 상나라시기에는 무관이 절대적인 우세였다면 주나라에 이르러서는 무()가 쇠하고 사람의 일이 중요시 되어 사관의 힘이 커지기 시작했다.

 

주주사(周柱史)’는 주나라의 기둥 사관, 요즘말대로 하면 주나라 수석 사관이라는 뜻이다. <단군은 실존했다>의 저자 강00 씨를 비롯해 최치원의 <난랑비 서문>에 등장하는 노사구(魯司寇)’, ‘주주사(周柱史)’가 무슨 뜻인지를 이해 못해 엉뚱하게 문자 그대로 직역하는 천자문 풀이 식으로 번역하여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비극을 필자는 숱하게 보았다.

 

아무튼 노자를 추종하는 학파인 도가가 유가와 함께 중국문명의 양대 산맥을 이뤄왔고 지금도 중국인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도가적인 삶이 유가적인 삶에 비해 비중이 더 크다.

 

중국인은 문화적으로는 유가를 숭상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도가를 받든다.”는 임어당(林語堂, 1895. 10.10.~1976. 3. 26.)의 말씀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무위로서 유위를 추구한 노자

 

노자 천하 제일 표현.” 모택동이 생전에 즐겨 쓰던 어록이다. 잘난 체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노자가 아마 생전에 잘난 체 했었는지, 아니면 후세 노자의 추종자들이 노자를 으뜸으로 내세운 데서 생겨난 말인지. 어쨌거나 노자가 중국 역사에 끼친 영향만큼은 공자 버금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노자가 어떤 주장을 세상에 내놓았기에 그토록 영향력이 컸을까? 주로 두 가지다. 첫째 무위자연(無爲自然)’이고, 둘째 약자의 찬미이다. 먼저 무위자연(無爲自然)’를 논해보자.

 

노자는 우선 정부 존재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으나 작은 정부, 일을 적게 하는 정부를 원했다.

 

 중국인은 문화적으로는 유가를 숭상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도가를 받든다.    


훌륭한 군주는 백성들이 그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좋다.” 이어서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한 사회가 금기가 많을수록 백성이 가난해지고, 편리한 도구가 많을수록 나라가 어지러워지고, 잔꾀가 많을수록 괴상한 일이 늘어나고, 법령이 요란할수록 도둑이 많아진다.”

 

노자는 천하가 어지러운 것은 통치자가 지나치게 의식적으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통치자는 왜 일을 많이 하려고 하나? 욕망이 과하기 때문이다. 욕심이 많으면 만족을 모른다. 만족을 모르면 쓸데없이 고생한다.

 

고생할수록 천하는 어지러워진다. 이를 일컬어 욕심이 많은 것보다 큰 죄가 없고 만족을 모르는 것보다 큰 화가 없다.”라고 한다.

 

욕망을 어떻게 절제해야 하나? 노자는 이에 대해 3불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현명하고 능력 있는 자를 떠받들지 않는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그들을 본보기 삼아 경쟁하지 않는다.

 

둘째 귀중한 물건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훔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셋째 남이 탐낼 만한 물건을 갖고 자랑하지 않는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마음이 어지러워지지 않는다.

 

▲  '공수신퇴, 천지도'  공을 세우면 뒤로 물러서는 것이 하늘의 도리이니, 끝까지 올라가면 이제 남은 것은 내려가는 일뿐이다   


노자는 통치자가 욕심을 없애 버려 고요해지면 천하가 바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통치자의 입장을 가정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애써 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저절로 교화되고, 내가 고요함을 좋아하면 백성들이 저절로 바르게 되고, 내게 일이 없으면 백성들이 저절로 넉넉해지고, 내게 욕심이 없으면 백성들이 저절로 순박해진다.”

 

그러므로 통치자는 억지로 무리하지 않고 애써 하지 않음으로써 다스리는 것이 좋다. 애써 다스리지 않는 것 즉 무위는 안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큰 다스림(大治)’이다.

 

노자가 말하는 ()’는 결국 ()’이다. <노자>에 이런 말이 있다. “큰 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큰 형상은 모양이 없고, 큰 네모는 귀퉁이 없고, 큰 그릇은 이뤄지지 않는다.”

 

노자의 주장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 앉아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적은 투자로 효율적으로 사회를 다스릴 것인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을 결론지어 말하자면 무위로서 유위를 추구하는 것이다.

 

▲ '지족불욕, 지지불태'  물러설 줄 알면 치욕을 당하지 않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약자를 찬미하는 노자

 

노자가 그의 스승 상용(商容)과 나눈 대화이다.

내 혀가 아직 있느냐?”

있습니다.”

이도 아직 있느냐?”

하나도 없습니다.”

알겠느냐?”

 

▲ '상선약수'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기르면서도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오로지 낮은 곳으로 향한다 . 

 

노자는 크게 깨달았다. ‘강한 것은 없어지고 약한 것이 남는다는 것을.’

 

천지만물 가운데서 가장 약하고 부드러운 것은 물이다. 물은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가장 강한 것을 공략한다. 아무리 견고한 성도 홍수에 쓸려 가고 아무리 단단한 둑도 쉼이 없이 흐르는 물방울에 뚫린다. 이를 가리켜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억센 것을 이긴다.”라고 한다.

 

물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것과 다투지 않는 것이다. 다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항상 불평불만 없이 양보한다.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고 높은 곳을 남에게 양보한다. 또 언제나 사람들이 가고 싶지 않는 곳에 머무는 동시에 모두가 원하는 것을 그들에게 선사한다.

 

그래서 노자는 물은 지고의 선(上善若水)’라고 말했다.

 

인류문명발달사에는 공감주술이라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이 개념은 <황금가지>의 저자 프레이저의 발명이다. <여성은 꽃이라네>라는 북한 노래가 있다. 여성을 꽃에 비유하는 것은 여성과 꽃 사이 동일한 생산성을 지닌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 남자의 물건을 쟁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남녀 성관계가 농사와 패턴의 유사성이 있는데서 유래된 것이며 실제로 농경의 발견이 남녀성관계에서 힌트 받아 생겨난 결과이다.

 

공감주술의 관점에서 본다면 물과 비슷한 약자의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여자이다. 여자와 물은 부드럽고 약하며 수동적이고 아래에 위치하는 공통점이 있다. 노자는 천하의 게임에서 암컷이 항상 고요함으로 수컷을 이긴다.”고 말했다.

 

▲ '도가도, 비상도' 진정한 도는 절대 불변의 고정된 도가 아니다. 만물은 끊임없는 변화 속에 있다.    


여성의 고요함은 수동적으로 아래에 위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여성은 남자를 삼키고 남자는 기진맥진한다. 노자의 말대로 여성은 남자보다 낫고 아래가 위보다 나으며 움직이지 않는 것이 움직이는 것보다 낫다.”

 

노자는 왜 노골적으로 여자를 이렇게 표현했을까? 그의 목적은 세상의 이치가 모두 여자의 이치와 같으며 이것이 진리이고 이것이 곧 도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큰 나라는 강의 하류와 같고 세상의 이치는 모두 암컷과 같으니라.” 필자가 중국에서 살아본 체험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두려워하는 공처가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다.

 

왜 유교적 남존여비 이데올로기 역사를 지나온 중국남자가 여자를 무서워할까 필자는 중국 사람들이 노자의 여성찬미의 영향 때문이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김정룡 프로필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장춘대학교 일본어학부 전공

-연변제1교 일본어 교사 역임

-著書)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

<멋 맛 판> 2015

-著書) 재한조선족문제연구집

<천국의 그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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