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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루하루 감사의 마음으로”
<한상림> 수필가 한상림 ‘나의 삶, 나의 인생’
기사입력  2019/02/23 [15:22] 최종편집    한상림 수필가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남편을 만난 것이고

둘째는 아이를 잃고역경 속에서 문학의 길로

셋째는 자원봉사로 음지의 사람들 조력하는 것

 

요즘은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서 무척 힘이 든다.

5년 전에 빙판길에서 넘어져 뇌출혈이 왔었고

고관절에 문제가 생기더니 간기능까지 악화돼

 

 

▲ 한상림  수핖가   

 

 

논산 대명산 자락 지장박골에서 태어나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호랑이 가죽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가죽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호랑이의 이름은 없다. 하지만 사람은 죽어서도 누구나 이름을 남긴다.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거나 원망의 대상으로 불려진다. 내 나이 환갑을 보내면서 이러한 생각에 골똘하게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논산 대명산 자락 초가지붕 삼십여 채가 모여 사는 지장박골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첫째인 나를 키우면서 어떤 기대와 어떤 꿈을 꾸셨을까? 내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가끔은 내가 그때의 우리 부모님이 되어 생각해 본다.

 

친정어머니는 올해 여든셋이고 아버지는 12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아버지는 나를 임신한 어머니를 고된 시집살이 틈새에 맡기시고 군에 입대하셨다.

 

그 당시 어머니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1년여 시간의 혹독한 시집살이로 늘 배가 고파 칭얼대며 우는 나를 업고 달래던 이야기들을 연필로 일기장에 꼼꼼히 적어 놓으셨다. 그 일기장을 지금도 가끔 꺼내 읽어보면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애틋한 그리움 속에서 배고프고 가난했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보게 된다.

 

▲ 아버지는 나를 임신한 어머니를 고된 시집살이 틈새에 맡기시고 군에 입대하셨다. 남편없이 돇을 맞다. 아이는 필자.


 

로빈슨크루소 표류기의 생생한 감동

 

나의 문학적 감성은 친정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보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도서실 하나 없는 시골 학교에서 교과서 외에는 단 한 권의 동화책을 구경한 적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이렇게 작가가 되어 지면에 발표를 하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중학교에 입학하여 이십 리 비포장 길을 통학하면서 짬짬이 학교 도서실에서 책을 읽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처음 읽은 책이 바로 로빈슨크루소 표류기.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고 재빨리 도서실로 향하면 겨우 20분 이내 짧은 시간에 몇 장씩 읽어갔던 책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황갈색으로 누렇게 변하여 헤진 책장을 넘기면서 매일 무인도의 삶 속으로 빠져들곤 했다.

 

그리고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시가 뭔지도 모르면서 마른 머리 두드려가며 글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때 그 가을의 국화 향과 시향은 잊을 수가 없다.

 

고향에서는 그저 야생화들로서 마당에 핀 과꽃이나 달리아 아니면 늦가을까지 빨강, 노랑, 하양으로 작은 꽃망울의 소국화였다. 하지만 교정엔 크고 탐스런 국화 화분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고 국화와 어울리는 시화전 작품들을 보면서 서정적인 자아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여고시절 나의 꿈은 막연하게 그저 작가가 되고 싶었고 현대시는 전혀 모른 채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박목월, 김소월, 하이네 시집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 암송하는 게 전부였다.

 

▲ 군복무에서 큰 딸을 그리며, 아빠가 쓴 편지! 

 

그 당시 대부분 취미나 특기를 적으라 하면 독서라고 쓰곤 했지만 사실 나는 그다지 많은 책을 읽을 수도 없었으면서 늘 취미는 독서라고 쓰곤 하였다. 그것은 여고시절 큰 꿈을 펼치기에는 너무도 가난하여 스스로 학비를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말단 공무원이 된 아버지의 그 당시 월급은 17,000원으로, 우리 오남매를 먹고 입히고 가르치기에 힘들었다.

 

어머니는 화장품 외판원으로 혹은 이불가게 삯바느질을 하며 생활비를 보탰었다. 일곱 식구가 쌀밥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가난했었다. 납작보리가 섞인 몇 년 묵은 정부미에다 보리쌀을 섞어 지은 밥으로 겨우 끼니를 이어갔으니, 늘 핼쑥한 얼굴로 핏기 없는 고단한 삶이었다.

 

여고에 입학 날, 교복도 아래 위가 맞지 않고

 

여고에 입학하던 날 나는 교복도 아래 위 짝짝이로 빌려 입고 입학식에 참석했다. 무엇보다도 학교에 갈 때마다 부끄러워서 늘 기가 죽어 있었다. 때론 외롭고 때론 힘들다고 투정 부려도 받아줄 사람이 없는, 그래서 아주 강인한 억새풀처럼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여 정보를 교환할 수 있던 시기도 아니었고, 7-80년대에는 그야말로 아날로그 시대였으니 그때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지금도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면서 인생의 깊은 맛을 우려내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남들처럼 평범한 시기에 대기업 회사원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넷이나 낳아 길렀으니 지극히 평범한 여자였다. 돌아보면 세상 물정 잘 모르는, 그래서 오히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없이 남편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고 짊어지고 갈 거라는 믿음으로 아이를 넷이나 겁 없이 낳았는지도 모른다.

 

결혼 후 3년 만에 첫 아들을 낳고도 진짜로 엄마가 되었다는 생각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첫 아이에 대한 기대와 욕심을 부리면서 마치 천재인 양 착각 속에서 아이의 눈높이를 높게 잡아놓고 조금만 못하면 다그치기 일쑤였다.

 

그야말로 자식교육을 이론적인 지식으로 욕심만 앞세우려 했던 시행착오였다. 대학에서 교과과정에 들어있는 부모교육과목을 이수하고도 진정 부모의 역할을 깨닫지 못하고 부모노릇을 한 나는 아이에게 너무도 어리석은 엄마였고 남편 또한 너무도 엄격한 아빠였다.

 

첫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세상 밖으로 아이를 내놓으면 행여 그릇될세라 조바심을 하면서 집에서 과외공부를 시켰다. 첫 중간고사를 마친 날 과외선생이 PC방으로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처음 접해보게 한 스타그라프트게임에 빠져서 고2 때까지 공부는 뒷전이고, 피시방을 드나들다가 결국은 어처구니없이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아이를 잃고 방황하며 쓰러질 겨를도 없이 남은 아이 셋을 바라보면서 살아야 한다는 독한 마음이 나를 지탱하게 하였다. 마흔 살에 생각지도 않게 늦둥이 막내딸을 임신하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에도 만류하고 막내딸을 낳고 보니 이미 첫 아이가 그렇게 내 곁을 떠나게 될 신의 계획이 있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게 된 것이다.

 

▲ 아들 둘, 딸 하나 삼남매를 갖고도 우연히 늦둥이 딸을 마흔의 나이에 임신하고도 낳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6년 후 첫 아들은 그렇게 내 곁을 떠나갔다.  맨위 서 있는 큰 아들 엄마 곁을 떠너가다.

 

첫 아들은 그렇게 내 곁을 떠나갔다.

 

왜냐하면 늦둥이 딸을 임신하고 일주일 내내 울고불고 고민하면서 기도를 한 끝에 얻은 응답이 바로 너는 이 아이를 낳으면 축복이요, 낙태하면 그때부터 죄인이다.’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들 둘, 딸 하나 삼남매를 갖고도 우연히 늦둥이 딸을 마흔의 나이에 임신하고도 낳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6년 후 첫 아들은 그렇게 내 곁을 떠나갔다.

 

결혼 전까지 비교적 가난한 환경에서 어렵게 살아온 것 외에는 부모님 사랑을 받으면서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았기에 어처구니없는 혹독한 시련이 내게 던져질 거라곤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 아이를 잃고 울고불고 방황하던 그 시간에 오로지 나에게 위안이 되고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인터넷 카페에 얼굴도 모르는 팬들이 나의 글을 읽고서 댓글로 위로해 줄 때마다 나는 매일매일 일기처럼 나의 힘든 마음을 그대로 써 내려갔다. 그리고 그 힘으로 탄력을 받아 문화센터 수필반과 시창작반에 들어가 새로운 나의 삶을 펼쳐갔다. 시와 수필로 이미 등단은 하였지만, 사십대 중년의 늦깎이로 본격적인 문학 공부를 하기 위해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시 창작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22년 째 지역사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과 문학활동을 함께 하면서 어느새 환갑을 지나고 보니 이것이 인생이구나하는 생각이 잔잔한 물결처럼 밀려온다.

 

어릴 때 내 고향 대명산 자락에서 흘러오던 집 앞 또랑물에서 머리를 감고 빨래를 하며 놀다가 떠내려가는 검정 고무신 한 짝을 건지려 냇물을 따라 달려갔던 것처럼 아직도 가끔은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는 꿈을 꾸기도 한다. 이제 노년기에 접어들었는데도 내 꿈은 늘 그렇게 어디론가 자꾸만 흘러가려 하고 나는 그 꿈을 좇으려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내 삶의 황금기는 사십대에 시작하여 약 이십여 년 동안 새마을부녀회에서 봉사를 해 온 시간이라 하고 싶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삶, 그것은 바로 새마을부녀회에서 지금까지 어려운 사람들에게 미약하나마 힘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남은 2년의 임기 동안도 최선을 다하여 내 삶의 2막을 잘 정리하고 싶다.

 

▲ 요즘은 내 인생 마지막 열정의 꽃들이 환하게 피어나고 있다. 지금 내가 활동하는 단체에서 다양한 큰 상을 수상하고, 큰 단체 두 곳에서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그 안에서 많은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리더자로서의 역할까지 자신감을 갖고 수행하는 편이다   

 

예순아홉 이전에는 자서전을 꼭 써보고 싶다.

 

앞으로 또 하나의 남은 꿈이 있다면 쉰아홉에 자서전을 써 보겠다하고 실행하지 못한 자서전을 예순아홉 이전에는 꼭 써보고 싶다. 결코 남에게 내 세울만한 성공한 인생은 결코 아니지만, 내 인생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마음으로 써 가면서 남은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건강만 따라준다면 조용한 곳에 머물면서 동안 살아가면서 만난 숱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설로도 써보고 싶다. 하지만 요즘은 건강이 너무 안 좋아서 자신이 없다. 2년 전에 뜻하지 않은 양쪽 고관절무혈성괴사판정을 받고부터 오른쪽 다리가 너무 아파서 걸음을 맘대로 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불행은 연이어서 온다고 하더니, 5년 전에 빙판길에서 넘어져 뇌출혈이 왔었고, 그로 인해 고관절에 문제가 생기더니 간 기능까지 악화되어서 요즘은 약을 한 움큼씩 먹으면서 일상생활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1년 내내 감기 한 번 앓지 않고 잘 지내온 건강한 몸이 이렇게 사소한 부주의로 인하여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건강에 자신감을 잃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죽음은 전혀 두렵지 않다. 단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다.

 

요즘은 내 인생 마지막 열정의 꽃들이 환하게 피어나고 있다. 지금 내가 활동하는 단체에서 다양한 큰 상을 수상하고, 큰 단체 두 곳에서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그 안에서 많은 일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리더자로서의 역할까지 자신감을 갖고 수행하는 편이다. 그 안에서 나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힘껏 펼쳐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 다문화가정 돕기 행사에서 러시아 주부와 함께     

 

인생에서 누구에게 행운의 기회가 세 번 온다고 하였다.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남편을 만난 것이고, 두 번째 행운은 아이를 잃고 힘든 역경 속에서 문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어 지금까지 많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고, 세 번째 행운은 바로 새봉사를 하면서 한상림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나에게 행운이 주어진다면 그때 나는 과연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지금도 나는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남은 시간을 좋은 글로 세상 사람들에게 빛이 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전파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나에게 문학이 없는 삶은 죽은 삶이요, 문학과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만 나면 쓰고 있다. 그것은 오직 쓰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죽는 날까지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기 위해서다.

 

▲ 나에게 문학이 없는 삶은 죽은 삶이다. 지금도 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만 나면 쓰고 있다. 그것은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기 위해서다.

 

 

프로필

한국예총 전문위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

강동구여성단체협의회 회장

강동구새마을부녀회장

시집 따뜻한 쉼표 종이 물고기

hsr59@daum.net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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