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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작가의 이색적 감성동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 (8회)
기사입력  2020/07/20 [00:54] 최종편집    김동석 동화작가

시기와 질투의 화신(8)

 

 

 

나도 단풍나무였으면 좋겠다.”

어린 소나무는 단풍나무가 되고 싶었다.

?”

 

많은 사람들이 예쁘다고 함께 사진도 찍고 좋아하잖아요.”

그렇다고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단풍나무가 되고 싶은 거야?”

부럽잖아요.”

소나무는 비가 오나 눈이오나 항상 같은 색이여서 싫어요.”

 

항상 같은 색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 일이란다. 뜨거운 햇살에도 견뎌내고 눈비가 몰아쳐도 이겨낸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모르는구나.”

어른 소나무는 어린 소나무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가을에 단풍나무를 보면 예뻐요.”

 

어린 소나무는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가 부러웠다. 어린 소나무도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었다.

가을에 멋있어도 겨울이 되면 뒤틀리고 앙상한 가지만 남는데도 좋아?”

 

모르겠어요.”

 

소나무는 지조가 있단다. 고풍스러운 집에도 잘 어울려 도시에서도 잘 큰단다.”

어른 소나무는 소나무 전설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정말요?”

그럼.”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란다.”

어린 소나무는 계절마다 형태를 바꾸며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나무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나이 많은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소나무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면서 다른 나무를 시기하고 질투하지 않게 해주었다.

그래도 단풍나무가 한번 되었으면 좋겠다.”

 

어린 소나무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단풍나무가 부러웠다.

나무 종류가 다르지만 숲에서는 각자의 역할이 있단다.”

그렇군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 봐! 그러면 소나무가 된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될 거야.”

 

어른 소나무는 어린 소나무를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마음을 비워야해.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부러워 하지마라. 비울수록 행복해진단다.”

어린 소나무에게는 어려운 이야기다. 비울수록 아름답다고 하니 무엇을 어떻게 비울 것인가? 사람은 욕심이 많아서 채우려고만 하는 데 나이 많은 소나무는 비워야 행복해진다고 한다.

 

채우는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어디에 무엇을 채우는가가 더 중요하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책을 읽어보면 소유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게 된다. 물론 갖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주변에 나와 같은 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행복하니?”

맞아요. 어린 소나무들이 많아서 행복해요.”

함께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란다.”

소나무도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요?”

 

당연하지.”

감사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시기와 질투도 안하는 나무로 자라겠습니다.”

소나무도 계절에 따라서 조금씩 변화를 갖는단다. 그러니 잘 관찰하고 찾아보기 바란다.”

 

알겠어요.”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연에서 통일성을 찾아보고 그 속에서 변화를 찾아보는 생활이 중요하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지만 순간순간 변하고 있다. 어린 아이는 어느 새 커서 학교에 가기도 하고 나무도 쑥쑥 자라서 사람들에게 큰 그늘을 제공해 준다.

 

아름답고 우아한 숲

탄생의 비밀이 꿈틀거리는

밭을 보라.

볼수록 아름답고 부럽지 않은가!

 

세상의 변화를 관찰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순간을 화폭에 그려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의 모습에서 통일성을 찾아야 하고 그 속에서 변화하는 것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치를 새롭게 기획하고 연출하는 것이 소녀의 몫이다.

 

숲에 가면 숲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밭에 가면 밭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또 무엇인가? 바다에 가면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또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느끼고 지켜봐야 한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또 공간을 잘 보려고 노력했다. 전체를 보고 부분을 그리기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공간을 자세히 볼 수 있어야 했다. 바다이건 숲이건 그 공간에 어울리는 특성을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

 

천천히 보는 연습 없이는 순간적으로 공간의 부분과 전체를 볼 수 없다. 그 공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또 무엇을 빼야 하는 지도 결정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소녀는 보는 순간을 작품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공간을 보고 어울리는 특성을 찾아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아름다운 꽃을 피웠지만 소녀의 눈에는 비밀을 숨긴 밭의 초라함이 더 멋지고 아름다웠다.

신성한 땅! 생성과 소멸이 연속되고 끝을 찾아볼 수 없는 땅.”

소녀는 숲에서 본 밭에서 참다운 삶의 본질을 찾을 수 있었다. 삶을 잉태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 생각했다.

 

무엇을 잉태하고 있을까!”

소녀는 밭고랑을 거닐면서 땅을 파헤치고 싶었다. 그리고 숨겨진 비밀을 찾고 싶었다.

며칠 후면 보여줄 텐데.”

땅을 파헤치고 싶던 마음을 접고 소녀는 말없이 밭고랑을 거닐었다. 땅 속에서 꿈틀거리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뭘까!”

궁금했다. 하지만 소녀는 꾹 참았다.

숲과 나무는 말이 없지만 농부가 무엇을 심었는지 알고 있었다.

너희들은 알고 있지?”

숲을 향해 소녀는 외쳤지만 메아리만 돌아왔다. 숲에 숨겨진 비밀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좋아! 누군가는 꽃을 보겠지만 또 누군가는 밭에 숨겨진 비밀을 찾을 거야.”

캔버스 앞에 선 소녀는 밭에 숨겨둔 비밀을 찾을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붓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생태계는

무질서 한 것 같지만 질서가 있다.

생명체는 살아야 할 곳에

그리고 있어야 할 곳에 자리한다.

누군가에게 아름다움을 선물하기도 하고

어떤 동물에게는 새끼를 기를 장소도 제공한다.

한마디로

생성과 소멸이 동시에 일어나는 곳이다.

 

 

 

무엇을 시기하고 질투할까?

숲속에는 시기와 질투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가 공존하기 위한 투쟁만이 존재한다. 그 투쟁은 만물의 근원인 물과 빛을 좀 더 차지하기 위함이다. 빛이 통과할 곳으로 가지를 뻗고 물이 있는 곳으로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나누고 함께 한다. 인위적으로 죽이려고 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빛과 물을 차단하면 그것은 곧 죽음이다.

 

흙과 물이 오염되면 생태계는 파괴된다.

빛은 이런 오염된 자연을 복원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지만 한계가 있다. 오염물질을 썩게 만들어 한 줌의 먼지가 되게 하지만 자연의 파괴는 막을 수 없다. 빛은 자연스럽게 생성과 소멸을 진행하지만 인위적으로 파괴를 하는 인간을 탓하지 않는다.

 

어린 소나무도 아름다운 나무를 보면 시기와 질투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런 모습이 나무들 사이에도 시기와 질투를 할 수 있다. 숲속의 나무들은 빛과 물을 차지하고 더 멋진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명상과 사색을 하게 만든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통해 정신적으로 행복을 가져다주는 명상과 사색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빛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더 많은 공간과 그늘을 차지하기 위해서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 다르다. 그래서 자연은 시기하고 질투할 것이 없다.

인간은 왜 시기하고 질투할까?”

 

자연처럼 나누지 못하고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자연의 이치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절대 강자가 군립하지 않는 것이 자연이다. 자연은 말이 없지만 서로에게 말하고 배려하고 다름을 인정한다. 서로의 경계를 잘 지키기도 하지만 가끔은 상대의 경계를 넘기도 한다.

 

시기와 질투를 자연에서 찾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 있다. 인간에게 시기는 잘만 이용하고 활용한다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질투는 어떤 경우에도 좋은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 물론 빛과 어둠이 공존하듯 인간의 삶에 시기와 질투가 공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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