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텡의 과거(6회)

 

▲ 일러스트레이션 강해빈

 

감옥에 들어오기 전에 머스텡은 파리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며 살았다. 신분이 높은 귀족들 집을 다니며 어린이부터 부인들까지 피아노를 가르쳤다.

 

머스텡은 많은 작곡가 중에서도 모차르트를 제일 좋아했다. 특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 21번, 23번, 24번을 하루에도 여러 번 연주했다. 낮에는 피아노 협주곡 24번에 빠져 살았다. 밤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에 빠져 살았다.

 

머스텡은 감옥에 오기 전에 작은 극장을 빌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중심으로 발표회를 가졌었다. 파리에서의 생활은 머스텡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오늘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환상적이었어요!”

연주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머스텡에게 처음 보는 백작부인이 칭찬 해줬다.

 

“감사합니다.”

“오늘밤부터는 잠을 잘 잘 것 같아요.”

“잘 되었군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오늘 정말 감동받았어요. 마음도 많이 편해지고. 선생님, 언제 시간 내서 저희 집에 한 번 오실래요?”

 

“저를 초대하는 건가요?”

“아이들 피아노 공부를 시키려고 합니다.”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머스텡은 백작 부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백작 부인의 자녀들과 친척들 자녀에게도 피아노를 가르치며 살았다. 백작 부인이 파리 시내의 많은 귀족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그 뒤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러 다녔다. 특히 궁중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오페라나 연주회에도 갈 수 있었다.

 

“그 사람은 피아노 선생님이에요. 잡아가시면 안 돼요.”

프랑스 대혁명이 한창이던 때 혁명군이 백작 부인 집에 들이닥쳤다. 백작 부인이 아무리 소리치며 말렸지만 혁명군은 집에 있는 하인들까지 모두 잡아갔다.

 

머스텡은 1791년 12월 감옥에서 모차르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가장 존경하는 작곡가의 죽음은 머스텡을 무기력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슬프도다! 그는 위대한 사람인데.”

 

머스텡은 젊은 모차르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사실이었다. 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직업이 뭐지?”

혁명군들은 머스텡을 고문했다.

“피아노 가정교사입니다.”

“가족은?”

 

“어머니랑 둘이 삽니다.”

“백작이랑 무슨 관계지?”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

“백작은 어디다 숨겼어?”

“모릅니다.”

 

혁명군은 그를 이곳저곳으로 끌고 다니고 고문하더니 몽셀미셀 독방에 가뒀다.

 

파리 외각에 팔십이 넘은 머스텡 어머니가 살고 계신다. 그런데 머스텡은 아직 어머니에게 감옥에 온 소식도 전하지 못하고 어머니 소식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머스텡은 심한 고문을 당해 구토, 위장병, 우울증,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밤이 되면 고통이 심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예린

 

“이렇게 힘들게 살 바에는 죽는 게 났지.”

하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면 머스텡은 죽을 수 없었다. 혼자 계시는 어머니는 아들 보는 낙으로 사시는 데

“내가 약해지면 안 된다.”

 

다시 힘을 내기 위해서 피아노를 쳤다. 잠이 안 오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밤새 쳤다. 그러다 지치고 힘이 빠지면 잠이 들었다. 쓰러져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피아노를 쳤다. 피아노도 없는 허공에 손을 올리고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몰랐다.

 

‘딴딴딴 딴딴딴 딴딴딴 딴딴딴…….’

‘따다다다다 따다다다다다…….’

 

음악이 뭔지 모르던 헨리는 머스텡이 연주하는 모습을 통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에 푹 빠지게 되었다.

머스텡은 피아노도 없는데 있는 것처럼 잘도 쳤다. 가끔 노래를 흥얼대며 허공 위에 손가락을 옮겨가면서 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열 손가락이!”

헨리는 머스텡의 열 손가락이 그렇게 멋져 보였다.

“나도 여덟 개나 다리가 있는데 저렇게 피아노를 칠 수 있을까?”

 

헨리는 바다에서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지고 머스텡처럼 연주하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래도 제법 리듬은 탔다. 헨리는 독방에 오면 머스텡에게 피아노를 쳐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이 곡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면 정말 멋진 곡이야.”

“그래?”

‘딴 따 딴 따 따…….’

헨리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피아노를 치던 머스텡은 스르르 잠이 들었다. 곁에서 헨리도 잠이 들어 아침에 바다로 간 적이 많았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제2악장>

이 곡을 수백 번 연주했다. 머스텡은 이 곡을 듣게 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잠을 잘 수 있었다. 가슴에 가득한 모든 한을 내려놓을 수도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시간을 음악에 의지하고 있었다.

 

“받아들여야 한다.”

머스텡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버티고 있었다.

“혁명군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지. 그럼 나도 풀려날 거구.”

 

머스텡의 고민은 깊어갔다. 하지만 고민을 도려내려고 노력했다.

 

헨리는 바다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제2악장>에 맞춰 춤을 췄다. 먹물을 튀기면서 여덟 개의 다리가 이리저리 펼쳐지면서 추는 춤은 감히 평가할 수도 없었다.

 

파도와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와 절벽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맞춰 춤추는 날도 있었다. 하루 종일 봐도 지겹지 않을 정도로 연출 능력도 뛰어났다. 헨리의 춤은 한 마디로 장관이었다.

 

누가 감히 문어라할까? 고요한 밤바다에 커다란 문어 한 마리가 덩실 덩실 춤추는 것을 상상해 보라.

머스텡은 밤이 되면 말린 갈매기 육포를 씹으면서 밤바다에서 벌어지는 한 편의 뮤지컬을 봤다. 주인공은 물론 헨리였다.

 

‘딴 딴 딴 따따…….’

고기를 씹으면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헨리가 듣기라도 하듯 고요한 밤바다에서 물이 흐르듯 피아노를 쳤다.

 

헨리는 부드럽고 자연의 이치에 맞게 위에서 아래로 때로는 감미롭고 아름답게 춤췄다. 머리를 쭉 내밀며 두 다리를 나풀거릴 때는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바다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정말 아름다워!”

머스텡은 헨리의 춤추는 모습을 보고 감옥에서 나가면 헨리와 같이 서커스 공연을 할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헨리와 머스텡은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갔다. 낮에는 바다 위에서 갈매기를 사냥하고 밤에는 바다위에서 춤추는 것을 즐겼다. 또 만나면 수다를 떨면서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