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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모 작가의 인물탐방> ‘길에서 쓴 일기’의 著者 최점순
기사입력  2020/07/08 [02:22] 최종편집    정선모 작가

중국 오지 신장지역과 몽골 여행한 체험 수기

귀국후 벅찬 항암치료로 이어지는 수술받기도

아들과 함께 떠나지 못해 여행리포트선물로

 

▲ 매일 삶은 은총의 사건이며, 기쁨과 감사로 하루하루를 축제처럼 보내고 싶다는 최점순 작가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여행의 순간이 있을 것이다. 지난 삶 속에서 특별했던 두 달간의 여행 기록을 책으로 엮어낸 이야기가 몹시 궁금했다. 이 책은 저자의 인생 중 가장 잊지 못할, 위험하다고 모든 사람들이 말렸던 중국 신장지역을 홀로 여행한 기록이다. ‘길에서 쓴 일기의 최점순 著者를 직접 만나 모든 의문을 헤쳐 본다.(편집자 주)

 

최근 기행에세이집 길에서 쓴 일기를 펴냈는데! 각별한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2007년 두 달간 중국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는 신장지역과 몽골을 여행한 이야기입니다. 3년 전 뇌출혈로 그동안 제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게 되었어요. 그때의 여행 기록을 정리하면서 나름의 제 삶을 돌아본,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여행이 유난히 힘겨웠어요. 체력적으로요. 처음에는 그럴 수 있는 일이겠거니 했는데, 나중에는 이러다 정말 객사하는 것은 아닐까 여겨지는 순간도 있었거든요. 귀국해서야 제 몸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희귀성 난치질환이라는 진단과 동시에 항암 치료로 이어지는 수술까지 받았거든요.

 

그럼에도 오지 여행 중, 오랫동안 저를 억눌렀던 어떤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했고, 그건 제게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일이었지요. 무엇보다 우루무치’(자치구인 신장의 행정수도이자 문화 중심지-편집자주)의 이야기는 저 스스로 놀라운 경험이고 깨달음이었어요. 그때 비로소 저는 어떤 커다란 족쇄에서 풀려난 느낌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날 이후 지난날 어리석고 부끄러웠던 저 자신을 새롭게 끌어안을 수 있었어요.

 

한 여행지와 하나의 주제를 엮어서 글을 쓰는 독특한 구성인데?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아니에요. 원래는 아들과 함께 떠나고 싶었던 여행을 혼자 나서게 되어 무척 아쉬웠어요. 그래서 아들에게 여행의 보고서를 전해주고 싶었지요. 그래서 매일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어요. 쓰다 보니 제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아마도 누군가에게 제 이야기를 몹시 하고 싶었나 봐요.

 

초고는 원고지 1,000매가 넘는 분량이었는데, 그중 주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만 간추린 것이지요. 가족을 비롯하여 친구, 내 삶에서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사건들, 차마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까지요.

 

▲ 중국 몽골 초원에서 에리카 가족들과 함께. 왼쪽에서 두 번째 저자     


 

최점순 작가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였는지?

 

여행은 그 어떤 대상과 상관없이 스스로 가장 비천해지고, 작아지고, 가난해지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봅니다. 시작은 떠남, 그 자체였지요. 어디로 갈 것인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낯선 곳, 외진 곳이면 족했어요.

 

아침을 맞이하는 일이 견딜 수 없었을 때, 내가 원하는 것이 삶인지 죽음인지 애매하게 여겨질 때면, 그런 곳을 향해 혼자 떠나곤 했어요. 그런 저에게 다른 사람들의 여행은 일종의 사치였지요. , 가족, 나의 미래 그리고 나 자신, 그것들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지, 뜨거운 불구덩이 같은 세계에서 더 큰 불구덩이 속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면 내 세계의 윤곽이 잡히지 않을까?

 

그래서 마치 누군가와 내기를 하듯 거대한 공포와 불안 속으로 뛰어든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와 같은 일들이 제게 힘이 되고 제 삶을 견딜만하게 했지요. 떠나는 것은 오롯이 홀로 있는 일이었고, 지금의 상황보다 더 낯설고 두려운 세계와 만나는 일이었지요. 그 세계에 이르면 나를 짓누르던 억압들이 가벼워지고 비로소 나 자신을 스스로 환대하는 일이 일어났어요. 제게 여행은 바로 그와 같은 일이었어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특별히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지난날 저는 주위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여행이란 이름으로 집을 떠나곤 했지요. 이 책은 새삼 그런 여행이 과연 내게 무엇이었나, 라는 의문 속에서 정리된 기록이기도 해요. 그런데 엮어내고 보니 저의 극히 사적인 고백록이자 참회록이 되었어요. 처음부터 책으로 내겠다는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요.

 

그래도 굳이 한마디 해야 한다면, 세상의 모든 전경과 배경이 사라진 곳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이 그런 떠남의 자극제가 된다면 제가 대단한 일이나 한 듯 기쁠 거예요. 특히 내 삶이 어딘가에 묶여서 발버둥치고 있거나 어떤 웅덩이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여겨질 때면, 그때는 될 수 있는 한, 작고 가볍고 남루한 차림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떠나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로부터 얻게 되는 힘을 경험해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어디를 갔다 왔다, 무엇을 보았다, 무엇을 먹었다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있거나 특별한 사건도 되지 않을 거예요. 제 경험에 의하면, 그와 같은 여행에서 돌아오고 난 후에는 주어진 현실과 상관없이 자신의 삶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이만한 일을 위해 일생에서 한 달 혹은 일 년이란 그다지 긴 시간 아닐 거예요. 이 책도 바로 그런 여행을 풀어놓은 기록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 비로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품어낼 수 있게 된 이야기니까요. 이와 같은 일은 세상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일일 테니, 그 사랑을 위해 길을 나서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의 영향이 지대했다고 들었는데! 앞으로의 남은 포부는?

 

우선 올해 6살 손자와 앞으로 마음껏 놀고 싶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글을 쓰고 싶어요. 저에게 손주는 참으로 어마어마한 존재이고, 은총의 사건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이런 존재와 사건에 대한 기쁨과 감사로 하루하루를 축제처럼 보내고 싶어요.

 

제가 40대였을 때,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지요. 안동의 그분 댁까지 찾아가서요. 그때 선생님은 제게 자서전을 써보라고 권유하셨어요. 당시에는 저에게 자서전이란 가당치 않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분은 자서전의 힘에 대해 말씀하셨어요.

 

솔직히, 그때는 선생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그분의 말씀이 번개처럼 제가 다가온 거예요. ‘길에서 쓴 일기는 그렇게 되살아난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일이기도 했지요. 그리고 이 여행기를 정리하는 내내 그날의 선생님이 제 앞에 앉아계신 듯했어요. 그렇게 저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었지요.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그분께 제일 먼저 이 책을 드렸을 것입니다.

 

여고 시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었어요. 그때 여자 주인공 못지않게 저자인 마가렛 미첼의 이야기가 몹시 인상적이었어요. 그 후 나도 그녀처럼 일생에 단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는 뜻을 품게 되었고, 내 나이 60이 되면 글을 쓰리라는 꿈을 지녀왔지요. 막연하게나마 60이 되면 세상에 대한 안목이 생겨날 것 같았고, 그러면 비로소 글을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지요.

 

그런데 어느덧 60이 훌쩍 넘어버렸고, 예상과 달리 몸과 마음은 더 왜소해진 듯하고, 나 자신조차 제대로 바라본다는 일이 쉽지 않네요. 그래도 지금부터 글을 쓴다는 일이 너무 늦은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이제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힘으로 내 손주에게 전해줄 단 한 권의 책을 엮어내고 싶습니다. 저도 이제 자서전을 썼으니, 그분의 말씀처럼 비로소 무언가를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최점순 프로필

이화여고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 졸업

월간 사람과 산주최 제8회 한국산악문학상

현재 대전지역 사회종합복지관 문해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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