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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연인…내 편인가? 남의 편인가!’
<주부일기> 한상림, 남편(男便, husband)
기사입력  2019/04/11 [17:50] 최종편집    시인 한상림
▲ 시인 한상림


 

 

한 편의 우여곡절 많은 장편소설

 

요즘 들어서 인생의 속도가 나이 수만큼 빨라진다는 말을 더욱더 실감하게 된다.

 

얼마 전 연구 결과를 통해 이런 인생의 속도에 대한 과학적 이유가 추가 되었다는 발표도 나왔다. , ‘물리적 시계 시간(clock time)’과 마음으로 느끼는 마음시간(mind time)’이 같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시속 61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루 24시간이 금세 지나는 거처럼 일주일, 한 달, 일 년, 그리고 결혼 후 삼십 육년 째 아직까지 바쁘게 일하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부(夫婦)는 전생에 서로 원수였기에 평생 동안 서로 사랑하면서 살라고 맺어준 인연(因緣)이라는 말이 있다.

 

삼신할미가 맺어준 부부의 연()은 우연도 억지도 아닌,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가정을 이루고 가족으로 한 평생을 함께 살게 되는 건 아닌지. 주변을 돌아보면 남녀가 부부로 만나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거의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르다.

 

▲  부부(夫婦)는 전생에 서로 원수였기에 평생 동안 서로 사랑하면서 살라고 맺어준 인연(因緣)이라는 말이 있다. pixabay.com  

 

나의 서른여섯 해 결혼생활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한 편의 우여곡절 많은 장편소설을 쓰고 있는 중이라 할 수 있다.

 

갈등과 위기를 지나 이제 결말을 앞두고 있지만 아름다운 결말을 생각하기엔 뭔가 씁쓸한 아쉬움 때문에 지나 온 글을 거듭 읽어보고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새롭게 잘 써보고 싶어 머뭇거려도 수정이 안 되는 미완성으로 남게 될 장편 소설 같은 거다.

 

출렁이는 해일처럼, 부부관계도 흔들흔들

 

결혼은 비교적 남들보다 쉽게 시작하였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평탄하게 살다가 첫 아이를 먼저 떠나보내면서부터 거센 파도를 만나 출렁이는 해일처럼 부부관계도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로 보이지 않는 벽에 가려져 서로가 말을 아껴야 했다.

 

워낙 꼼꼼한 원리원칙대로 살아가는 남편에 비해 나는 활동적이고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살려고 하는 성격 때문에 중년에 접어들면서 우리의 갈등은 점점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부부로 만나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주고 바라보고 이해해 주려고 하는 배려심이다.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해 준다면 그 어떤 잘못이나 실수도 밉지 않을 텐데, 서로가 그러질 못하고 살아왔다. 그래서 속으론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나는데도 표현하지 못하고 엇나가는 말투가 먼저 튀어나온다.

 

여행 중에 나는 혼자 앉아서 버스 차창 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 것을 좋아한다. 한번은 봄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노래방 모니터에서 나오는 조항조의 노래를 듣다가 그만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조항조 노래 중에서 남자라는 이유는 아주 오래 된 남자들의 애창곡이다. 남자로 태어나서 제대로 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눈물을 삼키며 살아가는 남자의 심정을 잘 표현한 노래 속에서 나는 지금의 남편을 보곤 한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고 미어졌을까, 한 번도 소리 내어 울어본 적 없는 그 가슴에 새카맣게 멍이 들어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내가 한 번도 그의 가슴을 어루만져 준 적이 없었다.

 

미안하고 죄스러워서 눈물이 하염없이 볼을 타고 내렸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도 나처럼 글로 토해내지도 못하고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래서 더 측은해 보인다.

 

축 처진 어깨와 점점 늘어가는 주름살, 얼마 남지 않은 흰 머리카락을 보면 마치 전쟁터에 돌아온 영웅 같기도 하고 때론 노력하고 열심히 산 것에 비하면 크게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패잔병 같기도 하다.

 

더군다나 아침마다 바짝 긴장을 하면서 혈압을 측정하는 모습을 보면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더 서글퍼진다.

 

너무 반듯하고 고지식하여 오히려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골동품 같은 남자, 지극히 교과서적 삶을 산다고 해서 남들이 바른생활 사나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하였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가끔은 너무 정확하고 꼼꼼해서 어찌 사느냐고 오히려 나를 염려 해 줄만큼 아집도 고집도 강한 사람이다. 반면에 나는 바가지조차 긁어보지 못하고 혼자서 삭혀야 할 때가 많았다.

 

아마도 남편 입장에서 나를 보면 마찬가지일 거다. 남편은 아내에게 남자 친구이면서 아버지이기도 한, 함께 가정을 이루어 아이를 낳고 동고동락하면서 연인이기보다 가족이라는 개념이 더 큰 사람이다.

 

연애 시절처럼 서로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그 어떤 갈등도 금방 소화해 갈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그러질 못했다.

 

이제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아옹다옹 다투면서 미워하고 원망하며 살다가 언젠가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게 된다면 얼마나 후회를 하게 될까? 그런 것을 이미 깨닫고 지나온 삶을 후회 하면서도 정작 살갑게 다가가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한다.

 

세상이 끝나도 후회 없도록 살고 싶다.

 

그렇다면 과연 남편은 내 편일까, 아니면 남의 편일까?

 

때론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내 편이 되어주기 보다 남의 편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제발 한번만이라도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듣고 싶다하면 절대로 거짓말은 해서는 안 된다면서 끝끝내 남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때문에 밉다가도 측은하고, 고맙다가도 미안하고, 행여 이러다 언젠가 이별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더욱더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서운함이 더 크게 앞서곤 한다.

 

남편의 이름에는 너그러울 ()’자가 들어있다. 어쩌면 이름처럼 나에겐 아주 너그럽고 배려 많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남편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미워하면서 원망을 한 적이 많았다. 마치 오독(誤讀)을 하고서 내 탓이 아닌 남편 탓이라고 원망하며 미워하기도 했다.

 

과연 남편은 지금 내게 어떤 존재인가? 아니, 남편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혹은 누군가 나에게 남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과연 뭐라고 대답 하여야 할까?

 

▲ 우리는 친구로 지내다가 뜻하지 않은 인연으로 맺어져 짧은 시간에 부부가 되었지만, 해외근무로 2년 간 떨어져 지내면서 간절하게 그리워하며 사랑을 싹틔웠었다 pixabay.com       

 

우리는 친구로 지내다가 뜻하지 않은 인연으로 맺어져 짧은 시간에 부부가 되었지만, 해외근무로 2년 간 떨어져 지내면서 간절하게 그리워하며 사랑을 싹틔웠었다.

 

가끔은 매일 편지를 써서 사우디아라비아 그 먼 사막의 나라에다 사랑을 쌓아갔던 그때가 그립다. 지금도 그때 오간 편지들을 들여다보면서 시간이 왜 그리 빨리 지났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김종환의 백년의 약속이라는 노래에서, “백년도 우린 살지 못하고 언젠간 헤어지지만, 세상이 끝나도 후회 없도록 널 위해 살고 싶다.”라는 구절처럼 살고 싶다.

 

다시 태어나 지금의 남편을 선택할 수만 있다면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아이러니한 사랑을 꿈꾼다.

 

프로필

한국예총 전문위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

강동구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강동구 새마을부녀회장

시집 따뜻한 쉼표 종이 물고기

hsr59@daum.net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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