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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백승진, 2020년의 한반도 풍향계
기사입력  2019/12/11 [12:43] 최종편집    백승진

 

올해 한국사회 최대 화두는 공정사회 근간되는 정의

우리나 일본이나 잃을것 너무 많아 상생구축 대모색

 

미중무역전쟁 패권다툼 심화 계속될듯 세계경제 암운

동북아정세 뒤흔들 남북대화와 정쟁중지엄중한 숙제

 

 

▲ 레바논에 거주하는 유엔 정치경제학자  

 

 

대한민국 헌법 제11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제2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우리에게 대중가요 가사만큼이나 친숙하다. 하지만 이 문구는 세상을 바꿀 만큼의 폭발적인 힘을 갖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세월호 참사와 국정 농단 사태는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적 공분을 샀고 결국 촛불의 힘으로 정의를 이룬, 우리 모두의 위대한 외침으로 기억되는 2017년 촛불혁명을 탄생시켰다. 이는 19604.19 혁명과 19876월 민주항쟁에 이은 세 번째 한국판 시민혁명으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 전 세계적으로 이른바 평화시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 않은가? pixbay.com   


 

 

▲  2019년 우리사회에서 가장 파급력이 컸던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이른바  '조국 블랙홀 정국'말이다pixbay.com  

 

세계는 평화외치고 우리는 정의에 목말라

 

그런데 이는 비단 우리만의 소유는 아닌가 보다. 전 세계적으로 이른바 평화시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 않은가?홍콩에서부터 볼리비아, 칠레, 이란, 레바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평화와 정의를 외치고, 권력자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필자는 여행 철수 권고 지역으로 지정된 레바논에 살고 있다. 더욱이 사무실이 총리실 맞은편에 위치한 터라 시위 핵심 지역(Riad El-Solh)에서 가장 근접해 있다. 그렇기에 지난 세달 간 빈번히 자택근무를 해야만 했다.

 

이번 레바논 시위는 소위 왓츠앱 혁명으로 불리는데, 정부가 레바논 최대 소셜미디어 왓츠앱(WhatsApp)에 세금 부과를 발표하면서 촉발되었다.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번 반정부시위를 두고 정정 불안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포함한 외국인 커뮤니티라는 점이다.

 

레바논 국적의 동료들은 불안은커녕 기대감에 들떠있는 듯 보이고 심지어 이번 시위에 자주 참여한다고 한다. 2017년 촛불시위가 우리에겐 평화 시민혁명이었지만, 광화문에서 근무하던 외국인들에게는 아니었을지도 모르니, 영 이해가 가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2019년 우리사회에서 가장 파급력이 컸던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필자는 201999일 문재인 대통령의 정의부 장관(Minister of Justice) 임명이 떠오른다. 이른바 조국 블랙홀 정국말이다. 물론 위법 행위냐 도덕적 문제냐에 대한 판단은 이미 검찰과 사법부의 시간으로 넘어갔지만, 어느 쪽이든 사회 정의에 반하는 일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 필자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철학자로 단연 존 롤스를 꼽는다. 그는 저서 <정의론·A Theory of Justice>를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평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이 충족되는 사회라 정의 내렸다 pixbay.com 

 

필자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철학자로 단연 존 롤스를 꼽는다. 그는 저서 <정의론·A Theory of Justice>를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평등의 원칙차등의 원칙이 충족되는 사회라 정의 내렸다.

 

전자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 광범위한 체계의 권리와 자유(예컨대 민주적 권리와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 등)가 보장되는 것이라 했다. 이와 같은 평등의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조국 교수를 비롯한 수많은 진보 지식인들이 오랜 기간 헌신했음은 상당수의 국민들이 인정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후자인데 필자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임계점이란 개념이다. 롤스의 차등의 원칙에 따르면 (사회마다 조금씩은 상이할지 몰라도) 불평등 정도를 허용하는 임계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사회·경제적) 불평등 정도를 허용할 수 있는 선이 있고, 그 말인즉슨 이번 조국 사태는 상당수 국민들의 임계점, 즉 우리의 역린을 건드렸던 것 같다. 표창장 위조 의혹과 대학 부정입학 의혹 등 말이다.

 

▲ 지난 10여 년간 심화된 독도 문제와 위안부 망언 등을 떠올려 본다면 이번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결정이 '진정한 봉합'인지는 조금은 두고 봐야 겠다.  pixbay.com

 

 

한일 관계정경분리 원칙만이 윈윈

 

무엇보다도 역동적이었던 사건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결정이 아닐까. 사실 2019년 초 동해상에서 벌어진 일본 초계기 레이더 겨냥 논란, 이 전엔 국제관함식 관련 욱일기 논란, 더욱이 지난 10여 년간 심화된 독도 문제와 위안부 망언 등을 떠올려 본다면 이번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 결정이 진정한 봉합인지는 조금은 두고 봐야 겠다.

 

어찌됐던 우리 국민 대다수는 일본을 싫든 좋든 함께 가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그럴까. 예컨대 우리의 대일 전체 수입의존도는 10%를 웃돌고 특히 부품 수입의존도는 17% 수준이다. 즉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은 여러모로 볼 때 무척이나 얽히고설켜 있다는 말이다.

 

몇 년 전 한 국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일 관계가 우호적이었던 기간에는 양국 간 무역 투자가 활성화됐던 반면 반대일 때는 쉽게 예상되듯 급격한 교류 감소를 보였다고 한다. 하물며 한류로 대변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말할 것도 없겠다.

 

이렇기 때문에 한일 관계에서는 정경분리 원칙이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양국 간 외교 갈등이 지속된다면 한··일 안보체제의 불안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일본이 그토록 목매는 미·일 관계의 견실한 토대까지 흔들리게 될 공산이 있으니 우리나 일본이나 잃을 것이 많아도 너무 많다.

 

도저히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라가 우리에게는 일본이고, 일본에는 한국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하고 건설적 미래를 위한 백보 진전을 위해 일보 후퇴하는 우리의 집단지성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2018년에 이어 2019년 역시 글로벌 경제는 미·중 간 무역 분쟁의 여파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pixbay.com

 

세계는 처절한 아비규한 무역전쟁

 

 

▲ 동북아 정세는 다시금 긴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동북아 정세 관련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북미 대화다. pixbay.com 

2018년에 이어 2019년 역시 글로벌 경제는 미·중 간 무역 분쟁의 여파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최근 양국 간에 협상이 일정부분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지만 그게 말처럼 쉽겠나. 필자의 눈엔 이번 양국 간 무역 분쟁은 미국이 오랜 기간 설계해놓은 세계 질서, 즉 그들의 세계 패권에 위협이 되는 중국을 무너뜨리기 위한 여러 전략 중 하나로 보이는데 말이다.

 

지난 101일 건국 70주년을 맞이하여 열린 중국의 대규모 열병식을 떠올려봐라. 여기엔 사거리가 14000에 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이 최초로 등장했는데, 이는 오차범위가 100m에 불과하고, 핵탄두를 10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고 하니, 쉽게 말해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미국 전역은 물론)에 핵공격이 가능함을 과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통화전쟁, 금융전쟁, 기술전쟁 등 양국 간의 패권다툼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열린 중국의 강력한 무력 과시인 셈이다. 이렇기에 기존 세계 질서를 유지하려는 자와 새로운 질서를 짜보려는 자 간의 한 치의 물러섬이 가능하지 않은 대립 상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편으론 급변하던 국제정세를 꿰뚫지 못해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수차례 점령되고 분할되며 심지어 한때 지도에서 사라져버리는 치욕(무려 123년간)을 경험한 폴란드를 생각해봐라.

 

또한 19세기 후반 서구 제국주의가 동북아에 밀려들어올 당시 나름 영리하고 재빠르게 대응했던 일본, 반면 쇄국정책 유지 여부에 관해 국가 역량을 결집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구한말 조선을 생각해보면 급변하는 국제 정치판을 냉철하게 읽을 수 있는 지도자의 안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다.

 

고대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국제정치의 속성을 역설의 논리(logic of paradox)’로서 정의해보고자 했다.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에 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이라고.

 

, 미국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최고의 린치핀(linchpin)’으로 생각하고 있는 마당이니, 21세기 세계 패권 다툼 하의 동북아정세, 더 나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가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우리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대적 과제인건 분명하다.

 

동북아 정세 다시금 긴장의 소용돌이

 

2020년에도 동북아는 거대한 지각 변동을 경험할 것이다. 11월에 있을 미 대선때문에 글로벌 정치경제적 상황은 상당히 불안정 할 것이고, 셰일혁명과 맞물려있는 미 중동정책 방정식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동북아 정세는 다시금 긴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동북아 정세 관련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북미 대화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 상당수는 남··3국 간 협상만으로는 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중국도 있고, 러시아도 있고, 요즈음 최대 골칫거리인 일본도 관여되어 있지 않던가. 마치 혼란의 중동처럼 말이다.

 

얼마 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되었고, 연이어 백마 타고 백두산에 오른 북한 지도자의 사진이 언론에 도배되기도 했다. 심지어 무()관중·()중계라는 전대미문의 깜깜이 축구가 벌어졌고, 최근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적대행동하면 모든 걸 잃을 것이라 말하기에 이른다.

 

안 그래도 복잡한 동북아 정세에 북핵 문제, 더 나아가 한반도 통일이라는 대업을 우리 국내 정치에 연동시키면 시킬수록 고차 방정식이 되어버린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렇기에 동북아 국제 정치 문제만큼은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정파 싸움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는 미국 외교위원장의 경고는 70년이 지난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 건설적 미래를 위한 백보 진전을 위해 일보 후퇴하는 우리의  '집단지성'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pixbay.com 

 

그러므로 20204월 총선은 우리에게 기회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해야 하는 입법부는 국정 농단 사건 이후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사법부는 (국정 농단과 관련한) 사법 농단 의혹 탓에 국민의 신뢰를 상당부분 잃어버렸다.

 

이뿐인가. 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그 어느 정부 못지않게 컸지만 이따금씩 수면 위로 등장하는 부조리를 보면 과거 정부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나만의 기우일까. 오는4월에는 복잡한 미시적 정치공학에서 벗어나 거시적 견제·균형·다양성의 미를 추구하되, 국익에 긴밀한 국제정치적 안건에는 전문성에 기반한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만한 정치인을 선출해야만 할 것이다. 유권자, 바로 우리만이 할 수 있다.

 

필자 백승진은

유엔 정치경제학자이다. 그는 서아시아경제사회위원회, 아프리카경제위원회, 중남미경제위원회 등 유엔의 여러 대륙본부를 거치며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 담론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그는 또한 레바논한인회 총무이사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레바논분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인사회의 권익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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