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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19) ‘한비자’
한비자(韓非子)는 법가의 집대성자
기사입력  2019/03/16 [23:59] 최종편집    김정룡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군주론 제왕학 집대성대표적 회자 모순(矛盾)’

충신이 부친에게는 불효자, 효자는 나라의 역적

 

강력한 법을 시행해 감히 아무도 어기지 못하게

진시황 천하통일 대업에 혁혁한 공로참살운명

 

 

 

 

인류역사에서 최초로 모순론 제기

 

법가의 집대성자로 후세에 이름을 남긴 한비자(BC 280233)는 이야기꾼이었다. 그는 발음이 어눌해 말재주는 없었으나 문자로 이야기를 많이 남겼다.

 

군주론과 제왕학을 논한 고전 <한비자>에는 숱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고 그 이야기들은 모두 풍자적인 작품으로서 재미있어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각인되어 왔다.

 

누가 필자한테 한비자의 많고 많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모순(矛盾)’을 꼽겠다.

 

▲ 필자한테 한비자의 많고 많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모순(矛盾)’을 꼽겠다.    

창과 방패를 파는 초나라 상인이 있었다. 그는 먼저 자신의 방패가 그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다고 말한 뒤 곧바로 또 자신의 창이 그 어떤 방패도 다 뚫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나가던 관객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나요?” 초나라 상인은 일시에 얼굴이 빨개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것이 모순이란 단어의 유래이다.

 

한비자의 눈에 비치는 세상만사는 모순투성이다. 초나라의 한 양민이 아버지가 양을 훔친 사실을 관아에 신고했다가 사형을 당했다. 죄명은 불효였다.

 

반대로 노나라의 한 효자는 집에 늙은 애비가 있다는 이유로 전쟁터에서 늘 몸을 사렸다. 공자는 이런 그를 관리로 추천했는데 그 이유는 였다. 초나라의 그 양민은 나라에 충성했지만 아버지를 배신했다.

 

그리고 노나라의 그 효자는 아버지에게 효성스러웠지만 나라를 배신했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나라의 충신이 부친에게는 불효자이고 부친의 효자가 나라의 역적임을 뜻한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한비자는 자식을 사랑하는 인애가 반드시 효자를 낳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비자>의 오두(五蠹)편에 이르기를, “어느 방탕한 소년이 있었다. 부모와 스승과 이웃이 그를 사랑하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관아에 붙잡혀 간 다음부터 그는 비로소 온순해졌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사람을 두렵게 하는 것은 겸애(묵자의 핵심사상)나 인애(공자의 핵심사상)보다 더 효과적이다.”

 

진백가녀(秦伯嫁女)’라는 이야기가 있다. 진나라 군주는 딸을 시집보내면서 화려하게 차려입은 시녀 70명을 딸려 보냈다. 좋은 뜻으로 한 일인데 결과는 좋은 일이 나쁜 일로 변했다. 사위인 진()나라 공자는 시녀에게만 눈길을 돌리고 공주를 멀리했다.

 

초나라 상인이 진주를 팔기 위해 향목(香木)으로 상자를 만들고 계초를 넣어 향기가 나게 하고 테두리에 주옥을 박고 붉은 구슬로 장식하고 비취 깃을 달았다. 그런데 어느 진나라인이 그 상자를 사고 진주는 되돌려주었다.

 

▲  군주론과 제왕학을 논한 고전 <한비자>에는 숱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고 그 이야기들은 모두 풍자적인 작품으로서 재미있어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도록 각인되어 왔다   


한비자가 이런 이야기를 들먹인 이유는 무엇일까? 내용과 형식의 모순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즉 형식을 지나치게 중시하면, 형식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것은 내용이 부실하기 때문이라 것이다.

 

한비자는 화씨(和氏)의 옥은 채색으로 장식하지 않고 수후(隋侯)의 진주는 금은으로 장식하지 않는다. 물건이 장식을 한 후에 돋보인다면 그 실질이 아름답지 못한 것이다.”고 말한다.

 

필자는 이 글을 쓰는 순간 푸른 기와집 올림머리가 자꾸 떠오른다.

 

군주는 놀아도 된다?

 

박근혜 정권이 불리하게 밀리기 시작한 계기는 2014416일 발생한 세월호사건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월호사건에 있어서 최대 쟁점은 대통령의 7시간 실종사건이다. 이것이 하도 도마 위에 오르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00국회의원이 대통령은 놀아도 된다.”는 말을 해 물매를 맞았다. 이 말을 꺼낸 그 국회의원은 대통령이 왜 놀아도 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해 더욱 공격받았다.

 

이 놀아도 된다는 주장은 공자도 했고 노자도 했으며 한비자는 한 술 더 떠 논리적으로 잘 정리해놓았다. ‘이 놀아도 된다는 말을 우아하게 표현하면 군주 무위론이다. 한비자의 군주 무위론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내용이 있다.

 

우선 군주는 무위여야 존귀하다. 군주의 위치는 도와 같다. 도는 높은 곳에서 굽어보며 억지로 애쓰는 바가 없기에 만물을 낳는다.

 

홀로 높고 귀한 자는 무위이며 무위인 자는 홀로 높고 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주는 유아독존인 이상 신하들처럼 동분서주해서는 안 된다. 심판의 역할을 해야지 운동선수로 뛰면 안 된다.

 

다음 군주는 무위인 것이 현명하다. 세상만사 할 일이 많고 많은데 군주 혼자서 할 수는 없다. 만약 군주가 일을 하게 되면 신하는 하지 않는다. 거꾸로 만약 군주가 하지 않으면 신하가 자연히 할 것이다.

 

군주가 한가하면 신하가 바빠지게 마련이다. 군주가 혼자 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지 못한데 비해 모두가 바쁜 것이 더 말할 나위 없이 효과적이다.

 

그 다음 군주는 무위여야 안전하다. 군주가 일을 하면 신하가 군주의 속내를 다 알아채기 때문에 위험하다. 군주가 말문을 닫고 무표정하게 있으면서 속내를 비치지 않으면 신하는 전전긍긍하여 감히 농간을 못 부리며 역모를 꾸미는 꿈을 꾸지 못한다.

 

▲  한비자는 "현명한 군주는 위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신하들은 아래에서 두려움에 떤다."고 표현했다.

 

한비자는 이에 대해 현명한 군주는 위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신하들은 아래에서 두려움에 떤다.”고 표현했다. 군주가 무위로 나라가 잘 다스려 지려면 절대 권력인 중앙집권을 단단히 틀어쥐어야 한다. 권력은 무위의 전제이고 집권은 무위의 보장이다.

 

공자도 무위이치(無爲而治)를 주장하였고 노자와 장자도 역시 만찬가지였다. 하지만 지향점과 수단이 각각 달랐다. 노자는 작은 정부를, 장자는 무정부를 주장했다. 공자는 훌륭한 정치란 북극성이 제자리에 있고 뭇별들이 그 주위를 도는 것처럼자연스러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자는 절대 권력자가 북극성이 되는 조건이 도덕이었다. 도덕적으로 모범이 되는 군주가 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사회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사회라는 것이다.

 

한비자는 북극성을 주장하였으나 공자와 달리 그의 북극성은 권력의 중심이었다. 권력의 중심을 유지하려면 쓸모없는 자들 이른바 오두지민(五蠹之民, 나라를 좀먹는 다섯 부류의 사람들로 불리는 유생, 협객, 식객, 종횡가, 상공업자)을 죄다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한비자의 주장이다.

 

이로부터 알 수 있듯이 한비자의 정치는 전제정치이다. 이 전제정치는 법치로 보장된다. 그는 다스리고 어지러운 것은 법과 술수에 맡기고, 옳고 그름은 상벌에 맡기고, 무겁고 가벼움은 저울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무위정치란 군주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손 놓고 있으라는 것이 아니라 법치를 강화하면 나라가 스스로 다스려지는데 사람들이 볼 바엔 왕이 노는 듯하는 무위이다.

 

요즘 말로 하면 각 분야의 시스템이 법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고 잘 작동된다면 대통령이 동분서주할 필요가 없이 순조롭게 돌아가게 되어 있다. 이것이 무위정치의 본질이다.

 

▲  요즘 말로 하면 각 분야의 시스템이 법에 따라 제대로 작동하고 잘 작동된다면 대통령이 동분서주할 필요가 없이 순조롭게 돌아가게 되어 있다. 이것이 무위정치의 본질이다  


 

치국 무기는 강력한 법실행

 

한비자가 산 시대는 전국 말기로서 천하가 서로 먹고 먹히는 전쟁에 의해 대혼란에 빠져 사람들의 마음이 음흉해지고 서로 믿지를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때에 이르러 천하를 구하는 처방으로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주목을 끌었다. 즉 유가의 이상주의와 법가의 공리주의(현실주의)이다. 당장 굶어죽게 생긴 사람에게는 한 그릇의 국밥이 필요한데 천국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마찬가지로 전국시대 말기에 유가의 이상주의는 듣기에는 아름답지만 실효성이 없어 찬밥신세가 된 반면에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처럼 공리주의(현실주의)에 입각한 법가가 득세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해에 제나라가 노나라를 정벌했다. 노나라는 공자의 제자 자공을 보내 외교적인 조정을 꾀했다.

 

그런데 자공이 청산유수로 한참을 얘기했는데도 제나라인은 그를 돌려보내면서 말했다. “선생의 말씀은 확실히 훌륭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영토를 빼앗으러 온 것인데 훌륭한 말씀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 한비자는 사람은 본래부터 악한 존재이기 때문에 유가의 '인애'나 묵가의 '겸애'따위로는 세상을 다스릴 수 없다고 말한다   


한비자는 경고한다. “실없이 무슨 인의도덕이나 겸애 따위를 이야기하지 마라.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불행을 면치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한비자는 사람은 본래부터 악한 존재이기 때문에 유가의 인애나 묵가의 겸애따위로는 세상을 다스릴 수 없다고 말한다. 도가의 스스로 그러함이란 무위자연론은 더욱 맘에 안 든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오로지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법치가 유일한 답이다.

 

법가의 치국에는 양면삼도(兩面三刀)라는 무기가 있다. 양면은 상과 벌이고 삼도는 세(), (), 법이다.

 

공신들한테 상이 제대로 내려지지 않으면 반항이 일어난다. 반항 정도는 아니더라도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된다. 죄인한테 제대로 벌을 주지 않아도 문제가 심각해진다.

 

상을 받아야하는 사람이 상을 못 받고 벌을 받지 말아야 할 사람이 벌을 받는다면 역시 반발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상과 벌은 공평하게 이뤄져야 하고 이것은 평화로운 세상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제도이다.

 

는 권세, 즉 왕권이다. 군주가 권세가 없으면 위엄이 없다. 위엄없는 군주는 나라를 잘 다스릴 수가 없다. 요즘 말로 하면 대통령은 반드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은 권모술수이며 주로 신하를 다스리는 무기이다. 한비자는 군주와 신하는 본래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이 손을 잡는 이유를 보면, 군주는 신하의 두뇌가 필요하고 신하는 군주의 포상을 탐내기 때문이다.

 

군주가 권세가 없으면 위엄이 없다. 위엄없는 군주는 나라를 잘 다스릴 수가 없다. 요즘 말로 하면 대통령은 반드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   

그래야만 그들은 그럭저럭 한 배를 탈 수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자기에게 해가 되고 나라에 득이 되는 일을 신하가 할 리는 없다.

 

마찬가지로 나라에 해가 되고 신하에게 득이 되는 일을 군주도 할 리가 없다. 따라서 군신관계는 서로 계산이 맞아야만 비로소 성립되고 공고해진다.

 

법은 법규로서 주로 백성을 다스리는 무기이다. 한비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나에게 선량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나라 안에서 그런 사람은 열을 헤아리지 못하지만 사람들이 비리를 저지를 수 없게 하면 온 나라가 가지런하게 잘 다스려진다.” 뜻인즉 사람들에게 자율을 맡긴다면 진짜 군자는 나라 안에 열 명도 안 되기 때문에 강력한 법을 시행해 감히 아무도 어기지 못하게 해야 천하가 태평해진다는 것이다.

 

한비자의 이 치국 무기는 진시황의 눈에 들었고 결국 진시황은 천하통일을 이룬다. 그렇지만 한비자의 운명은 비참했다. 동문인 이사(李斯)의 모함에 의해 47세 나이에 목숨을 잃는 비극을 맞이했다.

 

<사기> 저자 사마천은 분개해서 이렇게 서술했다. “한비는 어째서 자신을 구하지 못했을까? 그는 일찍이 <세난>(군주를 설득하는 방법을 서술한 글)을 쓰지 않았던가!”

 

공자는 72, 노자의 나이는 전해진 것이 없지만 공자보다 더 장수했다는 설이 있고, 장자는 80, 맹자는 83, 묵자는 98세를 사는 등 다른 학파를 대표하는 인물들은 모두 장수했고 천수를 다 누렸다.

 

법가의 대표적인 두 인물인 한비자와 상앙


이에 비해 법가의 대표적인 두 인물인 한비자는 47, 상앙은 구체적인 나이가 전해지지 않아 알 수 없지만 학계에서는 한비자와 비슷한 나이에 죽었다고 추측한다. 문제는 다른 학파의 대표 인물들은 모두 자연사였던데 비해 법가의 한비자와 상앙은 모두 참살 당했다는 것이다.

 

법가의 대표적인 인물들은 왜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까? 다음 상앙편에서 다루겠다.

 

김정룡 프로필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장춘대학교 일본어학부 전공

-연변제1교 일본어 교사 역임

-著書) 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

<멋 맛 판> 2015

-著書) 재한조선족문제연구집

<천국의 그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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