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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내면의 ‘흥’ 신바람으로 부활해야”
<특별연재> 박행주 ‘우리민족의 보편적 정서’(4)
기사입력  2019/09/12 [03:46] 최종편집    박행주 /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우리 민족의 정서 ()과 흥()’

 

▲ 박행주 /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이제 곧 우리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추석이면 황금들판이 펼쳐지고 흩어져 있던 가족이 모이는 날이었다. 또한 평소에 먹을 수 없었던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남녀노소 모두 설레이며 기다렸던 날이었다.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다양한 민속놀이도 하고 강강술래도 하면서 추석의 흥겨운 정취를 흠뻑 느끼며 자랐었다. 풍물소리가 들리면 그 흥겨움은 배가되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도시는 물론 농촌에서도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러한 이유로는 산업화·도시화·노령화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필자는 우리민족의 정서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민족의 정서를 크게 ()과 흥()’으로 표현하곤 한다.

 

슬프지만 겉으로는 그 슬픔을 쉽게 표현하지 않았던 애이불비(哀而不悲)’는 우리의 ()’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추수하는 시기에 무리가 모여 며칠 밤낮을 춤추며 노래했다고 되어 있는 삼국지위지동이전(三國志魏志東夷傳)의 기록을 보면 분명 우리가 확실히 ()’이 많은 민족이었음도 알 수 있다.

 

모내기를 하거나, 그물을 들어 올리거나, 무거운 물건들을 옮기는 등 다양한 노동의 현장에서 우리 조상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힘든 시간들을 함께 극복하였고, 한가위와 같은 명절에는 강강술래와 같은 형태로 노래를 부르면서 함께 뛰는 대동제의 형태로 발전을 시켰다.

 

몇 사람만 모여도 그 중 한 두명이 자연스럽게 노래를 한 곡조 뽑을 때에는 젓가락이나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거나 덩실덩실 춤을 추곤 하였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오 필승 코리아와 같은 응원가가 만들어지며 한민족이 응집하며 흥을 발산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 동시에 내재되어 있었던 우리 민족. 우리는 아시아의 동쪽 끝 반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주변의 민족들과 왜구에 의해 끊임없이 침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우리 민족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시련과 고난의 시간들을 통해 의 정서는 자연스럽게 나타났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우리민족은 위에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흥이 많았던 민족이었다.   

 

 

우리의 현재는 흥이 굳어 있어

 

하지만 우리민족은 위에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흥이 많았던 민족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현재 모습을 보면 과거와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중 한가지 예를 들어보려고 한다.

 

아프리카의 브르키나파소라는 나라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한 음악가는 우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사람 좋은 사람 많아요. 하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음악을 즐기면 행복해질 수 있는데, 한국사람은 술을 마셔야 행복한 것 같아요’(경향신문 2019.8.10)

 

외국의 연주자가 지적하였듯이 우리의 흥겨움은 평상시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음주를 하였을 때 나타나곤 한다. 아니면 유명가수의 콘서트에 참여한 관객들은 그 순간만큼은 엄청난 흥과 열기를 뿜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평상시 사람들의 얼굴은 굳어있는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일부 외국인들은 길을 걷는 무표정한 한국 사람들을 보며 삶의 즐거움이나 희망이 얼굴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표현할 정도이다.

 

이 많았던 우리 민족

 

과거에 동네에서 마을축제를 할 때에는 하루 종일, 아니면 며칠 동안을 농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연주자와 관객이 명확히 구분되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연주를 지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농악은 두레굿의 형태로 주로 그 지역 구성원이 연주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현재의 전문연주자가 연주하는 것처럼 어려운 장단이 아닌, 손쉬운 장단으로 연주하였다.

 

연주하는 사람이 메고 있던 악기를 벗고 쉬거나 음식을 먹게 되는 상황이 되면 다른 사람이 그 악기를 대신 메고 자연스럽게 연주를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 연주가 가능했던 것이다. 연주자와 관객의 구분이 따로 없었고 누구나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한편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유랑예인 집단인 남사당은 연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예를 선보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중에 덧뵈기라고 하는 탈놀음 또한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당시 농민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착취하는 양반에 대한 불만들을 다양한 해학으로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탈놀음은 양반을 비판하며 골탕먹이는 내용까지 있었는데도 막상 남사당패를 동네에 불러들이고 거처를 정해주며, 음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던 것은 그 마을 유지인 양반의 몫이었다. 얼핏 봐서는 그러한 상황이 이해가 안 될 듯하다.

 

하지만 비록 짧은 시간이어도 농민들은 남사당패의 연주와 기예를 보며 환호하고 양반들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탈놀음을 보면서 대리만족하였다. 그러면서 그동안 쌓였던 응어리를 풀어내는 장이 되었다.

 

그렇게 묶은 감정을 해소하고 나면 새로운 활력을 얻어 의욕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양반들은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기꺼이 자신이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남사당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현대인들은 과거에 비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저마다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취미생활로 해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바탕 같이 웃고, 같이 뛰고, 같이 땀흘리며 소통과 공감의 시간을 함께 하는 경우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지금이라도 한민족의 흥을 서서히 불어넣어야 할 때이다. pixbay.com


 

다시 불어넣어야 할

 

필자가 우즈베키스탄 야외무대에서 2천명은 넘는 관객들 앞에서 장구로 다스름이라는 장단으로 연주를 시작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연주를 시작하고 2,3초도 되지 않아서 모든 관객이 처음 듣는데도 불구하고 장단에 맞춰 박수를 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광경이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후의 경험들을 통해 관객의 이러한 호응은 비단 특정한 한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다. ‘으로만 따지면 둘 째 가라면 서러워할 우리민족. 수많은 전쟁과 암울한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같은 민족끼리 전쟁까지 치렀음에도 남아 있었던 그 이 지금은 너무 많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한민족의 흥을 서서히 불어넣어야 할 때이다. 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들은 매우 많이 있지만 필자는 그중에서도 예술, 특히 음악을 추천하고자 한다.

 

▲ 슬프지만 겉으로는 그 슬픔을 쉽게 표현하지 않았던 애이불비(哀而不悲)는 우리의 ()의 정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다.    

 

흥이 있는 민족은 음악을 좋아한다. 바꾸어 이야기 하면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게 되면 없었던 흥과 신명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은 언어의 장벽이 낮고 쉽게 접할 수 있으며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예술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방탄소년단의 음악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굳이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서양클래식이든, K팝이든, 가요든, 전통음악이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면 우리 내면에 숨어 있던 이 서서히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중에서 우리 전통음악에 주목한다. 우리 전통음악은 현대화와 서구화의 영향으로 어느 순간부터 우리로부터 멀어져 갔고 그러면서 우리 내면의 도 점차 사라져 갔다.

 

서양의 음악과 새롭게 탄생한 서양식 음악들이 전통음악의 자리를 대신했다. 이러한 음악들은 미디어의 힘을 통해 훨씬 손쉽게, 많이 퍼졌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의 은 반대로 줄어든 것은 아이러니이다.

 

전통음악은 흥겨움과 함께 어쩌면 이 내재되어 있는 음악인 듯하다. 우리나라에 원래 수 백 개가 있었고 지금은 몇 개 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음악을 가장 대표하는 아리랑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전통음악에서 이 있는 음악은 그냥 빠르고, 톤이 높고, 소리가 큰 음악들과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음악들은 그 순간에는 우리의 심장박동수를 높이며 열광하게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어딘지 모를 공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한민족의 핏속에 이어져 내려오는 감수성은 우리에게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고, 이 감수성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음악이다.

 

▲ 한민족의 핏속에 이어져 내려오는 감수성은 우리에게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고, 이 감수성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음악이다    

 

우리는 스테이크나 파스타, 피자 등을 먹기 위해 가끔 외식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한 음식은 구수한 된장국, 칼칼한 김치찌개와 같은 우리 음식이다. 이런 것처럼 우리의 정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 역시 전통음악, 또는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창작전통음악일 것이다.

 

한동안 도외시 해왔던 전통음악에 대해 이번 추석을 즈음하여 다시 한번 관심을 갖는 기회를 갖고 우리가 신바람이 널리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프로필

 

*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 서울교육대 졸업. 중앙대학 대학원 박사

* 중앙대학교 국악교육대학원 외래교수

* IOV(UNESCO NGO)이사

* 2016 올해의 스승상 수상

* 이메일 apron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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