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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작가의 이색적 감성동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 (7회)
기사입력  2020/07/08 [19:26] 최종편집    김동석 동화작가

말없이 다가온 계절의 미학(7)

 

 


 

선으로 딱 그을 수 없는 경계란 바로 계절의 끝자락일 것이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숲으로 달려가 계절의 문턱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눈으로 보는 세상은 경계를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봄인데 날씨가 이렇게 덥다니!”

숲으로 달려온 소녀는 나무들이 많아서 덥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햇살을 머금고 사는 나무들이 햇살을 잡고 놀고 있으니 들판이나 도시보다 더 더운 것 같았다.

 

햇살을 먹는 나무들을 탓하는 내가 바보지.”

소녀는 손에 든 카메라 가방을 내려놓고 하늘을 쳐다봤다. 방긋 웃는 태양 얼굴을 보자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구름은 모두 어디 갔을까!”

맑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게 소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늘에서 좀 쉬세요.”

그늘을 내주며 큰 참나무가 이마에서 땀이 흐르는 소녀를 보고 말했다.

고마워.”

소녀는 그늘 아래서 잠시 쉬었다.

역시 그늘이 필요해.”

 

숲은 많은 그늘을 제공하지만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에는 나무들이 더 많은 햇살을 붙잡아야 해서 생각보다 더웠다.

오늘은 어떤 사진을 찍으려고 왔어요.”

자주 보던 아카시아 나무가 소녀에게 물었다.

봄과 여름의 경계.”

소녀가 하는 말에 작은 떨림이 있었다.

 

그렇다면 저쪽 언덕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아카시아 나무는 봄과 여름의 경계를 알고 있는 듯 했다. 키가 큰 아카시아 나무는 더 멀리 볼 수 있었다.

고마워. 아무리 찾아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어.”

 

소녀는 아카시아 나무와 인사를 하고 언덕을 향해 걸었다. 나무 가지를 뚫고 뻗은 뜨거운 햇살을 피해가며 소녀는 언덕으로 향했다.

 

! 꽃이다.”

큰 나무 아래로 예쁜 꽃들이 소녀의 눈에 들어왔다.

맞아! 이게 바로 봄과 여름의 경계다. 시작과 끝, 생성과 소멸의 경계다.”

 

소녀는 경이로운 숲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숲은 말없이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었다.

숲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아름다움을 선물했다.

 

 

 

어느 봄날,

햇살을 모닥불 삼아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을 때

숲은 말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

 

 

 

 

아직,

더 많은 꽃씨를 뿌려야 하는 데

밀어내는 여름을 봄은 탓하지 않았다.

누구도 밀어내는 자를 이길 수 없음을 알기에.

<여름>

 

 

 

 

두 계절이 함께 하듯

우리는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다.

<가을>

 

 

 

 

흔들지 마라.

버티는 것 같지만 자연스럽게 비우고 있다.

그래야만

칼날 같은 추위를 이겨내고 강해지는 법이다.

<겨울>

 

 

가끔,

어느 계절이 좋은지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에게 묻는 친구가 있었다.

다 좋지. 봄은 봄대로 좋고 여름은 또 여름대로 좋아. 가을은 풍성해서 좋고 겨울은 을씨년스런 추위가 있어서 좋아.”

 

어른이 된 소녀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특별히 좋은 계절이 있는 건 아니었다. 사람도 각각 다른 이성을 가지고 살아가듯 계절도 나름의 특징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계절은 그렇게 생성과 소멸의 연속이었다. 바람이 스쳐지나가듯 우리 삶도 곧 지나간다. 슬프면 슬픈 상태로 기쁘면 또 기쁜 상태로 잠시 머물다 가는 게 삶이고 자연의 순리다.

 

작품이 좋으면 멈추는 법이다. 구구절절 말이 필요 없다.”

캔버스 속의 숲을 보면서 소녀는 오래도록 말이 없었다. 꼼짝도 하지 않고 멈춘 상태로 오래 머물렀다.

 

작품마다 소장하고 싶은 간절함이 뼛속까지 느껴지면 좋겠다!”

작품마다 숲의 가치를 표현하면서 소녀는 늘 이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직접 보고 느낀 숲과 나무를 캔버스에 담았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함께 있어도 다르게 볼 수 있는 찰나의 순간만을 남기고 싶었다.

존재의 의미까지 상실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소녀는 숲과 나무가 주는 행복을 그림으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작은 힘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작품마다 누군가의 주인이 될 때 소녀는 더 강해지고 있었다.

지난여름,

소녀는 <·여름·가을·겨울>로 이어지는 작품을 모두 소장한 분의 초대를 받고 대구를 방문했다.

서울에서 대구까지는 먼 거리지만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의 작품을 보기 위해 아들과 함께 기차를 탔다.

 

어디에 걸려있을까!”

작품이 소장된 곳에 도착하자 소녀의 마음속에 잔잔한 흥분의 불씨가 꿈틀거렸다.

어디 볼까!”

사무실 벽을 꽉 채운 작품을 보고서야 소녀의 얼굴에 기쁜 미소가 퍼졌다.

 

!”

소녀는 자신이 그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작품을 좋은 자리에 걸어놓은 게 맘에 들었다.

이런 기분에 그림을 그리는 거야!”

 

소녀는 항상 생명체로 살아서 울고 웃고 있을 소중한 작품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어디에 있을 모든 작품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작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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