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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작가의 이색적 감성동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 (9회)
기사입력  2020/07/27 [00:32] 최종편집    김동석 동화작가

엄마와 아이가 꿈꾸는 세상(9회)

 

 

전라남도 영광군 청소년센터 소장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가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캔버스에 아이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남겼다.

그림 속 아이와 주변의 사물들이 깊고 투명한 상태로 공존한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표정에서 엄마의 선물임을 알 수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에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다양한 놀이공간과 가지고 놀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긴 말 한마디였다.

아이가 커갈수록 작품 속에 존재하는 사물들도 정적인 것으로부터 동적인 것으로 바뀌고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변하고 있다. 소녀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 하나.

서랍을 열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통해 엄마가 숨겨 놓은 것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사물에 관심을 가질 때 무엇이든 만져보고 열어보는 게 아이들의 공통적인 행동이다.

의도적으로 사물을 배치하면서 소녀는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려고 했을 것이다. 꽃이나 붓과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도자기는 낮은 곳에 자리하면서 위험을 최소화 했다. 그림 속에 자리한 사물들은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려 했다.

 

서양 난이 활짝 피었다. 아이는 앞으로 서양 난처럼 활짝 필 삶을 살아갈 것 같아.”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아이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림 속 경계 너머에는 멋진 자동차도 있고 책도 있지만 아이는 관심이 없다. 먼 훗날 책을 많이 읽고 멋진 자동차를 타기를 바라는 엄마의 희망일 뿐이다.

 

오로지 아이가 관심 있는 것은 그곳에 있었다. 아이의 시선과 작은 서랍장을 생각한다면 벽이나 서랍 위에 존재하는 무엇일 것이다.

무엇일까?”

누구나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을 보면 작품의 가치는 증명된 셈이다.

 

그림일까? 그림이라면 어떤 그림일까?”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볼 수 있는 그림이라면 무엇일까?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그린 것일지도 모른다. 어른이 되어 엄마가 되고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강한 집념이 작품을 완성하게 된 동기일 수도 있었다.

 

스포츠카가 몇 대지!”

엄마의 욕망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어른들의 꿈이라고 할 정도의 자동차를 여러 대 그린 것을 보니 이것은 욕망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야. 아이의 시선까지 멈추게 했어.”

움직이는 것보다 멈추어 있는 상태의 사물들이 아이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말하지 않아도 아이가 본다는 것은 중요한 발견이었다.

 

멈추고

바라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때야 비로소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  전라남도 영광군 청소년센터 소장 

 

이야기 둘

 

꽃이 활짝 피었다.

아이가 자란 만큼 꽃도 키가 커 보였다. 엄마와 함께 버스도 타고 비행기도 탔다.

지구를 들다니 무겁겠다!”

작품에는 엄마의 계획된 의도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피아노를 가르쳐야 하고 공부를 시켜야했다.

 

벽에 걸린 작품 속에 빛이 강렬해 보였다. 아이가 무섭거나 힘들 때 빛을 따라가면 걱정이 없었다. 엄마는 그렇게 아이를 위해 안전한 존재이며 생명의 빛이었다.

오늘은 어디 갈 거예요?”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지구본에서 가고 싶은 곳을 찾아보라 했다.

 

엄마는 아이를 어떻게 하면 훌륭하게 키우는지 알고 있었다.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숲으로 달려갔던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기억 속에서 보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았다.

무더운 여름날,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서 아이는 엄마와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날이 많아졌다.

 

피아노 건반이 몇 개인 줄 알까?”

집에 오면 피아노를 치며 놀지만 아이는 피아노 건반 개수에 대해 관심이 없다. 흑과 백의 조화나 또 악기의 깊이를 이해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건반 개수는 모두 88개야. 세워 봐.”

 

엄마는 아이에게 숫자를 가르치고 있었다. 더 확장된 상상의 세계로 아이를 데려가고 싶은 엄마의 욕망이었다. 그 욕망은 캔버스에 경계를 만들었고 정적이고 동적인 사물이 공간 속에 존재했다. 또 경계 너머로 세상의 흐름이 보였다.

손가락이 움직이고 두 손이 움직였다.”

아이는 주변에 있는 사물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작은 것보다는 더 큰 것이 아이의 눈에 들어왔다.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감성이 움직이고 있었다. 쿵하고 떨어지는 지구본 소리도 곧 날 것이다. 아이는 정적인 상태에서 동적인 상태로 커가고 있었다. 이제는 작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게 재미없었다. 아이에게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버스와 비행기가 적당한 위치에 멈춰 있다. 작품 속 아이의 호기심은 보는 것으로부터 만지고 듣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스스로

무엇인가 시작한다는 것은

엄마에게

얼마나 기쁜 일인가!

 

▲ 전라남도 영광군 청소년센터 소장  


  

이야기 셋

 

레고 상자가 넘어졌잖아!”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신나게 개와 뛰어노는 게 더 재미있었다. 더불어 산다는 의미의 시작인 셈이다.

아이에게 가장 친근한 개는 아이보다 빨리 어른이 되었다. 이제는 같이 놀아주면서 아이의 부모 노릇을 했다.

보리(개 이름)가 넘어뜨린 거야.”

아이는 들은 대로 본 대로 말한다. 방에 들어온 보리가 레고 상자를 넘어뜨린 것은 맞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가 가지고 놀다 정리하지 않은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아이는 이제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노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꽃병에 물을 부어주는 일도 소파에 앉아서 노는 것도 좋아했다. 스스로 하나하나 자립심을 심어주는 이야기가 작품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얼굴 표정이 생동감을 더 자극시켰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보다 장난스런 표정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아이의 표정은 장난스럽고 밝지만 보리의 표정은 잘못을 했기 때문에 어둡다. 고개를 숙이고 엄마에게 혼날 것을 미리 예감하는 것 같았다.

보리!”

창문 너머로 엄마가 보리를 불렀다. 보리가 엄마에게 혼날 것을 아는 아이는 더 신났다. 고자질이 나쁜 것이라는 것을 아직 모르는 나이다 보니 보리가 혼나는 걸 보는 게 더 좋았다.

 

엄마에게 혼날 거야. 빨리 도망 가!”

아이는 엄마편이 아니었다. 신나게 놀아주는 강아지 편이었다. 벌써 아이는 엄마 목소리만 들어도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

아이의 성장에 맞춰 작품 속에는 정적인 물체보다 동적인 물체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었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아이의 커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자신도 커가고 있음을 알았다.

 

남을 탓하기 시작하면

그 재미를 잊지 못한다.

그러니 제발!

아이야, 순수한 영혼을 오염시키지 마라.

 

 

▲  전라남도 영광군 청소년센터 소장 


 

이야기 넷

 

아이가 노는 것을 상상하면 시간과 장소의 다름을 알 수 있다. 자유로운 공간에서 아이가 놀 때 얼굴 표정이 얼마나 티 없이 맑은가!

누구와 이야기 하는 것일까!”

 

아이의 눈이 향하는 곳에는 아마도 엄마가 있을 법했다. 누군가와 이야기 하는 모습의 아이 눈웃음이 예사롭지 않다. 또 새와 개가 두려워하지 않고 평화로운 것을 보면 아이 주변에는 분명 엄마가 있을 것이다.

 

 

모래성을 쌓으려는 아이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또 사자동상에 올라간 아이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웃을까 말까 하는 표정일까? 보리를 뒤로 하고 엄마에게 다가가는 아이의 앞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이처럼 작품은 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누가 놀이터에 돌멩이를 버린 거야?”

 

유난히 보리 앞에 작은 돌들이 널려 있다. 이번에도 보리가 범인이라고 말하고 싶은 아이의 표정 같았다.

거짓말하면 새와 보리에게 물어 볼 거야.”

웃으면서 다가오는 아이에게 엄마는 미리 거짓말을 못하게 말했다. 엄마는 벌써 아이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 작품은 아이와 동물들이 바라보는 대상이 다르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동물들은 무엇인가를 경계하는 듯 하지만 아이는 마냥 신난 표정이다.

 

범인이 너지?”

엄마는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의 입가에 사랑 가득한 웃음이 벌써 알고 있다는 의미 같았다.

아니야. 보리가 한 거야.”

아이는 엄마에게 혼나고 싶지 않았다. 든든한 보리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좋았다.

 

보리!”

엄마가 불렀지만 보리는 더 먼 산을 쳐다보고 모르는 척 했다.

보리! 누가 이렇게 한 거야?”

엄마는 앉아서 돌멩이를 주우면서 보리를 보고 말했다. 하지만 보리는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엄마. 나도 주울 게.”

아이는 엄마 옆에 앉아서 작은 돌멩이를 하나씩 주었다.

아이들이 노는 곳에 이런 돌멩이를 버리면 안 돼.”

엄마는 아이에게 다정하게 말했다.

 

.”

하고 대답하더니 아이는 미끄럼틀을 향해 뛰어갔다.

 

눈이

멈추는 곳으로

꼼지락 거릴수록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단다.

 

 

▲  전라남도 영광군 청소년센터 소장    


 

이야기 다섯

 

아이는 엄마보다 더 커버렸다. 멈추지 않는 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이에게 잘도 맞은 것 같았다.

성숙한 아이 뒤로 피아노가 있지만 의자가 바뀌었다. 주변에 놓인 사물도 이제는 생성과 소멸의 연속성이 엿보였다. 단순하고 비좁은 방처럼 보였다.

언제부턴가 피아노 건반은 굳건히 뚜껑이 닫힌 채 아이 방에서 울고 있었다. 희고 검은 건반들은 세월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통곡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나처럼 작아야지.”

피아노 위에 놓인 글러브가 피아노에게 말했다. 이제는 연주를 하기 위한 피아노가 아니라 물건을 올려놓는 선반 역할을 하는 가구일 뿐이었다.

피아노 연습 안하면 팔아버린다.”

 

엄마는 아이의 방에 들어와 피아노를 보면 앞이 캄캄해졌다. 어려운 살림살이를 하면서도 오로지 아이만을 위해 큰 맘 먹고 장만한 피아노였다.

맘대로 해.”

아이는 엄마 속도 모르고 툭 야구공을 던지듯 한 마디 하고 밖으로 나갔다. 아마도 밤늦은 시간이 되어야 돌아올 것이 뻔했다.

 

야구만 하지 말고 공부도 해야지.”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아이의 등 뒤로 엄마 잔소리가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대답은 없었다. 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만 있던 엄마의 가슴이 아려왔다.

팔아버리던지 해야지.”

 

문득 닫힌 피아노가 고물이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의 좁은 방이 피아노 때문인지 유난히 더 좁아보였다.

생성과 소멸, 앞과 뒤, 너와 나, 참과 거짓, 절대적인 것과 상대적인 것, 존재와 의미 등 창작은 현재와 미래가 동시에 공존하는 것이다.

아이의 생동감과 상징성을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하면서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는 행복했다.

 

 

자연스런 본성을 따르고

사사로운 마음을 버릴 때

비로소 몸에서

당당함의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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