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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악기! 유독 나무재질 많아”
<특별연재> 박행주 ‘음악의 세계화’ 올바른 자세(9)
기사입력  2020/03/10 [03:51] 최종편집    박행주 /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통합관점에서 세계화 다양성배려의 결핍현상

예술에선 우수와 열등의 이분법 뼈아픈 오류도

  

악기재질서구는 금속, 우리민족은 나무 선호

동양적 시각재질에 따라 독특한 음색을 형성

 

 

세계화는 무조건 다양성인가?

 

▲  박행주 /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구조의 상당 부분은 이미 서구화 되어 있다는 느낌을 갖곤 한다. ‘세계화에 발맞추어 가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찌 보면 세계화라는 말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이러한 경향이 나타났었다.

 

우리는 이러한 세계화라는 것에 대해 어쩌면 막연하게 장미빛으로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계화의 정의를 정확히 모르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아니면 세계화라고 하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유익함을 주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찰 없이 추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계화의 의미가 처음에는 경제적 관계가 국경을 넘어 세계로 확대되어 발전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계 전체의 상호 의존성이 높아지면서 그 의미는 점차 경제적 관점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세계적으로 단일한 체계로 통합되어가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세계화가 많은 국가와 민족을 묶어나가고 있지만 이 흐름의 대부분은 서양적인 것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여서 편리하고 유익하다면 괜찮지만 반대로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고 어색하며 불편하다면 이는 재고를 해봐야 할 것이다.

 

세계화의 추세는 예술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서양의 기준에 맞춰 우리의 예술을 평가하고 판단한다면 적지 않은 오류와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양에서의 그림은 뎃생과 같은 영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화폭가득 색을 채워 넣어야 작품이 완성된다. 그에 비하면 우리 전통의 미술양식인 사군자에서는 붓이 지나간 흔적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훨씬 적다.

 

이는 여백의 미를 추구하는 우리의 정서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빈 공간이 훨씬 많은 우리의 사군자는 서양식으로 보면 분명 미완성의 영역에 속해 있을 터이다.

 

세계화는 일정한 흐름과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에 다양성에 대한 배려와 고려가 결여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예술에서 무엇이 있고’ ‘없고의 구분이 우수함열등함의 이분법으로 비약되면서 치명적인 오류를 낳기도 한다.

 

음악의 경우도 서양에서는 리듬, 멜로디, 화음을 음악의 3대 요소로 규정한다. 그래서 화음이 없고, 5음 위주로 음을 만들어 내는 우리의 전통음악은 그만큼 낙후한 음악으로 치부하는 이들도 많다.

 

뒷부분에서 다루겠지만 서양은 악기의 종류를 3가지로 구분하는 반면 우리는 8가지로 구분한다. 우리가 이렇게 다양하게 악기를 나누기 때문에 서양식 악기 구분법을 열등하고 미개한 것으로 치부한다면 그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항변할 것인가?

 

우리에게는 서예라고 하는 예술영역이 있다. 서양에서 이러한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가지고 그들의 예술이 그만큼 뒤떨어졌다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  악기를 만드는 것도 그 나라의 민족적인 정서가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악기 제작민족적 정서가 많이 반영

 

악기를 만드는 것도 그 나라의 민족적인 정서가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서구에서는 금속재질을 좋아하는 반면 우리 민족은 나무재질을 좋아했다. 국악기 중에서 나발이나 양금은 금속재질로 되어 있지만 이 악기들은 서양에서 유입된 악기여서 구분을 하여야 한다.

 

우리가 금관악기로 생각할 수 있는 플루트는 서양악기의 분류상으로 아직도 목관악기에 속하고 있다. 플루트가 나무재질에서 지금과 같이 금속재질로 만들어진 것은 채 200년도 되지 않은 1847년의 일이다. 보관이나 연주테크닉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악기의 재료자체를 바꿀 만큼 서양사람들은 금속성 음향에 얼마나 심취해 있었는지 엿볼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우리의 전통악기의 면면을 보면 유난히도 나무재질로 된 악기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삼죽이라고 하는 대금, 중금, 소금은 물론 단소, 생황,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 , 어 등이 그것이다. 장구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북도 가죽을 제외하면 통은 모두 나무로 되어 있다. 거문고에서 줄을 내려치는 술대나 아쟁의 활대(개나리 나무) 역시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한 민족의 성향은 자연환경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9천개에 가까운 산이 있고 전 국토의 72%가 그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사방을 둘러 보더라도 높고 낮은 산들로 둘러 쌓여 있으니 우리 조상들도 자연스럽게 나무재질의 악기들을 선호하였을 것이다.

 

우리 전통악기다양한 자연의 재료

 

우리의 전통악기가 나무재질이 많기는 하지만 나무 이외에도 자연에서 나오는 재료들을 비교적 간단히 가공해서 만든 악기들이 많다.

 

그것을 가리켜 전통음악에서는 ‘8(八音)’이라고 한다. 8음이란 우리나라의 전통악기를 분류함에 있어서 어떤 재료를 사용하였는지에 의해 나누는 방법이다.

 

악기를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로 나누는 것은 서양식 분류법이다. 이러한 분류법은 악기가 어떻게 소리나는지에 대한 연주 방법에 따른 구분법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방법보다는 그 악기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음색에 더 관심을 갖았다.

 

악기가 자연의 물질 중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가에 따라 각각의 음색이 다르다고 보는 것이 동양적 시각이었다. 그래서 악기를 구성하는 자연속의 재료가 무엇인지에 따라 여덟 가지로 나누었다. ··명주실·대나무·바가지··가죽·나무 등이 그것이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서는 이것을 금부(金部석부(石部사부(絲部죽부(竹部포부(匏部토부(土部혁부(革部목부(木部)로 나눈다. 이러한 구분법은 옛날 중국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우리 고유의 악기들이 새로 추가되었다. 8개로 나누는 것은 8방위, 8절기, 8궤 등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유교, 도교적인 영향을 받아 왔다.

 

8음에 속한 악기들은 이런 음색들

 

8음에 속한 악기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금부(金部)에는 편종·특종·방향··나발·꽹과리 등이 있다. 주로 놋쇠를 이용하여 만들고 다른 악기에 비해 강한 느낌이 난다. 악기의 크기와 굵기에 따라서 꽹과리처럼 예리한 소리가 나기도 하고 반면 징처럼 부드러운 소리가 나기도 한다.

 

석부(石部)에는 편경·특경 두 가지가 있다. 편경은 돌을 다양한 두께로 다듬어서 자 모양으로 만들어서 채로 치는 악기이고 특경은 한 음만 내면서 주로 음악을 시작할 때 소리내는 악기이다. 주로 궁중음악에서 사용되는 악기라 민간인이 보기에는 힘들었다.

 

사부(絲部)에는 거문고·가야금·해금·아쟁·비파 등의 악기가 있다. 나무로 공명통을 만들고 그 위에 명주실을 연결하여 문지르거나 튕겨서 소리를 내게 된다. 서양식 악기분류법으로 보면 현악기에 해당되는 악기들이다. 신축성이 있는 명주실을 손가락으로 누르거나 당겨서 음의 변화를 주는 특유의 농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악기들이다.

 

죽부(竹部)에는 피리·대금·중금·소금·당적·단소·퉁소 등의 악기가 있다. 크고 작은 대나무에 구멍을 뚫어서 소리내며 대금은 젓대라고 하여 만파식적의 설화가 내려오고 있다. 특히 대금은 취구(공기를 불어 넣는 부분) 옆에 청공이라고 하는 구멍이 있다. 청공에 이라고 하는 갈대의 속잎을 붙여 입김이 강하게 지나갈 때 떨리면서 파열음을 내는 특이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포부(匏部)에는 생황이 있다. 박통에 17개의 죽관이라고 하는 대나무관을 꽂아 숨을 마시거나 내쉬면서 연주하는 악기이다. 마치 하모니카와 같이 쇠로 된 리드가 울리면서 소리가 나기 때문에 나무재질이면서도 금속성의 소리를 내며 화음을 낼 수 있는 악기이다. 죽관이 36개짜리도 있어서 보다 풍부한 음역을 연주하기도 한다.

 

토부(土部)에는 훈·부 등의 악기가 있다. ‘는 흙을 구워서 질화로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대나무채로 쳐서 소리낸다. 조선초기에는 10명이 서로 다른 두께의 부를 하나씩 치면서 연주하였다고 하나 이후에는 한 명이 하나의 부만 연주하는 것으로 단순화되었다. ‘은 역시 흙을 구워서 만들며 물방울,계란모양과 비슷한 형태이다. 오카리나와 비슷한 음색을 가지고 있지만 빈 병에 소리를 불어넣어 내는 것과 같은 원리여서 연주법은 훨씬 어렵다.

 

혁부(革部)에는 장구, 갈고, 좌고, 절고, 소고 등이 있다. 나무통 양쪽에 고정된 가죽을 쳐서 소리내는 것으로 그중 가장 대표적인 악기는 역시 장구이다. ‘장구는 과거에 북을 가리키는 ()’를 써서 장고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장구에 쓰이는 가죽이 개가죽을 많이 써서 를 의미하는 ()’를 붙여서 장구라고 불렸다.

 

목부(木部)에는 박··어 등이 포함된다. ‘은 나무를 부채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악기이다. ‘은 네모난 상자모양의 악기로 주로 시작을 알릴 때 소리내고 는 호랑이 모양으로 음악의 끝을 알릴 때 사용한다.

 

▲ 악기가 자연의 물질 중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가에 따라 각각의 음색이 다르다고 보는 것이 동양적 시각  

 

차이우월이 아닌 다양성에 근간을

 

이렇듯 우리민족의 관점은 악기의 재질에 의해 여덟 가지로 나누었음을 알 수 있다. 소리내는 방법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하는 서양의 구분법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분류법이 옳고 나머지 것이 틀리다고 판정을 내릴 수는 없다.

 

논농사가 발달한 곳은 쌀을 주식으로 하고 밭농사가 발달한 곳은 밀을 주식으로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시비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들에서는 많은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어떤 인종이나 민족이 다른 이들에 비해 더 우월하다는 차별의식이 그 중 하나이다.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은 생김새가 다르다. 뿐만 아니라 음식, 문화, 풍습, 사고방식 등이 수많은 시간을 거치면서 다르게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필연적인 과정이면서 차이일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차이를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그 다양성이 획일화를 극복하여야 한다.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보다 다채롭고 풍요로운 가치들을 창조해 나간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세계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프로필

 *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 서울교대 졸. 중앙대 대학원 박사

 * 중앙대학교 국악교육대학원 외래교수

 * IOV(UNESCO NGO)이사

 * 2016 올해의 스승상 수상

 * 이메일 apron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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