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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16) ‘묵자’
묵자의 사회주의 이념과 철학사상
기사입력  2019/02/15 [20:33] 최종편집    김정룡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 김정룡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공자는 인애를 주장하고, 묵자는 겸애를 호소

인애는 예와 효에 토대 두는 질서의 사랑이나

겸애는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사랑하는데 초점

 

묵자의 노동원리는 많이 일한 사람은 많이 얻고

분명히 적게 일한 사람은 적게 얻어야만 순리적

 

 

▲ 공자는''인애'를 주장했다면 묵자는 '겸애'를 호소했다. 공자의 '인애'는 예와 효를 바탕으로 하는 등급이 있고 질서가 있는 사랑인 반면에 묵자의'겸애'는 기독교의 '박애'처럼 천하의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똑 같이 사랑하자는 것이다   


 

묵자의 겸애와 공자의 인애

 

천하가 어지러우면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전국시대는 세상이 온통 혼란에 빠져 있어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야 했다.

 

각자도생의 길은 사람을 분발하게 만든다. 인간의 창의성은 분발정신에서 나온다. 전국시대에 이르러 철기가 전례 없이 발달해 새로운 농기구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새로운 농기구들은 농업생산의 촉진을 일으켰다. 결과 철제 농기구 사용으로 생산력이 발전하자 농민, 수공업자, 상인 등은 그에 힘입어 신흥계급으로 성장하고 점차 종래의 지배계급이었던 씨족, 귀족보다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신흥계급이 출현하게 되면 그 집단을 대변하는 인물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그가 바로 묵자(BC479~ BC381)이다.

 

묵자는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중 묵가라는 학파의 우두머리였지만 사실상 그는 공자를 비판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켰던 것이다. 역설적으로 백가쟁명은 묵자의 공자 비판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묵자는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중 묵가라는 학파의 우두머리였지만 사실상 그는 공자를 비판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켰던 것이다. 역설적으로 백가쟁명은 묵자의 공자 비판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묵자사상과 공자의 사상은 서로 닮은 데가 많았다. 둘 다 사랑을 주장한 것이 사상적인 핵심이다. 하지만 둘의 사랑은 동일한 것 같으나 걷고자 하는 길이 달랐다.

 

공자는 인애를 주장했다면 묵자는 겸애를 호소했다.

 

공자의 인애는 예와 효를 바탕으로 하는 등급이 있고 질서가 있는 사랑인 반면에 묵자의 겸애는 기독교의 박애처럼 천하의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똑 같이 사랑하자는 것이다.

 

공자의 인애실천은 우선 가족 내에서 부모형제 사랑을 바탕으로 이웃을 사랑하고, 마을사람을 사랑하고, 타지방사람 사랑으로 확대하고, 나중에 온 천하 사람을 사랑하는 등 등급질서가 있게 실천하자는 것이다.

 

묵자의 입장에서 보면 공자의 인애는 차별적인 사랑으로서 오히려 사회모순을 조장할 뿐이다. 사랑에 무슨 등급을 나누고 질서를 구분하는가? 사랑은 모든 인간을 동등하게 대하자는 것이 곧 묵자의 겸애사상이다. 심지어 묵자는 공자의 인애를 사기이고 위선이므로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공자의 인애는 예악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데 목자는 공자의 예악이 한심하기 그지없는 위선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예를 들어 예에서는 고기를 썬 방식이 규범에 안 맞으면 먹지 말고 자리가 놓인 방향이 틀리면 앉지 말라고 규정한다. 공자는 이와 같은 예의 규범을 지킬 것을 혼신의 노력으로 호소했다.

 

▲ 묵자의 입장에서 보면 공자의 인애는 차별적인 사랑으로서 오히려 사회모순을 조장할 뿐이다.


그런데 <묵자>의 비유(非儒)편에 실린 이야기를 보면 공자의 위선이 드러난다. 공자가 천하를 주유할 때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 발이 묶였는데 자로가 새끼 돼지 한 마리를 삶아서 바치자 그 내력도 묻지 않고 먹었다고 한다,

 

또 자로가 다른 사람의 옷을 벗겨 바꿔온 술도 아무 물음 없이 마셨다고 한다. 그러던 공자가 노나라에 돌아가서는 다시 고기를 썬 방식과 자리의 방향을 따지는 군자로 되돌아갔다. 이에 자로가 왜 전과 후가 전혀 다른 사람 같으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때는 삶을 추구했고 지금은 의를 추구한다!” 공자의 명분은 억지다. 묵자의 비판을 받을 만 했다.

 

아무리 묵자가 공자의 인애를 비판해도 최후의 승자는 공자였다. 그 이유는 공자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천성과 정서를 바탕으로 했던데 비해 묵자의 겸애는 구체적이지도 않고 인간의 기본천성과 정서를 벗어나 막연해서 실천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공평과 정의를 위해 분투한 묵자

 

▲ 묵자의 사회주의 이념과 철학사상은 지금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국가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묵자가 송나라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을 때 있었던 일이다. 초나라가 송나라를 치려고 한다는 소식을 알고 밤낮 열흘 동안 고난의 행군으로 초나라 도읍 영()에 도착했다. 초나라 왕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묵자는 초왕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금 어떤 사람이 자기 집에 호화로운 수레가 있는데도 이웃의 낡은 수레를 훔치려 하고 자기 집에 비단옷이 있는데도 이웃의 해진 옷을 훔치려 하며 자기 집에 산해진미가 있는데도 이웃의 초라한 음식을 훔치려 합니다. 여쭙건대 이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초왕이 말했다. “도벽이 있는 자로군.”

 

묵자가 또 말했다.

 

지금 초나라는 없는 것이 없고 송나라는 작고 가난합니다. 그런데도 초나라는 송나라에 쳐들어가려고 하니 도벽이 있는 자와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초왕은 할 말을 잃었다.

 

그렇지만 초왕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묵자는 초나라 장수 공수반(公輸班)과 겨루기로 했다. 묵자는 성을 수비하고 공수반이 성을 공격하는 전투였다. 몇 차례 공방전이 벌어진 뒤 공수반은 기술이 바닥났다.

 

공수반이 말했다. “아직 선생을 상대할 방법이 남아 있긴 하지만 말하지 않겠습니다.”묵자가 대꾸했다. “어떻게 저를 상대하려는지 알고 있지만 저도 역시 말하지 않겠습니다.”

 

궁금해진 초왕이 무슨 뜻인지 말해달라고 졸랐다. 묵자가 말했다. “고수 선생의 방법이란 소신을 죽이는 것이지요. 그러면 송나라를 쳐부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금활리(禽滑釐)를 비롯한 소신의 제자 300명이 이미 소신의 전술과 기술로 송나라 성을 지키면서 초나라군이 목숨을 바치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초왕은 송나라 공격을 포기하고 말았다.

 

▲ 묵자의 노동원리는 마땅히 일한 사람은 얻고 일하지 않은 사람은 얻지 못하며 많이 일한 사람은 많이 얻고 적게 일한 사람은 적게 얻는 것이어야 한다   

묵자는 왜 이렇게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 목숨까지 걸고 끼어들었던 것일까? 공평과 정의를 위해서였다. 그의 공평과 정의의 밑바탕에는 겸애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겸애는 차별 없이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을 대하고 사랑하는 것이므로 자기와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일도 자신의 일처럼 대하고 나서 싸우는 정신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목자의 사회주의 이념과 철학사상

 

칼 마르크스의 경제학 논리에서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노동이다. 그는 노동이란 매개를 통해 자본주의의 잉여가치를 해부해 세상에 내놓아 주목받았다.

 

또 마르크스는 프로레리아가 부르죠아를 뒤엎고 노동자의 천국을 건설하는 것이 이념이었다. 그런데 2천 년 전에 이미 묵자가 노동의 중요성을 둘러싸고 사회주의 이념과 사상을 주장했고 역시 노동자의 천국을 꿈 꿨다.

 

동물은 수놈이 밭을 갈고 암놈이 길쌈을 하지 않아도 된다. 깃털이 옷이고 발톱이 신발이며 물과 풀이 양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 힘에 의지해 살고 그 힘에 의지하지 않으면 못 먹고 산다.” 묵자가 노동의 중요성을 밝힌 말씀이다.

 

묵자의 노동원리는 마땅히 일한 사람은 얻고 일하지 않은 사람은 얻지 못하며 많이 일한 사람은 많이 얻고 적게 일한 사람은 적게 얻는 것이어야 한다.

 

▲ 묵자는 '일하지 않고 얻은 과실은 소유해서는 안 된다'보고 이를 '이유 없는 부귀'라고 불렀다. 당연히 이것은 불합리한 사회현상으로서 개혁의 대상이다.

요즘 세상처럼 아파트 짓는 노동자가 아파트가 없고, 자동차 만드는 노동자가 자동차가 없고, 배 만드는 사람이 배를 소유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약 묵자가 목격한다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아마 세상이 썩을 대로 썩어 구제불능이라고 한탄할 것이다.

 

묵자는 일하지 않고 얻은 과실은 소유해서는 안 된다보고 이를 이유 없는 부귀라고 불렀다. 당연히 이것은 불합리한 사회현상으로서 개혁의 대상이다.

 

묵자의 개혁방안은 분배제도와 인사제도를 개혁해 모든 사람이 자기 힘으로 생활하고 노동에 따라 나눠 갖고 각자의 능력에 따라 일하고 기회를 균등하게 갖도록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누구나 할 것 없이 노동하고 기여해야 한다. 노동은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포괄하며 기여는 각기 다른 일을 맡아 진행한다. 이것을 일을 나눈다는 의미로 분사(分事)’라고 한다.

 

예를 들어 군왕은 정치를 하고, 사인은 보좌를 하고, 농부는 농사를 짓고, 여자는 길쌈을 한다. 이 모든 것이 다 노동이며 기여도에 따라 상응하는 보수를 받을 이유와 자격을 갖는다. 이것이 곧 자기 힘으로 생활하고 노동에 따라 나눠 갖는 것이다.

 

둘째 노동에 따라 나눠 갖는다고 한다면 공평함을 구현하기 위해 사회는 또한 모든 사람이 각자 잘하는 일에 종사할 수 있게 보장함으로써 그들이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것이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는 것이다.

 

셋째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그 노동에 따라 나눠 갖는다면 사회의 관리는 마땅히 능력이 있으면 발탁하고 능력이 없으면 내쳐야 한다.

 

그래서 농민, 장인, 상인처럼 신분이 미천한 사람이어도 능력만 있으면 높은 작위를 주고, 무거운 녹봉을 주고, 정사를 맡기고, 결단에 명령할 권한을 주어야 한다.

 

이와 반대로 왕과 귀족의 육친이라도 능력이 없으면 관리로 등용해서는 안 된다. 결국 존비와 귀천을 모두 능력과 성과에 따라 조정하여 관리도 언제까지나 귀하지 않고 백성도 끝까지 천하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기회의 균등이다.

 

▲ 묵자  주장은 당시 잠깐 반짝거릴 만큼의 세간의 주목을 받았을 뿐 얼마가지 못하고 곧 시들어버렸다.

아직까지 자료를 찾지 못해 역사적인 근거는 없지만 진나라의 부흥을 이끈 상앙의 귀족도 군공(軍功)이 없으면 신분을 박탈하고 평민도 군공에 따라 작위를 주는등 변법이 묵자의 이 사회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시행한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 창의성이란 새로운 것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을 새롭게 발굴하여 정리하고 편집하여 새로운 것으로 둔갑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칼 마르크스가 묵자의 사회주의 이념과 철학사상을 배웠을 리는 없겠으나 아무튼 2,000년 전에 이와 같은 주장이 있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묵자의 이 주장은 당시 잠깐 반짝거릴 만큼의 세간의 주목을 받았을 뿐 얼마가지 못하고 곧 시들어버렸다.

 

아마 당시 사회분위기로 볼 때 묵자의 사회주의 이념과 철학사상은 이룰 수 없는 허황된 꿈으로 인식되었을 것이고 그래서 유가, 도가, 법가에 밀려 묻혀 버렸을 것이다.

 

사마천도 <사기>에서 묵자를 언급하는데 있어서 인색하기 그지없이 고작 26자로 그의 생애를 기록하였다.

 

묵적(墨翟, 적은 묵자의 이름)은 송나라 대부였고 지키고 방어하는 전술에 능했으며 절약을 주장했다. 공자와 같은 시대에 살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공자보다 후대에 살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흔히 과거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이념과 사상이 낡아서 폐기해야 마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시대 벌어지고 있는 복잡한 일들에 대한 답을 고전에서 찾으려하고 있다.

 

묵자의 사회주의 이념과 철학사상은 지금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국가에서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제도 하에서 풀지 못하고 있는 사회 갈등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묵자를 조명해보았다.

 

 김정룡 프로필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장춘대학교 일본어학부 전공

-연변제1교 일본어 교사 역임

-著書)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

<멋 맛 판> 2015

-著書) 재한조선족문제연구집

<천국의 그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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