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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작가의 신연재 ‘오지라퍼가 간다’(2)
기사입력  2019/10/02 [23:08] 최종편집    김동석 동화작가

 

2화 움직이는 미래

 

 

영혼의 흔적들을 지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서 맴도는 이 말에 대해서 소라는 가끔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 그래서인지 고통이 수반하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정도의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영혼의 흔적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리셋병원 뉴스가 지상파 방송 뉴스에 간간히 올라왔다. 언제부터인가 리셋 약을 제조한 제약회사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맞아! 리셋 약을 먹어봐야겠다.”

소라는 아직도 뇌에서 들리는 멍청이라는 소리가 싫었다. 어쩌면 소라에게 딱 맞는 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세상에! 리셋 약을 고양이에게 먹이다니.”

키우던 고양이 딸랑이에게 리셋 약을 먹이고 일어난 행동에 대해서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수십억 명이 봤다.

미쳤어! 미쳤어!”

 

소라는 키우던 동물에게 리셋 약을 먹인 뉴스를 듣고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까지 모두 찾아 봤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았다. 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에게 리셋 약을 먹이고 죄책감도 없이 올리는 것은 범죄 행위나 마찬가지다.

 

리셋 약을 먹은 고양이 딸랑이는 비틀거리며 집을 나갔다. 그리고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주인은 밤마다 딸랑이를 찾아 길을 나섰지만 사라진 딸랑이는 찾을 수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동영상에 접속하는 사람이 많아서 영상을 올린 주인의 통장에 시간이 지날수록 돈이 쌓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미친 거야. 자기가 먹지 고양이에게는 왜 먹인 거야.”

현대인에게 불안 요소가 많다보니 상상도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사회적 도덕문제와 미래의 불학실성이 문제다.

 

미래의 불확실성이나 인간성 상실이 파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또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우리의 삶에 책임감과 포용적 태도가 사라지는 시대에 나타날 수 있는 사회 현상이라 할 수도 있다.

 

또 다원화 사회에서 우리는 사회적 도덕문제에 무책임한 행동을 함으로서 나타나는 불안요소일 수도 있다.

 

과학 지상주의가 삶의 풍요와 편안함을 주고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경계 너머의 문제들에 대해서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딸랑이의 동영상을 보고 무지막지한 댓글을 달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고통이 따랐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리셋 약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뉴스였다.

 

그래. 이걸 먹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에 소라는 머리가 아팠다.

멍청이! 너도 먹고 싶어?”

소라는 뇌에서 들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아니 죄책감이 들었다. 그동안 뇌를 리셋하겠다고 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소라는 모두가 잠든 시간에 서재를 향했다. 그리고 많은 책을 한 권 한 권 둘러봤다.

 

▲ 나오미

 

<접속하라. 그러면 움직이는 미래가 보인다.>

이런 책 제목이 있어 꺼냈다.

무엇인가에 접속할 수도 있다?”

 

참으로 신기한 책 같았다. 소라는 소파에 앉아서 책을 펼쳤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미래가 움직인다. 재미있는 걸!”

소라는 미래가 움직인다는 말이 재미있게 들렸다.

 

무엇이 움직이는 걸까? 나는 아직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데.”

조금 전까지만 해도 뇌를 리셋하고 싶었던 소라를 우리는 모두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움직이는 미래의 언어에 빠져들었다.

 

지구의 황폐화 그리고 에너지의 이동.”

지구가 살아남기 위해서 처음 하는 일이 바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를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맞다. 석유를 사용하던 에너지가 태양광, 전기, 풍력, 수소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소라는 정신이 번쩍 뜨였다.

움직이는 미래가 바로 이런 것이군!”

 

뇌 세포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멍청이나 리셋 같은 생각은 전혀 나질 않았다.

맞아. 에너지의 축이 이동하는 거야. 이런 것이 바로 미래가 움직이는 것이지.”

 

소라는 책 속에 빠져들었다.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은 것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앞만 보고 살아가는 지 또는 지금 순간만 충실하려고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변화를 추구하고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미래가 움직이는 것이다.

 

딸랑이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책을 읽다가 순간 리셋 약을 먹은 딸랑이가 생각났다.

주인이 찾았을까? 그렇다면 주인을 알아볼까?”

 

소라는 리셋의 약효가 참으로 궁금했다. 그렇다면 딸랑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찾아봐야 한다.

안녕. 딸랑아.”

안녕. 날 아니?”

 

. 우리 옆집에 사는 딸랑이잖아?”

옆집? 난 집이 없는데.”

뭐라고?”

 

▲ 최은영

 

집이 없어. 난 집시처럼 이렇게 떠돌아다니는 고양이야.”

. 넌 딸랑이야. 이 바보 멍청아.”
? 바보 멍청이라고.”

 

그래. 바보 멍청이!”

딸랑이는 바보 멍청이라고 해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처음 듣는 말이라서 소라처럼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딸랑이는 길이 있어서 걷고 또 걷고 있었다.

 

어딜 가니?”

이웃집 고양이가 딸랑이에게 물었다.

이 길을 계속 걸어갈 거야. 끝이 있을까?”

 

이런 바보 멍청이! 이 길은 끝이 없어.”

그런데 너는 왜 자꾸 내게 바보 멍청이라고 하는 거야?”

바보 멍청이! 자기 집도 모르는 데 바보 멍청이지.”

 

딸랑이는 살던 집을 생각해 봤지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순간 눈을 떴을 때 가슴이 답답하고 멍해서 밖으로 나가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소라는 지하철을 탔다. 큰 서점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몇 정거장 가더니 내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걷고 또 걸으며 생각했다.

 

리셋 약 효과는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과거를 다시 기억할 수 있는 약을 만들면 되겠다.”

소라는 딸랑이의 뉴스를 보면서 생각했다.

 

▲ 정은호   


 

약을 먹으면 어디까지 지울 수 있을까?”

리셋 약 효과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넉 달을 산 딸랑이가 지금 말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모든 기억이 뇌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사람이 리셋 약을 먹으면 어린 아기로 돌아가는 것일까? 리셋 약을 사람이 먹었다는 뉴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세포를 분석하고 있다. 뇌 세포마다 하는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뇌 세포에 지식과 정보를 인위적으로 넣어주면 어떻게 반응할 지도 궁금하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뇌 세포를 약 10%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뇌 지도를 통해 얻은 지식으로 많은 인간에게 10%가 넘는 뇌 세포에 지식과 정보를 입력해 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했다.

 

움직이는 미래가 바로 인간의 뇌 세포까지도 변화시키는 시대일까? 만약 치명적인 일이 벌어진다면 리셋 약을 먹이거나 뇌 세포를 리셋시키면 될 것 아닌가? 소라는 책을 읽다 말고 덮었다.

 

내가 너무 앞서가려고 해. 미래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걱정하고 있다니 바보같이.”

움직이는 미래에 대해서 소라는 큰 의미를 두었다. 모든 것은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한번쯤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만 있다면 리셋을 하고 싶었다.

 

엉망이야. 모든 것이.”

소라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없었다. 어딘가에 접속을 해서라도 도움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또 갑자기 뇌에서 멍청이 소리가 들렸다. 며칠 동안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자 두려웠다.

뇌는 나를 너무 잘 알아.”

 

그래. 널 너무 잘 안다.”

미안하지만 제발 내게서 나가줄래?”

아니.”

?”

 

뇌 세포란 지식과 정보들이 들어와서 자리 잡고 있을 수 있지만 스스로 나갈 수는 없어.”

?”

뇌 세포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가야 드디어 존재하지 않게 되거든.”

 

그럼 리셋 약을 먹으면 어떻게 되지?”

그거야 주인이 원하는 데로 되겠지.”

소라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왜 내가 자신의 뇌 세포를 리셋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이유가 없었다.

 

맞다. 멍청이라고 하니까 내가 리셋하고 싶었지.”

소라는 오랜만에 리셋하고 싶은 본질을 찾았다. 하지만 그 단어 하나만으로 자신의 뇌 세포를 리셋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름 내가 멋진 녀석인데 리셋하려고 했다니 우습다.”

소라는 모처럼 거울을 보고 자신에게 말했다.

 

움직이는 미래처럼 내 자신도 움직이는 거다. 뇌 세포도 많은 지식과 정보를 쌓아가면서 나를 위해서 변화를 시도하고 움직인다. 우주 만물이 생성과 소멸의 연속이듯 뇌 세포도 죽고 살기를 반복하면서 성장한다. 그것이 바로 인류의 역사이고 내 자신의 미래이기도 하다.”

 

▲ 김다인 

 

소라는 움직이는 미래를 봤다. 퓨전과 융합, 혁신과 창조를 통해 순간순간 움직이고 있다. 그것은 살아가야할 존재이기도 했다.

 

소비의 시대에 소비자의 욕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스마트 시대에 정보 검색이나 정보 사냥꾼의 경계를 넘어 이제는 불만을 표출하고 이성적 소비를 하고 있다.

 

스마트 매니아가 되어 시장에 참여하고 소속감도 가지고 자신의 합리적 소비를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므로 기업은 소비자에게 편리성을 제공하고 소비자의 자아 표현을 위한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는 혁신과 융합을 통해 발전하는 기업으로 이동한다.

 

멍청이라고? 하하하!”

소라는 모처럼 뇌 세포를 향해 한 마디 했다.

멍청이! 바보 멍청이!”

소라의 질문에 뇌 세포가 대답했다.

 

언젠가는 널 꼭 리셋할거야.”

이런 바보 멍청이 같은 녀석.”

치치.”

 

소라는 뇌 세포가 말하는 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치치를 불렀다. 달려온 치치를 꼭 안고 침대위에 누웠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무너진 국경,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경계가 매일매일 중요 뉴스 시간을 차지한다. 이처럼 우리는 움직이는 미래를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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