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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최이락 ‘조선후기의 천주교 전래 배경’
기사입력  2019/08/27 [20:40] 최종편집    문화평론가 최이락 교수
▲ 정치적, 사회적 변화 외에도 밖으로는 무력을 앞세워 통상을 요구하는 구미 자본주의 열강의 침략 위협이 고조되었다.  


 

국내외 사회적 정치적모순과 갈등

 

조선 후기 이래로 조선시대의 사회는 청나라를 통해 서구 문물이 유입되었고, 일부 중인층 지식인과 서자들은 자신들에게도 권리를 요구하는 등 안으로는 봉건체제의 낡은 틀을 깨뜨리고 근대사회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하층민들 역시 자신들도 인간임을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정치적, 사회적 변화 외에도 밖으로는 무력을 앞세워 통상을 요구하는 구미 자본주의 열강의 침략 위협이 고조되었다. 이런 가운데 단순히 문을 걸어 잠그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각지에서 터져 나왔고 사대부와 지식인층은 조선정부에 대안을 요구하였다.

 

노론 내 비주류인 북학파와 소론 양명학파 외에도 일부 관료와 중인 출신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조선사회의 사회경제적 모순과 신분제도의 비합리성을 인식하고 외국 문물의 개방을 통해 사회 변화를 이끌려는 개화사상이 형성되었다.

 

개화파의 일부 구성원들은 북학파의 학통을 계승한 후신이기도 했지만, 개화사상에 따라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내외정치의 개혁을 주장하며 결집, 형성된 정치 세력이기도 했다.

 

▲ 세상의 모든 종교가 다른 문화권에 전파될 때 피로 씨앗을 뿌렸다. 천주교가 이 땅에 들어올 때 기존의 전통을 무시하고 포용 순화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박해와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피로 물든 가톨릭 탄압사

 

종교의 성지를 순례하는 것은 수행이다.세상의 모든 종교가 다른 문화권에 전파될 때 피로 씨앗을 뿌렸다. 천주교가 이 땅에 들어올 때 기존의 전통을 무시하고 포용 순화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박해와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반면에 개신교는 무임승차하듯 이 땅에 들어왔다. 선교전략이 교육과 의료를 통한 신문물 전파였기 때문이다. 천주교는 이것을 등한히 하고 제사를 못 지내게 하고 기존 질서를 부정하니 어려움이 많았다.

 

▲  김대건 신부는 선교를 펼치다가, 비밀 항로를 그린 지도를 중국으로 가는 중국 어선에 넘겨주려다가 연평도 부근에서 순찰하던 관헌들에게 체포되어 새남터에서 처형되었다    


김대건 신부는 선교를 펼치다가, 비밀 항로를 그린 지도를 중국으로 가는 중국 어선에 넘겨주려다가 연평도 부근에서 순찰하던 관헌들에게 체포되어 새남터에서 처형되었다

 

이재수의 난 또는 신축민란(辛丑民亂)이라고 부르는 난은 구한말 제주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봉세관(捧稅官)의 조세 수탈과 프랑스 선교사를 앞세운 천주교회의 폐단에 맞선 민중 항쟁이다.

 

토착 신앙이 전통 종교이자 사상 · 정신의 토대였던 제주도 민중에 의한 횡포를 부리는 외래 종교인 천주교를 향한 반감과 제주도 경제권을 둘러싼 토호 세력과 중앙에서 파견한 봉세관 간 갈등이 봉기의 원인이다.

 

사건의 희생자가 너무나 많았을 뿐 아니라 한 외래 종교의 횡포에 대한 민중의 반항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또 외국 신부와 관련해 국제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후유증을 치러야 했다는 점에서 제주도의 근대사에 여러 모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건이었다 할 수 있다.

 

윤지충이 조상의 신주를 불사르고 제사를 거부한 일

중국에 있던 신부는 성리학으로 학습된 국가인 조선에 제사 금지령을 내렸다. 그에 따라, 천주교 신도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조상의 신주(神主)를 불사르자, 조선 조정에서는 천주교를 조선의 전통적인 유교 가치관에 반대하는 사학(邪學)으로 규정하였다.

 

황사영이 밀서를 보내 조선을 침략하도록 요청한 일

정약종의 조카 사위였던 천주교 신자 황사영(黃嗣永)이 신유박해의 실상과 대응 방안을 적어 청국 북경의 구베아 주교에게 보내려던 밀서(密書)가 발각되어 조정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고종임금의 할아버지 묘를 파헤치는데 길잡이가 된 일

독일인 오페르트는 두 차례에 걸친 조선과의 통상교섭에 실패하자 기회를 노리다가 프랑스 신부 페롱과 조선인 천주교도와 함께,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를 발굴해 시체와 부장품을 이용하여 대원군과 통상 문제를 흥정하고자 하였다. 이에 대원군의 쇄국양이정책의 강화와 천주교탄압이 가중되었다.

 

이렇듯, 천주교의 전래는 사상과 풍속이 다른 조선에 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최제우는 서학에 대항하는 유교·불교·선교 등의 교리를 종합한 민족 고유의 신앙인 동학을 창시하였다. 동학은 후에 천도교로 발전하였다.

 

동학의 근본사상은 인내천’(人乃天)이다. , 이것은 인본주의를 강조하면서, 성실과 신의로써 새롭고 밝은 세상을 만들자는 외침이었으며 어지러웠던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사상이었다. 또 모든 사람은 평등함을 주장하였는데, 갈수록 신도가 늘어나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그러나 수운은 동학을 펴기 시작한 지 만 3년도 되지 않은 1863년에 체포되었고, 이듬해 처형당했다.

 

세계적으로 이렇게 많은 집단 순교유례가 없고 근대에 4차례의 박해가 일어났던 75년간 천주교 신자들의 처형자 수가 많아서  그런지 단일국가로서 제일 많은 성자와 복자를 보유한 가톨릭국가가 되었다.


 

서울의 가톨릭 성지순례지

 

서소문 역사공원 / 서소문공원은 조선시대에는 사형터였다. 서학(천주교) 신자들도 희생되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난 곳이다. 서소문공원을 비롯한 서울의 서대문 일대는 조선시대 풍수설에 따라 숙살지기(肅殺之氣)가 있다고 하여 죄인의 처형장으로 이용되었고 감옥이 있던 곳이다. 숙살지기(肅殺之氣)란 만물을 죽이는 늦가을의 기운이며, 무언가 엄숙해지고 떨리는 기운을 말한다.

 

서소문밖 처형지 희생자는 천주교 신자 외에 조선시대 많은 개혁주의자들이 처형된 역사의 현장이다. 사육신의 한 사람인 성삼문을 비롯하여 홍경래 난 주동자들, 개혁주의자 허균, 임오군란과 갑신정변의 개혁주의자들, 동학혁명지도자, 독립협회 지도자, 구한말 군대해산 과정에서 벌여진 전투 희생자 등 민족사적 인물들의 희생이 더 많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천주교만의 성지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이렇게 많은 집단 순교유례가 없고 근대에 4차례의 박해가 일어났던 75년간 천주교 신자들의 처형자 수가 많아서 그렇게 여기는 듯하다. 여기에 교황이 방문하여 한꺼번에 시성식을 하니 단일국가로서 제일 많은 성자와 복자를 보유한 가톨릭국가가 되었다.

 

▲ 한국 교회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  

한국 교회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은 바로 이곳에서 락재천수상지진(月落在天水上池盡)” 달은 떨어져도 하늘에 있고 물은 솟구쳐도 연못에서 다한다.”라고 하여 굽히지 않는 신앙을 증거한 바 있다.

 

서소문 형장은 서소문 밖 네거리의 신전 장터, 즉 의주로를 지나 만초천변 빈터에 있었고, 그 지점은 행정구역상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 267번지에 해당된다는 것. 현재 위치로는 서울 지하철2호선 충정로역 3번 출구를 빠져나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경의선 철도 건널목을 지나면 곧바로 마주하는 임광빌딩 남쪽 광장 오른쪽이 형장터이고, 왼쪽이 망나니들이 형구를 닦는데 썼다는 우물터이다.

 

약현성당 / 중림동 약현성당은 서울 한복판 언덕배기에 숨어 있는 고즈넉한 성당이다. 약현(藥峴)은 서울 서대문 밖 만리동에서 충정로로 넘어가는 고개로 약초밭이 있어 유래된 이름이다.

 

1887년 수렛골(지금의 순화동) 한옥 예배당에서 출발한 약현성당은 당시 이곳에 약초가 많아 붙여진 이름이다. ‘서소문 밖 순교지를 내려다보며 중림동 언덕에 약현성당을 지었다. 1892, 명동성당(옛 종현 성당)보다 6년이나 먼저 세워진 한국 최초의 고딕 양식 벽돌조 성당이다.

 

명동성당이 완공되기 전까지 주교좌성당 역할을 했다. 약현성당은 1977년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본 성당 건물과 서소문 순교자 기념관, 서소문 순교성지 전시관이 있는 한국 가톨릭문화의 중심지다.

 

1905년 종탑 꼭대기에 첨탑을 올렸고, 1921년에는 성당 내부 칸막이를 철거하고 벽돌기둥을 돌기둥으로 교체하였다. 1974년부터 대대적인 해체 복원공사를 통해 1977년 사적 제252호로 지정되었으나 1998년 한 취객의 방화로 소실되어 16개월의 재복원공사 끝에 20009월 건립 당시 원형에 더 가깝게 복구하여 다시 축복식을 가졌다.

 

절두산 순교성지 / 양화나루 잠두봉은 풍광이 아름다운 조선시대 명승지였다. 양화나루 너머로 지는 노을은 양진낙조(楊津落照)’라 불리던 마포팔경 중 하나였다. 그러나 아름다운 한강변 언덕에는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1866년 병인박해로 9명의 프랑스 선교사들이 순교하자 프랑스 함대는 이를 보복하기 위해 18669월과 10, 조선을 침범했다.

 

프랑스 함대가 거슬러 올라왔던 양화진에서 많은 신자가 처형됐다. 병인박해 당시 수많은 천주교인의 머리가 잘려 숨졌다고 하여 절두산(切頭山)’으로 불리게 됐다. 이름마저 바뀔 정도로 처절했던 양화나루 언덕은 6·25전쟁이 끝난 뒤 순교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성지로 조성됐다. 병인박해 100주년이 되던 1967, 성당과 박물관을 세웠다.

 

순교 정신과 한국 전통미를 살려 설계한 갓 모양의 지붕과 지붕 끝에 미끄러져 내리는 추녀는 한강의 풍경과 어우러져 한국 천주교회의 대표 건축물로 손꼽힌다.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 사적, 서울 양화나루 잠두봉 유적으로 지정됐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처형됐지만 성당 제대 아래 성인유해실에서 단 29명의 순교자만 기억할 뿐이다. 기념성당과 연결된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서는 순교자들의 흔적뿐 아니라 조선시대 문화와 선조들의 삶이 담긴 5000여 점의 유물과 자료를 보관·전시하고 있다.

 

19845, 한국을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찾아와 순교자들에게 뜨거운 경의를 표한 순교성지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 지금의 용산 일대는 새남터를 비롯하여 가장 많은 성지와 사적지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새남터 처형장 / 서울 용산구 이촌동 1991번지. 1호선 전철을 타고 용산역을 지나다 보면 말끔하게 단장된 커다란 한옥 기와집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 천주교회 창립 2백주년 기념의 해인 1984년 공사를 시작해 3년 만에 완공한 이 집이 순교성지 새남터 기념성당이다.

 

새남터 형장의 본래 위치는 서부 이촌동 아파트 인근으로, 한자로는 사남기(沙南基) 또는 노량사장(鷺梁沙場)으로 표기되어 왔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이미 1890년부터 이곳의 순교터를 매입하고자 하였으나 경부선 공사로 인해 실패하였고, 1956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본래의 순교 터보다 북쪽으로 500보 남짓 되는 곳(현 용산구 이촌 2)에 현양비를 세울 수 있었다.

 

현재 한식의 새남터 성당이 들어서 있는 곳이 바로 이 자리다. 이 새남터의 북쪽 공터는 조선 초기부터 군사들의 연무장으로 사용되어 왔고, 국사범을 비롯한 중죄인의 처형장으로 사용되어 왔다. 조선 후기까지 숲이 울창하였다.

 

따라서 군문효수형(軍門梟首刑)을 받는 중죄인인 경우에는 서소문 밖 대신 이곳을 형장으로 사용하였다. 이곳은 1456(세조 2)에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던 사육신(死六臣)이 충절의 피를 뿌린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1468년 모반죄로 처형된 남이(南怡) 장군의 형 집행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4세기를 건너뛴 1801년부터 1866년까지 무려 10명의 외국인 사제를 포함한 11명의 목자가 이곳에서 거룩한 순교의 피를 흘린다. 서소문 밖 네거리를 평신도들의 순교지라고 한다면 이곳은 사제들의 순교지라고 말할 수 있다.

 

새남터를 순교의 성혈로 물들이기 시작한 것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치명한 중국인 주문모 신부부터다. 망나니들의 칼춤과 북소리가 함께 어우러진 형장의 모습은 1839년의 기해박해(己亥迫害) 때 재현되었다.

 

프랑스 선교사로는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성 앵베르 주교, 성 모방과 샤스탕 신부가 이곳에서 순교한 것이다. 이들은 주문모 신부와 마찬가지로 군문효수를 당해 그 머리가 장대에 매달리게 되었고, 그 시신은 3일 동안 백사장에 버려진 채로 있었다. 그러나 20일 후 용감한 신자들의 노력으로 시신이 수습되어 노고산(老姑山, 마포구 노고산동의 서강대학교 뒷산)에 안장되었다.

 

그런 뒤에도 새남터의 북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다. 1846년에는 성 김대건신부가 이곳에서 순교하였고, 그리고 병인박해 때는 베르뇌 주교를 비롯하여 모두 6명의 프랑스 선교사들이 이곳에서 순교의 영광을 얻게 되었다. 시신은 신자들이 거두어 왜고개에 안장하였다.

 

 

▲ 문화평론가 최이락 교수   

당고개와 용산의 사적지 / 한국의 순교 성지나 사적지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어느 한 곳만을 따로 떼어 내 설명하기란 어렵다.

 

서울의 경우만 해도 순교터인 새남터, 서소문, 절두산, 그리고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장되었던 노고산, 삼성산, 왜고개, 용산 신학교, 명동 대성당 등이 순교자들의 유해 이장과 관련하여 서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지금의 용산 일대는 새남터를 비롯하여 가장 많은 성지와 사적지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프로필

고려대 평생교육원 교수

K-풍수지리 아카데미원장

지혜로운 학교(U3A) 강사

Human Life Design Center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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