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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서독은 새로운 세계! ‘어느 간호사의 정착일기’(6)
기사입력  2019/05/27 [00:50] 최종편집    소정현기자

1960년대는 6.25 전쟁의 상흔에 따른 경제발전의 회복의 속도가 매우 더딘 편이었다. 한국의 전반적 경제는 세계 최빈의 농업국으로 가난에 심히 허덕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 대한민국의 끈끈한 가족연대의식, 근면함, 더욱이 우수한 자질 등 경제발전의 잠재력을 이미 잉태하고 있었다.

 

여기에 기폭제가 된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 서독에 파견된 간호사와 광부인력이었다. 때마침 미국의 서유럽 부흥 재건의 마샬플랜이 역동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시점에서 당시 서독의 인력부족에 동방의 나라 한국이 구원투수로 전격 등장한 것이었다.

 

서독은 양질의 우수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충원했으며, 한국은 초라한 농업후진국가에서 일약 근대 산업화를 일군 초석이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독일 라인강의 기적과 한국의 한강의 기적은 동일 연장선상에 있다 할 수 있다.

 

재능이 많고 무척 총명했던 그러나 극한 가난을 떨칠 수 없었던 시골 어린 소녀! 간호사의 신분으로 저 멀리 아득한 서독땅을 밟아 부단한 헌신과 치열한 노력 끝에 당당히 주류사회에 뿌리를 내린 임정희 여사의 애국애족 휴먼 스토리를 인터뷰로 미니 연재한다.

 

임정희 여사는 현재 이전 독일의 수도였던 본에 거주하고 있다. 독자 제현들의 전폭적 관심과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린다.(편집자주)

 

 

▲  임정희 여사는 현재 이전 독일의 수도였던 본에 거주하고 있다  

 

광복절 행사와 송년회는 한인들 으뜸의 연중행사

멀리 흩어져 사는 옛 동료들을 다시 만나는 장소

정착교민 여러단체 만들어 끈끈한 우정과 결속력

 

 

현재 독일의 본을 위시하여 독일 사회에서 뿌리 내리고 있는 교포들의 현황역할위상들을 개괄적으로 예시하여 달라.

 

독일에 살고 있는 교포들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간호사를 중심으로 한 재독한인간호협회, 베를린간호요원회, 한독간호협회, 비스바덴 한인간호사회가 있고, 광부 중심 단체인 재독한인굴뤽아우프가 있습니다.

 

교회 중심으로는 개신교와 가톨릭교회 소속 한인들의 그룹이 있습니다. 본에는 한인장로교회, 순복음교회, 감리교회, 한독교회 등 기독교 교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간호사들이 결혼 적령기에 독일에 왔기에 결혼 상대자로 광부는 간호사를 간호사는 광부인 한국 남자가 아니면 독일인을 결혼 상대자로 택해야 했습니다.

 

파독 간호사와 광부는 대부분 귀국했지만 독일에 남은 재독한인들의 수도 상당합니다. 각 지방, , 도시의 한인회만 해도 40여개가 됩니다.

 

▲ 쾰른여성합창단 정기성탄음악회


합창단만도 우리 무지개앙상블 외에 쾰른여성합창단, 프랑크푸르트한인합창단, 마인츠여성합창단, 뒤셀도르프여성합창단, 베를린여성합창단, 함부르크여성합창단 등 다수가 있습니다.

 

KGN 한독네트워크와 한가람이라는 한인 2세의 단체들도 생겨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향사람끼리 모이는 향우회로 재독한인총연합회, 재독호남향우회, 재독영남향우회, 강원도민회, 충청향우회, 독일 이북5도민중앙위원회, 재독경서인향우회 등이 있습니다.

 

취미 생활을 중심으로 재독대한체육회, 재독한국문인회, 대한민국 재향군인회독일지회, 재독태권도사범협회, 재독대한축구협회, 재독한인골프협회, 재독한인볼링협회, 재독육상협회, 재독배구협회, 재독민속씨름협회, 재독테니스협회 등이 있습니다.

 

재독한인여성회 (KOWIN Germany), 재독장애인협회, 재독해병전우회 등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여러 단체들이 활동하는 것으로 압니다.

 

유학생들이 공부를 마친 후 독일에 정착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많은 음악인들이 독일 오페라에 취직하여 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예컨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부른 소프라노 황수미는 2018년 여름까지 본 극장 소속 솔로리스트이었고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압니다.

 

▲ 광복절행사 때 줄 달리기는 빠지지 않는다. 힘을 재는 놀이로서 이긴 팀이 상을 받는다   


제독 한인들이 주로 만나게 되는 경우는 어느 때인가?

 

광복절 행사와 송년회는 한인들의 가장 중요한 연중 행사입니다. 광복절 행사와 송년회 때는 오랫동안 보지 못한 얼굴들을 만나고 함께 한식을 나누는 즐거운 만남의 광장입니다.

 

8.15 광복절 행사 때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그룹을 지어 차나 버스로 일 년에 한 번씩 카스트로프라욱셀(탄광지역인 한국 사람이 많이 사는 루르 지방)을 향하게 되지요.

 

그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잔치할 수 있는 큰 홀이 있습니다. 그 곳에는 각 주와 도시들이 각각 천막을 치고 불고기, 김치, , , 수박, 참외 인절미, 송편, 시루떡, 막걸리 등을 준비합니다. 함께 가는 재미도 있지만 풍성하게 장이 열리고 평상시에 먹어 보지 못하는 한식을 실컷 먹고 오게 되지요.

 

독일에서 작은 한국을 경험하는 날이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제처 놓고, 예전의 탄광지역인 한국 사람이 많이 사는 루르 지방의 카스트로프라욱셀을 향해 떠나는 것입니다. 점심 후에는 재기차기와 줄 달리기가 시작되고 이긴 팀에게 시상식도 있습니다.

 

오후에는 또한 장을 봅니다. 알타리무우, 배추, 고추, , 참기름,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한국 식료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어느 친구는 무우만 보면 예뻐서 10kg 짜리 한 자루를 사다 놓고 썩히더라도 먹고 싶은 욕심에 갈 때마다 사온다고 합니다.

 

8.15 광복절 행사의 의미 중 하나는 만남에 있다고 봅니다. 멀리 흩어져 사는 옛 동료들을 다시 만나는 만남의 장소지요. 2017년 광복절 행사 때는 1971년에 함께 독일에 도착한 후 약 47년 만에 다시 만나보게 된 동료도 있었답니다.

 

▲ 만남의 장소 신년잔치. 이 자리에서 일 년 동안 보지 못한 이웃과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또한 독일에 도시가 많은 만큼 송년회를 함께 보내는 한인회도 많습니다. 연말이면 주말마다 송년잔치가 있고 송년회 대신 신년잔치를 여는 곳도 있습니다.

 

송년회 때도 오랫동안 못 보던 옛 친구들을 만나보게 되는 즐거움이 있고 한국음식을 실컷 먹어보게 되는 잔치이기도 합니다. 운 좋은 사람은 복권을 사서 고향에 가는 비행기 표를 타는 행운을 잡기도 하는 모임입니다.

 

만남의 장소 신년잔치. 이 자리에서 일 년 동안 보지 못한 이웃과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임정희 여사처럼 귀국하지 않고 독일에 정착한 분들의 휴먼스토리까지 담아 달라

 

외국에서 사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애국자가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애국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먼저, 떠오르는 친구가 안순경입니다.

 

▲ 홍은숙님의 초대로 맛있는 한국음식을 나누는 행복한 우리들: 왼쪽부터 홍은숙, 안순경, 강정희, 임정희, 김숙자, 유현희  


독한협회지부장을 지낸 안순경은 현재 무지개 앙상블의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독한협회지부장직을 지낼 때 대통령상도 수여받은 대단한 애국자이며, 평통자문위원회 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친구가 해낸 일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이 있다면, 자기 집에 우리를 초대하여 한국음식을 제공해 주는 일입니다. 우린 지금도 가끔 김치와 밥을 먹어야 사는데, 이 친구 집에는 김치가 떨어지는 날이 없어요. 언제나 열려있는 마음으로 우리를 환영해 주는 친구 집은 항상 고향과 같고 고향 친정집에 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우린 더욱 안순경을 아끼고 사랑한답니다.

 

▲ 2005년 한국의 해로재독한인합창단이 노래하였고 박영달 선생이 지휘하였다   

다음으로 박영달 선생님을 소개드립니다. 우리와 18년이란 세월을 함께 동고동락을 한 분이 있으니 이분이 무지개 합창단에 이어 무지개앙상블의 지휘자이신 박영달 선생님이십니다.

 

박선생님의 특별한 점은 노래의 목적이 청중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하게 하는 것으로 우리를 그렇게 훈련시키십니다.

 

우리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시키시며 여러 가지 성악 레슨 방법을 동원하여 이루어 내십니다. 2015년부터는 만돌린을 가르치기 시작하셨지요. 그 분은 저에겐 좋은 멘토이시며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우리를 돕고 계십니다. 이에 저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세 번째로 강정희박사를 소개드립니다. 무지개앙상블에서 활동하시는 강정희박사는 간호조무사로 독일에 와서 의학을 공부하고 이후 박사학위까지 받으셨고 마취과 의사로 활동하신 대단한 분이십니다.

 

그 어려웠던 시절에 맏딸로서 번 돈을 집에 보내서 아래 형제들을 도와 진학시키고 가정경제를 많이 도운 자랑스러운 분입니다. 이젠 퇴직하시고 침으로 통증환자들을 돌보십니다.

 

▲ 무지개앙상블에서 활동하시는 강정희박사는 간호조무사로 독일에 와서 의학을 공부하고 이후 박사학위까지 받으셨고 마취과 의사로 활동하신 대단한 분이십니다    


 

비록 한국을 떠난 지 오래이지만 유대감들이 상당한 것 같다.

 

행복은 항상 가까이에 존재하며 결코 멀리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있고 두발로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의 조건임을 경험합니다. 건강하면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집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삶의 여유가 있고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또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 흔들의자에 앉아 쉬면서 행복해 하는 무지개님들. 홍은숙, 임정희, 신영주, 유현희


만돌린을 치러 나갈 때 남편들이 반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선물인가 생각합니다. 월요일마다 만나 함께 노래하고 저녁을 나누고 2차에 가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마칩니다.

 

또 함께 만돌린을 배우고 연습하는 즐거움은 나이가 든 우리에게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늙을 시간이 없어요. 우리가 배움을 마치는 순간 늙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날마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식구들과 친구들, 지인들에게 감사하면서 삽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전해주고 그들을 진정 사랑합니다. 고마워하고 또 고마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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