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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백년대계의 초석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기사입력  2019/03/12 [21:17] 최종편집    정상연 한의사

보험급여 적용 1순위로 지목되는 첩약

 

 일본과 중국은 이미 첩약 치료를 보장

 

 정부와 한의사는 ‘최적의 제도 정착을’

 


 

▲ 정상연 한의사   

한의원에서 첩약을 처방받는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무엇일까? ‘비싸지 않을까?’라는 가격에 대한 우려일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가계 빚은 증가하는 오늘날.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의료기관에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의료비는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게다가 첩약과 같이 정부에서 의료비를 보조를 해주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부담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84.7%가 한의원 첩약에 대한 비용부담으로 사용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고 응답했다. 또 향후 한의의료 분야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첩약의 보험급여 적용이 1위(45.7%)로 선정되었다.

 

국가에서 국민의 의료비를 보조해주지 않으면 국민은 결국 의료서비스 받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수많은 환자들이 병원의 문턱을 넘기 힘들어하는 이유가 바로 보험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많은 면에서 미국에 비해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첩약을 국가에서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찍이 건강보험으로 편입된 침과 뜸은 이제는 누구나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로 자리잡았다. 그 덕인지, 탓인지 한의원이 제공하는 주요 의료서비스 항목은 첩약이 아니라 침과 뜸으로 바뀌었다.

 

물론 침과 뜸도 훌륭한 의료기술이지만, 외치(外治)법이라는 특성에 따른 한계를 가진다. 속병을 고치려면 경구를 통한 약의 투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하는데, 높은 가격장벽 탓에 많은 환자들이 첩약 처방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첩약은 치료과정에서 대체불가한 역할을 수행한다. 현대에 만연한 성인병과 각종 신경병증 등을 관리하려면 이제는 침, 뜸뿐만 아니라 첩약에도 보험이 적용되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 말할 수 있다.

 

한편 한의학을 이끌어가는 동양 3국(한국, 일본, 중국)에서 일본과 중국은 각각 1961년, 1995년부터 첩약을 국가건강보험에서 보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미용과 예방의 목적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 대하여 첩약에 보험이 적용된다.

 

심사기준에서도 상병명, 처방명, 처방일수 등에 제한이 없고, 처방 가이드북이 존재하기는 하더라도 처방을 선택함에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해준다.

 

중국에서는 중의약법 제49조에 첩약이 기본의료보험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직접 명시하고 있으며 민간보험에서도 2009년부터 첩약을 보상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급여 조건은 치료 목적으로 처방전에 의한 첩약에 대해서는 환자의 연령 또는 소득에 무관하게 적용된다.

 

▲ 중국에서는 중의약법 제49조에 첩약이 기본의료보험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직접 명시하고 있으며 민간보험에서도 2009년부터 첩약을 보상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다행이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첩약에 대한 건강보험적용에 관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8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첩약의료보험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정부에서 발주한 첩약보험적용 연구결과가 지난 2월 1일 발표되었다.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미 1984~1986년의 소규모의 첩약 의료보험 시범사업을 벌인바가 있으므로 2019년 시범사업은 전국 한의원, 한방병원이 모두 포함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대상 질환은 급여 후보질환 중 우선 순위가 높은 요통, 기능성 소화불량, 알러지 비염, 슬통, 월경통,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 대해 적용하는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갱년기장애, 관절염, 뇌혈관질환 후유증 관리, 우울장애, 불면증, 치매를 포함한 12개로 확대하되 재정 지출규모가 큰 요통, 관절염 등의 경우는 65세 이상 환자로 적용대상을 한정하는 차안도 제시됐다.

 

보험수가는 포괄지불모델로 진행될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고시하고 있는 보상수준으로 첩약 수가를 산정하는 것을 우선 고려할 수 있으며, 만일 시범사업 이전에 첩약 진료의 세부 행위료 결정이 가능하다면 상대가치 평가에 기반한 수가를 활용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시범사업이 시행된다면, 아토피 피부염으로 한의원에 내원한 환자의 경우 본인 부담금 30% 기준으로 20첩의 한약을 6만원에 처방받을 수 있다. 보통 20첩 한약의 투여기간이 보름임을 감안할 때, 한 달 한약 치료비가 12만원에 수렴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첩약의 가격이 비급여로 책정되어, 피부염 치료에 한 달간 수백만 원을 부담하기도 했던 경우를 생각하면 매우 경제적인 수준으로 치료비가 줄어들게 된다. 또한 한약재의 생산과 유통산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끼쳐 한의약 산업의 부흥도 기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첩약 급여화를 바우처 형식으로 진행하자는 의견도 내고 있다. 쉽게 설명해서 개인에게 쿠폰을 주어 한약 취급소에서 첩약을 지어먹게끔 하자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불필요한 첩약 처방이 남발되어 보험재정이 낭비되고 또한 환자에게 부적절한 약이 제공될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환자의 병이 진단된 후 그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첩약이 처방되는 교과서적인 방법을 따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가 꼭 한의사의 진단을 받아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는 있으나, 건강보험 재정의 낭비를 막고 환자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서 진단시치(診斷施治)의 과정이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

 

또 일부 한의사단체에서는 주 수입원인 첩약을 정부의 가격통제가 들어가는 급여화로 편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원가보전율이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부의 보험수가 정책이 한의원 경영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이유만으로 더 이상 시대의 흐름을 역행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정부에서 구매하지 않은 의료는 살아남기 힘들다. 특히 현 정권의 핵심과제가 비급여 항목을 전면 급여화로 변경하여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해주는 것이다. 물론 의료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다소 있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에 발을 맞춰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빠르면 올해 말부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지난 추나 급여화 사업의 경우를 고려해봤을 때, 시범사업의 결과가 2020년 하반기에 도출되어 2021년부터는 전면적인 급여화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국에 비하면 50년이나 늦었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정부와 한의학계는 백년대계를 세워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서로 입장을 양보하며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 방향으로 제도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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