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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모작가의 인물탐방> ‘징검다리꽃’ 성민선 작가
기사입력  2020/03/07 [00:09] 최종편집    정선모작가

자리이타(自利利他)상부상조 메시지의 핵심

신종코로나 위기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종교활동국민 의료생명권 절대 앞설수 없어

 

▲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성민선 작가     

 

 

첫 수필집 징검다리꽃이 반향을 일으켰다. 벌써 2쇄를 찍었는데?

 

수필집을 세상에 내놓고 나서야 모든 책은 저자의 소유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비록 일부였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을 보았습니다.

 

2쇄를 하도록 제안해 준 사람은 일본에 사는 친구였습니다. 일본에서 50년을 산 친구인데 책을 읽고 내려놓지 못한 채 한동안 마지막 페이지에서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면서, 좀 더 많은 스토리를 끝없이 읽고 싶은 징검다리꽃 로스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일본인들은 일제 외래어를 무슨 지식인의 상징인양 즐겨 쓴다는데, ‘로스란 뭔가를 잃은 상실감이란 의미랍니다. 친구는 책을 다 읽고 나서 허전해서 또 읽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또한 코로나19 상태로 이렇게 나라의 경제와 국민들의 기본 생활이 힘들 때, 그것이 징검다리꽃의 정신에도 맞는다고 보았습니다. ‘징검다리꽃은 연꽃을 상징하죠. 연꽃은 그 존재 이유가 자신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다른 존재들에게 주면서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 누구든 무엇이든 자기를 다리 삼아서 지나가는 길일뿐임을 무언으로 설법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번 수필집에서 독자들이 공감했던 공통적 메시지는?

 

그러니까 누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저에게 첫 책은 소중합니다. 첫 수필집에 대한 감회는 첫사랑과 다르지 않아요. 미성숙해도 좋아요. 가장 순수하고, 자기 모습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밖에 없는, 자기의 원형이 거기에 제일 많이 남아있는 그런 흔적 같습니다. 소중하죠.

 

김태길 선생이 그러셨던가요?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 때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다가 그 후 이름이 알려져서 청탁을 받게 되면 그때부터 글이 나빠진다고요. 남의 기대나 시선에 맞추느라 글에 인위적인 힘이 들어가니 그렇게 된다고 쓰셨던 걸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독자가 저와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면 저로서는 더 이상 반가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물론 저는 수필을 쓰는 이유로 마음 닦기 혹은 수행을 내세운 바 있고, 그것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위에 말한 친구는 이 책의 메시지를 모든 존재는 자기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나누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더군요. 이 책의 메시지는 아무래도 인간들이 자리이타 정신으로 상부상조하며 다 같이 행복하게 살자는 거겠지요.

 

수필집에는 사회복지학과 불교 사상이 묘하게 맞물려 있는데? 부언하여 달라.

 

 

▲  상부상조 공생의 논리를 부드럽고 유연하게현실감 있게 묘사한 징검다리꽃이 최근 상황과 맞물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맞습니다. 저는 수필, 사회복지에 불교사상이 묘하게 맞물려 서로에게 요익(饒益, 자비로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넉넉하게 이익을 줌-편집자주)을 끼치는 연관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 셋의 공통적인 기저는 자유(自由)와 자존(自尊)입니다.

 

수필은 제가 아는 한 가장 자유롭고 보편적인 창작활동이며 언론 활동입니다. 수필에 만일 자유가 배제된다면 그건 강요된 자백서나 경위서, 격문 같은 물건이 돼버리겠지요. 수필을 통해서 배움과 공감이 가능하고 지혜를 나눌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유가 그 바탕에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는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의 가치로 합니다.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 타고난 권리를 그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는 고귀한 존재입니다. 사회복지의 대상은 전 국민이지 사회적 안정망(social safety network) 밑으로 떨어진 일부 소수가 아닙니다. 아까운 세금을 일부 빈곤 취약계층에 쏟아 붓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사회복지를 잔여적(殘餘的) 사후처리적 개념으로만 본 것일 뿐, 누구든지 그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보편적(普遍的) 예방적 관점에 서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핵심은 자비와 연민입니다. 자비와 연민으로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을 삼고 저마다 원래 갖춰져 있는 본성을 깨달아 스스로 존귀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도와줍니다. 수필을 쓰는 사람은 왜 수필을 씁니까? 글쓰기는 보다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하는 사회복지와 무관하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수필 테마 중 나를 빌려드립니다라는 작품이 특히 마음에 남는데?

 

나를 빌려드립니다는 사실상 표제가 될 후보 중 하나였습니다만, 당시 미투가 이슈가 되었던 때라 오해의 소지를 주지 않기 위해 표제로 선택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를 빌려드립니다가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밥 한 끼를 같이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만큼 시대가 변하면서, 밥을 베푸는 사람이나 배품에 응해주는 양측 모두의 배려심이 고맙고 소중하다는 자각이 일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밥을 사는 일이라면 언제고 자기를 빌려줄 테니 가져다 쓰라는 것은, 자기 이익을 따지고 대가를 바라는 사람의 행위가 아닙니다. 마음의 텅 빈 공성(空性)과 무아(無我)를 실천하는 수행자의 대행(大行)입니다. 또한 그런 행위에 호응하며 한 끼의 식사 초대에 감사를 느끼며 응하는 것도 큰마음입니다.

 

사회복지 전문가 입장에서 함께 사는 간절한 염원을 독자들에게 공유하여 달라

 

사회문제는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합력하여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각자 몫의 할 일이 있지요. 걱정 없이 함께 사는 세상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지를 실감합니다. 지금은 국민 모두가 집안 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엄중한 상황입니다.

 

개인이나 사회나 보통 위기가 발생하면 그 위기에 대처하는 정서적 반응이 더 위험합니다. 정책의 우선 순위를 가리지 못하여 패닉 상태가 되고, 개인들이 겪는 충격은 사후 스트레스로 오래도록 남습니다. 집안에만 갇혀있으니 우울증, 울분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위기대응에 맞게 가족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특히 따로 사시는 노인들에게 안부를 묻는 전화를 드리고 건강을 챙기도록 당부하여야 합니다.

 

사태가 진정될 때 우리 국민이 다 같이 생각해보아야 할 큰 과제가 우리 앞에 있습니다. 건강권, 의료복지를 포함한 국민의 사회복지가 종교의 자유보다 앞선다는 것입니다. 헌법에는 국민의 행복권이 보장되고 있고 이 행복권에는 건강, 소득, 서비스 뿐 아니라 환경을 누릴 권리까지 보장되어 있습니다. 종교 활동이 종교의 자유란 이름 밑에서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친다면 그것은 범죄행위로 다루어지고 가차 없이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성민선 프로필

- 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

- 동아일보 기자 역임

-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 역임

- 한국사회복지학회장 역임

- 著書: ‘학교사회복지 이론과 실제[’(共著 2004)

사회복지개론’(共著 2005)

인간·철학·수필’(共著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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