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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칼럼> 한상림 ‘21세기, 달라진 추석 풍속’
기사입력  2019/09/09 [02:53] 최종편집    한상림 칼럼니스트

 

▲ 한상림 칼럼니스트     

 

 

고유 명절의 풍속까지 덩달아 디지털화

 

한가위 추석에 대한 아날로그적인 생각을 떠올리면 고향, 귀성열차, 부모님, 송편, 차례, 보름달, 알밤, 오곡백과, 햅쌀밥, 성묘들이다. 어릴 적에는 명절에만 사 주는 새 옷과 새 신발에 대한 설렘으로 추석을 많이 기다렸었다.

 

그러나 산업화로 인해 우리 고유 명절의 풍속까지 덩달아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 추석의 개념이 조상에서 친족으로, 친족에서 핵가족화되어 지금은 내 가족끼리 모여서 지내는 명절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한가위에는 보름달만큼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과 선물도 주고받지만 대부분 SNS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이모티콘 문자와 동영상으로 축하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상업성 문자와 돈을 주고 산 이모티콘, 동영상들이 여기저기서 메시지로 날아오면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바로 삭제하기 일쑤다. 대부분 아주 쉽고 간편한 것들에 익숙한 만큼 쉽게 지워버리거나 그다지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필자는 83년도에 결혼을 하였는데, 2년간 시집살이를 하고 분가하여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 당시 해외 근무 중인 남편은 잠시 휴가를 나와 식만 올리고 바로 해외로 다시 떠났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아주 낯선 시댁 식구들과 어울려 살아야 했다. 즉 남편 형제 육 남매와 시할머니, 시부모님, 조카 둘을 합하면 열 세 식구이고, 거기에 시아버님이 장손이다 보니 시아버님 사남매 가족까지 명절엔 모여서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 먹고 성묘까지 다녀오곤 했었다.

 

만만치 않은 시댁의 문화와 예절을 터득하고 나와선지 분가하여 서울에 살면서 명절 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나서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또한 신혼 때 고된 시집살이의 후유증으로 명절이 오면 사실상 며칠 전부터 불안하고 두려움도 컸었다. 둘째 며느리라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형님이 대부분 준비를 다 해 놓았으니 삼십 여 식구들 세끼 밥상을 차리다보면 주부 입장에서의 추석 연휴가 오히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돌아오는 행사처럼 부담스러웠다.

 

 

 

서너 말이 넘는 송편을 빚어야만 했었다.

 

이제는 나이 들어서 오히려 그런 부담감보다는 2-3일간 머물면서 시댁 식구들과 어울리고 시어머니에게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듣는 것도 익숙해져서 추석이 기다려진다.

 

조카들도 장가를 가서 아이를 둘씩 낳다보니 아이들 재롱으로 정신없이 심란한 분위기 속에서 가끔은 예전의 내 모습을 읽기도 한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명절 전날에는 아침밥상을 물리고 나자마자 바로 방앗간에서 빻아온 쌀가루를 익반죽하여 서너 말이 넘는 송편을 빚어야만 했었다.

 

말이 서너 말이지 시할머니, 시어머님, 그리고 나와 형님은 반죽을 치대고 송편을 만들면서 아궁이에 솥단지를 걸치고, 베 보자기 위에 솔잎을 깔고 송편을 익혀야 하니 종일 동당거리며 다녔다.

 

아궁이에 불을 때가면서 익힌 송편을 꺼내어 참기름과 물과 약간의 소금을 넣어서 만든 양념을 송편에 발라서 부채질을 해가며 식혀야 했다. 쉴 틈 없이 종일 움직이다보면 발바닥이 아팠다.

또한 저녁나절에서야 전 종류와 나머지 음식을 만들어야 하니 허리가 아프고 힘들었지만, 시어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음식을 많이 만들어서 자식들에게 모두 싸 주는 낙으로 많은 양을 준비하라 하였다.

 

시할머니부터 시어머니 세대에는 직접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명절에는 직접 절구통에다 불린 쌀을 빻아서 채에 걸려 쌀가루를 만들고 그걸로 송편을 만들었다 한다.

 

참으로 송편 먹기가 여간 어려운 시절이었다. 7-80년대에는 그나마 떡 방앗간에서 쌀가루를 빻아 반죽을 하여 송편을 빚었으니 그때 보다는 손쉬운 떡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직접 송편을 빚어서 차례를 지내는 집이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방앗간에서 필요한 만큼의 다양한 종류의 떡을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살 수 있고, 또한 종류도 다양하여서 색깔도 곱고 모양도 예쁘고 다양한 송편을 얼마든지 사서 차례 상에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하고 모양 예쁜 송편이라 할지라도 손으로 직접 빚어 만든 손맛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따라갈 수 없다. 모양도 덜 예쁘고 크기도 다르지만, 기계로 만든 떡 보다는 훨씬 쫄깃하고 구수한 특유의 맛이 난다.

 

대부분 떡 방앗간에서 만든 떡은 단맛이 강하고 솔잎 향기도 없거니와 두서너 개 먹다보면 손이 덜 간다.

 

가족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 좋겠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부터 차례와 제사에 관한 인식이 많이 바뀌면서 명절 연휴에 오히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청년 실업자들 5명 중에 1명은 혼자 고시원에나 자취방에서 명절을 보내면서 고향에 가지 않겠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것이 옳다 그르다라고 단정할 수야 없지만 그래도 전통적인 우리 고유명절 만큼은 가족 친지들이 모여서 정을 나누고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 좋겠다.

 

예전에는 친지들이 거의 한 마을에 모여 살다보니 8촌 이내의 친척들은 명절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기 위해 각각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다 함께 차례를 지내고 식사도 하면서 음복도 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문화가 사라진지 오래다. 각자 집에서 형제들끼리만 모여서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다니다보니 소통도 안 되며 서로 얼굴조차 모르며 지낸다. 조금은 번거로워도 차례를 지내는 문화가 결코 불합리하고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쉽게 그 아름다운 고유명절에 대한 아름다운 고유문화를 스스로 지워가고 있다. 아마도 추석의 고유명절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는 교과서에서 실린 전래동화처럼 읽히고 상상하면서 공부하기 위해 명절 용어를 암기하고 익혀야 할 후손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마치 구석기시대 벽화를 통해서 역사학자들이 그 당시의 이야기를 캐내듯 우리 후손들도 고유명절에 대한 전통음식과 전통문화를 캐내서 익히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따라서 아무리 변한다 하여도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고유명절에 대한 문화라고 생각한다.

 

추석날, 한복을 입고 마당에 멍석을 깔고 둘러앉아 송편과 과일을 먹고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모처럼 만난 친지들과도 잠시 인사만 나눌 뿐, 아이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혼자서 즐기다 온다. 사촌 간에도 별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TV를 보든가 혹은 스마트폰으로 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

 

그것도 부모님 중에 한 분이라도 생존해 계셔야만 겨우 하룻밤 북적거리면서 지내게 되고 부모님이 안계시면 추석날 아침에 잠시 들러서 차례만 지내고 바로 흩어진다. 되도록 한 자리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을 줄여야만 서로 편하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한 부모 아래서 한 솥밥을 먹고 한 형제로 살았는데 결혼을 하면서 각자의 가정을 꾸리게 되면 남이 아닌 남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21세기 사람들의 모습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즉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서 새 것을 알아야 한다는 성인의 말씀을 되새겨 보면서,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우리 것은 우리가 지켜가는 미덕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프로필

한국예총 전문위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회원

강동구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강동구 새마을부녀회장

시집 따뜻한 쉼표 종이 물고기

hsr59@daum.net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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