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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내 삶 속의 추석을 회상하다.
<추석특집> 임정희 ‘큰 어머니의 추억’
기사입력  2019/09/12 [02:07] 최종편집    임정희

 

▲ 임정희

 

 

꽃다운 18세에 48년의 세월을 독일에서 살아왔다

 

아들낳기두부인 맞아들인 큰어머니 희생 선명해

 

 

독일에 살며 교회에서 추석 대신 추수감사절 경험

 

한독 교민들 추석 맞이하여 한복입고 다양한 행사

 

 

한국을 떠날 때 나는 꽃다운 18

 

한국을 떠날 때 나는 꽃다운 18, 내 나이 이제 66세이니 48년이라는 세월을 독일에서 살아왔다. 한국을 떠난 이후 한 번도 한국에서 추석을 보내지 못했기에 추석에 대한 기억이 매우 희미하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어린 시절의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가 보려고 한다. 추석은 어린 시절 나에게 깊은 인상을 새겨준 것 같다. 추석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가난했던 시절, 맛있는 음식이다.

 

명절에만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기에 추석 명절을 얼마나 고대했던가! 차례를 지내고 난 이후 먹기 위해 차례 상에 차려진 송편과 떡, 여러 가지 먹음직한 과일, 즉 사과, , , 대추, 수박, 그리고 음식상에 오른 여러 가지 생선들이 기억에서 떠오른다.

 

추석이면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들던 송편, 그리고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쫀득쫀득한 인절미 시루떡이 기억에서 잊혀 지지 않는다.

 

특히 종갓집이었던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께서는 추석명절과 제삿날이면 음식을 많이 준비하여 우리 아홉 식구를 불러 함께 나누시던 기억이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싶다.

 

부모님과 칠남매 대가족이 큰 집에 불려가 음식을 먹어도 당연하게 여기시고 불평 한마디 없으시던 큰 어머니, 역시 종가 집 며느리다운 분이셨다. 해마다 설, 추석명절, 제사들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두 딸을 시집보내고는 혼자 추석을 준비하시던 큰 어머니의 많은 일을 도와 가마솥 아궁이에 불도 지펴 때 드리고, 고기 굽는 일도 도와 드렸던 기억, 그리고 그렇게 고마워하시던 기억이 생생하다.

 

큰 아버지께서는 밤, 대추, 사과와 배를 곱게 깎으시고 상을 차리셨다. 차례를 지낸 후 음식을 나누어 먹고는 두 집 식구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묘소에 가서 다시 한 번 차례를 지내던 기억도 떠오른다.

 

▲ 어린 시절의 시모네(필자 딸)를 안고 있는 오른쪽 분이 큰어머니, 왼쪽은 고모   

 

나눔의 실천자 큰 어머니

 

추석은 농경사회였던 당시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명절이었다. 아마도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추석하면 내게 생각나는 분이 큰어머니이시다. 17세에 4살 연하인 13세 큰 아버지에게 시집 온 새색시가 딸을 둘을 낳고 아들이 아직 없었다.

 

젊은 청년이셨던 큰 아버지는 고향집을 떠나 인천으로 진출하여 선박 사업을 하셨다. 세월이 많이 지난 후 병이든 큰아버지는 타지에서 만난 둘째 아내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 오셨다.

 

큰아버지는 둘째 아내가 출산을 못하고 큰어머니도 나이 들어 출산을 못하는데, 자기의 대를 이어 조상을 모시고 차례를 지낼 아들이 필요하다고 고집하셨다. 큰 어머니는 고민 끝에 아들을 낳을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하여 결국 남편에게 셋째 아내를 주선하여 맞이하였다.

 

셋째 큰 어머니는 아들을 낳아 주었고 큰 어머니는 그 아들을 낳자마자 집으로 데리고 와서 늦은 나이에 손수 쌀미음을 먹이며 정성껏 기르셨다.

 

큰 어머니는 일꾼과 인부를 사서 농사를 혼자 지으시며 추석이 되면 모여서 함께 일을 하였다. 추석이 지나고 음식과 추수한 곡식을 나누는 것은 큰 어머니의 몫이었다. 큰 어머니께서는 불평 없이 추수한 모든 곡식들을 두 부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 보리, , 수수뿐만 아니라 시금치, , 배추, 채소 등도 다 나누셨다. 그런 큰 어머니가 안쓰럽기도 했지만 우리는 큰 어머니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우러러 보았다. 가을이면 주렁주렁 열렸던 큰 댁 감나무 밑에는 세 무더기의 감, 김장거리 등등이 쌓여 있었다. 세 무더기로 나누어진 채 각자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쌀가마니들이 떠오른다.

 

남편을 다른 두 아내들과 평생 나누고 그분들의 경제적인 책임까지 지고 사시던 큰 어머니의 마음의 갈등은 얼마나 컸을까? 마을 사람들도 열녀로 추앙하여 비석을 세워주어야 한다고도 했다. 지금도 큰어머니를 생각하면 나의 맘이 찡해지고 세상에 없는 마음이 넓은 귀감이 되는 훌륭한 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 독일의 추수감사제는 10월의 첫째 주일로 정해져 있다.    

 

 

독일에서의 추석인 추수 감사절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의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시편 103:2)

 

동서양의 문화는 동과 서가 다름같이 다르다. 우선 언어가 다르고, 생각, 풍습, 외모, 시간도 다르다. 그러나 사람이기에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고, 배고프면 먹고 싶고, 피곤하면 자고, 행복, 자유, 인권옹호, 평등을 추구함은 동서를 막론하고 다름이 없다.

 

또 억울함과 고통을 당할 때 탄식하고 호소하는 등 인간됨은 동일하다. 특히 인간이 해 낼 수 없는 자연의 현상에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를 표현하는 예식과 방법은 다르나 감사하는 마음은 같음을 알게 된다.

 

나는 독일에 살며 교회에서 추석 대신 추수감사절을 경험한다. 그러므로 독일의 추수감사절에 대하여 한국에 사시는 독자 여러분께 조금 소개하고 싶다. 추수감사를 독일어로 Erntedank (에언테당크)라고 하며 추수감사제는 Erntedankfest(에언테 당크페스트)라 부른다.

 

▲ 독일의 추수감사제는 많은 교인들이 자기들이 손수 수확한 과일과 채소를 전날 가져온다. 정원과 텃밭이 없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사서 가져가기도 한다.  

 

독일의 추수감사제는 10월의 첫째 주일로 정해져 있다. 2019년의 추수감사제 예배는 106일 일요일에 행해진다. 많은 교인들이 자기들이 손수 수확한 과일과 채소를 전날 가져온다. 정원과 텃밭이 없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사서 가져가기도 한다.

 

예배당은 추수를 상징하는 Erntekranz(에언테 크란즈, 수확 화환)로 꾸며진다. 특히 이날은 Familien Gottesdienst (파밀리언 고테스딘스트, 가족예배)를 실시한다. 이 예배엔 어린 아이부터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3대가 감사 예배에 참여하는 날이다.

 

추수감사제 예배 시 불러지는 노래 중 하나를 소개드리고 싶다. 제목은 Wir pflügen und streuen (뷔어 풀뤼겐 운드 스로이엔 우리는 땅을 갈고 씨를 뿌린다’)이다. 이 노래는 1740년에 Lübeck (뤼벡, 독일의 북부에 위치한 도시)에서 태어난 시인인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Matthias Claudius)가 지은 노래다.

▲ 추수감사제 예배 시 불러지는 노래인 Wir pflügen und streuen(‘우리는 땅을 갈고 씨를 뿌린다’)이다. 이 노래는 1740년에 시인인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가 지은 노래다.

 

후렴 가사에 모든 좋은 선물은 하나님께로부터 온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감사하고 감사하며 그분의 모든 사랑에 감사하라. 그가 이슬과 비를 내리시고 해와 달을 비치게 하시며 축복으로 부드럽고 예술적으로 감싸시며 기묘하게 밭을 거두시며 빵을 공급하신다. 이것들이 우리 손으로 만들어지나 모두 하나님께로부터 온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감사하고 감사하며 소망하라라고 노래한다.

 

이 노래는 신약성경 야고보서 117절 말씀을 인용하여 지었다. “각양 좋은 은사와 온전한 선물이 다 위로부터 빛들의 아버지께로부터 내려오나니 그는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시니라”(1:17)

 

그리고 구약성경 이사야서 5510절에 자연의 현상이 하나님께로부터 왔기에 경의를 표해야 함을 인용했다. “비와 눈이 하늘에서 내리면 다시 그리로 돌아가지 않고 땅을 적셔 싹이 나게 하며 열매가 맺히게 하여 파종할 씨앗과 양식을 주듯,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내 뜻을 이루며 내가 의도한 목적을 성취한다.”

 

▲ 기독교 문화권에서 사는 우리는 재독 한인 크리스천으로서 추수감사제를 맞이한다. 추수감사제 예배를 위하여 성도들이 추수한 과일과 채소를 진열해 놓은 모습.  

 

감사는 독일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다.

 

201977일 내가 나가는 본 평화교회에서 여름축제 때 교인들에게 숙제가 주어졌다. 각자 종이에 쓴 감사의 제목 중 몇 가지 옮겨보고자 한다.

 

저는 하나님의 창조와 제 삶에 토대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우리에게 좋은 환경을 주시고 음식과 건강을 주시며 자연을 가꿀 수 있는 가능성에 감사합니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중요한 것들을 물려주어 그들도 자연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이들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며 기쁨을 얻게 할 수 있어 기쁩니다. 날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심에 기쁘고 감사합니다” (46, 토스텐)

 

저는 남편과 우리 아이들, 온 식구들 그리고 친구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독일에서 살게 되어 감사합니다. 믿음의 은혜를 주심에 감사하고 언제든지 하나님의 손 안에서 보호받게 되어 감사합니다.” (35, 리나)

 

평화, 자유민주주의, 자유, 건강, 함께함과 결합, 우정, 인간관계, 교회와 기도가 있어 감사합니다.”(무명)

 

감사는 무엇인가를 주고받으며 반응하는 것으로서 한 문화 속에 사는 사람들이 주고받고 반응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느냐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독일에서 2010년에 한 독일인의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테마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2%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산다고 답했다. 평균 이상으로 감사하며 사는 사람들은 크리스천이었다고 한다. 87%는 규칙적으로 교회를 다니는 신자들이었다.

 

감사의 동기에는 78%가 배후자, 77%가 건강, 75%가 가족, 66%가 자녀 때문에, 54%가 평화의 유지, 50%가 개인의 발전이었다고 포르사 스타디는 보도했다. 감사하는 마음은 그만큼 삶을 가볍게 하고 긍정적으로 변화케 한다.

 

재독 한인들은 추석을 어떻게 보내는가?

 

라인마인 간호사들 / 라인마인 한인간호사들은 추석을 맞이하여 한국 문화의 날913일에 비스바덴에서 연다. 재외동포재단, 주 프랑크프르트 총영사관, 재독한인간호협회, 재독한인총연합회, 마인츠한인회, 비스바덴한인회, 21세기 한민족문화포럼들이 후원하는 이 행사에는 한인뿐 아니라 주변의 외국인들도 초대했다.

 

이 잔치자리에서 한국음식을 소개하고 특히 비빔밥을 소개하며 준비된 비빔밥을 제공한다고 한다. 또한 한국 전통춤과 음악공연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고유명절에 대한 강의가 준비되었다고 한다.

 

재독 남부글뤽아우프 복지회 / 재독 한인광부들의 모임인 그뤽아우프는 추석맞이로 문화, 교양, 복지에 대한 의견교환 및 어느 한의원을 모시고 건강강좌를 열며 추석놀이를 한다고 한다. 날짜는 914일이고 장소는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강나루 식당이다. 이 모임도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이 후원을 한다.

 

20196월 프랑크푸르트 산다여전통문화축제. 한인회 문화행사시 유럽인들에게 한국명절에 입는 옷과 절하는 법을 보여주다.    

 

산다여 추석놀이마당 / 문예원이 주체로 하는 이 문화행사엔 전라북도 국제교류센타와 함께 한지 만들기 체험행사를 비롯하여 한복입고 사진찍기, 한식체험, 윷놀이, 제기차기대회들을 한다고 한다. 목적은 오시는 분들에게 한국문화체험을 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날짜는 9811시부터 18시까지 이고 장소는 슈발바흐 시청 분수대 광장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외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한국의 문화를 간직하고 살 수는 없다고 본다. 이곳은 기독교 문화와 더 가깝게 살게 되는 것 같다. 문화는 새로운 문화와 접하면서 또 다른 문화가 생기지 않는가. 나는 그것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새로운 문화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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