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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칼럼> 외면 가리고, 내면 숨기는 ‘마스크’
기사입력  2020/07/12 [17:16] 최종편집    정성수 칼럼니스트

나이나 신분 숨긴 TV프로그램 복면가왕대인기

가면은 모순된 이중성 해소방편 활용되기 시작

코로나 19 필수품이지만 말의 필터교훈 삼아야

 

 

▲ 정성수 칼럼니스트    

 

변장하기 위한 얼굴 가리개

 

마스크(Mask)는 변장하기 위한 얼굴 가리개로 보통 복면이나 가면이라고 한다. 복면은 남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헝겊 따위로 얼굴을 싸서 가리는 것이고 가면은 연극, , 놀이에서 종이나 나무 또는 찰흙 따위로 만들어 얼굴을 가리는데 쓰는 것이다.

 

TV 프로그램 중 복면가왕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나이나 신분은 물론 직종을 숨긴 연예인들이 목소리만으로 노래 실력을 뽐내는 버라이어티 쇼. 출연자는 목소리, 가창법, 몸짓까지 변조해 복면 캐릭터에 빙의되어 있다.

 

궁금증이 극에 달한 관객들은 복면 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복면을 벗은 출연자를 보는 순간 탄성을 지르며 감동하는 약간은 과장된 리액션을 보인다. ‘복면가왕은 노래를 부른 스타의 정체는 물론 가창력 외에도 독특한 캐릭터와 디자인까지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복면의 인기는 패션과 뷰티산업에서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복면은 영화 쾌걸 조로’ ‘배트맨’ ‘스파이더맨에 등장하여 악으로 대변되는 적과 싸워 세상을 구하고 정의를 구현한다. 얼굴을 가린 주인공들은 어딘지 모르게 친근하면서도 믿음직하다. 이처럼 복면은 은폐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상징적 대상과 인간 사이를 연결

 

가면의 사전적 의미는 가짜 얼굴로 본질적 기능은 표정을 바꾸는 데 있다. 인간은 스스로 단순한 자연물로 그치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내면에서 초월적 대상을 느끼고자 한다. 가면은 모순된 이중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상징적 대상과 인간 사이를 잇는 매체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가면은 기능에 따라 신앙가면과 예능가면으로 분류하는데 신앙가면은 지정된 장소에 가면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거나 얼굴에 쓰고 잡귀를 쫓는 종교적인 의식에 사용된다. 신앙가면으로는 벽사·의술·영혼·신성 등을 나타낸다, 그 외에도 죽은 사람을 본뜬 추억이나 또는 토템가면 등도 신앙가면에 속한다.

 

예능 가면은 무용가면과 연극가면으로 나눈다. 처용무·산대가면극·서낭신제가면극 등이 여기에 속한다. 가면 중 특이한 것은 양반가면을 들 수 있는데 양반을 언청이·코 또는 입비뚤이·사팔뜨기 등으로 풍자해 평민들의 불만을 가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봉산탈춤, 산대놀이탈춤, 오광대탈춤, 사자탈춤 등 민속 무용인 탈춤을 보통 가면춤이라고 말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복면춤이라는 표현이 걸맞다.

 

누구나 보이지 않는 마스크

 

인간은 누구나 보이지 않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1994년 짐 캐리(Jim Carrey)가 주연한 영화 마스크가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평범한 은행원 스탠리가 어느 날 우연히 고대 유물인 마스크를 발견하면서 부터 극적 전개를 한다.

 

스탠리가 마스크를 쓰면 초인적인 힘을 가진 불사신이 되어 여러 가지 소동이 일어난다. 이 같은 현상은 평소에는 드러내지 못했던 마음 깊은 곳의 욕망의 가면을 쓴 상태로 자신을 마음껏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마스크는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아닌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며,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고 또 찾을 수 있게 한다. 영화의 마스크는 내면에서 억눌린 본능이며 이것이 가면 뒤에 숨었다는 안도감이 들었을 때 자신 있게 발산되는 것이다. 마스크는 저항과 자유와 유희의 상징이기도 하다.

 

▲ 가면은 모순된 이중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상징적 대상과 인간 사이를 잇는 매체 역할을 한다.pixbay.com  

 

현대인의 다양한 마스크

 

현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마스크 종류에는 산업용 방진마스크, 방역용 보건마스크, 방한용 보온마스크, 조리용 마스크, 화재용 마스크 등이 있다.

 

용도에 따라 병균이나 먼지가 호흡기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와 독가스나 세균 따위의 침입을 막기 위해 얼굴 전체를 가리는 방독 마스크(防毒 mask), 사람이 죽은 직후에 그 얼굴을 직접 본떠서 만든 데스마스크(Death mask), 방사성 물질 등의 흡입으로 인한 시각청각호흡기관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얼굴 전체를 가려 쓰는 방독면(Gas mask), 산소가 희박한 곳에 들어갈 때 착용하는 산소마스크(酸素 mask) 등이 있다.

 

비말(飛沫)로 전파한다는 코로나19 예방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우스갯말로 마스크 해적’ ‘마스크 외교라고 한다. ‘걸어 다니는 폐렴이라고도 불리는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되면서 여성들의 메이크업에 대한 고민이 늘었다고 한다.

 

장시간 마스크 착용으로 각종 피부 트러블을 호소하는 여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해법은 얼굴을 BB크림(Blemish Balm)을 바른 뒤 눈 화장만 해 눈에 포인트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과일 껍질, 배춧잎, 페트병, 심지어 여성 속옷을 이용한 핸드메이드 마스크가 등장했다는 이야기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이제 살아 있는 침묵지켜야

 

앞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 된다면 일회용 마스크는 사라질 것이다. 번거롭게 귀에 걸지 않는 마스크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작은 방독면 같은 모양이 나와 안경처럼 패션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한다. 공기 정화, 항균 외에도 오염측정기 필터 부착 같은 건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마스크가 신분의 표상이 되어 유명 운동화 브랜드처럼 마스크도 브랜드를 따질 것이다. 이는 빈부격차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같은 공기일지라도 부자들은 초고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숨을 쉬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오염된 공기를 감내해야 한다.

 

복면이자 가면인 마스크는 외국의 경우,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면무도회,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알렉상드르 뒤마의 철가면, 할로윈 마스크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하회탈, 초랭이탈 등이 있다.

 

요즘 우리의 시간은 정지되고 일상은 사라졌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만난다 할지라도 경계부터 한다. 마주 앉아 팥빙수를 겁 없이 서로 떠먹이던 날이 그립고, 얼굴을 맞대고 우정을 나누던 날이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하다. 깊어지는 것은 한숨이고 늘어나는 것은 걱정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다.

 

마스크로 입을 가린 지금, 그 많던 언어들이 소란스러웠고 쉽게 비판하고 쉽게 조언했다는 미안함과 죄책감이 든다. 생각은 짧았고 입은 경박했다. 이제 살아 있는 침묵을 지켜야 한다. 마스크는 코로나 19 예방에 필수품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걸러내는 말의 필터라는 것이다.

 


원본 기사 보기: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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