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의서(醫書)에서 언급한 황련해독탕

항암치료 이후 부작용 해소에 좋은효과

천연항생제로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어

▲ 정상연 한의사

필자가 환자에게 가장 많이 처방하는 한약을 꼽자면 단연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이다. 한번 맛보면 어떻게 이런 쓴약을 먹을 수 있겠냐고 투정을 부리는 환자가 많지만, 그 효능이 워낙 탁월해 눈을 질끈 감고 복용하신다.

황련해독탕은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 서기346년)에 처음 언급된 이래로 몸의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주는 대표적인 처방으로 많은 질환에 사용되어왔다. 황련(黃連), 황백(黃柏), 황금(黃芩), 치자(梔子) 4가지 한약재가 동일한 비율로 방제를 구성한다.

한의학의 대표적인 서적 동의보감(東醫寶鑑, 서기1610년)에도 소개된 황련해독탕은 몸에 화독(火毒)이 치성하여 염증이 생기고 열(熱)과 충혈(充血)에 의한 각종 제반증상에 활용된다고 쓰여져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의서(醫書)에서 황련해독탕의 효과가 제시되어있는데, 열이 극심해서 생긴 정신불안증, 소변이 붉고 아랫배가 결리는 증상, 열이 치성하여 속이 답답한 증상, 입과 인후의 건조증, 불면증, 언어장애, 피를 토하는 증상, 코피, 열이 심해 생기는 피부 반점, 열성 설사, 열성 황달, 피부에 생기는 혹 또는 고름 등의 상황에 유용하게 쓰인다고 한다.

다만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병의 성질이 열(熱)증인지를 잘 판별하여야 황련해독탕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혀와 맥의 상황을 보고 증상을 변별해야 한다.

황련해독탕이 열(熱)을 잡는 데에 특화된 이유는 탕제에 풍부한 Berberine과 Palmatine이라는 성분 덕분이다. Berberine은 항염증, 항균, 항암 등 다양한 효과로 이미 유명한 성분이며, Palmatine은 monoamine oxidase 저해, hyperglycemic 저해 등의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기초학교실과 임상현장에서 황련해독탕을 이용한 각종 실험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다. 가장 활발한 분야는 뭐니뭐니해도 황련해독탕의 항암, 항염증 작용이다.

몸에서 온갖 병을 일으키는 요소 중에 하나로 오랫동안 학계에서 주목해온 것은 바로 Tumor necrosis factor(TNF)이다. TNF는 cytokine의 일종으로 패혈증, 암, 류마티스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씨병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종류의 질병 병태에서 병리학적인 원인이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황련해독탕의 놀라운 효과 중의 하나가 TNF 생성을 억제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황련해독탕은 InterLeukin-1(IL-1)이라는 염증을 전파하는 cytokine의 유전학적 복사과정을 방해하여 최종적으로 그 생성을 막는다. 이로써 TNF의 분비가 활성화되는 것을 막고 기타 면역세포의 과활성을 멈추어 발열, 급성 단백질 합성, 식욕부진, 졸음 등을 치료할 수 있다.

또한 황련해독탕은 InterLeukin-6(IL-6)이라는 염증 전파성 cytokine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 IL-6는 면역 반응, 염증 및 조혈작용, 신경계에 관련된 다기능의 사이토카인으로 과잉 생산 시 류마티스 관절염, Systemic-onset juvenile idiopathic arthritis, Castleman's disease 등 염증성 질환이 발생한다.

한편 황련해독탕은 천연항생제로도 그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한의원에 각막염으로 내원하는 환자의 86%가 미생물검사 시행 전 항생제 점안약을 사용한 채로 방문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항생제 사용은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항생제 처방률은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하며 그로 인해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가 출몰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항생제는 체내 유익균까지 모조리 죽여버려 그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다.

황련해독탕은 이러한 합성 항생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Staphylococcus. aureus에 대한 황련해독탕은 유효한 항균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여러 포도상구균에 대한 항균 효과가 입증되어 황련해독탕은 부작용 없는 항생제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황련해독탕은 양방치료 과정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보통 화학약은 체내 대사 과정에서 간을 손상시키기 마련이다. 그런데 황련해독탕을 전(前)투여 하면 간세포를 화학약품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를 낸다.

간세포 손상 연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사염화탄소와 에탄올을 이용한 실험에서 황련해독탕을 먼저 복용한 경우 대조군에 비해 간 중심정맥 부위의 간세포의 종창과 염증세포의 침윤이 감소되었고, 간문맥 부위의 섬유화도 줄었다. 따라서 제대로 변증(辨證)이 된 환자가 장기적으로 양방약물을 복용할 때에는 주기적으로 황련해독탕을 처방받을 필요가 있겠다.

또한 많은 분들이 받고 있는 항암치료 후 겪는 부작용 중 점막 질환에도 황련해독탕이 좋은 효과를 보인다. 항암제는 분열이 활발한 암세포를 타겟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암세포 외에도 세포분열주기가 짧은 여러 세포를 공격한다. 대표적인 것이 점막세포인데, 항암제 치료를 받으시는 많은 분들이 구내염으로 고통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항암치료 후 발생한 구내염 치료에 있어 기존에는 클로로헥시딘 함수(含水)가 많이 선택되었으나, 황련해독탕 함수(含水)가 보다 유의한 차이의 효과를 보였다. 따라서 향후 확대되는 한양방 협진 항암요법에서 황련해독탕이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황련해독탕의 유일한 단점은 그 맛이 매우 쓰다는 것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듯하다. 그러나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에는 황련해독탕을 발효하여 복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렇게 한약을 발효하면 일반 한약에 비하여 맛이 매우 좋아진다. 또한 발효에 의해 많은 효소가 생산되어 약효가 빠르고 소화도 용이해진다. 그리고 미생물발효의 2차에 걸친 정밀 여과 과정을 통해 농약과 중금속으로부터 더욱 안전한 약이 된다.

따라서 소아나 노인 환자 중에 황련해독탕을 도저히 먹지 못하겠는 경우에 발효 황련해독탕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물론 비용은 더 든다.

황련해독탕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새로운 제형이 개발되어 출시되었다. 연한 젤리를 짜먹는 연조제나, 알약처럼 물과 함께 삼키는 정제 등이 그 예이다.

물론 탕전액과 비교했을 때 맛도 좋고 복용 방법도 편리하지만, 효과에 있어서는 부족한 면이 있다. 황련해독탕의 대표적인 지표성분인 geniposide, baicalin, baicalein, wogonin, coptisine, palmatine, berberine 등 7가지로 알려져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황련해독탕을 탕전할 때는 7가지 주요 성분이 모두 검출되는 반면, 무작위로 선정된 제형이 변형된 시제품 2종은 각각 4가지, 5가지 성분만 검출되었다. 더욱이 검출된 함량을 비교해보아도 변형 제형 시제품은 탕전액 추출물에 크게 미치지 못하였다고 한다.

결국 황련해독탕의 효능을 온전히 보기 위해서는 첩약 형식으로 복용해야 한다. 다행이 정부에서 첩약에 건강보험 적용을 계획하고 있어 곧 가격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묘한 효능의 황련해독탕이 적절히 처방되어 많은 병자의 고통이 덜어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