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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룡의 역사문화이야기(22) ‘아’와 ‘비아’
신채호가 말한 ‘아’와 ‘비아’의 진실
기사입력  2019/04/26 [20:15] 최종편집    김정룡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  김정룡 중국동포타운신문 대표

 

 

독립운동으로 10년 실형 받고 뤼순감옥에서 투옥 중

1924조선상고사총론을 집필후 1926년에 완성

 

▲ 신채호는  국내에서 문필활동으로 항일운동을 하다가 연해주에 가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신채효 한민족의 역사관

 

역사를 보는 사관은 여러 가지가 있다. 맹자나 순자는 평화와 혼란이 반복되는 일치일란(一治一亂)’의 사관을 갖고 있었다.

 

기독교는 묵시론적인 직선사관으로, 즉 마치 미리 여행지를 정해놓고 티켓을 구매하여 예정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듯 발전하는 것이 역사라고 보았던 것이다.

 

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헤겔은 변증법적 사관, 마르크스는 변증법적 유물주의 사관,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의 사관으로 역사를 살폈다.

 

한민족 역사에서 역사를 보는 사관이 세인의 주목을 받을 만한 것은 신채호(申采浩, 18801936)비아의 논리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아()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적으로 전개되고 공간적으로 펼쳐지는 정신적(心的) 활동 상태에 관한 기록이다. 세계사는 세계 인류가 그렇게 되어온 상태에 관한 기록이고, 조선사는 조선 민족이 그렇게 되어온 상태에 관한 기록이다.

 

무엇을 라 하고 무엇을 비아라 하는가? 깊이 파고들 것 없이 쉽게 말하면, 주관적 입장에 선 쪽이 이고 그 이외는 비아.”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총론에 등장한 대목이다.

 

신채호의 비아의 논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가 처한 시대를 살펴야 한다. 신채호는 선비가문에서 태어났고 성균관 박사였다. 그런데 그가 공자가 말한 이립(而立)’의 나이에 한일합방을 맞게 되었다.

 

당시 성균관 출신들은 항일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신채호는 달랐다. 그는 국내에서 문필활동으로 항일운동을 하다가 연해주에 가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신채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독립운동은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 쓰는 것임을 깨닫고 그 동안 작업해 왔던 조선사 연구를 마무리 하여 1924<조선상고사>의 총론을 집필하게 되었고 1926년에 완성한다.

 

당시 신채호는 독립운동으로 10년 실형을 받고 뤼순감옥에서 투옥 중이었다.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는 우리민족의 잊어버렸던 역사, 사대주의 학파와 일제에 의해 왜곡되었던 역사를 바로잡아 를 되찾으려는 몸부림의 산물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의 비아는 분명해진다. 는 조선이고 비아는 일본 제국주의를 지칭한다. 신채호는 속의 비아를 걷어내고, ‘비아속의 와 연대하자고 주장한다.

 

쉬운 말로 하면, 조선의 매국노들은 처단하되, 조선의 독립을 바라는 일본인들과 연대하자는 말이다. 국가적 갈등에 더불어 사회적 갈등이 첨예하게 난립하는 현 상황에서도 신채호의 철학은 갈등의 구조적 인식을 제공한다.

 

그런데 신채호의 비아의 논리를 단순하게 독립운동이란 시대적인 상황에만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즉 신채호의 는 당시 물리적인 일제 치하의 조선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왜 조선이 일제 식민지가 되었는가는 근원적인 이유, 그 이유가 바로 수천 년 조선으로 살아오게 만든 조선인의 얼(영혼)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며 이것을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곧 의 상실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희망이 없다

 

 

3.1운동 100주년이다. 여기저기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기념활동이 있었다. 그 기념활동들마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희망이 없다.’는 신채호의 말씀을 인용하는 것이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여기저기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기념활동이 있었다. 그 기념활동들마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희망이 없다.’는 신채호의 말씀을 인용하는 것이다.

 

신채호의 이 말씀은 확실히 천년만년 남겨질 명언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기념활동들에서 신채호의 이 명언의 참뜻이 무엇이고 진실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인용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인용자들은 예를 들어 외교권을 박탈당한 1905년의 을사늑약(乙巳勒約)’ 1910년 한일합방, 유관순, 김좌진 등의 독립운동가의 사적을 나열하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은 희망이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물론 이 명언에서의 역사는 다양한 해석을 내포하고 있어 물리적인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잘못 인용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라 신채호가 말한 역사란 도대체 무엇인지를 폭넓게 또 그 진실을 알아야 희망이 있는 민족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맥락에서 하는 말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희망이 없다는 말을 거꾸로 하면 역사를 잊지 않는 민족은 희망이 있다이다. ‘역사를 잊지 않아서 희망이 있었다는 대표적인 민족으로서 유태인을 꼽을 수 있다.

 

세인이 다 살다시피 유태인은 2천년 동안 나라가 없었어도 민족이 생존해 있었고 급기야 2처년 후 나라를 되찾았다. 미제국주의와 대영제국의 우산 아래에 나라가 재건되었든 어쨌든 간에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유태인 민족이 생존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유태인을 2천년 동안 하나의 민족으로 생존하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그 힘이 바로 그들의 얼(영혼)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유태인의 얼(영혼)은 그들이 종교이다.

 

그런데 인류역사에서 한 민족이 자신들의 역사이자 종교이고 종교이자 역사인 민족은 유태인밖에 없다. 지금도 지구상에서 20억이 되는 인구가 유태인역사(구약성서)를 공부하고 있다.

 

또 유태인을 유태인답게 만든 것은 그들의 율법이고 율법을 풀어 쓴 탈무드가 그들의 삶의 지침서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유태인의 얼(영혼)이다.

 

유태인은 특수한 민족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고 생존해온 민족은 저마다 자신들의 민족 얼(영혼)을 갖고 있다.

 

신채호의 명언 중의 역사는 물리적으로 나타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민족의 얼(영혼)의 역사이다.

 

신바람과 멋 맛 판

 

신채호의 또 다른 저서인 조선사연구초에서는 민족이 지켜야 할 정신으로 낭가사상(郎歌思想)을 강조하였고, 낭가사상의 가장 대표적 인물로 묘청을 추천해 묘청의 서경천도운동을 조선 역사상 일천년래 제일대사건으로 평가하였다.

 

▲ 신채호의 명언 중의 역사는 물리적으로 나타난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라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민족의 얼(영혼)의 역사이다.   

낭가사상의 정점에는 신라의 화랑문화가 있었다. “화랑정신을 모르고 조선사람을 말한다는 것은 골을 빼고 그 사람의 영혼을 말하는 것처럼 우둔한 짓이다.

 

국풍파 묘청집단이 한문(漢文)에 경도된 숭송파(崇宋派)인 김부식 집단에게 패하면서 화랑정신이 몰락할 위기를 맞았고 조선에 와서 거의 사라지게 되었으나 조선을 가까스로 조선답게 만든 것은 역시 화랑유풍이다.”

 

신채호가 말한 화랑정신과 화랑유풍이란 무엇인가? 화랑문화(제도권 학계에서는 화랑문화를 화랑제도라고 표현하는데 필자는 이 표현을 반대하고 대신 화랑문화라고 고집한다.)는 신라 제24대 진흥왕 때 발기되었다.

 

그 전에도 원화(源花)문화가 있었고 이팔청춘 미모의 여성을 국선(원화)로 모셨다면 진흥왕 때에 이르러 원화가 폐지되고 준수한 외모를 지닌 청춘 남자가 화랑이 되었다.

 

진흥왕이 화랑문화를 발기한 목적은 다음과 같다. 선대왕인 법흥왕이 불교를 국교로 받아들였고 전체 신라가 삽시간에 불교의 천하가 되었다. 하지만 진흥왕은 불교가 나라를 강성하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풍월도로서 나라를 일으킬 것을 호소한다(興邦國須先風月道).

 

불교와 풍월도는 외래종교와 토착종교의 관계이다. 토착종교인 풍월도는 신라인으로 하여금 주체사상과 자신들의 정체성을 갖게 만들었다. 일례로 고구려와 백제는 유교를 유교라 불렀던데 비해, 신라는 유교를 유교라 하지 않고 예의풍교(禮儀風敎)’라고 칭했다.

 

같은 맥락으로 불교가 유입되자 고구려와 백제는 불교라 불렀던데 비해 신라는 불교를 석씨풍교(釋氏風敎)’라 불렀다. 당시 신라인의 눈에는 모든 종교를 풍교로 보았던 것이다.

 

신라 말 최치원은 <난랑비서문>에서 공자를 노사구(魯司寇, 노나라 법무장관)’, 노자를 주주사(周柱史, 주나라 주요 史官)’라고 불렀다. 당나라에서 유학생활을 거친 최치원은 사대주의를 버리고 주체적으로 중국의 성인들을 호칭했다는 증거이리라.

 

최치원은 <난랑비서문>에서 우리나라에 현묘한 도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한다. 풍류의 근원은 선사역사에 상세히 실려 있거니와 우리 풍류에 유불도 삼교의 종지를 다 포섭하고 있으며 이로서 민중을 교화하고 있다( 國有玄妙之道 曰風流 設敎之源 備詳神史 實內包含三敎 接化群生).”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풍류는 풍류도이고 풍류도를 동양의 특유의 음의 체계로 접근하면 풍월도가 된다. 또 주목해야 할 어휘는 선사(仙史)’인데 이것은 우리민족역사를 신선의 역사라고 보았던 것이다.

 

신선의 역사와 신선의 세계는 풍류도에 의해 생겨난 것이고 풍류도의 핵심사상은 신바람이고, 멋이다. 이것은 필자의 억측이 아니라 연세대학교 교수를 지냈던 고 유동식 선생의 <풍류도와 한국인의 종교사상>에서 피력한 주장이다.

 

신바람과 맛은 우리민족만의 고유한 특유의 문화이다. 때문에 중국어나 일본어로 번역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멋과 판이란 낱말도 타민족의 언어로 번역이 되지 않는다. 신바람과 멋 맛 판이야 말로 우리민족의 얼(영혼)이다.

 

필자는 신바람과 멋 맛 판의 문화는 신라 풍류도에서 유래되었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다. 현재에도 우리민족은 일상생활에서 바람이란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 노랫말에도 바람이란 어휘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민족은 우리민족밖에 없다.

 

니가 오는 바람에 판이 깨졌다.’는 인과관계를 말할 때 바람으로 표현하는 민족은 우리민족밖에 없다. 중국인은 남녀불륜을 헌신발을 건드린다(搞破靴).’고 말하는데 비해 우리민족은 바람을 피운다고 표현한다.

 

이런 흐름으로 살펴보면 필자는 우리민족을 바람민족이라고 명명한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풍류도는 우리민족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갖게 만들었으며 우리민족은 풍류도에서 파생된 신바람과 멋 맛 판 문화로 생활을 영위해왔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채호가 말하려는 역사이고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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