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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오로지 손자를 위하는 시간’
<주부일기>이춘명 ‘두 번의 용기’
기사입력  2019/03/06 [02:23] 최종편집    이춘명 칼럼니스트

● 외할머니라서 이 또한 좋다.

 

 

▲  이춘명 칼럼니스트

 

안전 안내 문자, 경기도 교육청. 일부 사립 유치원의 개학 연기가 우려 돌봄이 꼭 필요한 경우 교욱 지원청 홈페이지를 통해 돌봄 신청이 가능합니다. 다행히 내 아이가 가는 병설 유치원 입학일은 변동이 없다.

 

입학식까지 어린이집에서 건너가는 일주일은 아이와 같이 있는 꿀맛이다. 아이를 봐주는 일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돌봄 신청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나의 건강이 멀쩡하다는 증거이다.

 

지금 아이조아에서 조부모 교육 문자가 왔다. 상반기 봄 교육이 열렸다. 거의 친정 엄마들이다. 외할머니들이다. 할아버지나 친가 쪽은 보기 힘들다. 외할머니라서 이 또한 좋다. 올 봄은 또 어떤 새로운 정보와 유익한 교육일까 다음 주 수요일 오전 10시 어떤 강사일까 궁금하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새로운 지식으로 할머니만의 지혜로 아이를 케어 할 수 있다.

 

육아종합지원센터 리모델링 후 처음 찾았다. 두 시간 동안 아이가 책을 보고 놀이방 놀이가 무료이다. 장난감 대여 시스템도 편하다. 친구들 동생들 형아 누나들과 어울려 형제 없이 외동 아들로 집에서 놀 때와 달리 역할 놀이를 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방학 기간 할머니들과 같이 왔다.

 

소꿉놀이, 인형놀이, 의상실, 액세서리, 메이크업 놀이 등으로 조용한 여자 아이와 다르게 뛰고 넘어지고 소리치고 매달리는 내 아이를 크게 말리거나 막지 않고 있다. 실컷 놀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 시끄러, 정신없어 불평을 하는 손녀를 보는 그들은 남자아이를 키우지 않아서 거슬려했다. 두시간마다 있는 이용 타임이다. 기다릴까, 하루 종일 놀게 할까 하다가 첫 타임만 하고 퇴실했다.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서 마트에 가서 카트에 앉히고 계란, 요구르트 등의 반찬거리를 샀다. 이 또한 행복이다. 방학 기간 중 더 긴 시간을 아이와 지내는 이 행복은 내 노후의 소중한 보석상자이다.

 

● 시간을 초과하며 깊숙한 이야

 

63세의 4월은 건초를 뚫고 나오는 연둣빛 새싹의 맥박이다.

 

보건소에서 대사 증후군 정기 검진을 받았다. 우울증 검사에 심리 상담을 받을 정도였다. 30대 남자 상담자는 내 손자와 비슷한 환경에서 성장하여 동질감으로 시간을 초과하며 깊숙이 이야기를 했다.

 

단 한마디로 요약하면 손자를 보는 것은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존감을 놓은 60대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몇 번 강조하였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 현실과 직장맘으로 자식을 책임져야 하는 한쪽으로 남은 부와 모는 어딘가에 아이를맡겨야 하고 누군가의 물질적 정신적 시간적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은 진실이다.

 

친정 엄마라는백그라운드는 생업에 아주 큰 부분이라는 자부심을 깨우쳐주며 격려하였다, 실패가 아닌 위대한일을 하는 것이라고 절대 쓸모없는 노인이 아니라도 강조했다. 신체 검사 골밀도 검사의 차례를 예약하며 지금 현재 스피드는 건강 유지라고 했다. 꼭 잘 먹고 틈틈이 쉬고 푹 자고 짬나는 시간에 잘 놀라고 부탁까지 하였다. 좋은 상담자를 만났다.

 

60대는 돈이 우선이고, 70대는 건강, 80대는 가족만 남는다. 돈은 있다가 없을 수 있다. 건강은 평소 관리를 해야 한다. 80대 요양원 갈 때는 아들 며느리 사위를 기대하지 않는다. 뜸하고 섭섭한 것은 당연하다.

 

▲ 5살 박이 고믿음. 어릴 때 돌봐준 할머니를 밀치 않고 손주는 꼭 찾아온다. 그런 생각에 기분이 업 되었다.    

 

 

● 인내심의 한계…하루의 첫 과제

 

어릴 때 돌봐준 할머니를 밀치 않고 손주는 꼭 찾아온다. 그런 생각에 기분이 업 되었다. 내가 지금 아이를 보느라 집안에 갇히고 묶여 사는 자유가 좁은 하루하루가 20년 종신 보험과 같다. 뭘 바라고 자식을 키우지는 않았다.

 

그 자식의 자식까지 봐주는 것은 삶의 정체가 아니다. 정의는 확고해졌다. 내가 없으면 내가 아니면 하고 바꾸어 생각하니 나의 존재가 나의 생존이 나의 동거가 얹혀 살거나 얻어 먹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면 그저 짐꾼으로 뒤따라가는 역할이다. 평일은 출근하는 딸 대신 자잘한 관공서, 은행 업무도 대신해 주며 아이 주변에서 콜 하면 제일 먼저 가장 빠르고 먼저 달려가는 대기자로 근무 중 이상무이다.

 

주말 근무 야근, 모임, 회식 때 마음 놓고 늦게 오는 엄마를 지루하게 기다리지 않게 손자를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는 티가 안 나는 일은 1,400일 육아 일기의 페이지마다 빼곡하게 열거되고 있다.

 

아침 8시부터 1시간동안 막노동이다. 인내심의 한계를 올리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들여보내는 하루의 첫 과제이다. 자는 아이를 깨우고 양치질을 해서 옷 입히는데 30분, 달래고 엄하게 하고 조건을 붙이며 하는 쳇바퀴 기싸움이다.

 

우유를 먹거나 한 두가지 간식을 먹으며 옷을 입히고 현관문 여는데 20분, 2층에서 내려와 언덕을 걸어가서 당직 선생님 손에 보내지는데 20분. 돌아서야 숨 쉰다. 집에 돌아오면 맥이 빠지고 다리가 풀린다.

 

1차전을 끝내고 어지러진 집안을 원상 복구하고 등을 기대고 커피 한 잔을 할 때 9시가 된다. 그리고 4시까지의 자유가 시계 벨이 울리면 먹일 간식을 챙겨놓고 데리러간다. 4시 30분 기다리는 다른 학부모 뒤에서 교실을 기웃거리며 아이와 눈 마주치기로 목을 뺀다.

 

망설임은 몇 초간의 결정이었다.

 

신발장 앞에서 표정을 살피고 쫑알대는 목소리톤으로 하루 일과를 대략 짐작한다. 담임의 한 두마디는 주의사항이나 말썽을 피운 것, 상처난 것에 대한 사무적인 보고이다. 별탈이 없으면 배꼽 인사를 하며 친구들과 헤어진다.

 

그 시간부터 2차 막노동은 다시 전개된다. 엄마가 퇴근하고 버스 타고 집에 오는 저녁 7시 15분까지 집안에서 단둘이 지내는 시간은 실제 상황이다. 

 

앉아있는 것 같아도 놀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아도 아이의 움직임에 몸과 신경과 시력을 긴장한다. 잘 봐줘도 다치면 원망 듣고 잘해주어도 흔적이 없는 것이 아이 돌봄이다

 

퇴근한 엄마 품에 안기면 외할머니의 판정패는 어제와 같다. 3차 막노동은 다시 벌어진다.  저녁을 준비하고 교대로 밥을 먹는다. 목욕을 시킬 때 아이 옆에서 눈동자를 떼지 않는다. 엄마가 이런 저런 일을 하느라 방에 있을 때까지 보호하는 야간 일은 10시가 넘어서야 놓는다.

 

그 이후부터도 참 자유는 없다. 피곤해서 코를 고는 엄마 옆자리에서 잠투정하며 뒤척이는 아이를 재우고 자다가 물을 마시거나 덥다고 깨면 토닥여 재우는 일은 모두 할머니 몫이다.

 

베개만 베면 골아 떨어지는 딸의 잠꼬대에서 하루의 피곤함을 들으며 설친 잠에 밤이 길기도 하고 새벽에 잠깐 잠든 쪽잠으로 짧게 가버린 밤이기도 하다.

 

한방에서 세 식구 할머니 엄마 아이 3대가 나란히 누워 잠자는 시간에서 작은 움직임에도 잠들지 못하는 쪽은 할머니이다.  잠이 없는 나이이지만 살피고 관찰해야 하는 잠자리는 푹 긴 잠을 잘 못 잘 때가 허다하다.

 

그런 매일이 반복되어도 아침이면 지각할까봐 뛰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조마조마하다.더 자겠다고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는 손자의 눈치 작전에 한바탕 움직이고 나면 하루는 늘 새롭다. 늘 흥분된다.

 

아이가 있어서 아이를 키우는 바쁜 시간이 소중한 재미가 많다. 사람 농사짓는 일이 금방 나타나는 효과는 없어도 순간순간이 모여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찰나이다.

 

나는 무면허 도우미이다. 연습한 적도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다. 39년 전 딸을 낳고 키워본 경험뿐이다. 수동적인 재래적 방법으로 보살피고 있다. 답답하기도 하다. 고집스럽기도 하다. 다른 젊은 엄마들의 양육 방법과 다른 점도 많다.

 

딸과 의견 충돌이 있기도 하다. 내가 보호하는 시간에 익숙해지는 아이는 주 양육자가 엄마가 아닌 할머니로 바뀌어가고 있다.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고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의 용기로 지금 나는 버티고 있다. 딸을 거둘까 말까, 손자를 봐줄까 말까 망설임은 몇 초간의 결정이었다. 그 결정은 정답이었다. 오늘 나의 하루는 오로지 손자를 위하는 시간이다. 아깝지 않다.

 

 

 


원본 기사 보기: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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