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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의 부친 흥선대원군’ 흥망성쇠의 흔적들
<옛 문화의 향기> 최이락 ‘운현궁(雲峴宮)’
기사입력  2019/04/06 [13:57] 최종편집    문화평론가 최이락 교수

철종의 양자입적둘째아들 이명복 26대왕 고종

 

박유붕의 신안(神眼) 예언 왕의 자리에 오를 것

 

 

운현궁 전각중 노안당 현판 추사 김정희의 글씨

 

큰아들 이재면에게 일제시대엔 손자 이준용 거주

 

 

 

▲ 운현궁에서 가장 앞쪽에 위치하고 사랑채 역할을 한 노안당 건물이다. 이곳에 드나든 식객 중 전봉준도 있었다.   


 

고종의 생부인 흥선대원군의 저택

 

운현궁(雲峴宮)은 고종의 생부인 흥선대원군의 저택으로서, 고종이 탄생하여 12세에 즉위하기 전까지 살았던 잠저(潛邸)이기도 하다.

 

운현궁의 이름은 서운관(書雲觀, 관상감의 별칭)이 있는 앞의 고개라 하여 운현(雲峴)이라 불렸다. 운현궁(雲峴宮)이란 궁호도 서운관이 있던 고개라는 뜻이니 조선시대 천문과 기상, 풍수를 담당하던 관청과 숙명적으로 운이 닿아 있다.

 

운현궁에 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사랑채인 노안당(老安堂)과 안채인 노락당(老樂堂), 그리고 새로 지은 안채인 이로당(二老堂)이다. 전형적인 남향집으로서 풍수지리에서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자좌오향(子坐午向)집이다.

 

원래 고종이 태어나고 자란 집은 배산임수가 아닌 의산방수 (依山傍水)로서, 산과 물길을 좌우로 끼고 함께 흘러가는 형태로 동향집으로 지은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의 시류에 따라 파락호 행세를 하며 웅지를 감추고 생활했던 흥선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지금 남아있는 건물 중의 핵심은 노락당(老樂堂)인데 이곳에서 며느리 간택이 이뤄졌고 왕비 수업과 고종의 혼례도 이곳에서 치뤘다.

 

▲ 운형궁에서 가장 핵심 건물인 노락당이다 



고종이 왕위 보좌에 오르는 데는 극적인 요소가 많다. 당시 흥선군은 왕위 서열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방계 왕족이었다. 게다가 흥선군의 가계는 세도가였던 안동김씨들이 궁도령 이라고 비하하여 놀려먹는 처지였다.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3요소가 있으니 천시(天時)와 지리(地理)와 인사(人事)가 그것이다. 천시라 함은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말하고, 지리라 함은 땅의 지기인 풍수지리(風水地理)를 말하며, 인사는 관상(觀相)을 말한다. 이 중 어느 한가지라도 결격이 되면 역적이 되거나 이무기가 되고 만다.

 

고종이 왕에 등극하는 데는 시대적인 배경이 있었다. 왕위계승서열에서 한참 멀리 있던 철종이 왕에 오른것이라든지 철종이 후사 없이 승하한 것과 당시 세도가인 안동 김씨에 의해 똑똑한 왕위계승자들이 일찌감치 제거된 것들이 시대가 뒤를 받쳐 줬기 때문이다.

 

이에 킹메이커가 등장했으니 바로 신정왕후 조 대비와 흥선군이다. 효명세자의 이자 헌종의 어머니인 조 대비 역시 안동 김씨의 세도에 짓눌려 지내던 처지였기 때문에 이하응과 뜻을 같이 하였다.

 

그리고 이하응의 둘째 아들 명복을 자신의 양자로 삼았다. 철종이 후사를 남기지 않고 죽자 조 대비는 양자로 삼은 명복을 등극하게 하여 철종의 뒤를 이으니 제26대왕인 고종이다.

 

음택발복과 양택발복의 조화

 

풍수지리에서 발복의 수단으로 음택(陰宅)발복과 양택(陽宅)발복이 있다.

 

음택발복의 원리는 조상의 묘를 명당에 묻으면 명당의 지기가 유전자가 같은 후손에게 전달되어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하는 동기감응(同氣感應)의 이론이다.

 

양택발복의 이치는 잉태지, 출생지, 성장지, 거주지 등의 터가 좋으면 그 터의 기운이 작용하여 사람의 의식과 판단에 영향을 끼친다는 환경풍수(環境風水)의 작용이 그것이다.

 

고종이 왕위에 오르게 되는 음택발복(陰宅發福)에 대하여 살펴보자. 흥선군의 부친인 남연군 묘의 이장(移葬)스토리는 제법 세간에 알려진 것이 많다.

 

▲ 고종이 왕위에 오르게 된 음택발복이 된 예산의 남연군묘이다.  남연군은 흥선군의 부친이다.


최근 명당(明堂)’이라는 영화로 상영된 바와 같이 흥선군은 안동 김씨 세도에 눌려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에 떨며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흥선군 이하응은 안동 김씨에 대한 복수의 일념으로 철저하게 자신을 위장하였다.

 

그는 10년간 풍수 공부를 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왕권을 회복하고 정권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명당 자리에 아버지 묘를 이장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명한 지관이 있다면 찾아가 물어보고 명산이란 명산은 빠뜨리지 않고 찾아 다녔다.

 

그러나 자기 마음에 드는 명당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만인(鄭萬仁)이라는 지관이 찾아왔다.

 

그는 흥선군에게 예산 가야산 동쪽에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오는 자리와 광천 오서산에 만대 영화를 누릴 수 있는 만대영화지지(萬代榮華之地) 두 자리가 있는데 어느 것을 선택하겠냐고 물었다.

 

당연히 흥선군은 이대천자지지(二代天子之地)를 선택했다. 지관 정만인을 따라 그 자리에 도착해보니 가야사(伽倻寺)라는 절이 있었고 묘를 쓸 자리에는 5층 석탑이 있었다. 이 자리에 부친 남연군 묘를 이장해와서 묘를 썼다. 그리고 태어난 아이가 훗날 고종이 되는 이명복이다.

 

또 하나의 비하인드 스토리(behind story)가 있으니 박유붕의 이야기다. 양택발복(陽宅發福)과 관상이 운명에 미치는 경우다.

 

박유붕이 신안(神眼)을 얻게 된 동기는 처가의 영향이 크다. 처가의 조상이 두사충(杜思忠)이다.

 

두사충은 임진왜란 때 이여송(李如松)과 함께 원군으로 온 명나라 장수였는데, 전쟁이 끝나고 명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조선에 눌러 살았다고 한다. 두사충은 당시 명나라에서 유행하던 풍수와 관상을 조선에 전파하였는데 후손인 처가는 대대로 이 분야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박유붕은 자신의 사주를 보니 상학(相學)을 직업으로 살아야 할 팔자인데 두 눈으로 하면 법안(法眼)이 되고 한 눈으로만 보아야 천기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경지인 신안(神眼)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멀쩡하던 자기의 한쪽 눈을 찔러 애꾸가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박유붕이 서운관 아래를 보니 왕기가 서려 있었다. 찾아와 보니 어린아이가 놀고있었다. 대번에 이 아이가 범상치 않음을 알아차리고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 상감마마 옥체를 보존하소서이렇게 절하였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이의 아버지 흥선군 이하응은 조용히 사랑방으로 불렀다. 잘못 발설하면 역모로 몰려 삼족이 멸할 수 있는 사안인데다가 자신의 복심이 탄로난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흥선군은 기분은 내심 좋았지만 정색을 하고 잡아뗐다.

 

이런 꼬락서니를 하고 사는데 어떻게 왕이 되겠느냐며, 된다면 언제 왕이 되겠느냐고 물었다.복채를 3만냥을 주면 알려준다고 하니 지금은 그만한 돈이 없으니 훗날 그것이 이뤄지면 주겠다고 복채를 후불 약조하였다.

 

지금부터 4년후면 왕이 되니 그때 자기를 몰라라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때 이명복은 나이 8세이니 12세가 되던 때 철종이 후사없이 죽자 이 아이가 왕이 되니 고종이고 그 아비 되는 흥선군 이하응은 대원군이 되어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우리나라에 백운학(白雲鶴)이란 이름의 풍수, 사주, 명리, 관상가가 아주 많다. 5.16거사 성사를 점친 백운학, 삼성 이병철회장의 책사 백운학, 그리고 현재도 간판을 걸고 있는 수많은 백운학 그중 원조 백운학이 바로 유명한 관상가 박유붕이라는 사람이다.

 

역설적으로 흥선대원군이 며느리 명성왕후와 그렇게 암투를 벌였던 이유가, 운현궁의 동쪽 축선이 정남(正南)인데 비해 지맥은 약간 동남(東南)으로 엇비슷하게 가는데 이것은 갈등이 있는 지세다.

 

이러한 풍수와 관상에 의해 왕의 자리에 올랐는데 당연하지만 보좌에 오르고 나서는 이곳에 살지않고 당시 궁궐이던 창덕궁에 살았다.

 

운현궁의 지기로 왕이 된 고종은 이곳을 떠나면서 왕으로서 노마드 생활을 해야 했다. 창덕궁과 경복궁과 건청궁 러시아 공관 덕수궁으로 옮겨가서 살아야 했고 조선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운현궁(雲峴宮)地氣와 풍수

 

운현궁은 풍수지리적으로 대단한 명당이다. 한북정맥이 삼각산에서 보현봉과 형제봉을 출맥하고 남서진하여 구준봉을 낳았고 한양도성 숙정문 근처 곡장에서 백악산과 응봉으로 갈라선다.

 

백악산은 청와대와 경복궁의 주산이 되고 응봉은 창덕궁 종묘의 주산이 되는데 운현궁은 응봉아래에서 갈라져 나온 지맥이 고려사이버대-중앙고-대동세무고-현대사옥에서 율곡로를 건너 운현궁을 만들고 종로세무서와 낙원상가를 세우고 탑골공원을 만나고나서 청계천으로 숨어든다.

 

▲ 백악과 응봉에서 내려 뻗은 지맥이 경복궁과 북촌 창덕궁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형상을 옥녀세발형(玉女洗髮形) 이라 하는데 , 불국사가 대표적이다.


이 지맥의 결혈처가 현대그룹사옥이 있는 서운관터인데 운현궁도 포함된다. 응봉(鷹峯)이란 매의 형상을 한 산 봉우리다. 풍수지리에서 이곳을 꿩이 납작 엎드려 매의 공격으로부터 자신과 둥지를 보호하는 복치혈(伏稚穴)이라고 하는데 한양 제일의 풍수명당터이다.

 

일제는 율곡로를 만들어 창덕궁과 종묘사이를 격리시켜 지기를 끊었고 근세에는 휘문고보가 들어서면서 일대의 지기를 파 헤쳤고 해방 후 현대그룹사옥이 들어오면서 지하5층까지 파 내려가는 바람에 지맥은 물론 수맥까지 끊어져 이로당 앞의 물 맛 좋은 샘물마저 말라버렸다고 한다.

 

지하철3호선도 운현궁의 지기를 단절하는데 한몫 했다. 지기가 끊긴 이후에는 그 아래에서 기세를 떨치던 궁()과 대학 그리고 종교가 쇠락하는 원인이 되었다. 한때 잘 나가던 운현궁과 덕성여대 천도교가 바로 그 피해 당사자들이다.

 

역사속으로 사라져간 운현궁

 

운형궁의 전각에는 모두 집을 나타내는 당()자로 되어있다. 왕이 집무를 보는 궁궐이 아니기 때문에 전(殿)자를 쓰지 못하기 때문에 殿 보다 낮은 당()을 썼다.

 

그리고 살펴보면 노()자 들어간 전각이 많다. 대원군이 뭔가 이 글자에 애착이라도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말년의 대원군은 자신의 호인 '석파(石坡)'를 대신해 '노석(老石)' 이라는 호를 쓰기도 했다.

 

▲ 노안당 현판. 추사 김정희의 글자체를 집자한 것이다.  


그리고 운현궁 전각 중 노안당의 현판은 대원군의 스승인 추사 김정희의 글씨인데, 이것은 고종 즉위 전에 사망한 김정희가 직접 써 준 게 아니고 대원군이 운현궁을 증축할 때 스승의 글씨를 집자해서 현판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 문화평론가 최이락 교수    

노안당 남쪽에 아재당(我在堂)이 있었다. 대원군의 권력이 막강할 때 신축했다. 옥호도 내가 있는 곳이라는 의미의 아재당이다.

 

이곳에서 경복궁중건과 서원철폐를 지휘하던 집무실 겸 사랑방으로 쓰였다. 현재는 없어졌지만 뜯겨 나간 부재들이 발견되었다.

 

이로당 북쪽에 있던 영로당(永老堂)도 원래 운현궁의 건물이었으나 현재는 개인 소유의 건물(김승현 가옥)로 되어 운형궁 경역과는 담으로 구분되어 있다.

 

운현궁은 대원군의 큰아들인 이재면에게 물려줬다가 일제시대엔 손자인 이준용이 살았다. 이때 모든 궁궐의 운명이 그러했듯 축소되고 변질되었다. 한때 덕성여대 본관으로 쓰였던 양관은 옛날의 영화를 잊었는지 더 이상 운현궁의 봄은 없다.

 

 

프로필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K-풍수지리 아카데미원장

지혜로운 학교(U3A) 강사

Human Life Design Center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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