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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더 흘러…곧 문득 잊어버리고”
(POET VIEW) 林 森 - 세월 문득
기사입력  2019/06/12 [00:42] 최종편집    림삼 / 시인

 

 

 

  

 

 

 

 

세월 문득

 

 

 

 

 

▲  pixbay.com   







 林  森

 

 

마치 세월이

시치미 뚝 떼는 듯 한

아른거리는 잔영 속

환희같은 은빛들 부시고,

 

생각 다가와

가슴 한 귀퉁이 허물어내는 이건

어쩔 수 없으니

 

물결에 모래성 귀퉁이 스르르 무너져내려

다잡은 마음구석도

통제 빠져나가

스르르 무너지겠지만

 

견딜 수 없어,

 

이대로는 견딜 수 없어서

머리 비비겠지만

 

세월 더 흘러

앙가슴 두드리고

상흔 지워지지 않아도

 

곧 문득- 잊어버리고,

다시 문득 문득 생각나고

 

그러다가 차츰 잊게 되리라

 

그리고 어느날인가는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불쑥

자맥질하듯 섧이

떠오르기도 하겠지만

 

이제사

아주 못잊을 이유도 없으리라

문득

 

세월 뒤돌아보다 보면

 

 

詩作 note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다. 이렇게 세월은 흐르는 거다. 세월이 흐르다보면 그 어떤 생생하던 현실의 것들도 다 과거의 기억 속으로 녹아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거다. 제아무리 드높아 기세등등하던 풍파도,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안겨주었던 아픔들도, 순서대로 슬며시, 그렇게 차츰차츰 잊혀져가는 거다. 그게 삶이다. 그런 게 삶의 진리다. 그래서 우리는 산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거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슬픔과 고통을 모조리 끌어안고 하나도 잊혀지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거라면, 아마도 우린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진즉에 미쳐버렸을 거다. 애저녁에 삶은 거덜났을 거다,

 

적당하게 잊어버리면서, 대충 지워가면서, 그럭저럭 살다보면 웃을 날도, 행복해할 날도 더러는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이따금씩 주어지는 기쁨과 보람의 맛에 우리가 살아간다. 아주 잊어버리지는 말고 간직하고 있다면, 언젠가는 끄집어내어 슬그머니 지을 수 있는 미소가 우리 속내에 은근히 감추어져 있기에 우리는 그걸 언젠가는 드러내리라는 기다림으로, 소망으로 오늘을 살아낸다. 필경 내일은 우리에게도 그 기회라는 놈이, 성공이라는 놈이 찾아줄 것이라는 바램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지난한 고난들을 너끈히 이겨내고 있다.

 

참으로 서글프지만 대단한 인내심과 저력을 갖고 있는 우리는 그래서 위대하다. 비록 지금 우리에게 허락된 여유가, 넉넉함이, 화평이 보잘 것 없을지라도, 창대한 최후의 결과는 우리에게 승리라고 하는, 성공이라고 하는 영원한 행복을 예비하면서 찬란하게 내일을 열어줄 것이니, 어찌 이 시점에서 망연자실 주저앉아 있을 수가 있을 손? 아서라! 지금 철푸덕 넘어져 한량없이 게길 요량이라면, 그냥 접시 물에 코 박고 스스로 삶의 이름 전부를 포기하시라.

 

아니라면, 그렇게 속절없이 끝내고 싶지 않다면, 왜 지금 당신은 한숨을 쉬고만 있는가? 어째서 힘을 내지 않고 눈물만 짓고 있는가? 아까운 이 시간에, 당신이 주저하고 있는 이 순간에 다른 사람들은 이미 저만큼 앞서서 내닫고 있는데, 당신이 결정 짓지 못하고 망설이는 틈에 벌써 많은 기회들이 다른 사람들의 품으로 스며들어가버리고 말았거늘, 힘을 내자. 기운을 끌어올리자. 그리고 앞을 향해 나아가자. 내일을, 꿈을, 당신의 미래를 당신의 힘으로 스스로 개척하리라는 확신과 각오로 오늘부터 정복하자.

 

이거 어쩌다보니 필자 스스로 흥분이 되어 시작노트가 좀 지나쳤다. 대책 없이 너무 나간 것 같다. 무슨 계몽운동가의 웅변도 아니고, 노동자를 선동하는 문건도 아니면서, 어쩌면 다분히 고의적인 의도가 숨어있는 듯 하다. 계면쩍은 미소 한 번 짓고 다시 정신 가다듬어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회귀한다. 정신없이 살다 돌아보니 세월 문득, 필자를 망각의 강으로 밀어놓고 딴청을 피우고 섰다. 실인즉 그게 약이 올라 세월 향해 종주먹 들이대며 몽니 부리느라고, 예컨대 동에도 서에도 닿지 않는 필자의 하소연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셈이려니 하자.

 

삶에 대한 가치관이 우뚝 서 있어도 때로는 흔들릴 때가 있다. 가슴에 품어온, 이루고 싶은 소망들을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으로 하루를 살다가도 때로는 모든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완벽을 추구하며 세심하게 살피는 나날 중에도 때로는 건성으로 지나치고 싶을 때가 있다. 정직함과 곧고 바름을 강조 하면서도 때로는 양심에 걸리는 행동을 할 때가 있다.

 

포근한 햇살이 곳곳에 퍼져있는 어느 날에도 마음에서는 심한 빗줄기가 내릴 때가 있다. 따스한 사람들 틈에서 호흡하고 있는 순간에도 문득, 심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있다. 행복만이 가득할 것 같은 특별한 날에도 홀로 지내며 소리 없이 울고 싶은 날이 있다. 재미난 영화를 보며 소리 내어 웃다가도 웃음 끝에 스며드는 허탈감에 우울해 질 때가 있다. 자아 도취에 빠진 스스로의 만족감 중에도 자신의 부족함이 한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할 일이 쌓여 있는 날에도 머리로만 생각할 뿐 가만히 보고만 있을 때가 있다. 내일의 할 일은 잊어버리고 오늘만 보며 술에 취한 흔들리는 세상을 보고픈 날이 있다. 늘 한결 같기를 바라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변화에 혼란스러운 때가 있다. 그렇게 세월 문득, 우리에게 전혀 낯설은 심상과 여건을 시시때때로 주어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 모습만 보인다고 하여 그것만을 보고 판단하지 말자. 흔들린다고 하여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자.

 

사람의 마음이 늘 고요하다면 그 모습 뒤에는 분명 숨겨져 있는, 보이지 않는 거짓이 있을 것이다. 가끔은 흔들려보기도 하며, 때로는 모든 것들을 놓아보기도 하자. 그러한 과정 뒤에 오는 소중한 깨달음이 있다. 그것은 다시 희망을 품은 시간들이다. 다시 시작하는 시간들 안에는 새로운 비상이 있다. 흔들림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한 모습이다. 적당한 소리를 내며 살아야 사람다운 사람이 아닐까? 세월에 시달리며 아파할 줄 알아야 사람스러운 사람이 아닐까?

 

상투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한 번 더 관심을 기울여보자. ‘J. 왓슨이라는 사람은 오랫동안 기러기를 관찰한 연구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교훈을 이끌어냈다. 첫째, 기러기는 날개를 퍼득거릴 때, 뒤따라오는 기러기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V자 모양의 대열을 형성하여 날 때, 전체 무리는 혼자 날아갈 때보다 비행할 수있는 거리가 71%나 늘어난다.

 

둘째, 기러기는 대열에서 뒤처질 때마다 혼자 나는 것에 싫증과 반발을 느낀 나머지 곧 앞선 새의 활력을 이용하려고 재빨리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셋째, 앞선 기러기가 지치게 되면 그 기러기는 대열의 뒤로 빠지고 대신 다른 기러기가 앞으로 나가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된다. 넷째, 대열의 뒤를 따르는 기러기들은 선두가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기 위해 울음소리를 낸다.

 

다섯째, 기러기 한 마리가 아프거나, 부상을 당하거나, 총에 맞아 떨어지면 다른 기러기들이 대열을 떠나 그 기러기를 보호하거나 호위한다. 기러기들은 부상당한 기러기가 다시 날 수 있거나, 혹은 죽을 때까지 그 곁을 떠나지 않는다. 그런 후에야 기러기들은 또 다른 대열을 형성하거나 원래 무리를 쫓아 계속 이동한다. 언제 들어도 그저 식상하다고 간주하기에는, 기러기가 보여주는 이러한 다섯 가지 교훈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뜻이 같고 더불어 함께한다는 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더욱 빠르고 더욱 쉽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왜냐하면 함께하는 사람들은 서로 의지가 되고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기러기의 첫번째 교훈이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소중하다. 그 경우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뒤처지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홀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는 기러기의 두번째 교훈이다.

 

지극히 평범한 사실이지만, 책임을 맡은 사람은 물론 누구나 지칠 수 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다른 누군가가 대신할 수 있으며, 지친 사람은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다. 바로 기러기의 세번째 교훈이다. 앞선 사람이라고 혼자 무거운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뒤를 따르는 사람 또한 무의미한 존재가 아니다. 서로가 힘을 북돋워주면서 더불어 함께 갈 수 있다. 기러기의 네번째 교훈이다.

 

고난과 시련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기러기 정도의 분별만 있어도 세상은 참으로 따뜻하고 살 만할 거다.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다른 사람이 고난을 이길 수 있도록 자신의 어깨를 내어줄 수 있어야 한다. 죽을 때까지 그 곁을 떠나지 않는 기러기의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늘 기억하고 있어야 할 기러기의 다섯번째 교훈인 것이다. 세상의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는 진리를 가슴에 품고 사는 우리는 그래서 언제나 꿈을 지향할 자격이 있음이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세월을 소진하다보니 문득 깨닫는 바가 있다. 내가 지겹다고 여기던 내 삶의 가난은 나를 새롭게 만들어 주었다. 배고픔은 살아야 할 이유를 알게 해주었고, 나를 산산조각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았던 절망들은 도리어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 때문에 떨어지는 굵은 눈물방울을 주먹으로 닦으며 내일을 향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을 때, 용기가 가슴 속에서 솟아났다.

 

내 삶 속에서 사랑은 기쁨을 만들어 주었고, 내일을 향해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사람을 만나는 행복과, 사람을 믿을 수 있고, 기댈 수 있고, 약속할 수 있고,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었다. 내 삶을 바라보며 환호하고 기뻐할 수 있는 순간들은 고난을 이겨냈을 때 만들어졌다. 그렇게 삶의 진정한 기쁨을 알게 되었다. 처음 모태로부터 분리되었을 때 우리들의 모양새는 모두 같았다. 눈뜨기 전 울음을 터뜨리고, 눈을 뜨고, 젖을 물고, 목을 가누고, 허리를 세우고, 옹알이를 하고, 눈 맞추고, 웃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모양새는 달라진다. 내 울타리의 환경과 삶의 질곡으로 인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모되는 거다. 누구라고 일생이 일관된 편안함뿐이겠는가? 사람의 삶이란 것은 어쩌면 질곡을 운명처럼 타고 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 삶의 주인으로서 어둡고 깊은 터널, 가파른 낭떠러지, 풍랑이 심한 바다조차 내 것이라 감당하고 극복한 후에 얻어지는 자기애(自己愛)’야 말로 나를 세상에서 하나뿐인, 고귀한 인격체로 만들어 주는 커다란 동기가 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세월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조건이다. 그것이 때에 따라서는 행복의 산물이 될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영광의 선물이 될 수도 있지만, 또 한 편에서는 그 세월의 횡포에 시달리며 고통과 비참한 현실에 울어야 하는 오욕이 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세월은 천만 개의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도깨비인 셈이다. 틀림없이 세월의 주인공은 나 자신인데, 세월의 힘에 떠밀려 피상적으로 행동을 저지르며, 주체성을 잃어버리고 흔들리며 살아야 하는 게, 사람이기에 짊어져야 할 멍에이며 굴레다.

 

소설가 김형경이 쓴 세월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이 있다. 2005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전3권으로 초판이 나왔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작가 김형경의 자전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하는 일종의 성장소설에 해당한다. 소설 속의 여주인공이 열 두 살의 나이부터 겪는 삶의 질곡이 너무나도 험난하지만, 청소년기를 지나 성년의 나이에 이르고, 한 사람의 여성으로 장성하게 될 때까지 그 고통은 계속된다. 하지만 여주인공은 문학이라는 꿈의 세계를 만남으로써 스스로를 그 질곡으로부터 건져낸다.

 

많은 시련과 상처들을 세월이라는 매개체에 은닉하여 독자들에게 심도 있게 전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이 소설이 그려내는 첫 번째의 시련은 가족의 해체이다. 여주인공은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가정이 파탄에 이르자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홀로 떠돌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이 여주인공의 시련은 바로 여기서 다시 시작된다. 여주인공은 폭력에 의해 몸을 짓밟히지만, 그것을 첫사랑으로 여기며 첫 번째의 남성에게 길들여진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자신만의 아픔을 견디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개인의 상처가 사회적인 모욕이 되어버리던 시점까지 그 모두가 너무도 담담하게 그려진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성의 인식과 사랑의 발견, 폭력을 감당하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치욕과 수치심 등이 서로 뒤섞이는 가운데에서도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해가는 가녀린 한 여성의 슬픈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소설가 김형경을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베스트셀러인 이 소설이 20여 년 만에 사람풍경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출간됐다. 사실은, 출간 당시 실화와 문학의 경계에 대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무엇보다 여성작가가 쓴 성장소설이라는 점, 하나의 물방울이 상류에서 하류로 나아가 마침내 드넓은 바다와 만나는 상황 사이에 한 인간의 꿈을 향한 여정을 밀도 있게 배치시킨 보기 드문 자전소설이라는 데 그 의미가 크다.

 

다시 말하자면, 열두 살부터 서른셋까지 한 여성이 한 인간으로 온전히 거듭나기까지 성장을 응시하는 뜨거운 고백이다. 배경은 크게 3부로 나눌 수 있는데, 무엇보다 김형경 작가가 글 속에서 그 아이’, ‘그 여학생’, ‘그 여자라고 칭하며, 그 시절들을 고스란히 복원해 자신의 키운 십 할의 세월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탐정을 꿈꾸지만 부모에게서 떨어져 민달팽이처럼 하숙집을 전전하는 그 아이, 고향인 강릉 바다를 보며 바다가 되리라 책갈피처럼 펼쳐진 바닷가를 서성이는 그 여학생, 잿빛 바다와 전쟁 같은 양극의 사랑에 가로막힌 스무 살의 그 여자, 기억에 반짝이는 꿈의 비늘을 길어 올리기 위해 우물보다 깊은 마음 속에 웅크린 서른까지, 작가가 30여 년 동안 안으로만 삭이고 있던 봉인된 시간의 안 쪽을 송두리 째 뒤집어 보이는 것이다. 모처럼 대면하게 된 걸작에 가슴 설레며, 밤 지새며 단숨에 끝까지 내달린 가슴 떨림이 지금도 파장을 이어가는 중이다.

 

세월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사는 게 너무 버거워, 지금 힘이 드는가? 그렇다면 바로 지금이 보석을 연마하기 위해 그라인더로 갈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을 견디고 나면 매끄럽게 빛이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보석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 힘을 내지 않을 수 있을까? 행복의 항아리는 뚜껑이 없다. 울타리도 없으며 주인도 없다. 부족한 사람은 가지고 가고, 넉넉한 사람은 채워주기에, 한 번도 비워지는 경우는 없다. 만일 당신이 지금 행복이 넘친다면 살짜기 채워주고 가면 좋겠다. 필경 당신의 배려에 희망을 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당신의 행복이 부족하다면 빈 가슴을 담아 가자. 당신의 웃음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오늘 나에게 조금 남는 것은 삶과 사랑의 희망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조금만 채워주고 가련다. 오늘 삶과 사랑에 힘겨웠던 것은, 누군가 내일 아니면 그 훗날에 다시 행복의 항아리를 채워줄 것이다. 돌고 도는 우리네 삶 속에서 행복과 불행이 교차되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밀고 끌며, 어차피 가야 하는 세월의 여정, 그 속에서 너와 나, 우리의 만남이 생겨나고,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지며, 영원한 인연으로 이어져가는 것이다.

 

물론 언제나 밝고 좋은 인연만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때로는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도 하고, 원치 않았던 이별이나 아픔으로 힘들어할 지도 모른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양보와 용서라는 덕목이다. 용서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랑은 용서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를 해롭게 하는 사람을 용서하는 것만큼 참된 사랑은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용서는 사랑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상대방으로부터 상처를 받았을 때 어떻게 보복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는 법이다. 확실하게 상대방을 보복하는 방법은 바로 그를 용서하는 것이다. 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처지가 되어 살아보아야 하고, 그 사람의 마음 속, 아니 꿈 속에까지 들어가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설령 상처를 받았다 할지라도 상대방의 실수를 용서해주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 자신도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때때로 그렇듯, 일이 잘못될 때, 앞에 언덕길만 계속되는 것 같을 때, 주머니 사정이 나쁘고 빚이 불어날 때, 웃고 싶지만 한숨만 나올 때, 근심이 마음을 짓누를 때,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쉬도록 하자.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는 말자.

 

때때로 그렇듯, 인생이 풍파로 얼룩질 때, 실패에 실패만 이어질 때, 잘 하면 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했을 때, 걸음을 늦추더라도 포기하지는 말자. 한 번만 더 해보면 성공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힘들어 머뭇거려진다면 기억하자. 목표가 거기보다 가까이 있는 때도 많다는 것을. 승자가 될 수 있었는데, 조금 노력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금관이 바로 저기 있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던 거다. 야속하게도, 안타깝게도, 이미 슬그머니 밤이 온 후에야 어둠을 눈치 챈 것이다.

 

그러니 항상 준비하고, 언제나 예비하자. 늘 깨어 마음을 다스리자.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세월의 흐름에 따르자. 성공은 실패를 뒤집어 놓은 것. 바야흐로 당신은 성공에 가까이 다가왔다. 멀리 있는 듯 보이지만, 성공은 뜻밖에도 아주 가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너무 힘들다는 마음이 들더라도 끈질기게 싸워보자. 최악으로 보이는 상황이야말로 포기하면 안 되는 바로 그 때이니까 말이다. 세월이 문득 우리에게 건네주는 삶의 진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자. 그리고 크게 숨 한 번 쉬어보자. 하늘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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