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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반세기 전’ 서독으로 파견된 간호사의 '레터 수기’(26)
기사입력  2019/05/04 [22:01] 최종편집    임옥진

지난 세대를 회고해보면, 국민들의 지행합일적 헌신적 조국사랑은 부국강병의 초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만방에 한강의 기적을 알리는 힘찬 고동소리였다. 당시 서독에 간호사로 파견되어 노심초사 가족사랑과 불철주야 조국애를 불사른 레터 수기를 입수하여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면을 생생하게 구성하여 주말 연재한다.(편집자주)

 

 

 

 

제가 가지고 있는 여권이 학생여권이 아니고

취업여권이기에 계속 공부할 수 없는 소식을

 

병원에서 다시 근무 후에 여권이 해결이 되어

학생여권으로 바꿀 수 있으면 다시금 학교에

 

 

사랑하는 부모님께(1976315)

 

늘 안타깝게 소식을 기다리고 궁금해 하실 부모님을 생각하면 한시가 급한데 오랫동안 소식 드리지 못한 것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어서 편지를 써야지 하는 마음 언제나 급하지만 여러 가지 일정에 충실해야 하니 여유를 얻지 못한 채 시간이 휙휙 지나가는군요. 속상합니다.

 

오빠, 올케언니, 영희, 지은아빠, 병환, 옥희, 경선, 큰아버지, 큰어머니, 병진, 경희랑 두루 생각할 때 아! 각각 따로 편지 띄워 저의 마음을 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소원해 봅니다. 모두 주 하나님의 사랑과 보호하심을 입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요.

 

궁금해 하시는 일에 대해 대략 말씀드리자면 지난해 1220일부터 올 120일까지는 방학이어서 한 달 동안 지내고자 베를린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정부 기관으로부터 제가 가지고 있는 여권이 학생여권이 아니고 취업여권이기 때문에 계속 공부할 수 없다는 소식을 전달 받게 되었습니다.

 

▲  지난해 1220일부터 올 120일까지는 방학이어서 한 달 동안 지내고자 베를린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정부 기관으로부터 제가 가지고 있는 여권이 학생여권이 아니고 취업여권이기 때문에 계속 공부할 수 없다는 소식을 전달 받게 되었습니다    

 

정부 당국 의하면 한국에 가서 학생여권을 만들어 오든지 간호사로 다시 일을 하든지 해야 한다더군요. 그 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고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일이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습니다.

 

한국에 가서 여권을 변경해 온다는 것은 당치 않는 일이어서 주위에 사랑하는 분들과 여러 가능성을 모색하다가 우선 병원에서 다시 근무를 시작하고 여권 문제가 해결이 되어 학생여권으로 바꿀 수 있게 되면 다시금 학교에 가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전에는 일하기가 수월했는데 최근 독일의 실업자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이런 복잡한 일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한시적으로 학생여권을 가질 수 있게 허용해 달라는 청원을 국회와 문교부에 제출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 베델기독병원 외과 회복병동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1월 집에 편지 쓸 때쯤, 이미 3개월 전인 9월 말에 사표를 낸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외국인으로서 체류기간 서류관계로 시간적으로 급하게 되어 오늘 내일 사이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런데 독일에도 실직자 문제로 취직하기가 꽤 어렵게 되어 오늘 내일 사이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구하기 쉬운 일은 아닌 상황이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정식 간호사이기 때문에 자리만 있으면 어느 병원에서나 환영합니다.

 

전에 근무하던 대학병원에서 정말 대환영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원무과에서 행정 업무 서류 관계를 다 마치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면 어떻게 해 볼 수 있었겠지만 여권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학교에 가야하므로 오늘 당장 저랑 다른 두 사람 모두를 받아주는 곳으로 결정했습니다.

 

당장 근무를 하고 경찰서에 거주지를 신고해야만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늘 내일로 근무할 수 있기도 쉽지 않은데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어 18일부터 바로 근무하게 되었고 이 일에 하나님께서 함께하여 주셨습니다.

 

12월 하순부터 방학동안 지내려고 온 건데 예기치 않게 저의 진로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되어, 그러니까 다시 학교로 갈 수 있을 것인지 이곳에서 계속 근무를 해야 하는지 몰라서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이런 어려움을 통해 하나님을 더 가까이하게 되고 주님 안에 친구들과의 사랑과 우애도 더욱 돈독함을 느꼈습니다. 사소한 일도 우연이 아니고 하나님의 다스림 가운데 일어나는 일인 줄로 알며 모든 일에 하나님의 선한 뜻과 계획이 숨겨져 있음을 경험합니다.

 

▲ 이런 어려움을 통해 하나님을 더 가까이하게 되고 주님 안에 친구들과의 사랑과 우애도 더욱 돈독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요한나 언니네 집으로 얼마간의 방세를 내면서 네 사람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베를린으로 온 때부터 요한나 언니가 우리 세 사람을 따뜻한 사랑으로 환영해 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주 예수님의 사랑 때문인 거죠.

 

이곳은 근무처로부터 버스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곳입니다. 아침 6시 근무일 때는 4시 좀 지나 일어나야 합니다. 한 겨울이라 매우 추워서 불편하지만 병동은 아주 따뜻합니다.

 

이곳은 방이 다섯, 부엌, 목욕실 및 화장실이 있으며 편리하고 참 좋은 집입니다. 공동생활을 하게 되어서 매우 즐겁고 출근할 때에도 근무 시간이 같을 땐 친구들과 함께 버스로 통근하게 되어 좋습니다. 근무처에서도 매우 대우가 좋고 유능한 간호사라며 믿고 많은 책임을 맡기는군요.

 

우리 집은 음력으로 생일을 지내기에 식구들의 생일이 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일은 독일에 온 이후 양력으로 지내며 늘 좋지만 이번에도 퍽이나 놀라웠습니다. 많은 선물과 꽃다발들, 그리고 너무 많은 칭찬을 받았지만, 도리어 우리를 돕는 여러 독일 분들과 친구들의 사랑을 헤아리고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집을 사셨다지요? 흡족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맘에 덜 드시지만 감사하고 축하할 일입니다.

 

끝으로 아버지 어머니께 드리고 싶은 말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하나님은 사람과 달리 항상 진실하시고 거짓을 모르십니다. 하나님은 항상 옳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에게 그 행한 대로 보응하시되 참고 선을 행하여 영광과 존귀와 썩지 아니함을 구하는 자에게는 영생으로 하시고 오직 당을 지어 진리를 따르지 아니하고 불의를 따르는 자에게는 진노와 분노로 하시리라” (로마서 25-8)고 하십니다.

 

누가 뭐래도 절대자 하나님은 영원히 의로우시니 하나님의 말씀에 우리가 맞추어야 합니다. 스스로 의롭다하면 우리는 하나님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게 됩니다.

 

그럼 다음 서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 베를린에서 딸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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