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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명 칼럼> 2019 경천동지 ‘셀프 5대 빅뉴스’
기사입력  2019/12/01 [23:02] 최종편집    이춘명

 

학창 시절이 지나고 줄곧 엄마로 살아왔다. 그리고 5년차 할머니로 살고 있다. 내 이름으로 오는 우편물이 적어 문득 내 이름 석자가 낯설어질 때가 종종 있다. 인생 이모작을 위해 나선 걸음으로 얻은 명함이 생겼다. 도전한 부분에서 이름 앞에 나를 설명해 주는 모습 다섯 가지를 되짚어 본다. 올 한 해 나는 그렇게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가꾸고 뿌듯한 이름을 가졌다.

 

▲  pixbay.com 

 

1. 어린이 도서 연구 회원

 

 

8개월간의 수습 과정을 거쳐 이제 정회원이 되었다. 어린이 책을 읽으며 나의 삶은 젊어지고 있다. 이미 선정된 도서를 발제하고 토론하며 일지를 작성한 지난 봄 부터 가을까지 수요일은 나를 도서관으로 향하게 하였다. 자주 가는 곳의 우선 순위가 되는 곳이 도서관으로 바뀐 계기가되었다.

 

이춘명 칼럼니스트        

선배들의 멘토로 아동 도서를 고른 일과 장르를 선택하는 기술을 습득했다. 내용 분석과 추천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공부는 학창 시절 이후 참으로 오랜만의 열공의 시간이었다. 신입의 기간을 끝내는 12월 중순은 내가 선택한 연구 모둠별에 입문하는 영광이 기다리고 있다. 전국적 결성년도가 40년이 되고 지회 탄생 20주년을 대비하는 회원으로 으쓱해진다.

 

한글을 익히는 손자를 위해 시작한 독서 토론 모임이 도리어 나를 위한 창작의 계기가다져지고 글밥을 일구는 호미가 되고 있다. 그림책을 시작으로 저학년 동화를 읽으면서 나의 유년을 꺼낼 수 있었다. 내가 돌보는 어린 아이의 심리 변화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유치원 아동부터 청소년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 할머니로 혼자 끼어 버티던 시간이 거북하기도 했다.

 

그러나 글을 읽고 느낀 점을 나누고 소통할 때는 나이와 관념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각자의 고향과 사는 곳이 달라서 더 풍부했다. 자녀의 나이, 성별, 자라고 배운 환경의 차이점에서 관찰한 부분을 나누는 시간은 매회 거듭할수록 새로웠다.

 

독자가 아닌 연구인으로 사명감과 선두자가 되는 보람을 가질 수 있었다. 자신있게 나를 표현하는 기회마다 가장 먼저 말하는 나의 새로운 이름은 나를 시각적으로 부활 시켜 주는 명함이 되어 주었다.

 

2. 마을 활동가

 

나는 장위 1동에 이사온 것을 참 잘했다고 자축한다. 마을을 위한 일을 하기 위해 자치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마을 이야기를 세상에 던지는 컬럼을 쓰고 있다. 마을 주민의 대변인이 되어 준 나의 명칭은 아주 친근한 마을 활동가이다. 일주일에 한 번 주민 센터에 간다. 한 달에한 번 주민들과 동네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눈다. 그들의 말을 듣고 전하는 매개체가 되려 한다.

 

궁금증을 풀어가는 열띤 대화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실제 상황을 중계하는 몫이다. 민원을 대신 접수해 주고 해결책을 공유 하면서 다같이 잘 사는 마을 살리기를 하고 있다. 열선을 깔아야 해동 되는 언덕에서 사는 이웃들의 편에 서 있다. 재개발이 해제 되어 가로 정비 구역으로 묶인 허름한 골목에서 그대로 살고 싶어 하는 노인들의 애로사항을 귀담아 듣고 있다.

 

발전을 위해 진행하려는 힘에 대해 앞장서는 젊은 소리가 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 마을에서 활동 하는 것은 본토민이든 이주민이든 하나가 되려는 몸짓이다. 뜨내기가 아닌 이 땅의 주인으로 이 터전의 미래로 설계하려는 잰걸음이다. 주소지가 일치하든 일치하지 않든 실제 거주민이면 마을 사람이다.

 

마을 사람들 중에 노인과 아이들을 제외한 중간 나이들은 활동할 거리가 많다. 생업으로 바빠도 마을 일에 시간을 나누고 지혜를 나누며 마을을 되찾고 되살리는 일에 동참하는 매일 매일은 눈 뜨고 문을 열면 시작 된다.

 

잠자는 시간에도 들리는 소리들로 큰 블럭으로 남겨진 내가 사는 동네의 변화를 지키고 있다.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구석구석 살피면서 내 마을을 알려주는 문장의 통신원은 청각적 변화로 나를 바꾸었다.

 

3. 작사가

 

작시 이춘명, 작곡 김효성, 어머니라는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 그 고운 얼굴도 그 고운 음성도 잊혀진 어머니, 정다운 눈빛도 정다운 손길도 잊혀진 어머니, 가시밭길 걸어왔던 길, 그 길을 나를 향해 따라오시며, 먼 발치에서 나를 보시며 손을 흔드시네.내 마음 속에 살아계셔서 나를 부르시네 / 해처럼 환하게 웃으며 살라고 달래던 어머니, 다정한 눈빛에 웃으며 말하던 그리운 어머니, 나를 두고 떠나시며 눈물 흘리던 그리우신 나의 어머니, 르는 눈물 닦아 주시며 손 잡아 주시네, 흐르는 눈물 닦아 주시며 손 잡아 주시네 -

 

테너 음성으로 내가 쓴 시가 가곡으로 나올 때의 울림은 천상의 사람이 되는 순간이었다. 피아노 반주가 흐르고 웅장하고 묵직한 목소리는 하늘나라를 향하는 아들의 절규로 울려 퍼졌다.

 

앞에 작시 이춘명은 나를 아는 사람은 설마 하는 것으로 당연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나라고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노래는 내가 된다. 노래는 미각적으로 나를 부드럽게 탈바꿈 시켜 주었다. 노래를 부르며 나는 날개를 달고 있다.

 

4. 신앙 에세이 동인

 

모태 신앙으로 오늘도 저녁 기도로 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는 내 아이들에게 주는 기록이다. 같은 신앙인으로 같은 문인들 끼리 신앙의 글을 출판하게 되었다. 성직자와 성도라는 입장으로 만든 신앙 일지에 나는 두 번째 책에 합류 하였다. 신앙 전문 동인지로 나는 또 다른 문인이 되었다. 십여 년의 만남의 고리로 이어진 결과물이다. 같은 기도에 이끌어 준 소중한 손목을 나를 아직도 꼭 붙잡고 있다.

 

딸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했다. 이화여고를 다닐 때부터 다니던 교회이다. 20년 문턱을 밟은 교회이다. 배우자와 새로운 시작을 약속한 곳이다. 아이의 손을 잡고 꼭 가는 곳이다. 그런 딸과 손자를 바라보면서 모자가 지키는 신앙을 존중해 주고 있다. 딸의 보호자와 후견인으로 손자의 양육 도우미로 온종일 올인을 하고 있다.

 

오늘까지 바르고 건강하게 살아오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현은 두 아이의 신앙을 그대로 진실하게 기록해 주는 일이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이다. 아직은 엄마 손 잡고 따라가는 어린 아이의 지금의 모습을 신앙적으로 남겨주는 것은 그 아이가 성장해서 볼 수 있는 자서전이 될 것이다.나는 내 아이들의 이야기를 대필해 주기 위해 신앙 에세이 작업에 참여했다.

 

보통 일상이 아닌 두 아이의 신앙을 뿌리부터 지엽까지, 가지에서 봉오리까지 놓치지 않고 삶의 지침표로 적고 있다. 입술 끝으로 삼키는 간절함의 일상이다. 나에게 후각적으로 다가와 준다.

 

5. 인형 극단 단원

 

종합 예술인이다. 나의 삶의 대반전이다. 나를 표헌하는 언어적 변화이다. 내가 무대 위에 서 있다는 것은 나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이라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한다. 낯가림이 심하고 말수가 적어 늘 듣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큰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 지금 내 모습은 나도 모르던 나의 끼와 깡이 터져 나오는 물꼬가 되었다. 이야기꾼이 되었다. 글쟁이로 숨어서 조용히 살던 시간들이 이제서야 빛을 뿜어내고 있다.

 

그토록 백지를 메꾸며 살았던 이유가 인형극을 하면서 해답을 찾게 되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인형을 만들고 대본을 고치고 역할을 나누고 표현하는 몸짓은 사회 공헌의 언어적 봉사를 하게 해 주었다.

 

한편의 이야기 속에 주제곡을 부르고 인형을 작동하며 율동을 하는 뮤지컬 배우이다. 대사를 주고받는 1인 다역의 단원들과의 시간은 내 얼굴에서 각각의 인물이 나는 신기한 실험이 되고 있다. 카멜레온이 되고 있다.

 

나는 나에게 말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구나 묻는다. 나는 계속 허물벗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개관천선을 하였다. 이춘명이가 이춘명이가 되는 이상한 변화에 나는 취해 있다. 나는 어제까지의 춘명이가 아니다.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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