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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작가 신연재 ‘오지라퍼가 간다’(5)
기사입력  2019/10/20 [23:21] 최종편집    김동석

5화 변화의 중요성

 

 

▲ 신성현   

 

위기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누구를 신뢰할 것인가? 에너지 부족, 인구 증가, 인간의 존엄성 파괴, 도덕적 삶의 붕괴 등이 현대인들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생태계 파괴와 심각한 환경오염은 우리 삶에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전쟁보다 어쩌면 환경오염이 더 심각한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하는 현대인에게 소비는 미덕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그래서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접속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이끌어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확실한 사회에서 안전지대로 이끌어준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현대인은 모두 납득하고 설득당하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다. 하지만 신뢰는 여기저기서 깨지고 있다. 지도자, 교육, 연애, 양육, 건강, 재정, 비즈니스, 스포츠, 의학까지도 신뢰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는 성장하지 못하면 좌절한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지 못하고 스스로 낙담하면서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주변을 통찰하고 신에게 의지해도 달성하고자 한 성취의 목적은 사라지고 고통과 좌절뿐이다.

 

자신을 망각하게 되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흔적들을 지우는 일이다. 몽땅 지우고 싶은 생각이 들면서 리셋 약이 불티나게 팔렸다.

 

‘203333일 리셋병원 오픈

지하철 칸마다 리셋병원 오픈 광고가 가득했다. 지하철을 타는 승객들은 보기 싫어도 리셋병원에 대해서 접속해야 하고 또 트윗과 리트윗의 정보를 받아 보아야 한다.

 

정말! 오픈 하는구나.”

소라는 리셋병원이 오픈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전국 곳곳에 리셋병원 체인이 들어선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아빠. 리셋병원이 잘 될까요?”

너무 잘 될 거야.”

 

왜죠?”

그건 아빠도 엄마를 가끔 리셋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엄마를?”

.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백화점에 가는 것을 보니 걱정이 돼서.”

엄마는 스트레스 풀기 위해서 간다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말이다. 왜 스트레스를 백화점에 가서 풀까?”

 

백화점에 가면 좋잖아요. 쇼핑도 하고 맛있는 요리도 먹고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도 떨고.”

중요한건 밤에 일어난 일을 낮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뿐 더 이상의 아무것도 없다는 게 문제지.”

아무튼 엄마가 재미있게 살고 있잖아요.”

과연 그럴까?”

 

소라는 아빠와의 대화를 통해 엄마와 아빠 사이에 의사소통이 잘 안되고 있다는 것을 통찰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소라가 나서서 두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은 없다.

 

▲  이채영

 

현대인은 고통이 따른다. 소비의 시대 그리고 접속의 시대를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고통으로 상실하는 것들이 많다. 각자의 가상공간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녀는 부모를 상실하고, 부모는 자녀들을 상실하게 된다. 남편은 아내를 상실하고 가족을 상실하기도 한다. 또 자식과 아들딸을 상실하게 된다. 이처럼 인간은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상실의 대상이 이것만이 아니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무엇인가의 부족감에 허덕이고 있다. 가장 피부로 느끼는 것이 시간과 돈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트윗과 리트윗을 해도 상대적 박탈감은 커져만 간다. 상대적 이해관계를 이해하면 되는 데 이기적인 사고로 인해서 많은 인간은 불확실성의 사회로 스스로 들어간다.

 

무엇이든 충동적인 욕구에 시달리기도 한다. 소비하지 않으면 인내심의 한계는 바닥을 들어내고 접속하지 않으면 심리적 패턴은 엉망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눈을 감고 편히 잠을 잘 수 없다.

 

치치. 딸랑이는 요즘 어때?”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까지 생겼어요.”

뭐라고? 무엇을 예측하는 데?”

뇌 속에 잠재된 무엇인가가 딸랑이를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뇌 속에 잠재된 것이라?”

소라는 다시 리셋 약에 대해서 생각했다. 분명히 리셋 약이 뇌 세포에 영향을 준 것은 맞다. 그렇다고 동물이 인간화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말이 안 되지. 고양이가 인간과 같은 생각을 한다. 뇌를 사용하는 잠재력까지 있다. 이건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어.”

IT(전자), BT(바이오), NT(나노), ST(우주)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고양이가 인간화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다음에 찾아올 기술은 무엇일까?”

바로 RT(리셋)시대가 오고 있다. 아니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고 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것은 일부분일 수도 있고 전체의 삶일 수도 있다. 무지가 행복하고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누구나 지우고 싶은 것들이 뇌 세포 속에는 존재한다.

 

치치. 최근에 딸랑이 트윗한 게 뭐지?”

하하의 트윗을 보면 요즘 어린이들이 꿈이 없는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왜 꿈이 없을까? 나는 대통령도 되고 싶고, 의사도 변호사도 되고 싶었는데.”

 

지금 어린이들은 그런 것에 관심 없어요.”

뭐라고?”

요즘 어린이들은 유튜버나 트윗, 그리고 게임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아요. 또 영상제작이나 애니메이션과 웹툰 같은 것에 관심이 많아요.”

 

결국 접속의 시대를 잘 알고 있다는 거군.”

어린이들은 미래의 가치를 벌써 다 알고 있는데 부모들은 지금도 공부만 하라고 하고 있다. 무엇이 가치 있고 옳은 결정인지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부모가 되어가고 있다.

 

공부만 하라고 한다?”

지금은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키우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해요.”

자신의 능력과 재능이라?”

 

.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죠.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면서 자신이 스타가 되고 최고가 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건 맞아. 딸랑이가 제법인데.”

딸랑이를 우습게보면 안돼요.”

 

소라는 고양이가 인간화 된 딸랑이의 뉴스를 들을 때마다 위기를 느꼈다.

이건 복합적인 위기다.”

 

소라는 물질사회와 비물질사회가 가져온 걷잡을 수 없는 지식과 정보의 홍수가 결국 인간의 비인간화를 부추길 거라고 생각했다. 볼 수 있는 눈이 가치를 판단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통찰과 잠재된 인식의 문제가 소용이 없는 사회가 되었다.

 

지식과 시간, 그리고 가치 등 무형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그런데 현대인들은 가상공간으로 접속하는 순간 최고의 가치를 가진 모든 것들을 상실한다. 그리고 무엇이든 마구잡이로 내게 주어진 공간에 채워간다. 그것이 가치 있는 것이든 쓰레기이든 상관없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인간이 리셋을 원한다.

 

리셋 약은 세일 안하나?”

리셋 뉴스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면 모두 리셋 약 세일을 기다리고 있다. 잘 팔리는 데 세일할 이유가 없다.

 

지금은 어떤 일에 관심 있어요?”

미국 ABC방송국 기자는 고양이 딸랑이를 인터뷰하면서 물었다.

무엇이 이동하고 있는가?”

 

무엇이 이동하고 있다니요?”

사람이 이동하고 있으니 다음에는 사람을 따라서 무엇이 이동할까? 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을 따라서 이동할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미국에서 한국에 온 이유가 뭡니까?”

그것이야 제가 고양이 딸랑이를 인터뷰하기 위해서 왔죠.”

바로 그런 겁니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곳으로 방송은 이동하는 겁니다. 트윗과 리트윗도 마찬가지구요. 사람들이 궁금해 할까봐 자꾸만 상대를 배려하는 것도 없이 보내줍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게 보내준 정보나 쓰레기를 보게 됩니다.”

 

!”

ABC방송국 기자는 딸랑이와 인터뷰를 하면서 리셋 약의 효과에 대해서 큰 충격을 받았다.

혹시 리셋 약을 또 주면 먹을 거예요?”

 

미쳤어요. 겨우 인간이 돼가고 있는데 다시 고양이가 되라고요.”

하하하! 농담이에요.”

 

딸랑이와 미국 기자의 인터뷰는 세계의 많은 곳으로 트윗과 리트윗이 되었다. 드론을 통해 도시의 이곳저곳도 자세히 보여주고 있었다. 많은 고양이들도 리셋 약을 먹고 싶어 했다. 하지만 딸랑이 이후에 리셋 약을 먹은 고양이는 다행이 없었다.

 

▲ 김예린   

 

치치. 너도 리셋 약 먹을래?”

빨리 주세요.”

이 녀석이!”

주지도 않을 거면서 물어요?”

소라는 치치가 리셋 약을 먹고 싶어 한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세상에 모든 개들이 인간이 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리셋 약은 쉽게 살 수 없었다. 약국마다 리셋 약이 없다는 쪽지를 써 붙였다.

 

정말 잘 팔린다. 내가 만들고 싶은 부분 리셋 약도 개발하면 끝내주겠다.”

소라는 다시 리셋 약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리셋 약보다 부분 치료를 해줄 수 있는 리셋 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일 먼저 연애를 치료해 주는 약을 만들어야지.”

그건 왜?”

책을 읽던 아빠가 물었다.

 

우선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면 모두 슬퍼하니까 아마도 젊은이들이 연애 부분을 리셋하고 싶을 거예요.”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데도?”

아빠나 그렇지 요즘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아요. 헤어지는 순간 뒤돌아서서 연애이야기를 뇌에서 지우고 싶을 거예요.”

 

슬픈 일이군!”

슬퍼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기억하고 있다는 거예요.”

아빠는 어쩌면 소라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뇌에서 추억을 지워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빠도 한 번 먹어볼래요?”

아니.”

아빠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소라는 치치와 모처럼 밖으로 나갔다.

 

▲ 이호연    

 

치치. 좋지?”

좋아요.”

치치에게 개 줄이 있다는 게 슬퍼보였다. 하지만 요즘 줄로 묶지 않으면 사회 문제가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자유를 주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나도 리셋 약을 먹고 싶어요.”

그건 안 돼.”

 

치치는 단호하게 말하는 소라가 밉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해주고 보호해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치치. 내일 우리도 딸랑이를 만나러 가자.”

 

좋아요.”

소라와 치치는 내일 강남역으로 딸랑이를 인터뷰 하러 갈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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