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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소봉(卲峰) 이숙진 ‘나의 소망 세 가지’
기사입력  2020/01/14 [17:43] 최종편집    소봉(卲峰) 이숙진

올해 가장 큰 나의 소망은 막내 장가보내기

 

▲ 소봉(卲峰) 이숙진    

새해가 오면 늘 다이어리와 탁상일기를 새것으로 바꾼다. 잠을 설쳐가며 한 해의 소망을 설계하고 메모한다. 그 희망의 노래가 달포쯤 지나면 어느덧 흐지부지되고 만 적이 많지만, 올해는 다르다. 극기(克己)에는 마조히즘적 쾌감도 있는 법. 올해는 이루고 싶은 일 세 가지를 간추려 꼭 실천할 것이다.

 

올해 가장 큰 나의 소망은 막내 장가보내기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늘 자기의 자리에서 최고였던 그는 이제껏 최상의 효자였다. 그런 그가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다 보니 결혼 상대의 기준이 유난히 까다롭다. 일시적 문화 충돌이겠거니 했는데 너무 늦어지니 안달이 난다.

 

연말에 가족 단톡방에 녀석의 승진 소식이 날아들었다. “Executive Vice President OOO(Seoul)” 가슴이 하고 내려앉는다. 전 같으면 거실에서 한 시간 넘게 왈츠를 출 기쁨인데, 콧대가 높아져서 결혼하기 더 힘들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성을 보는 시각이 까다로워서 엄청난 골드미스를 다 뿌리치니, 이해가 안 되고 아쉽기만 하다. 연분을 아직 못 만나서라는 헛된 느긋함으로 보낸 지가 벌써 몇 해이던가.

 

백세시대에 앞으로 육십 년을 같이 살 사람인데 가볍게 결정할 수 없다고 배슬배슬 능청만 떤다. 어떤 라디오 DJ젊을 때 연애 안 하는 건 자기 젊음을 유린하는 거다.”라고 했다는데. 어디 분식집 물만 셀프던가. 자기 짝을 찾는 것도 스스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 올해 가장 큰 나의 소망은 막내 장가보내기다.  pixbay.com  

 

이럴 때 부모의 위치에서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지 심란하다. 누르면 솟구치고 썩히면 발효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 억지를 써서 강제성을 띨 수는 없는 일이다. 불혹이면 학부모 되었을 나이인데 태평성대인 줄 유유자적하니, 서둘러 부뚜질을 해 봤자 남는 알맹이가 없다.

 

제발 올해는 좋은 인연을 만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좋은 세상에 하루빨리 짝을 찾아 행복을 구가하면 얼마나 보기 좋을까. “아들아, 올해는 제발 장가 좀 가 도.”

 

두 번째, 최명희 작가의 혼불의 흉내라도

 

올해 나의 두 번째 소망은, 최명희 작가의 장편소설 혼불의 흉내라도 내보는 거다. 일찌감치 연말에 벌써 혼불열권을 네 번째 정독했다. 이제 거의 외울 정도다. 그녀의 출중한 역사의식이 놀랍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읽을 때마다 혀를 내두르며 줄을 치느라 진도가 느리다.

 

필자도 우리말에 관심이 많고 널리 퍼트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니 더욱 빠져들게 된다. 전북 남원 땅 작은 고을에 있었던 반상의 차별과 민초들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일제 강점기에 단발령과 일본식 성명 강요를 반대하며 대쪽 같은 삶을 일궈낸 한 가문의 상처 많은 세월을 쓴 것이다.

 

나 역시 혼 불이 살아있는 시대를 간절히 꿈꾸면서 내 고향의 어둡고 아픈 일제 강점기의 실태를 소설로 남기고 싶다.

 

▲ 올해 나의 두 번째 소망은, 최명희 작가의 장편소설 혼불의 흉내라도 내보는 거다.   pixbay.com  

 

필자의 조부께서도 단발령을 설득하러 온 일경에게 온 동네가 울리도록 호통을 쳐서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게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우리 동네는 일본식 성명으로 바꾸지도 않았지만, 이웃 마을에는 기어꼬, 사다꼬, 마사꼬,’ 등 일본 이름을 가진 이들이 여럿 있었다.

 

선친께서도 일본의 신문물을 접하고 와서 해라체를 쓰던 집안의 하인들에게 경어를 쓰고 모두 자유롭게 이웃으로 살림을 내보냈다고 들었다. 대가족 제도에서 밥상을 여러 개씩 준비하던 번거로움을 없애려고 큰 원탁을 짜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게 하였다고도 한다. 지금 식탁 문화의 원조인 셈이다.

 

원뜸이란 마을에 있는 매안 이씨 가문의 내력이 필자의 가문과 비슷한 문화권의 정서가 더욱 친숙함을 느낀다.

 

작가 최명희는 어떤 사람의 몸에 혼불이 있으면 산 것이고, 없으면 죽은 것이다. 혼불은 목숨의 불, 정신의 불, 삶의 불이라고 했다. 필자는 이 치열한 정신을 본받고 싶다. 올해는 작정하고 노트북 자판을 분연히 두들기리라. 두 번째 소망이 잘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세 번째 소망! ‘하루에 만 보 걷기를 꼭 실천

 

세 번째 소망은 하루에 만 보 걷기를 꼭 실천하는 거다. 그동안 몸을 놀리는 행위를 천대했던 성리학적 질서 영향인지 걷기 운동을 소홀히 했다. 이제 모래시계를 뒤집듯 생각을 뒤집어야 할 때다.

 

매일 요가원에서 한 시간 수련하지만, 걷기를 병행해야 한다는 스승의 강요가 집요하다. 걷기는 유산소 운동으로 산소를 충분히 체내에 공급하여 심장과 폐 기능을 향상한다고 한다. 당뇨 위험도 낮추고 뼈 강화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소화력을 촉진하고 녹내장을 예방한다니, 나에게 딱 마침맞은 운동이다.

 

지난 늦가을에 체지방 검사를 했더니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경계선을 오르내렸다. 결국 만 보 걷기와 몸무게를 2Kg 줄이라는 처방이 나왔다. 그때서야 시간만 나면 만 보 걷기를 해서 목표에 도달했다.

 

몸이 훨씬 가볍고 종일 외출한 날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모임에 나가면 모두 얼굴 좋아지고 건강해 보인다고 부추긴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걷기는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야심차다.

 

나의 산책로에 봄이 오면, 이팝나무 꽃이 새실 거리고 라일락과 목련이 손짓하는 꽃 잔치가 열릴 것이다. 여름이면 싱그러운 초록의 함성 속에서 광합성을 하고, 가을이면 오색 단풍이 볼을 붉히니 가슴도 뜨거워질 것이다.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이 오면 벌거벗은 나목을 보며 화무십일홍을 회상할 것이니 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 세 번째 소망은 하루에 만 보 걷기를 꼭 실천하는 거다.  pixbay.com    

 

살다 보면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진다. 외강내유형인 필자는 웃어넘겨도 될 일을 되새김질하며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걷기 운동은 말 폭탄에 예민한 내 가슴에 후시딘이 될 것이고, 매너 없는 말본새(말하는 태도나 모양새)를 넉넉하게 용서해 줄 아량도 생기게 할 거다.

 

피곤할 때는 사람 만나는 것도 일쩝다(일거리가 되어 귀찮거나 불편하다.) 우선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주민과 만나면 아름아름(말이나 행동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양) 망설이다 기회를 놓치고 광고만 바라보다 내리는 경우가 많다. 올해부터는 내가 먼저 오사바사하게 인사하리라.

 

이 결심이 짓쩍고 흰소리가 되지 않도록 하루 만 보 걷기로 건강을 챙겨야겠다. 건강해야 기분도 좋고 인사성도 밝아질 테니까. 휴대전화기에 헬스 앱을 깔아놓고 체크한다. 걸음 수와 거리가 표시되고 칼로리와 운동 시간까지 기록되니 좋은 세상이다. 제발 도중하차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므로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일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메마른 아들의 마음에 연애 세포가 자라나서 꿈에도 그리는 새사람을 맞이하는 일이다. 다음으로는, 뭇 독자에게 위로가 될 멋진 소설 한 편 탄생시키는 작업이다. 마지막으로는 여명부터 땅거미까지 시간 구애받지 않고 부지런히 걷는 거다.

 

시부저기(별로 힘들이지 않고 거의 저절로) 시작한 일이지만 결과는 참으로 좋으리라 믿는다. 일체유심조라고 했던가. 심신의 건강을 다스려 모두를 사랑하는 여낙낙한 삶을 살아 보리라.

 

프로필

- 국제펜 한국본부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 실버넷뉴스 기자 역임.

- <수필집> 가난한 날의 초상, 해바라기의 꿈.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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