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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노력의 열정…풍성한 결실을 맺고
<주부칼럼> 한상림 ‘삶의 절정은 지금이다’
기사입력  2019/07/26 [12:15] 최종편집    한상림 칼럼니스트

 

▲ 시인 한상림

 

세 가지 소중한 을 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황금, 소금, 지금이다. ‘지금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면서도 값진 삶의 절정이며 살아있는 현재 가장 젊은 날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산다.

 

지금이야말로 흘러가는 시간이고, 황금이나 소금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서인지 대부분 사람들은 황금과 소금을 지금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2019년도 황금돼지해를 맞이한 지가 엊그제인데 올해도 후반기를 넘어섰고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 내가 살아있는 지금이야말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화살과 같은 순간들이다.

 

일정표 안에 담긴 메모를 따라서 움직이다 보면 휴대폰의 고삐에 끌려 다니는 한 마리의 소를 연상하게 된다. 거의 십여 년 내내 하루에도 몇 가지 일정들을 소화해야 하는 봉사단체에서 단체장을 맡고 보니 직장인 못지않게 늘 바쁘게 쫓기면서 살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네 개의 위를 가진 소처럼 늘 반복하여 되새김질을 하면서 주인의 채찍질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소의 모습이 연상된다. 그렇다면 소의 고삐를 쥔 주인은 누구이고 어떤 이유로 돈벌이도 안 되는 일에 육체적인 고달픔과 정신적인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끌려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삐에 의해 끌려 다니는 한 마리의 소를 생각해 보자. 어린 송아지가 어미 소의 젖을 먹고 자라면서 코뼈가 조금씩 여물어 갈 즈음 콧속 무른 뼈에 고뚜레가 뚫리고, 주인이 고삐를 거는 순간 그때부터 소는 주인의 채찍에 따라 움직이고 주인의 손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짐승으로 살아간다.

 

또한 죽을 때가 되면 가죽과 살과 뼈와 꼬리와 내장까지 거의 모든 것을 다 사람에게 내주고도 무명으로 이승을 떠날 수밖에 없다.

 

또한 소는 자기 육신의 껍데기인 가죽까지 사람들의 옷과 가방과 구두로 내어주고 나서야 사람에 이끌려 어디로든 다닐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유로운 것만은 아니지만 죽어서야 비로소 고삐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이승의 고삐저승의 자유중에서 어떤 게 더 좋으냐고 소에게 물어보면 그래도 이승의 고삐에 묶여 살던 시절이 더 좋다고 분명히 말하게 될 것이다.

 

그렇듯이 우리 인간들도 마찬가지로 현재 빡빡한 일정에 끌려 여기저기 다니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나, 한가로이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나, 혹은 병상에 누워서 살고자 하는 희망을 가진 사람이나, 죽음을 직면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사람 모두 살아있는 현재, 즉 지금이 가장 처절한 생의 절정(絶頂)인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삶은 비록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하루하루가 새롭고 신비스러울 만큼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면 그보다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물론 사람 숲에서 살다보면 신경 쓸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되지만 비교적 역동성으로 어딘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정해진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면 아플 겨를도 없이 지내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대부분 늙어가면서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보니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의 종류와 수도 늘어간다. 나이 듦으로서 겪게 되는 질병에 대한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야 말로 피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렇다고 당장 눈에 보이게 아파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건강에 자신이 있어서 걱정 않고 움직일 정도가 아닌데도 매일 빡빡한 일정표 속 대부분을 봉사활동을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는 일반인들은 선뜻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봉사자들 대부분 현재 하고 있는 봉사생활에서 선뜻 손을 떼지 못하고 몇 십 년 동안 꾸준히 지역사회에서 헌신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나름대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자원봉사란 그야말로 자율적이면서 무보수로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머나먼 여정(旅程)과 같은 것이다. 필자는 마흔 살 초반에 시작한 새마을부녀회원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던 열정 탓으로 지금에 와서는 꽃을 피워 결실을 맺고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때문에 민()과 관()의 중간 입장에서 가교자의 역할을 매끄럽게 만드는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이십 여 년 동안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그들을 통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세상사의 이치도 깨달을 수 있어서 글을 쓰는데 많은 소재를 얻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매일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소재도 얻게 되고 현실에 대하여 직시할 수 있는 눈을 뜨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쓸 수 있어 일거양득이니 그다지 손해가 되는 봉사가 아닌 셈이다.

 

우리는 지금’, 무슨 생각으로, 무엇을 위해, 무엇에 이끌려. 어디로 가고 있을까? ‘인생(人生)’이라는 돛을 매달고 혼자서 망망대해를 항해 해야만 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항해를 하다가 잔잔한 파도를 타고 가다보면 지루하기도 하고 심심할 땐 다른 배를 기웃거리면서 말도 걸어보면서 손도 잡아 보고, 먹을 것도 나눠 먹고, 노래도 함께 부르게 될 것이다.

 

또한 지루하다 싶다가도 예고 없이 비바람과 풍랑도 만나게 되어 혹시 배가 뒤집혀질까봐 하늘을 바라보며 제발 살려달라고 기도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수시로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도 뻗게 될 것이다.

 

시몬느 보봐르는 모든 사람은 혼자다.”라고 하였다. 결국은 혼자 태어나서 혼자 가야 하는 길이 인생인 것이다. 가는 동안 외롭고 힘들고 어려울 때 우리는 손을 내밀어 누군가의 도움을 청하게 된다. 그때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봉사자(奉仕者)들이다.

 

결코 혼자이면서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 그 인생길에서 나약하고 아프고 힘든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 결국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이라는 곳으로 떠나게 되지만 그 길에서 힘이 되어 준다면 그보다 더 값진 시간은 없을 것이다.

 

즉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이 아닐까? 가끔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자책을 할 때도 있었지만, 결코 한 번도 후회해 본 없이 아주 당당하게 앞만 보며 달려갈 수 있는 길이 바로 봉사의 길이었다.

 

올 하반기의 시간들은 더욱더 바빠질 것이고, 이미 몇 해 전부터 반복해 온 여러 가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언가, 어디선가, 누군가가 그렇게 나를,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그것은 지금여기에 내가, 우리가 함께 있기 때문이다. 혼자이면서도 결코 혼자일 수 없는 시간, 그것이 바로 지금이다.

 

프로필

한국예총 전문위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

강동구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강동구 새마을부녀회장

시집 따뜻한 쉼표 종이 물고기

hsr59@daum.net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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