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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 서독으로 파견된 간호사의 ‘레터 수기’(44)
기사입력  2019/10/20 [22:21] 최종편집    임옥진

 

지난 세대를 회고해보면, 국민들의 지행합일적 헌신적 조국사랑은 부국강병의 초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만방에 한강의 기적을 알리는 힘찬 고동소리였다. 당시 서독에 간호사로 파견되어 노심초사 가족사랑과 불철주야 조국애를 불사른 레터 수기를 입수하여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지면을 생생하게 구성하여 주말 연재한다.(편집자주)

 

 

 

 

스위스 어린이전도 지도자훈련센터에서 학습중이예요

학생들은 전체 45명으로 세계 20여국에서 모였습니다

 

어린이들이 하나님 말씀을 듣는 것이 흐뭇할수 없어요

미군들과 결혼한 한국 부인들도 여러 사람 만나보았고

 

 

사랑하는 부모님께 드립니다.(1-1979825)

 

지난번 소식 드린 이후 많은 활동, 여러 가지 환경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늘 편지를 기다리고 계실 부모님께 한시바삐 소식 드리고 싶은 마음 늘 있지만 죄송하게도 짬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 동안 몸 건강하시고 잘 계신지 몹시 궁금합니다. 입대한 이후 병환의 소식 듣지 못해 많이 궁금합니다. 주소라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빠, 올케언니, 승온 경온 정온 모두 잘 있는지요? 영희와 제부, 시어머니, 시삼촌, 지은, 지숙 모두 잘 있길 빕니다. 옥희, 경선, 별 탈 없이 잘 하고 있을까요? 큰아버지, 큰어머니, 병진과 올케, 경희, 모두 잘 있는지요?

 

저는 부활절 방학을 기해 독일 본에 있는 정희네 집에 가서 약 한달 동안 지냈습니다. 본대학병원에서 하루 12시간씩 밤 근무도 할 수 있어서 경제에도 도움이 되었으며 정희네 가족과 즐겁게 지내다가 칼리지로 돌아온 이후 제3학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 스위스에 있는 CEF 유럽어린이전도지도자훈련센터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에 소식 드린 대로 이곳 스위스 Langenbruck 킬히침머(Kilchzimmer)에 있는 CEF 유럽어린이전도지도자훈련센터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사방이 산천초목으로 둘러 싸여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며 자연 경관이 빼어나 수려한 곳입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산기슭에 센터의 건물들이 고즈넉하게 위치해 있습니다.

 

학생들은 전체 45명으로 세계 20여국에서 모였습니다. 교사들과 직원들을 합해 70여명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친구 갑숙도 함께 훈련을 받게 기쁩니다. 클래스는 영어반, 프랑스어반, 덴마아크어반으로 나뉘었으며 초인종의 울림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아침 6시에 일어나며 밤 10시에 불을 꺼야 합니다. 학생들의 연령은 27세부터 50세까지 있으며 결혼한 부부도 많고 직업도 다양합니다.

 

▲ 킬히침머(Kilchzimmer)에 있는 CEF 유럽어린이전도지도자훈련센터는사방이 산천초목으로 둘러 싸여 그야말로 청정지역이며 자연 경관이 빼어나 수려한 곳입니다.      


 

한 방을 두 사람이 사용하는데 저의 룸메이트는 홍콩에서 11년간 선교사로 사역 중인 죤(Joan Stapleton)이라는 영국 친구랍니다. 우리나라에도 두 번 방문한 적이 있으며 이곳에서 코스를 밟은 다음 9월에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 동양지역의 사역자로 중책을 맡게 된다고 합니다. 서로 매우 친하고 많이 웃고 아주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공부는 3개월 동안에 많은 과제를 수행해야 하므로 퍽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처럼 큰 도움이 되고 꼭 필요한 코스를 밟게 되어 주님께 깊이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지난주에는 독일의 남부 도시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미군 부대 거주지에서 8일 동안 실습 기간을 가졌습니다.

 

미군부대 내 그리스도인들의 도움으로 영어 클래스의 학생들이 야외에서 오전과 오후 시간에 어린이 전도를 실시했습니다.

 

저의 팀은 저와 영국 북아일랜드 출신인 마가레트(Margaret Elliott)였고 저희를 초대해준 집주인, 미국 군인 가정에서 두 사람이 함께 기거하면서 오전과 오후 시간에 미국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새롭고 소중한 경험이었으며 큰 용기와 도전이 되었습니다.

  

내가 외국어로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마음 한구석에 염려가 있었으나 살아계신 주님께서 저의 능력과 지혜를 능가해서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게 해주셔서 큰 기쁨을 주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매일 오전 그룹은 35, 오후 그룹은 20명의 어린이들이 몰려와 열심히 집중하는 것을 보니 참 신기했으며 그 중에 여러 명이 주 예수님을 죄에서 구원하시는 구세주로 모심으로써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답니다.

 

어린이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는 것을 보니 그토록 기이하고 예쁘고 흐뭇할 수가 없었네요. 또한 어린이들이 저를 따라다니기도 하고 거리를 지나가면 거리 저쪽이나 혹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옥진~ 옥진~ 하면서 쫓아오기도 합니다.

 

서로 나를 좋아한다고 가까이 오려고 하고 함께 놀려고 하는 등 어린아이들에 대해 여러 가지 유쾌하고 기꺼운 경험들을 갖게 되었으며 가까이에서 그들을 관찰 할 수가 있었지요.

 

또 미군들과 결혼한 한국 부인들도 여러 사람 만나보았으며 아이들에게 쿠키(과자)를 만들어 들려 보내기도 하고 한 가정은 식사 초대를 해줘서 함께 퍽 즐거운 시간도 가졌답니다. 그 중에 아~주 귀여운 두 여자 아이들은 주님을 모시게 되었답니다. 야외의 정원에서 만난 한국 부인들도 관심을 보였으며 성경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보고 기뻤습니다.

 

앞으로 몇 주 후 918일에는 졸업식이 있게 되며 921일이면 영국 스완지의 콜리지로 돌아가 제2학년 코스에 임하게 됩니다. 쉴 새 없이 계속 공부를 하게 되어 신체적으로는 힘이 들지만 늘 그날에 필요한 만큼의 힘을 주셨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 주실 것으로 주님을 의지합니다.

 

이곳 날씨는 높은 산 중턱 위로는 눈, 아래로는 비가 내려 눈과 비를 동시에 보기도 합니다. 심하게 천둥 번개가 치기도 하고 기온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8월인데 요즘은 추워서 겨울옷을 입어야만 할 정도군요. 아무쪼록 어머니 아버지와 온 가족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몸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럼 부모님과 가족들의 소식을 기대하면서 이만 줄입니다. -스위스에서 딸 올림.-

 

사랑하는 부모님께 드립니다.(219791021)

 

아버지, 어머니 몸 건강하시며 평안하신지요? 규칙적인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소식이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스위스에서 CEF어린이전도지도자훈련 과정을 마치고 920일자 항공편으로 영국 스완지 칼리지(College)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스위스에서의 훈련기간은 저에게 큰 의미와 영향을 끼쳤고 큰 도움이 되었으며 소중한 많은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특히 죤, 마가렛트, 유럽 총재 쌈과 세디 도헤티, 디자인너 디디 그라이너, 캐롤라인, 마들린 등등이 있습니다. 동봉해 드린 안내 책자는 그곳에서의 훈련기간 동안 출판된 팜플렛으로 영어를 읽지 못하셔도 제 얼굴을 찾아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830일 보내드린 편지에 정희의 한국 방문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해 드린 바 있는데 이 후 정희에게 전화해 본 결과 이번 가을에는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하더군요. 집에서 소식이 없으므로 요번 가을은 무리인 것으로 추측하고 내년 봄쯤이 어떨까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빠의 소식을 들으니 대전 집에 여분의 방이 없고 찾아오는 일이 좋긴 하나 독일인 사위를 어떻게 맞이해야 좋을지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아무튼 양쪽의 사정을 아는 저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일단 유보했으면 싶고 서로에게 보다 바람직한 기회를 기다려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옥희가 신우염으로 고생한다는데 만성이 되지 않도록 병원에 가셔서 항생제 치료 철저하게 받게 도우십시오. 비타민C 복용과 따뜻한 물도 충분히 마시고 스트레스 너무 받지 말고 좀 쉬라고 하십시오. 취업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해서 면역력이 떨어졌나 봅니다.

 

저는 주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영어에 보다 담대함을 가지게 되었으며 1,2학년 여학생 2개조 중 한 조의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공부하고 공동생활하며 서로 도움이 되고 즐거움이 됩니다.

 

함께 기거하는 저의 방 룸메이트는 세계 제2차 대전 때 독일이 패망한 후 그 동안(6개월은 낮이고 6개월은 밤인) 시베리아로 유배되어 살다가 몇 년 전 독일로 이주해 온 독일인 친구 수산나랍니다.

 

서독에 있을 때 러시아에서 돌아온 독일인들의 임시 거처와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답니다. 그때 수산나와 그 여동생 그리고 여러 청년들을 만났었는데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신기한 일입니다. 친구 선임도 홀란드 룸메이트와 절친하게 지내며 공동생활을 통하여 모두 서로 배우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부모님을 못 뵌지 여러 해가 되었고, 처음 고국을 떠나온 지 긴 세월이 흘러 고향이 그립습니다. 그러나 죄와 사망에서 저를 구원하여 하나님의 딸이 되게 하신 그리스도 주 예수님이 저의 주님과 보호자, 모든 것이 되어 주십니다.

 

세월이 급히 지나가니 내년 가을이나 한국에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이후 계획은 아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영희네 온 가족 무고한지요? 경선이는 예비고사 준비에 바쁘다는데 앞으로 어느 대학을 지망하는지요? 병환으로부터 고대하던 편지 오랜만에 받아보고 무척 기뻐했습니다. 계속 온 가족의 안녕과 평강을 빌면서 시간 관계상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영국에서 딸 올림.-

 

1979 11. 1(추신)

일정상 한참 동안 이 편지를 발송하지 못하고 오늘에야 비로소 보내드립니다. 아버지 환갑생신이 1112일이신데 참석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멀리서나마 그날을 기억하면서 즐겁고 뜻깊은 회갑을 치루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참석하시는 모든 분들께 따뜻한 인사를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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