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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양방 의료정책 공정성”
기사입력  2019/12/02 [00:37] 최종편집    정상연 한의사

 

양방 편중된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의 보장성 형평성

의료정책 전반에 걸친 양의계 편들기 퍼주기 관행

한방과 양방동일 출발선에서 경쟁하는 제도 개선

 

사실 말만 의료가 한방과 양방으로 이원화되었다고 할 뿐이지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은 양방의료 일변도의 기형적인 구조이다.   pixbay.com

 

의료의 공정성 계속 불시착

 

▲  정상연 한의사       

2019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화두는 과연 우리나라는 공정한 나라인가?’일 것이다. 특정 정치인의 자녀가 받은 대학입시 혜택이 밝혀지면서 사회 곳곳에서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 대한 본노가 치밀었다.

 

공정함이란 무엇일까? MIT의 리처드 라슨(Richard Larson) 교수에 따르면 공정함은 사회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인 동시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에 가깝다고 한다.

 

실제로 패스트푸드점에서 시행된 한 실험에 의하면 소비자들은 3~4개로 줄을 나누어 서서 서비스를 신속하게 받는 것보다 조금 늦더라도 한 줄 서기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나보다 더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서비스를 받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 경쟁과 성장의 가치를 외치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 한국 사회에 드디어 공정성이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오늘날의 청년들은 든든한 자본과 인맥으로 불공정을 일삼는 무임승차자를 극혐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여 많은 사회제도가 공정함을 되찾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불공정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의료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한방과 양방으로 양분되어 있다.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의료 이원화가 이루어져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사실 말만 의료가 한방과 양방으로 이원화되었다고 할 뿐이지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시스템은 양방의료 일변도의 기형적인 구조이다. 간단히 국민건강보험의 지출액만 살펴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보건의료의 근간이 되는 건강보험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4%에 그친다.

 

수십 년간 건강보험 재원 지출의 불균형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지만, 최근 문제인 케어가 시행되며 수십조의 세금이 양방으로 흘러들어가 건강보험 차별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양방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한방의 역할을 극단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또한 국민의 75%가 가입하여 제 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의 경우 한방은 2009년부터 보장내역에서 제외되고 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비급여 의료항목에 관한 비용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사보험이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방 의료만 찬밥 신세로 내몰리니 환자들이 더 이상 한의원에 갈 이유가 없게 되었다. 양방병의원에서 도수치료만 받아도 보험회사에서 모두 돈을 내주는데 비해, 100퍼센트 본인 부담금을 내가며 한의원에서 비급여 치료를 받는 것은 왠지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에서 급여항목에 관하여 차별을 받고 더불어 실손보험에서는 비금여항목에 관한 차별을 받으니, 한방은 양방과 비교해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pixbay.com

 

특정 의료체계에 편중된 가격 보존 정책

 

국민건강보험에서 급여항목에 관하여 차별을 받고 더불어 실손보험에서는 비금여항목에 관한 차별을 받으니, 한방은 양방과 비교해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국내 경제 사정을 고려해보면 비용에 관한 차별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자유 시장경제 국가에서 가격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불공정거래는 용납할 수 없는 비겁한 행위이다. 가격은 시장에 의해 형성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국가 시스템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의료분야는 국가가 통제하는 민감한 영역이므로 정부의 개입이 불합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의료체계에 편중하여 가격 보존 정책을 펼치는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다.

 

이 외에도 대한민국의 의료 정책의 중심이 양방으로 지나치게 쏠린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정책을 연구하고 비용을 책정하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는 한의과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국립 암센터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공립 병원에도 한의과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국가에서 정식으로 면허를 부여하는 의사 직종은 한의사, 양의사, 치과의사 3종인데, 유독 한의사만 국가가 운영하는 병원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공중보건을 담당하는 보건소의 수장 임용조건에서도 양의사만 특혜를 얻고 있다. 보건소장 우선 임용조건에서 한의사와 치과의사는 제외되었고, 양의사만을 독점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보건소장에 지원하는 양의사의 절대수가 부족하여 일반 공무원을 대신 임명하는 현실에서 한의사와 치과의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까닭이 과연 무엇일까?

 

최근 개정된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 정책을 봐도 한숨이 나온다. 요양병원의 설립 주체는 한의사와 양의사로 정의되어 있다. 그런데 전문의 채용을 늘리려는 전문의 가산제도에서 한의사 전문의는 제외한 채, 양방 전문의만을 인정하는 태도는 대놓고 한의사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노인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전문의로 취급해주지 않고, 아이들을 진료하는 양방 소아과 전문의는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제도에 포함되는 것은 말 그대로 코미디이다. 이쯤되면 한양방 차별을 넘어서 인권위원회 수준의 조사를 해봐야하지 않을까?

 

한해 양방의대를 졸업하는 학생수는 3,300명이고 한의대를 졸업하는 학생수는 800명이다. 활동하는 양의사의 수는 10만명을 넘었고 한의사는 2만명이다. 즉 한방과 양방의 세력 싸움에서 한쪽이 과도하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양의계가 한의계를 폄하하고 본인의 시장을 더욱 확대하려는 시도는 백번 양보해서 참을 수 있다고 치자. 양의계가 도를 넘는 행위를 많이 하더라도 경쟁하려는 욕망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정의로운 경쟁을 유도하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할 정부가 대 놓고 양의계의 편만 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동양의학을 제도화한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오히려 자국의 전통의학의 발전을 적극 도와주고 있다.

 

이웃 국가처럼 대놓고 한의학 우대 정책이 실현되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 적어도 양방의학과 대등한 출발점에서 경쟁할 수 있는 평등한 의료정책이 실현되었으면 한다.

 

2020년은 문재인 정권 집권 4년차가 되는 해이다. 그동안 많은 분야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왔다. 다만 기득권 중에서도 철옹성 같은 특권을 뽐내는 의료분야는 아직 공정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번 정권이 진정으로 사회에 공정함을 뿌리내리고 싶다면 반드시 의료분야에서도 그 결과를 나타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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