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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작가 신연재 ‘오지라퍼가 간다’(1)
기사입력  2019/09/21 [14:55] 최종편집    김동석 동화작가

 

1접속의 시대

 

 

▲ 일러스트 나오미 지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는 제일 먼저 스마트 폰을 들고 어딘가에 접속한다. 이처럼 우리가 만든 도구는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소크라테스와 스티브잡스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어.” 치치를 안고 침대에 누운 소라는 머리가 아팠다. 잠시 눈을 감고 세상과 단절을 시도했다. 하지만 쉽게 단절되지 않았다.

 

최소한 내가 단절하고 싶은 결정을 내렸으면 따라야 하지 않겠어?”

멍청이!”

뭐라고?”

 

소라는 치치를 가슴에서 밀치며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모든 게 내 것이라고 생각한 소라는 요즘 자신의 몸과 마음이 맘에 들지 않았다.

 

도대체 말을 듣지 않아!”

 

멍청이! 명령을 내려야 말을 듣지.”

소라는 다시 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치치를 안았다.

 

아파요?”

소라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다. 치치는 가끔 소라의 두 손이 자신의 목을 조여 옴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는 그래도 가장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도 안다.

 

치치. 너도 내가 멍청하다고 생각하니?”

모르겠어요.”

이 녀석이!”

소라는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컥컥! 숨 막혀요.”

치치는 다리를 흔들면서 소라와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소라는 쉽게 치치의 몸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안 멍청해요. 안 멍청해!”

이미 늦었어.”

소라는 순간 두 손에 힘을 한 번 더 주더니 치치를 놔 주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컥컥! 죽을 뻔 했다.”

치치는 헛기침을 세 번 하더니 소라를 따라 거실로 나갔다.

디지털 시대에 소크라테스와 스티브잡스가 왜 중요하냐고요?”

소라는 서재로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그건 말이다. 단순한 거야. 아주 오래전에 소크라테스가 우리들이 살아갈 방법을 이야기했기 때문이야.”

 

서재에서 책을 읽던 아빠가 말했다.

그럼. 스티브잡스는 왜?”

 

커피향이 아빠 얼굴을 가렸다. 세수도 안하고 책을 읽고 있었던지 아빠는 눈가에 낀 눈곱을 떼는 것 같아 보였다. 창문 사이로 미세한 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저녁이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보였다.

 

그거야 성공한 인물이니까 그렇지.”

성공한 사람이 한 둘인가?”

스티브잡스는 다르지. 성공한 이유를 인문학에서 배웠다고 하니까 중요한 거지.”

 

인문학!”

소라는 인문학에 대해서 가끔 들은 적이 있었다. 논술 과외 선생님이나 그림을 배우는 화가 선생님에게서도 들었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소라야. 인문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이며 미래 사회에 살아갈 사람에게는 절대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절대적인 학문?”

인문학을 모르고서는 절대로 미래를 대비하고 살아갈 수 없어.”

왜죠?”

 

인간은 다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환경과 문화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차이가 많다는 말이다. 사회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 또한 크다.”

그렇군요.”

 

또 인간은 유희적 존재라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인문학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세익스피어나 빅토르위고에 열광하는 가요?”

 

 

 

그렇지. 몇 백 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소라는 절대적인 학문의 중요성을 인문학에서 찾아야 한다는 아빠와 엄마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기저기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면서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간의 욕망은 변함없지만 지금 시대는 접속의 시대라는 것을 잊지 마라.”

접속의 시대?”

소라는 아빠가 요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접속의 시대에 대해서 늘 고민이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와이파이가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데 왜 소크라테스와 스티브잡스가 중요한지는 알 수 없었다.

 

멍청이!”

소라의 뇌 속에서는 무엇인가 결정을 내릴 때마다 가끔 멍청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자신을 멍청이라고 하니 듣고 싶지 않았다.

 

아빠는 접속의 시대를 대비하고 있어요?”

그럼. 열심히 대비하고 있지.”

어떻게?”

 

앞으로 만날 사람의 성향, 심리, 역사, 정서, 감성, 감정, 철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지.”

그게 가능해요?”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

가끔 절대적인 신념이 강하다고 느낀 아빠의 입에서도 달콤하고 푸짐한 말을 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소라는 아빠를 좋아하기도 한다.

 

접속의 시대를 살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뭐에요?”

그건. 사람마다 다르지.”

소라는 머리가 잠시 아팠다.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반복적으로 들리는 멍청이라는 말이 소라의 목을 조여 왔다.

정말 미치겠어.”

?”

 

소리치는 소라를 바라보며 아빠가 물었다.

머릿속에서 자꾸만 멍청이 멍청이라고 놀려요.”

하하하! 멍청이라고?”

아빠는 웃으면서 소라를 쳐다봤다. 하지만 소라의 얼굴에는 그리 즐거운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아빠도 뇌 속에서 멍청이라는 말이 들려요?”

시시각각 들린다.”

그럴 땐 어떻게 해요?”

 

하하하! 서재에 들어와서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안 들려.”

정말요?”

그럼.”

 

소라는 신기했다. 언젠가 자신도 멍청이라는 소리를 듣고 서재에 들어와서 책을 읽었더니 머릿속이 상쾌해졌던 적이 있었다.

 

왜 자꾸 멍청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거야 쓰지 않는 뇌 세포들이 심심하니까 그렇지. 텅 빈 세포에 지식과 지혜를 넣어달라는 것이야.”

 

소라는 세포가 무엇인가를 넣어달라고 한다는 말이 신기했다.

그냥 두면 안 돼요?”

그건 일반인들에게는 가능하지만 세상을 리더해가는 사람과 창의성을 발전시켜나가야 할 사람에게는 안 되지.”

 

그렇다면 멍청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모두 리더나 창의성이 풍부한 사람들이에요?”

그렇다고 봐야지.”

 

소라는 멍청이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뇌를 청소하는 곳에 가고 싶었다. 모든 것을 다시 리셋해 주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아빠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아빠. 뇌 세포를 리셋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치매 정도이겠지.”

그럼 만약 제가 지금 병원에 가서 뇌 세포를 리셋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멍청이. 리셋하면 아빠도 엄마도 치치도 기억 못하게 되지!”

멍멍!”

치치가 짖었다. 소라가 자신을 기억 못한다는 말이 귀에 거슬린 모양이다.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소라의 귀에는 치치의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다만 뇌에서 멍청이라는 소리만 들렸다.

 

아빠. 그래도 멍청이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리셋하고 싶어요.”

이런 바보 멍청이!”

아빠는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벌떡 일어서더니 눈을 크게 뜨고 소라를 째려봤다.

 

멍청이보다 더 멍청이는 바보 멍청이야. 넌 뇌를 리셋하는 순간 뇌에서 바보 멍청이라는 소리를 계속 듣게 될 거야.”

? 바보 멍청이가 되는 거죠?”

 

이런 바보 멍청이. 우선 뇌를 훌륭하게 리셋하는 병원이 없다는 게 문제고, 두 번째는 뇌를 리셋하면 그동안 지식과 경험을 쌓아둔 것들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뇌 세포에는 바보 멍청이라는 말만 가득하게 되는 거야.”

 

    

 

 

소라는 아빠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광고하는 뇌 세포 리셋하는 병원을 본 적이 있었다.

 

리셋하는 병원 있어요. 광고도 봤고.”

이런! 언어소통과 의사소통의 차이를 모르는 녀석.”

그건 또 뭐예요?”

 

광고를 믿고 그 병원에 가서 뇌를 리셋하면 원하는 데로 뇌가 돌아갈 것 같으니?”

일단 깨끗해지면 내가 원하는 대로 지식과 정보를 채울 수 있잖아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녀석이군.” 아빠는 다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소파에서 일어나 서재에서 책 한 권(바람을 타는 뽀득이)을 꺼냈다.

 

이건 병아리가 바람을 타고 여행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람이 바람을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니요.”

 

바람을 타고 싶다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그걸 이 작가는 동화를 써서 어린이들에게 읽게 했다. 이렇게 미래를 향해 작가는 언어로 글을 남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은 바람을 타는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의사소통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뇌를 리셋하겠다는 병원은 접속의 시대에 너 같은 멍청이가 많이 나오니까 뇌를 리셋해주겠다는 병원을 세운 것이다. 어찌하든 병원에 오는 사람은 많을 테고 그러면 병원은 돈을 많이 벌겠지. 뇌를 리셋했으니 리셋하기 전의 계약에 대해서는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으니 문제될 것도 없고 얼마나 좋겠니.”

 

소라는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기했다. 언어소통과 의사소통의 차이를 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딸과 의사소통이 안 되니 리셋병원이 성형외과보다 더 성황이지.”

멍청이! 멍청이! 바보 멍청이!”

 

소라는 계속 들려오는 멍청이 소리에 서재를 뛰쳐나갔다. 어둠 사이로 부는 바람이 차가웠다. 하지만 뇌는 시원한 듯 했다.

 

리셋병원.”

소라의 눈에 자꾸만 지하철 광고가 아른거렸다. 몇몇 학생들이 함께 리셋병원에 가자고 하는 이야기도 들렸다.

 

윤정아. 너 여기 가서 뇌를 리셋하면 되겠다. 그럼 헤어진 남자 친구 생각도 안 나고 마음도 아프지 않을 거야. 그러면 술도 안마시고 잠도 잘 잘 수 있잖아. 호호!”

 

정말일까?”
며칠 전에 지하철에서 술에 취한 언니들이 이야기하는 게 들렸다. 그렇게 소라는 리셋병원에 대해서 각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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