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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모 작가의 인물탐방> 시간을 빚어내는 ‘김창섭 도조작가’
기사입력  2020/02/18 [01:19] 최종편집    정선모 작가

도조도자기 만드는 기법으로 구현한 조각작품

제작과정 고단하나 인고 기다림속탄생 큰보람

소임도시발전에 어떻게 기여할수 있을지 고민

 

▲  도자와 조각을 융합한 독특한 작품기법을 형상화 한 '김창섭 도조작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여파 때문인지 김창섭 조각가를 만나러 가는 인사동 길은 한산했다. 늘 관광객들로 붐비던 인사동이 모처럼 여유를 찾던 날, 입춘 한파로 매우 쌀쌀한 날씨를 뚫고 나타난 김 작가의 손이 꽁꽁 얼었다. 이 거친 손으로 흙을 빚고 조각하며 그 많은 작품을 제작해낸 것이다.

 

도조작가(陶彫作家)’라는 말이 낯설기만 한데?

 

도조(陶彫)라는 것은 도자기를 만드는 기법으로 만든 조각 작품을 말한다. 도자와 조각을 융합한 작품기법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도조작업을 해오고 있다. 대학에서 조각을, 대학원에서는 도예를 전공했기에 자연스럽게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도자기를 제작할 때처럼 흙으로 초벌작업을 하여 구워낸 후 다시 작업을 하여 모두 세 번을 구워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들고 있다.

 

도자조각만의 독특한 매력을 차분히 들려 달라

 

흙과 불이 만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일반 회화나 조각 작품을 제작할 때는 작업하면서 바로 원하는 형상을 볼 수 있지만, 도조작품은 생각하는 바를 구현해내기 위해서는 흙으로 제작한 뒤 1,200°의 뜨거운 가마 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초벌작품을 구워내고, 다시 작업하여 두 번, 세 번 구워내는 동안의 기다림은 설렘을 동반한다. 몇 번의 작업을 통해 흙이 빚어낸 작품에 메탈 느낌이 나게 할 수도 있어 제작과정이 매우 힘들지만 흥미롭다. 가장 소중한 것은 간절한 기다림 속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작품을 제작할 때마다 느낀다.

 

매사 관심을 갖는 주요 테마가 있다고 들었는데?

 

지난해 11,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린 개인전의 주제가 시간의 ’- 일상(日常)의 풍경으로부터-였다. 평생 나를 지배하고 있는 테마는 바로 시간이다. 시간의 상징인 시계라는 매개물을 통해 다양한 시간의 흔적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지난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인간은 그 시간에 함몰되고, 휩쓸려가며 다양한 흔적을 남긴다. 자연의 법칙인 생성과 소멸은 인간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은 그러한 시간을 때로는 더 이상 흐르지 못하도록 묶어두고 싶은 열망에 시달리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무수히 부딪치는 일상의 풍경을 통해 시간에 대한, 다시 말하면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과거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고, 또한 미래의 나를 잉태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만이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할 따름이다. 이러한 시간의 본질을 천착하는 과정에서 작품이 탄생한다.

 

도조작품 '나무야 나무야 1, 2018'     

 

다수의 작품에 시계가 등장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시계가 보여주는 것은 현상일 뿐이다. 시계라는 물체 속에 일상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가장 오래된 고생대 화석인 암모나이트에서부터 방금 전까지 입다 벗어놓은 체온이 남아있는 구겨진 옷에 이르기까지 작품 속에는 시간의 흔적이 오롯이 담겨있다. 이러한 물상들을 통해 표현된 작품들은 시간과 공간을 관통하는 존재론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낡은 여행가방 속에 걸쳐져 있는 시계는 여행의 기억을, 둥근 시계 안에서 무언가를 움켜쥐려고 하는 손이 조각된 작품은 시간에 쫓기면서도 놓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을 형상화했다. 폐선에서 떨어져 나온 나뭇조각에 시계와 닻을 매단 작품은 주어진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귀항하여 정박 중인 배의 마지막 모습을 연상하며 배의 일생을 떠올릴 수 있도록 했고, 나무의 나이테와 시계를 결합하여 나무의 시간을 음미해보려고 했다.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의미를 도출해내는 것이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주재료인 흙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것 같다.

 

흙은 인간과 자연의 원형질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자연은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살아간다. 흙이라는 질료 자체가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내 손을 거친 부드러운 흙이 불을 만나 단단한 고형체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희열을 느낀다.

 

구석기시대 때부터 토기를 만들었으니 인류의 역사는 흙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부천의 산자락에서 하우아트팜이라는 농장을 마련하여 채소와 과일나무를 가꾸고 있는 까닭도 다 흙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농장에 작업실을 마련하여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시민의 강처럼, 예술가와 도시발전의 복안은?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대학 졸업 후 40여 년을 줄곧 부천에서 살았다. 한창 개발이 시작되던 때였는데 예술가로서 어떻게 도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 2003년에 완공한 상동에 있는 시민의 강이다.

 

시공사와의 협상이 만만치 않았지만, 좋은 아이디어라고 적극 지지해준 시민단체의 협력과 당시 원혜영 시장의 뚝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지도자의 문화적 마인드가 도시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본다. 5km 정도 되는 작은 개천 양 옆의 산책로를 거니는 시민들을 보노라면 매우 뜻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환경 친화적문화도시발전에 대한 소임과 대안은?

 

환경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물고기의 내장 속에 플라스틱과 철사가 들어 있는 작품을 통해 바다 속의 오염실태를 고발하는 작품도 제작해왔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은 모두가 꿈꾸는 것이며, 작가로서 그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문화도시가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농장 하우아트팜이 그동안 제작한 작품들을 상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곳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미술체험학습도 하고, 시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작품도 감상하고, 차도 마실 수 있는 부천의 독특한 문화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 도조작품  '-파수꾼, 2019'   

 

정선모 작가가 본 김창섭 작가

바람과 바람 사이, 파도와 파도 사이에 시간이 있다.”라는 말처럼 김창섭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말하면서 자주 詩的인 표현을 사용했다. ‘시중화 화중시(詩中畵 畵中詩),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 그의 작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게 되는 까닭이다. 미술과 문학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새삼 일깨운다.

 

하이데거는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라는 시간의 유한적 속성을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인간을 '현존재(Dasein)'라고 했다. 인간은 현재를 살면서도 늘 과거와 미래를 상상하고 그것과 연관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김창섭 작가는 이러한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하기에 그의 작품을 찬찬히 감상하노라면 다양한 사물들이 걸어오는 이야기가 들릴 것만 같다. 돌아서면 금방 다시 보고 싶은 작품들이다.

 

김창섭 작가는?

김창섭 작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조각을,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40여 년 전 경기도 부천에 정착하여 중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후진을 양성하였고, 지역 예술문화를 창달하고자 하는 운동을 전개하며 300여 회의 각종 기획초대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부천예총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부천 근교의 야산자락에서 하우아트팜이라는 농원을 가꾸며, 흙과 불을 매개로 한 작업을 통해 흙의 가치를 찾는 생태적 관점의 조형언어를 일궈내고 있다.

 

정선모작가 프로필

한강문학작가회 회장

도서출판 SUN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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