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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 급여화’ 국민의 복리후생편에 서야
기사입력  2019/07/02 [23:19] 최종편집    정상연 한의사

 

추나 보험편입 결국엔 첩약급여화 우려로 번져

양방과 동등한 가격경쟁 위해 첩약급여화 필수

 

 

 


 

 

▲  정상연 한의사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금전적으로 가장 부담되는 것이 바로 첩약(약재를 직접 달여서 만든 약)이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84.7%가 한의원 첩약에 대한 비용부담으로 사용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고 응답했다.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기조에 따라 정부는 2019년 들어 첩약에 국민건강보험을 적용해주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한의사회, 한약사회, 약사회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첩약 급여화에 대한 기본 뼈대를 만들어 나갔다.

 

1차적인 목표는 2019년 하반기에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것이고, 최종적으로 2020년 말에 첩약 급여화를 완성하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현재 한의계 내부에서는 첩약 급여화에 대한 찬성측과 반대측의 의견이 분분하다. 반대측에서는 보장성 확대와 관련한 그 어떠한 협의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쩌다가 국가의 의료비 지원을 마다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일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의계는 첩약의 보험진입에 대체로 우호적인 입장이었다. 첩약 급여화에 관한 논의가 한창 수면 위로 떠오르던 201711월에 한의사 전회원(2.04만 명)을 대상으로 한 정책투표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당시 ‘65세 이상의 노인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첩약 급여화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 전회원의 78.23%가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이듬해 첩약 급여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새로운 한의사협회장이 당선되면서, 첩약의 건강보험 진입에 관한 한의사들의 열망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194월 추나(推拏, 한의사가 직접 근육과 뼈를 교정해주는 수기요법) 급여화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고서부터 상당수의 한의사들이 첩약 급여화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추나 행위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관섭과 기대에 못 미치는 수가 책정 때문이었다. 여기서 비롯된 실망감이 추나 급여화에 관한 우려로 이어진 것이다.

 

추나의 보험제도 진입에서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치료의 횟수를 제한한 것인데, 이는 보건의료기본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의료행위에 대한 의료인의 판단과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추나 행위를 하기 위한 한의사의 전문지식, 시설구비, 노동 강도 등을 고려하지 않은 낮은 수가도 많은 한의사들의 원성을 불러일으켰다. 마사지업소보다 낮은 가격에 측정된 의료행위를 하는 것에 마냥 미소 지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추나 급여화가 국민과 한의계에 전반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직 급여화가 시행이 된 지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확실히 추나 치료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환자에게 양질의 치료를 부담 없이 권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어 국민건강권이 강화되고, 한의학 치료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다. 또 가파른 물가상승과 인건비상승으로 존폐의 위기에 허덕이던 한의원의 경영사정이 나아졌다는 것도 많은 원장님들의 의견이다.

 

한의사를 위한 나라는 없다. 따라서 모든 정책이 100퍼센트 한의사들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정책기조와 앞으로도 저성장이 이어질 한국의 경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은 국가의 의료 정책흐름에 한의계도 편승해야 하는 시기이다.

 

 

첩약 급여화도 마찬가지이다. 예전 가계에 돈이 넘쳐나던 시절에는 제돈 주고 한약을 사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히려 더 귀하고 비싼 한약을 찾으러 다니던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병원에 큰 돈을 쓰는 세상이 아니다. 건강보험이나 사보험을 통해 의료비를 보장 받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렸다.

 

예를 들어 C형 간염에 걸린 환자의 경우 과거에는 완치까지 약값만 1억에 달하는 치료비를 직접 부담했다면, 2017년부터는 건강보험의 혜택으로 더 이상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올해부터는 두경부 MRI가 건강보험에 편입되는 등 의료행위 전반에 대한 보장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그에 반해 한방의료의 보장성은 어떠한가? 최근 수십년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정식으로 보험에 편입된 항목은 추나 단 한가지에 불과하다. 정부의 의료정책에서 오랜 기간 소외받는 동안 양의계와의 보장성 격차는 크게 벌어졌고, 이제는 양방과 더 이상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게 되었다.

 

양방과의 불공정 경쟁을 바로 잡아주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첩약 급여화이다. 몇 십년만에 정부에서 한의계에 손을 내밀어준 것이다. 무엇 때문에 매몰차게 정부의 지원을 거절하겠다는 것인가?

 

정부의 궁극적 목표가 첩약 시장의 고사(枯死)’이기 때문에 눈앞의 사탕발림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첩약 급여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향후 건강보험 정책을 첩약의 처방률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첩약 시장은 이미 고사된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한의원에서 비싼 돈을 주고 첩약을 처방받으려는 사람은 가뭄에 콩 나듯 존재한다. 필자가 최근 3년간 진료를 하면서 첩약처방을 요구했던 환자는 기억에조차 남아있지 않다.

 

정부가 첩약을 의료시장에서 확실히 제거하고 싶다면 무엇 때문에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첩약을 보험의 영역으로 넣어주겠는가? 첩약은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가만히 두어도 첩약 처방률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명확하다.

 

첩약 급여화는 첩약을 살려 한의계를 부흥시키고 결국엔 국민을 살리려는 정책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대보다 낮은 수가 책정과 같이 아쉬운 부분도 뒤따를 수 있다. 정부도 눈치가 있어 대놓고 한의사 편만 들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또 각자 주어진 상황도 다양하다. 그래서 서로 다른 주장들이 나오는 것은 나쁜 것만이 아니다. 이를 통해 편협한 정책추진을 비판할 수 있고 부작용을 예측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첩약의 급여화를 반대하는 분들을 무조건 탓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 또한 한의학을 사랑하고 환자를 가여워하는 한의사이다. 다만 억측으로 인해 앞으로 닥칠 변화를 두려워할 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가 무서운 속도로 계곡 밑으로 굴러갈 때 무섭다고 안전벨트만 매고서 눈 감고 있을 것인가? 자동차 핸들을 돌려보든 엔진 브레이크를 걸어보든 반드시 무엇인가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첩약 급여화도 마찬가지이다. 구식의 방식으로 첩약을 내 손에만 쥐고 있으면 스스로 첩약을 사장(死藏)시키는 꼴과 다름없다. 나라에서 기회를 주었을 때 이를 적극 활용할 혜안을 길러야 한다. 첩약의 보험화를 통해 한의계를 다시 살려내야 비로소 국민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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