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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 서독으로 파견된 간호사의 ‘레터 수기’(42)
기사입력  2019/10/08 [00:52] 최종편집    임옥진

 

지난 세대를 회고해보면, 국민들의 지행합일적 헌신적 조국사랑은 부국강병의 초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만방에 한강의 기적을 알리는 힘찬 고동소리였다. 당시 서독에 간호사로 파견되어 노심초사 가족사랑과 불철주야 조국애를 불사른 레터 수기를 입수하여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면을 생생하게 구성하여 주말 연재한다.(편집자주)

 

 

 

겨울 방학을 맞아서 '주님의 은혜를 입어'

홀란드 학생 야니(Janny)의 초대를 받아

 

홀란드수도 암스테르담, 항구도시 폴랜담

그 외 여러 하루 종일 흥미로운 관람이

 

 

사랑하는 부모님께(1-1978. 12. 20)

 

날씨도 추운데 무고하신지 추수와 월동준비도 잘 마치셨는지 궁금합니다. 지구 반대편의 외국 땅에서 너무나 그립고 기다려지는 것은 부모님과 가족들의 소식이라는 것을 새삼 상기시켜드립니다. 제가 편지 자주하는 편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번이 이 해 들어 8번째로 드리는 소식이군요. 한편 집으로부터의 소식은 지난 710일에 단 한 번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원망하는 것은 아니므로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 사실을 발견했을 뿐 어머님 아버님과 온 가족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소중히 알고 있습니다. 소중하기 때문에 그토록 그립고 궁금하지 않겠어요?

 

저는 세계 20여 개국에서 모인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며 같이 훈련받으면서 때로는 긴장 상태에도 있었고 피곤하기도 했지만 사랑도 많이 주고받고 늘 감사하면서 한 학기를 잘 마쳤습니다.

 

▲ 약 한 달간 겨울 방학을 맞아 주님의 은혜를 입어 홀란드 학생 야니(Janny)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1216~112일까지 약 한 달간 겨울 방학을 맞아 주님의 은혜를 입어 홀란드 학생 야니(Janny)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저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수키(Sukie)라는 친구를 홀란드 친구 야니가 한 달간 자기 집으로 초대 해 줘서 학기 일정을 다 마친 지난 1215일 밤 열차와 배를 타고 홀란드에 와 있습니다.

 

여덟 시간 동안 배를 탔는데 파도가 얼마나 사나운지 멀미를 많이 하고 죽는 줄 알았는데 무사히 살아서 도착했습니다.

 

홀란드 남녀 학생들이랑 여럿이 함께 타게 되어 모두들 힘들어해서 처음에는 제가 간호사로서 본능적으로 여기저기 도와주러 다니다가 나중에는 멀미가 심해 저 자신이 초주검 상태가 되었습니다. 배에서 내렸을 때 야니의 부모님과 남자친구 호째(Hotze)가 승용차 두 대로 기다리고 있어서 약 4시간을 달려 야니 집에 도착했습니다.

 

야니의 방에서 수키, , 이렇게 세 사람이 지내고 있습니다. 홀란드의 집들은 도심의 상점 진열장인양 양쪽 창문이 커다란 통 유리창으로 건축되어 있어 낮이나 밤이나 집 안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집 이쪽 편에서 집 반대편의 뜰이나 뒤쪽의 경치를 꿰뚫어 볼 수 있어 아주 이색적입니다. 커튼 대신 가지각색의 꽃 화분 종류를 창문에 걸어서 예쁘게 장식했습니다. 상호간에 집안이 들여다보여도 서로 상관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때문인지 집들은 많이 크지 않고 자그마합니다. 사람들의 성품은 아주 활달합니다.

 

야니네 집 음식은 영국 칼리지 보다 맛이 좋고 고기도 충분히 먹을 수 있어서 너무 고마운 마음이며 야니의 부모님은 그리스도인들로서 친절하게 환대해 줍니다. 홀란드 말은 독일어와 영어가 혼합되어 있는 것 같이 들려서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일어를 할 줄 알므로 독일어와 영어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길선교사님 댁은 홀란드 북동부에 위치한 그로닝겐에 있으며 이곳에서 승용차로 약 3시간 떨어진 곳인데 만나 뵐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이곳 홀란드에서 한 달간 머물게 되니 중간에 독일 본, 정희에게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교통비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군요. 저의 학비와 생활비에 관해서는 너의 모든 필요를 채우시리라는 주님의 약속을 의지하는 것이 큰 힘입니다. 방학을 맞이하기 전에는 에세이 쓰는 일 이외에 11과목에 대한 시험이 있었는데 주님의 도우심으로 감사하게 잘 마쳤습니다.

 

▲ 서울에서 약 부산거리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홀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    

 

우주를 다스리시는 크고 위대하신 창조주 하나님이 어찌하여 기껏해야 한낱 피조물에게 사랑을 베푸시고 사소한 일에마저 관심을 가지실까요? 이해할 길 없습니다. 그분의 전적인 은혜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언어, 혈색, 풍속, 문화,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받아들이고 사랑을 베푸는 것은 예수님의 보혈의 피로 맺어주신 혈연관계임을 입증해 줍니다. 아버님, 어머님 이 세상은 험하고 각박하지만 사랑과 안정과 안식이 있는 한 곳, 그 곳은 그리스도의 그늘입니다.

 

그리스도 우리 주 예수님은 부모님도 뜨겁게 사랑하심을 기억하십시오. 온 가족의 소식 곧 들려주시길 바라며 큰댁에 인사전해 주시고 친지 분들에게도 안부해 주십시오. - 홀란드에서 딸 드림.-

 

1978.12.30.

 

이런저런 이유로 오늘까지 편지를 송부하지 못해서 계속 씁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야니, , 수키가 야니네 교회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합류하였습니다. 저는 한복을 입고 영어로 우리 소개와 간증을 하고, 야니가 홀란드어로 통역한 다음 함께 찬송을 부르고 홀란드 그리스도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기쁜 크리스마스 날에는 책, 고급 수건, 초콜릿 과자 등등 풍성하게 여러 가지 선물을 주고받기도 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홀란드 경제상황은 생활수준이 높아서 물가도 비싼데 한 달 동안 푸짐하게 대접받으니 분에 넘치며 완전 주님의 은혜입니다. 어제는 또 야니와 약혼자가 서울에서 약 부산거리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홀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 그리고 좀 더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항구도시 폴랜담 그 외 여러 구경할만한 곳들을 승용차로 구경시켜 주어 하루 종일 흥미로운 관람이 되었습니다.

 

▲ 항구도시 폴랜담 그 외 여러 구경할만한 곳들을 승용차로 구경시켜 주어 하루 종일 흥미로운 관람이 되었습니다   

 

돌아오는 수요일(13)에는 승용차로 약 3시간 떨어진 곳에 살고 계신 길 선교사님 댁의 초청을 받고 야니 아버지 차로 셋이서 방문할 예정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다음 학기를 위해 필요한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되었네요. 이처럼 추운 겨울에 따듯하게 지낼 수 있는 거처, 소중한 친구들, 친절한 사람들, 필요한 모든 것, 주님께서 이 분들을 통해 과하게 베풀어 주시니 은혜 중에 은혜입니다.

 

저의 생애에 베푸시는 모든 은혜를 아무리 하여도 이해할 수 없네요. 우리 하나님은 위대하십니다. 자비하십니다. 그분은 없는 것을 있는 것 같이 불러내시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십니다.

 

주님을 구세주로 모시고 살면 삶이 기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항상 제가 구원받은 것이 기적이라고 여겨집니다.

 

구원받고 안 받은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것은 하늘나라와 지옥의 차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만약 하나님께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회개하고 그렇게 하고 싶은 심정이랍니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은 어떤 경우에도 헛되지 않습니다.

 

주 예수님은 하나님께로 가는 길이고, 죄 사함을 받는 통로이며, 예수님의 의를 옷 입어야 하나님 은혜의 보좌 앞으로 날마다 담대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111일에는 영국으로 돌아가며 12일부터 2학기가 시작됩니다. 그럼 소식 주시기를 기대하며 이만 줄입니다. -홀란드에서 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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