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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진 칼럼> ‘꼭 이루어지는 소원’
기사입력  2019/10/19 [21:25] 최종편집    양은진 칼럼니스트

소원의 관점을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누구나 소원은 천천히 자연스레 이루어질 것

 

 

▲ 그냥 하루하루를 별일 없이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자신감을달님께 소원을 빌었다.

 

 

 

▲ 양은진 칼럼니스트       

보름달덩이를 보고 소원을 비는 것은 일년에 한번 이지만 의외로 일상 곳곳에서 우리는 소원을 빌곤한다. 동네 혹은 산 언저리라면, 어디나 있는 사찰을 가도 기복적인 면이 있고 멀리는 유럽 여행을 가면 동네마다 있는 성당에 들어가면 종교의 여부를 떠나 경건하게 매무새를 정리하고 조용히 맘을 다스리면서 또 작은 자기 맘을 들여다보고 동시에 바라보게 된다.

 

학창시절 입 다물고 공부만 하느라 20대에 들어서야 늦은 사춘기를 앓게 되었다.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이기도 했지만 상위권 성적이었던 고등학교시절과 다르게 우등생들만 모인 대학시절은 열심히 해도 잘 해내기 어려워서 예상치 못하게 의기소침해지면서 6년의 대학시절 동안 기회만 되면 내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달님께 소원을 빌었다.

 

학과 공부 뿐 아니라, 캠퍼스에서 즐기는 모든 여가활동에서 심하게 뒤쳐졌다. 볼링을 치러가서 뒤뚱거리고, 학교 체육대회에서 탁구경기가 열리면 공이 무서워서 피해다니곤 했다. 첫사랑이던 짝사랑도 맘처럼 되지 않으면서 생활전반에 걸쳐 심하게 자신감을 잃었던 것이다.

 

20대 내내 자신감을 주시라 기도했더니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그간의 노력을 보상이라도 받듯이 치과의사를 바라보는 주변인의 시선과 대접은 절로 자신감을 주었다.

 

30대에 들어서면서 결혼도 하고 내 병원을 개원하면서 가정을 이루고, 새로운 일을 벌이면서 꽤나 바쁘게 살았다. 결혼 다음해에 아들이 연년생으로 태어나고, 으득없이 일어나는 소처럼 대출을 통해 사업장을 오픈했기에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엄살을 부릴 시간은커녕 생각을 정리하면서 살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기에 당시의 이런 상황이 언제쯤 나아지는지 궁금해졌다.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통찰력이 필요했다.

 

한창 사회생활로 바쁜 시기에 꼼짝없이 나를 들이부어야하는 아이를 낳고 키워야하는지 절대적인 그분의 의도가 궁금했다. 시간이 넉넉해지는 그 시기에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훨씬 여유롭게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을 들여 양육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 소원은 더 큰 일이 생기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면서 성취되었다.

 

● 마흔이 되던 해에 뇌종양에 걸렸다.

 

나이 마흔이 되던 해에 뇌종양에 걸렸다. 소설이나 영화 속 비련의 여주인공이 자주 걸리는 그 병 말이다. 악성뇌종양이란 진단을 받음과 동시에 나 아니면 안 될 것 같던 치과 일도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저절로 그만둘 수 있었다.

 

그리고 걱정과 달리, 생각보다 잘 돌아갔다 처음엔 걱정이 많았지만 몸이 불편해지고 병원살이를 해야하는 덕에 어쩔 수 없이 내 손이 미치지 못했지만 남편이, 친정식구들이, 또 이웃들이 아이들을 챙기고 오래 같이 한 직원들이 병원에서 더 힘을 보태주어 내 빈자리를 메워주었다.

 

머리를 가르고 오토바이 헬멧보다 두껍다는 두개골을 잘라내어 수술을 해야 했기에 수술 후 부작용은 최소 편마비로 한쪽 팔다리를 쓸 수 없다는 병원의 문서에 서명을 하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우리 엄마는 굳은 표정으로 의연하게 말씀하셨다. “세계 유명한 모든 병원을 다 가서라도 너를 고쳐주마시어머니는 그 무렵 무당에게 굿을 하고서야 수술실에서 신발을 바로 신고 나올 수 있다는 답을 들으셨으니 걱정말라고 전화하셨다.

 

남편은 내가 빠져나온 생활전선에서 2배로 뛰고, 또 동시에 아직 엄마손이 필요한 아들들을 돌봐야했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과 친정 아빠는 틈틈히 병실을 지키며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간병해주었다.

 

전방위적인 가족들의 응원 덕에 기적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최소한의 부작용이라는 편마미 없이 퇴원해서 내게 주어진 표준 치료를 마치고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40대의 소원은 건강이 되었다.

 

암투병으로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또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죽음의 임박함을 겪게 되니 그간 바라보았던 삶의 시선은 확연히 달라졌다. 그토록 갈구하던 통찰력은 의미가 없어져서 가진 것처럼 되어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냥 하루하루를 별일 없이 최대한 행복하게 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아직 40대를 다 마치지 못하고 진행 중에 있지만, 조금씩 감지하고 있다. 언제나 건강에 대해 안부를 묻는 지인들에게 체력이 예전만 못하지만 잘 지내는 편이라고 답한다. 그 때 한 명의 인생 선배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네가 암환자여서가 아니라, 나이가 들었기 때문이라고. 남들도 네 나이에는 체력이 떨어지는 거라고...

 

그리하여 나는 불어나서 동그래진 내 체형과 낮잠을 자지 않으면 저녁을 버티지 못하는 일상, 전처럼 빨빨거리고 돌아다니지 못하는 체력을 받아들이며 조금씩 협상을 해가고 있다.

 

올 가을 환한 보름달을 보며 나는 또 건강에 대한 소원을 빌었지만 건강이 전처럼 좋아지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내가 내 몸 상태를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받아들이면서 그 소원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그것은 내가 20대와 30대에 간절하게 빌었던 소원들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같기 때문이다. 본인에 대한 소원의 관점을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누구나 소원은 점점 이루어질 것이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프로필

2012년 예술세계 등단

) 안양 샘병원 치과의사

대한여자치과의사협 이사

10EBS 스토리기자

yeji3929@daum.net

https://blog.naver.com/yeji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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