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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응순 지음 ‘저녁과 아침 사이’
기사입력  2019/11/17 [00:32] 최종편집    소정현기자

 

젊은시절에 배를타고 대양을 누볐던 체험기 토대로

살아 꿈틀거리는 대서사시활력 넘치는 삶의 애환

해양문학 발굴 노력널리 회자되는 때가 곧있을것

 

 

작가의 창작 시원 드넓은 대양

 

▲ 모든 작가는 개인의 창작 시원을 갖기 마련이다. 박응순 소설가는 젊은 시절에 배를 타고 대양을 누볐던 적이 있다.

박응순 작가의 첫 창작집 저녁과 아침 사이’(도서출판 문학들)가 출간되었다. 1997년 광주매일 신춘문예 단편소설 슬픈 우상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후 첫 출간이니 20년 넘어 비로소 집을 한 채 짓게 된 것이다.

 

금번 창작집 저녁과 아침 사이속 작품은 총 7편으로, 중편 쑥대머리가 들린다를 제외한 나머지 단편들은 모두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열거하자면 세월의 넋’ ‘슬픈 우상’ ‘마젤란 해협’ ‘조경역(潮境域)’ ‘여기 배가 있었다’ ‘저녁과 아침 사이등 모두 6편이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소설가 박혜강 가이드를 통해 금번 소설 창작집의 원류를 탐색하여 보기로 한다. “박응순 소설가는 수년째 암과 더불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생명이라는 단어를 그 어느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흔히 말하기를, 작가는 피를 찍어서 글을 쓴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피보다 소중한 생명을 찍어서 이 책, ‘저녁과 아침 사이를 집필했으며, 드디어 소설집을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작가는 개인의 창작 시원을 갖기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 몸 안의 화산이나 우물과도 같아서 개인만의 독특한 내용과 형식으로 분출 내지는 샘솟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박응순 소설가는 젊은 시절에 배를 타고 대양을 누볐던 적이 있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그는 살아 꿈틀거리는 바다 위에 젊은 날의 서사를 또박또박 새길 수 있었다. 이처럼 그가 생산한 대부분의 작품이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적 근간이 바다임을 분명히 한다.

 

이렇듯, 박응순 작가에게 바다는 생명이며 근원이다. 바닷가에서 나서 해풍을 쐬고 자란 그가 바다를 작품화 한다는 것은 어쩌면 다 자란 연어가 치어 때의 모천을 기억하는 원초적 본능과 같다고 할 수 있다.

 

▲ 박응순 소설가는 대부분의 작품이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적 근간이 바다임을 분명히 한다 


 

바다! 그물에 풍성하게 담긴 콘텐트

 

 

박응순 작가는 거친 바다(부성애)와 온건한 바다(모성애)의 총체인 망망대해의 순례에서 무엇을 그물에 담으려 했을까? 그 전개 지향점의 파고를 심층 탐색하여 보기로 한다.

 

여기 배가 있었다에서 가로등이 서 있는 물막이 장소는 실제 박응순 작가의 고향과 인접한 고흥 앞바다이다. 여기서 정수 아버지는 박응순 작가의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정수 아버지는 혼자서라도 바다를 지키려 고집한다.

 

정수 아버지를 상당한 조건으로 접근한 양식업자를 호통 쳐 돌려보내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보상금을 의논하고 있을 때, 간척 공사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밤잠 설쳐가며 정리한다. 결국 인간의 탐욕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황폐해지는 바다처럼, 정수 아버지도 그렇게 바다 속으로 수장되는 신세를 면치 못한다.

 

조경역(潮境域)’의 베트남 선원 닥뚱은 아버지가 한국군이었던 라이따이한이다. 선장인 나는 왠지 그런 닥뚱에게 마음이 쓰이기만 한다. 결국 닥뚱은 참치 잡이 낚시 바늘에 팔의 뼈까지 긁히는 큰 사고를 당한다. 한쪽 팔을 잃은 채 출국하는 닥뚱의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는 선장의 시선은 적요하고 쓸쓸하고 자괴감마저 느껴진다.

 

마젤란 해협은 정해진 해로(海路)를 잃은 배가 만년설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여타 다른 작품의 사실성에 기반한 리얼리즘 성향과는 달리 이상향으로 비치는 환상성에 기반한다. 뚜렷한 서사 없이 오직 만년설이라는 클라이맥스에 집중하는 구성방식을 통해 너무나 일상적인 우리네 삶의 권태를 일깨운다.

 

저녁과 아침 사이속 아버지는 나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큰 나무로, 나를 있게 해준 생명의 근원으로 대상화된다. 단단한 모습과 다감한 모습으로 묘사되는 아버지는 나에게 삶의 나침반 같은 존재로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또한 저녁과 아침 사이속 어머니의 등장은 한정적이지만 그만큼 애틋하다. ‘도둑놈절도범에 대한 나름의 해석으로 어떻게든 자식의 입장을 대변하려하는 어머니의 모습은 단순하고 억지스러워서 더 설득력과 감동이 느껴진다. 모든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상식과 원칙을 벗어나 있기에 특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박응순 작가의 금번 창작집의 원류를 총괄하자면, 그의 소설 속에는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낡아 보이지 않는 것들은 존재한다. 우리가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문학집을 읽으면서 낡아 보이는 것에 얽매이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오히려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신선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조미를 최소하고 그 재료의 본연에 집중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요체인즉, 박응순 작가는 바다와 인간을 향하여 맑고 정직한 눈으로 대면한다. 화려한 기교와 심오한 의식으로 대변되는 알레고리가 없어도 그의 작품은 충분히 묵직하고 따뜻하며 편안하다. 그래서 저녁과 아침 사이가 오래 기억되는 문학적 가치로 남을 것이라는 신뢰는 인간 박응순에 대한 신뢰와 맥을 같이 한다.

 

더욱이 저녁과 아침 사이는 박응순 개인의 문학적 성취와 더불어 우리 문학사에 귀중한 자료로 남을 여지가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고 수산업과 운송업 등 상당부분 바다에 의지해 살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고려하여 여타 기관에서 오래전부터 해양문학 발굴에 노력하고 있으며, 몇몇 항구도시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한 문학적 콘텐츠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해양문학의 저변확대와 위상이 높아지고 다변화될 것이라는 사실로 미루어 박응순 작가의 저녁과 아침 사이도 해양문학의 한 갈래로 널리 회자되는 때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소설가 박응순은

 

▲ '저녁과 아침 사이'의  저자인 박응순 소설가   

박응순 작가는 전남(全南) 보성(寶城))에서 출생했다. 국민학교 때 아버지의 교육열에 힘입어 잠시 광주로 유학을 갔지만 정이 그리워 다시 중학교 때 고향집으로 내려온다.

 

보성예당중학교에 전학, 3학년을 다니던 소년 박응순은 자신의 비전을 결정지을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한여름 직원실에서 소설을 쓰다가 원고지를 마구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국어교사 이광남(필명 이지흔)의 모습에 반해버린 박응순은 그 순간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다가 여수수산대학에 진학한다. 졸업 후 2년 동안 항해사로 해외 송출선과 어획물운반선을 탔으나 소설 쓰겠다는 일념으로 배에서 내린다. 결혼 후 오치동에서 아내의 조력을 받아 수산기술고시 준비를 몇 년 했다.

 

이후 박응순은 당시 광주고등법원 도서관장으로 있던 이지흔을 찾아가 소설을 배우고 싶다고 했고, 이지흔이 강사로 있던 YMCA 문학창작반에서 정식으로 소설을 배우면서 1997년 광주매일 신춘문예로 등단한다.

 

1998년 소설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에 편입해 문순태·유순영 선생에게 소설을 배웠다. 이후 광주전남소설가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줄곧 소설가로서의 곧은 길을 걸었다. 오랜 망치질 끝에 고대광실 한 채 지었으니 하늘이 도우사 문운이 해와 같이 빛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만인에게 일독(一讀)을 권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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