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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변신! ‘적응하기 너무 벅차기만’
<주부일기> 양은진, ‘우리 남편을 소개합니다’
기사입력  2019/04/02 [01:36] 최종편집    시인 양은진

연애할때와 결혼 생활은 너무 달랐다.

 

▲ 양은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같은 공부를 하면서 오랜시간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호감을 느끼며 그 시간들이 쌓여 이해가 사랑으로 바뀌었다.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그 만큼 오랜기간 달콤한 연애를 하고 서른을 넘기지 않던 해에 선배와 결혼했다.

 

나는 첫연애였던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고, 남편은 아픈 선택을 한 만큼 열정적이었기에 남들 눈에 한쌍의 바퀴벌레로 비쳐지는 것도 모른채 7년의 교재를 하고 결혼을 했다.

 

결혼해서 알게 된 안타까운 사실은 그의 열정적인 구애가 목교지향적인 그의 타켓 안에 내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를 죽을만큼 사랑해서가 아니고, 당시 그가 쟁취하고 이루어야할 대상이 나였던 것이다.

 

그런 사실은 서서히 알아갔기에 큰 배신감을 느낄 새 없이 결혼한 다음해에 연고가 없는 곳에서 부부치과를 개원했다. 그간 해오던 사회생활과는 판이 달랐다. 대학병원에 소속되어 수련의 과정을 밟으며 진료 하거나, 개인 치과에서 원장님이 주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것과는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  오랜기간 달콤한 연애를 하고 서른을 넘기지 않던 해에 선배와 결혼했다.  photo pixabay

 

워낙 큰 대출을 일으켜 겁 없이 출발한 터라 우리의 목표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었고 병원의 대부분이 은행에 바쳐야할 부분으로 쉴틈이 없는 하루였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우리의 공간을 가꾸는 것은 신혼집 없이 자취방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내게 또 다른 신혼집과 다름없었다.

 

당시 가장 큰 문제는 직원들이 수시로 바뀌는 것이었는데 격이 없이 친하게 지내는 것이 젊은 직원들에게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나마 개원때부터 치과를 지켜주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주부가 되었을 때 남편은 또다른 사람이

 

개원 다음해에 큰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는 경험은 월급쟁이에서 사업자가 되는 변화보다 더 큰 변화였다. 극심한 입덧으로 출산 날짜만 기다렸지만 모성애를 느끼기 전이라도 나의 모든 에너지가 그 조물거리는 아이에게 집중되어야 하며 한시도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최대한 아이 입장에서 고려한다 하더라도 직장맘은 아이에게 죄인일 수밖에 없는 현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엄마의 꼴을 갖춰갈 무렵 또 다시 둘째의 임신. 그렇게 계획지 않게 연년생 아들 엄마가 되었다.

 

엄마보다 늦게 아빠가 된다는 남편은 결혼 초기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활발한 사회활동으로 귀가시간이 늦었다. 그는 와중에 틈틈이 골프프로 자격증을 따고 여러 운동도 하면서 젊은날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시댁에도 더할 나위없는 효자가 되어갔다.

 

아이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며 입으로 물이나 밥 들어갈 틈 없는 아내를 힐끔이라도 바라보거나 격려하는 일은 없었다. 남편이 아이를 위해 해준 유일한 일은 아이가 자는 동안 집중력을 발휘해 한시간씩 깨우지 않고 손발톱을 깍아주는 일이었다.

 

▲  남편이 아이를 위해 해준 유일한 일은 아이가 자는 동안 집중력을 발휘해 한시간씩 깨우지 않고 손발톱을 깍아주는 일이었다photo pixabay  

 

당시 엄마들 커뮤니티에서 한 엄마가 남편이 상당히 많은 가사와 육아를 도와준다며 자랑하는 글을 올리자, 우리 남편은 재활용쓰레기를 버려준다. 설거지를 해준다. 화장실 청소를 해준다며 경쟁적인 자랑 댓글이 붙었다.

 

그것을 하나씩 살피는 나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래서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우리 남편은 집안일과 육아를 하나도 안 도와줘요. 대신 일주일에 2번 정도 오는 가사도우미가 집안 청소를 해주는데 그 돈을 벌어다 줍니다.”

 

나의 찬물을 끼얹는 이 얘기에 경쟁적인 댓글은 멈췄지만 분명 육아를 도와주지 않아 나처럼 우울하게 댓글을 봤을 수많은 엄마들에게 희망을 줬으리라 생각한다. 그 뒤로도 그의 문제는 끝이 없었다.

 

술과 담배 친구들과 늦은 귀가 경제개념 없는 행동들과 취미를 위해 사들이는 것들을 위해 큰 집으로 옮겨야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이들이 걷고 말하고 공을 찰 수 있는 나이가 되어 데리고 놀만하자 남편은 캠핑이라는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유일하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우리 아이들은 주중에는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을 온종일 의식하며 살았지만 주말만큼은 자연 속에서 실컷 뛰어놀며 자랄 수 있었다.

 

그 후 축구, 인라인스케이트. 수영, 스키 등 남자아이들이 하는 모든 놀이와 스포츠의 강사를 자처해서 아빠랑 돈독해지고 내가 집안일과 육아로 지쳐 울다 잠이 들 때 낚시를 가던 그를 조금씩 용서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암진단을 받고 맞벌이 맘에서 가사를 돌보는 아내가 되자, 그는 그에 걸맞는 것들을 새롭게 요구하게 되었다. 함께 부부치과를 운영할 때는 아랫사람과 비서 엄격하고 부리는 사람취급으로 자존감을 긁어내리더니 가정으로 돌아오자 아이들의 부족함은 모두 내 탓이 되고 모든 것은 결재를 맡아야 하는 시스템이 되었다.

 

황제처럼 지내는 우리 남편을 기억하기 바란다.

 

아침마다 12첩 반상을 내야하는 장금이가 되어야하는 것까지 그래서 마치 신혼처럼 다시 시작해야했다. 서로 알아가고 이해하는 영역이 달라졌기에 처음부터 정리해야했지만 전과 달리 거기엔 사춘기 두 아들이 끼어 있었기에 상황은 훨씬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선배는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이므로 여러 생각하지 말고 견뎌보라고 했다. 그것만이 방법이고 그러고 나면 더 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부부가 될 것이라고 그래서 견디고 있다. 지난 경험으로 보건데 이 역시 파동치듯 위아래로 움직일거라 생각됐기 때문이다.

 

결혼생활 18년차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두 아들과 갱년기를 준비하는 내게 남편에 대한 글을 써달라고 했을 때 한동안 쓸 수 없었다. 일단 남편얘기가 나오면 글로 옮길 수 없을 정도의 비난과 그의 잘못을 하루 종일 이야기 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와 결혼한 이후로 내가 느꼈던 것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담담히 적어 내려가면서 깨달았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가 나와 함께 했다는 것이다.

 

만약 경제력이 짱짱한 의사남편이 부러운 이가 있다면, 아침마다 밥상이 부족하다고 짜증을 내고, 작은 나들이조차 허락을 허하지 않으며 시댁 형제들의 뒤처리를 당연시 하는 가사 일을 전혀 돕지 않고 황제처럼 지내는 우리 남편을 기억하기 바란다.

 

재활용을 버려주는 남편이 한없이 고맙게 느껴질 것이다.

(칼럼들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 프로필

2012년 예술세계 등단
현) 안양 샘병원 치과의사
대한여자치과의사협 이사
10기 EBS 스토리기자
yeji3929@daum.net
https://blog.naver.com/yeji3929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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