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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유교문화와 음양오행 사상’(11)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중국”
기사입력  2020/05/12 [01:26] 최종편집    박행주 /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조선시대 지배한 사상과 철학의기저는?

 

▲ 박행주 / 국제전통예술교류협회 초대회장     

한 민족의 풍습이나 사상, 철학 등은 오랫동안 다양한 예술에 투영되어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왔다. 우리 민족 또한 우리의 사상과 철학을 의도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예술을 통해 표현하여 왔다.

 

조선의 건국과 함께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게 된 유교 또한 이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유교는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지금까지도 여러 분야에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유교에서 큰 흐름을 이루고 있는 것이 음양오행사상이다. 지난 기고에서 보았듯이 수많은 중국의 철학자들이 기원전부터 시작하여 오랜 시간 동안 음양오행 사상을 체계화해 왔다. 그리고 여러 부분에서 중국의 영향을 받았던 우리 민족도 그 영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여러 왕조를 거치는 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고 때로는 갈등이 증폭되면서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두 나라는 평화의 시기든, 전시든 서로의 문물들을 상대국에게 영향을 주고받았다. 중국은 문자를 비롯하여 많은 문물들을 우리에게 전해주었고 우리는 이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우리의 여건에 맞게 바꾸기도 하였다. 또한 그러한 문물들을 일본에 전해주기도 했다.

      

한국전통음악 복색에 나타나는 오행

 

음악을 포함한 예술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나라 시대에는 당악이라는 음악이 우리에게 전해졌다. 송나라 시대에는 대성아악이라고 하는 음악이 들어오면서 우리나라의 음악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음악적 영향은 악기의 유입에 그친 것이 아니라 연주법을 동반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다양한 철학적 요소들이 함께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신라시대의 처용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던 처용무오방처용무로도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에는 독무(혼자 하는 무용)였지만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무용수가 다섯 명으로 늘었다. 처용무에서는 무용수들이 음악에 맞춰 여러 가지로 대형을 바꿔가며 춤을 추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용을 하는 도중에 십자모양(+)을 만드는 시점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때의 무용수들의 복색은 중앙이 노랑색, 동쪽이 파랑색, 서쪽이 하얀색, 남쪽이 빨강색, 북쪽이 검정색을 나타낸다. , 오행에서 나타나는 오방색과 일치하는 것이다.

 

악학궤범에 따르면 이 처용무는 나례(儺禮)’의식에서 추었던 군무였다. , 잡귀를 쫒아내는 의식과 연관된 춤이었기 때문에 경쾌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느리고 장엄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처용무는 고려시대와는 달리 조선시대 때 유교가 들어오면서 무용수의 숫자와 복색이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이 당시에는 무용을 통해 오행의 철학적인 가치를 보여주고자 하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오방오행에 대한 이해 없이 처용무를 본다면 단지 외형적인 연주 형태만을 보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면서 처용무가 진정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부분을 놓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풍물놀이! ‘한 사람이 오방색구현

 

▲ 풍물놀이를 하는 연주자들의 복장은 한 사람이 오방색 모두를 보여준다.    

 

한편 풍물놀이를 하는 연주자들의 복장은 처용무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처용무에서는 다섯 명의 무용수가 각각 한 가지의 색을 나타내지만 풍물놀이 연주자는 한 사람이 오방색 모두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얀색의 바지저고리, 바지저고리 위에 입는 검정색 더거리, 그리고 더거리 위에 어깨를 사선으로 묶거나 허리를 두르는 파랑, 빨강, 노랑색의 삼색 띠가 그것이다.

 

풍물놀이 연주자들은 이러한 복색을 갖추고 상모를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외사라는 상모 기술은 동그란 원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 상모의 '외사'는 둥근 모양을 만들어 '우주'를 표현한다.   

 

필자는 과거에 어떤 풍물놀이 전문가로부터 외사의 둥근 모양은 우주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풍물연주자의 오방색 복장은 오행을 의미하고 오행이 우주의 순환 이치를 가리키는 것임을 고려할 때 외사오방색의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전통음악의 연주에 나타나는 오행

 

신명나는 연주를 보여주는 풍물놀이는 그 기원설 중에 군악설이 있다. 이는 풍물놀이 복색이 옛날 병사들이 입었던 복장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연희를 할 때 보여주는 다양한 진놀이가 군대의 진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주로 풍물놀이 연희의 뒷부분에 보여주는 오방진이 이 진놀이 중의 하나이다. 연주자들은 대형을 나사 모양으로 감았다 푸는 동작을 하면서 동, , , , 중앙의 순으로 다섯 군데에서 진을 만든다. 군대 진법의 영향을 받았던 이 오방진 역시 오행을 잘 나타내고 있는 것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오방진은 풍물에서 연주자들이 대형을 나사 모양으로 감았다 푸는 동작을 하면서 동,서,남,북,중앙의 순으로 다섯 군데에서 진을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 풍물놀이에서 연주자들이 오방진을  만드는 도식

 

오행에 대한 것은 민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호남민요 중에 바늘귀 꿰기의 가사를 보면 동쪽 하늘은 맑으니 파랑 실이나 뀌자. 남쪽 산은 높으니 빨강 실이나 뀌자. 서쪽 땅은 넓으니 하얀 실이나 뀌자. 북쪽 바다는 깊으니 검은 실이나 뀌자라는 가사 내용이 나온다. 노랑색을 제외한 나머지 네 곳의 오방색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판소리 수궁가용왕이 득병하는 장면에 보면 용왕의 병을 오행과 연관 지어 설명하는 대목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한 시대를 지배하는 철학은 일반 서민들이 즐겨 부르던 민요나 판소리에도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전통음악의 연주에 나타나는 음양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된 종묘제례악‘1로 지정된 만큼 그 중요성과 상징성이 크다 할 수 있다. 종묘제례악은 궁중의 가장 큰 제례에 쓰였으면서 노래와 연주와 춤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어서 우리 전통음악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된 '종묘제례악'에서도 음양의 원리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종묘제례악에는 몇 가지 요소에서 음양이 나타나고 있는데 우선 동쪽에서 연주되는 과 서쪽에서 연주되는 에서 드러난다. 축은 주로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것으로 파랑색 상자 모양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어는 주로 음악의 끝을 알리는 것으로 하얀색 호랑이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악기는 일반적인 악기로 쓰이기보다는 끝과 시작을 알리기 위해 간단한 소리를 내는 용도로 쓰였다. 하지만 오행의 원칙에 따라 항상 동서로 위치를 정하여 연주하였다.

 

한편 종묘제례악은 댓돌을 기준으로 하여 위에서 연주하는 등가와 아래에서 연주하는 헌가로 나뉘게 된다. 여기에서 등가는 하늘을 상징하기 때문에 을 의미하고, 헌가는 땅을 상징하기 때문에 을 의미한다.

 

서양음계가 한 옥타브 안에 12개의 음이 있듯이 우리의 전통음악에도 12개의 음이 있다. 세종 때 만들어진 악학궤범에서는 이 12개의 음 중에서 6개는 ’, 나머지 6개는 으로 구분하였다. 이 음들은 소리가 하나씩 올라갈 때마다 음, 양을 번갈아 가는 규칙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 세종 때 만들어진 '악학궤범'에서는 전통음계 12개 중에서 6개는 '', 나머지 6개는 '음'으로 구분하였다     

 

종묘제례악에서 의 영역에 해당되는 등가에서는 의 음계 위주로 연주하고, 반대로 의 영역에 해당되는 헌가에서는 의 음계 위주로 연주한다. 이것은 음악을 통해 음양의 조화를 이루기 위함이었다.

 

음양이 두 가지 단계를 거치면서 구분되는 경우도 있다. 풍물놀이에 사용하는 네 가지 타악기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음양의 원리에서 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고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물이나 관념은 대응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 될 수도 아니면 이 될 수도 있다.

 

서로 비교해서 강한 느낌을 주는 것이 에 해당되고 이에 비해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것이 에 해당된다. 악기의 경우 그 재질을 통해서도 구분된다. 꽹과리와 징은 금속 재질이기 때문에 에 해당되고 장구와 북은 나무와 가죽의 재질이기 때문에 에 해당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이렇게 재질에 의해 두 가지로 분류를 할 수 있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이것을 다시 하나씩 나누게 된다. , 꽹과리는 징에 비해 강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 징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북은 장구에 비해 강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 장구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 된다. 북을 남성적인 악기’, 장구를 여성적인 악기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원리 때문이다.

 

그래서 사물놀이 연주에서는 양이면서 양(꽹과리)’, ‘양이면서 음()’, ‘음이면서 양()’, ‘음이면서 음(장구)’인 네 가지의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색깔의 악기가 함께 연주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게 되고 창조적인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이것이 사물놀이가 많은 사람들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요소인 것이다. 만약 악기 4개가 꽹과리 둘, 장구 둘로만 구성되거나 꽹과리, 장구, , 소고로 구성되었다면 지금의 사물놀이의 느낌을 전혀 낼 수 없을 것이다.

 

연주기법에 따라 의 영역 넘실

 

한편으로 이러한 악기들은 연주기법에 따라 시시각각 을 넘나들곤 한다. 꽹과리와 북은 똑같은 악기를 치면서도 강약의 조화를 주면서 여러 장단을 매우 다채롭게 표현한다.

 

▲ 꽹과리는 강약의 조화를 주어 장단을 매우 다채롭게 연주하면서 '음양'을 표현한다 

 

장구의 경우는 이러한 강약을 한쪽 가죽에서만 표현을 하기도 하고 양쪽 가죽에서 표현하기도 한다. 즉 풍물연주에서는 왼쪽 가죽면인 궁편은 궁채로 강하게 메기는 느낌으로 치고 오른쪽 가죽면인 채편은 달래주듯 부드럽게 연주한다. 이렇게 의 요소와 의 요소를 조화롭게 섞어서 표현했을 때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풍물연주에서는 궁편은 강하게 메기는 느낌으로 치고 채편은 달래주듯 부드럽게 연주하면서 '음양'을 표현한다.    

 

이렇듯 우리의 전통음악에는 오행의 요소와 음양의 요소들이 다양하게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몇몇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기보다는 음양오행의 개념들이 실생활은 물론 음악에까지도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표현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금의 현대음악들은 강한 비트, 고음 위주, 빠른 템포들이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요소들을 음양으로 따지면 모두 에 해당된다. 음양의 조화를 중시했던 과거에는 음악을 통해서도 실현하였고 그러면서 중용을 추구하였다. 이와 비교하면 현대의 음악은 이러한 조화로움이 사라진 음악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우리의 정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한번 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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