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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아! ‘이진탕의 신묘한 효능’
기사입력  2019/09/11 [23:07] 최종편집    정상연 한의사

담음을 제거하는 데 월등하게 '효과적'

반하(半夏)와 진피(眞皮)의 혼합 약제

복령(茯笭) 생강, 감초까지 포함 되어

 

 

 

▲ 정상연 한의사  

한의원에 방문한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여러 약 중에 이진탕(二陳湯)이 있다. 이진(二陣)의 뜻을 풀어서 보면 오래된 약재 두 가지가 들어갔다는 말이다. 이는 반하(半夏)와 진피(眞皮)를 의미한다.

 

반하와 진피는 오래 두었다 써야 좋은 육진양약(六陳良藥)에 해당된다. 반하는 기본적으로 미량(微量)의 독성이 있기 때문에 법제(法製)하여 쓰는데, 거기에다 보관까지 길게 하면 자연스레 독성이 줄기 때문에 오래된 약이 좋다고 한다.

 

또 진피는 귤껍질인데, 노란색 껍질 아래 하얀 섬유질이 제거될수록 좋다. 따라서 장기간 보관하면 자연 건조되는 과정에서 하얀 섬유질이 탈락될 확률이 높으니, 당연히 오래된 진피가 좋은 약인 것이다. 이 외에도 이진탕에는 복령(茯笭), 생강(生薑), 감초(甘草)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진탕이 많이 처방되는 이유는 이진탕이 담음(痰飮)을 제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제이기 때문이다. 체내의 정미로운 액체인 진액(津液)이 정상적으로 순환되지 못할 때 전신이나 특정 부위에 쌓이는 병리산물을 담음이라고 한다.

 

▲ 반하   

임상에서 흔히 회자되는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는 말은 담음이 대부분의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담을 제거하는 치료법이 많이 선택되고 있다는 것을 대변해준다.

 

이진탕은 특히 소화기의 문제가 일차적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담음을 처리하는 데 주효(主效)한 약이다. 소화기의 역할은 음식물의 소화·흡수뿐만 아니라 체내 기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소화기의 상태가 건강하지 못하면 습한 기운이 응어리지고, 결국 체내에 담음이 끼게 되는 것이다.

 

이진탕은 이렇게 발생한 담음을 제거하고 소화기의 기능도 향상시켜 주어 기운의 흐름을 정상으로 돌려놓아 더 이상의 담음 생성을 막아준다. 신통한 효과를 내는 이진탕의 치료원리를 더 자세히 이해하려면 구성약재의 특성을 살펴보면 된다.

 

대표 약재인 반하는 그 성질이 맵고 따뜻하며 건조하다. 따라서 습기를 말리고 담을 제거할 수 있으며 또한 위()의 기운을 밑으로 향하게 하여 구역질을 방지한다. 진피는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담을 제거하는데, 이로써 반하의 약성이 잘 발현되도록 도와준다.

 

▲ 진피

복령은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고 몸의 불필요한 습기를 걸러주어 담의 생성을 방지한다. 생강은 기운을 밑으로 향하게 하고 담을 제거하면서 한편으로는 반하의 독성을 조절하고 또 한편으로는 반하 진피의 담음 제거 효능을 보조한다. 마지막으로 감초는 모든 약재가 조화롭게 작동하도록 돕는다.

 

이진탕의 이러한 약리적 효과를 고려해봤을 때, 이진탕이 소화기와 관련한 질환에 많이 처방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담즙역류성 위염, 역류성식도염, 구토, 변비, 기능성 소화불량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위장질환에 담음의 대표처방인 이진탕을 활용하여 실제적 임상증상과 내시경 상으로도 그 치료 효과가 현저하게 나타남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하지만 담음이 기혈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 오래되어 전신에 나타날 수 있는 병리적 상황임을 감안해본다면, 이진탕을 소화기 질환뿐만 아니라 여러 만성질환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추론이 따른다.

 

이러한 생각은 13세기 동아시아의 천재 의학자로 일컬어진 주진형(朱震亨)도 동의했던 바이다. 그는 병을 논하고 원인을 분석함에 기(), (), (), ()을 원인으로 삼았다. 거기에 외부의 기운인 육기(六氣)와 지방의 풍토차이까지 고려하여 환자를 보았다.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의학사상이었던 그의 학설에 따르면 모든 병은 기와 혈의 흐름이 불량할 경우 울체된 상황이 생기고 이는 담을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기가 보충되고 혈의 원활한 흐름을 갖도록 조절을 하고, 원인이 되는 장부를 다스린다면 담음이라는 병리적인 산물이 해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진탕을 기를 보충하는 사군자탕(四君子湯), 혈을 보충하는 사물탕(四物湯) 등과 연계해서 처방할 수 있다. 더불어 감기약을 함께 배치한 처방도 많아, 이진탕의 배합처방은 크게 보기(補氣), 보혈(補血), 감기(感氣) 계통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 13세기 동아시아의 천재 의학자로 일컬어진 주진형(朱震亨)

후대 의학자들이 이를 계승하여 정전가미이진탕(正傳加味二陳湯), 육군자탕(六君子湯), 삼소음(蔘蘇飮) 등등의 방제를 개발하였고, 이는 현재에도 많은 한의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약이다. 이러한 가감(加減) 방제 중에서 기를 보충하는 약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 것을 보아서 아무래도 담음은 기의 흐름과 더욱 밀접한 연관이 있는 듯하다.

 

조선의 허준(許浚)이 편찬한 동의보감에서도 이진탕을 담음을 치료하는 대표방으로 삼았고 거의 대부분의 질병이 담음으로 인해 생긴다는 이론과 함께 담음에 대한 분류와 정의가 더욱 상세해졌다.

 

담음이 발생하는 위치와 원인에 따라 8가지 음병(飮病)10가지 담병(痰病)으로 분류해 원인이 되는 장부를 찾고 기혈의 흐름을 순조롭게 하는 치료원칙을 만들었다.

 

담음은 서양의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물질이다. 가령 기는 energy로 혈은 blood로 번역되는 것처럼 웬만한 한의학적 용어가 영어로 설명되는 현대에도 담음만큼은 이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서양의학적 개념이 없다.

 

그만큼 담음은 한의학만의 고유한 관점이자 서양의학의 한계를 해결해줄 수 있는 귀중한 열쇠이다. 따라서 많은 한의사들이 담음이라는 병리물질에 더욱 관심을 갖고서 환자의 병을 고쳐야 한다.

 

담음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환자의 안색 특히 안검연(眼瞼炎, 눈꺼풀의 피부와 속눈썹 부위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병)의 색을 살펴보거나 환자의 혀의 상태를 보는 것 모두 담음의 존재여부를 알려줄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맥진을 하는 것이다.

 

담음이 있는 환자에게는 활맥(滑脈)이 나타난다. 보통 소화기가 담을 생성하고 호흡기가 담을 저장하는 경우가 많아 비맥(脾脈)과 폐맥(肺脈)에 활맥이 자주 발견된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전신 어디서든 활맥이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54종 보험한약제제 중에 다행스럽게도 이진탕이 포함되어 있어 가격적인 부담 없이 환자에게 권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에 만연하는 만성질환을 몸에 부담없이 효율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많은 한의사들이 담음을 진단하고 이진탕을 처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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