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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 아주머니는 살아있는 장승”
<이춘명 칼럼> ‘골목지키미’
기사입력  2020/11/05 [12:52] 최종편집    이춘명 칼럼니스트

골목 사거리마다 아주머니가 다르다.

 

▲  이춘명 칼럼니스트    

주민이 답이다. 사는 사람이 답이다. 늘 그 자리에 그 시간에 그 모습으로 골목을 지켜주는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지금 답이다. 아침 830분이면 멀리서 보인다. 신선 제품을 싣고 전동차로 다가온다. 집집마다 배달하고 다시 그 자리에 있다. 출근할 때, 등교할 때, 매일 만나는 모습이 답이다. 모자와 마스크 때문에 눈인사와 목소리로 만난다. 익숙한 그 모습이 답이다.

 

유니폼을 벗고 퇴근할 때 먼저 인사하면 잘 알아볼 수 없다. 익숙한 눈 맞춤과 귀에 익은 목소리과 발음으로 반가워한다. 매일 쉬는 날 빼고 같은 복장으로 근무하며 이동하는 모습이 따뜻하다. 기다리는 모습이 익숙하다.

 

골목 사거리마다 아주머니가 다르다. 내 집을 오고 내 골목이담당 구역인 아주머니가 더 정이 깊다. 하루에도 여러 번 지나가는 길목에서 가장 첫 번째 가로지르는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인사가 매일 변함없다. 골목을 지키고 있다.

 

늘 한쪽에 자리 잡고 인사하는 천하대장군이다. 매일꼭 만나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존재다. 그 자리에 없으면 주문 배달 갔겠지 당연함보다 두리번 찾고 날씨를 보고 자주 드나드는 앞 가게나 건너편 마트나 사거리에 문 열린 상가 주인들에게 일부러 물어보기도 한다. 지나갈 때마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다. 행복바라기이다. 정다운 가로등이다. 빈자리를 아쉬워 쳐다보며 주저하는 눈길이 앞선다.

 

만나면 반갑고 당연하다. 만나지 못하면 섭섭하고 걱정되는 남남이지만 가족 같은 느낌이다. 골목대장이고 골목 가족이고 골목 사랑이다. 특유의 다가오는 바퀴 소리로 뒤돌아보게 되는 습관은 정이 깊다는 확인이다. 요구르트 작은 병 하나에 추억이 겹겹이 쌓이는 정이 말문을 열게 한다. 찌든 삶에 굳은 얼굴을 환하게 펴주는 사람이다. 긍정의 마력이 있다.

 

말동무 없는 독거노인들이 밖에 나와 정담을 갖는 상대이다. 미로 속에 집을 헤매는 아이들에게이정표가 되어주는 푸근하고 가장 믿을만하게 달려가는 지키미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동네에 간 적이 있다. 번지수와 상세 지도를 들고 찾아도 긴가민가 할 때가 많았다.

 

요구르트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  그곳을 지키는 요구르트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약도를 보면서 상가를 살피고 짚어가며 쉽게 지름길과 건물을 알려 주어 쉽게 찾은 적이 많았다. 소스-한국야쿠르트    


그 곳을 지키는 요구르트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 약도를 보면서 상가를 살피고 짚어가며 쉽게 지름길과 건물을 알려 주어 쉽게 찾은 적이 많았다. 고맙고 반가운 그 옷은 어디에서도 수호천사이다,

 

예전에 폰 네비게이션이 없을 때 그 동네 부동산에 들어가 물어봤다. 마트나 미용실에 가서도 물어 보았다. 아침 개점 시간에나 바쁜 시간에 묻기가 미안했다. 요즘은 길에 있는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자주 그런 부탁과 질문에 족집게 답변을 해준다.

 

그런 도움을 받는 경우가 참 많이 있다. 영업하는 시간에 길 묻는 이에게 안내해 주는 것은 사회 공헌이다.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배려는 막막한 이방인에게 위대한 기억으로 남는다. 어느 곳에서도 그 유니폼은 친근하고 내 식구 만난 것처럼 다정하다. 어디서든지 낯설지 않다. 외진 곳에 가서도 그 모습이 골목 입구에 앉아 있으면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다.

 

안심 스티커가 없어도 안심 구역이다. 부담 없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이웃이다. 큰돈이 아니더라도 단 몇 개를 사는 것으로 쉽게 주머니에 손이 들어간다. 사지 않아도 된다. 머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간단한 인사 몇 마디 잠깐의 멈춤이 골목의 온기가 된다.

 

말하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도 수시로 있다. 그래도 그런대로 무심해도 섭섭하지 않다. 늘 그 자리에나와 주는 것이 정이다. 바라보며 지낸 사계절 동안 그 옷 늘 익숙하게 눈 안으로 들어오는 마음은 물 먹은 솜처럼 정이 배이고 있다. 건성이라도 보내는 미소까지 듬뿍 가슴에 남는다. 입동 날 갑자기 추워지는 날씨에 더 염려해주며 관심이 오고가는 이웃이다. 진득한 사랑이다.

 

어느 집 몇 층 인지 꿰뚫고 있다.

 

▲ 오늘도 그 자리에 있을 꺼라는 것은 분명하다. 소스-한국야쿠르트    

핫팩을 건넸다. 가을이 다 가기도 전에 영하 8도의 이상 기온이다. 겨울 패딩 점퍼를 미쳐 꺼내지 못해 웅크리고 뛰면서 귀가했다. 바람이 불고 추운 날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퇴근 시간까지 지키고 있는 단골 아주머니다.

 

아침에 해가 뜨면 나와서 저녁에 해가 넘어가면 대리점으로 가는 동안 주머니에 넣고 차가운 손가락이라도 펴길 바라는 마음이다. 소소한 정이다. 그저 내 가족이려니 하는 소박한 표현이다.

 

부담 없이 받아주는 그 마음 또한 정이다. 같은 저울이다. 효력 좋고 기능성이 긴 핫팩으로 오늘 오고 간 정은 믿음이다. 아주머니는 사거리 한쪽에서 사랑을 만지고 있었다. 그 사랑에 아주 작은 점 하나 얹어 놓았다. 그렇게 조금씩 두터워지고 있다.

 

오늘도 그 자리에 있을 꺼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일부러 준비하고 갔다. 슬그머니 건넸다.또 다른 이웃과 무슨 정다운 이야기를 하다 깜짝 놀라며 좋아하는 얼굴이 참 고았다. 서로를 생각하는 것은 남을 남이 아니라고 감싸는 마음부터 시작이다.

 

마음의 씨앗은 별거 아니다. 소나기가 내릴 때 가게 안으로 피신하게 하던 손길도 있었다. 주변 상인들 모두 그렇다. 갈증이날 때 시원한 물 한 잔도 배려였다. 땡볕에 잠시 더위를 식히게 자리를 비워주는 일도 있었다.지나가는 동네 주민들이 이것저것 제품을 봉지에 담아 구매하는 때마다 모르는 고객이 없다. 모르는 사람들도 둘러서서 기다리며 이야기를 듣다가 친해진다. 친교의 보금자리이다.

 

사랑의 고리는 길어지고 커진다. 누구의 가족인지 누가 형제인지 어디서 사는지 오늘 몇 번이나지나갔는지 만나는 얼굴마다 훤히 다 안다. 만날 때마다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웃는 소리는 사거리마다 색깔이 달라도 훈훈한 메아리로 섞여져서 어울려진다. 한 블럭의 물감이다. 다른 구역에 모르는 분도 그 옷만으로 전체 모두가 된다. 그 중에 우리 골목 아주머니가 최애 커플로더 끈끈한 매력이 있다. 골목마다 다른 사람 다른 이야기라서 그렇다.

 

똘똘 뭉쳐 살아야만 하는 동네이다.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는 유일한 주택 주거지이다. 재개발 공사로 휑한 흙무더기를 바라보며 견디는 주민들이다. 개발 후에는 타지민으로 꽉 찰 건너 동네와 어울려 살아야 할 유일하게 남은 블록이다.

 

그 안에 실핏줄로 얽어진 골목은 어디로 들어가든지 출구가 된다. 두 팔 사이도 안 되는 좁은 간격에 부족한 주차장으로 자동차를 빈 공간마다 들여놓고 사람은 옆으로 비켜 걷는 동네이다.

 

매일 스치는 먼 이웃도 얼굴만으로 이미 가족이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그쯤에서 사는구나 이쯤 시간에 오고 가는구나 어제와 다른 모습이구나 같이 사는 가족들이구나 하며 겸사겸사 알게 되는 동네이다.

 

수시로 지나가며 만나면서 정이 드는 동네이다. 요구르트 아주머니는 매일 그 자리에서 오고가는 이웃을 다 알 수밖에 없다. 한두 번 거래 하면서 단골이 된다. 배달을 하면서 어느 번지 어느 집 몇 층 인지 꿰뚫고 있다.

 

매일 사지 않아도 단골이다. 몇 날 엇갈리며 얼굴을 보지 못해도 단골이다. 기온차로 스산한 날은 걱정이 앞서는 소중한 이웃이다. 밖에 있는 이웃이다. 홀로 골목을 지키고 있는 이웃이다. 어둑어둑해지면 돌아갔겠지 맘이 쏠리는 이웃이다.

 

골목 시장의 상점들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귀동냥으로 다 아는 이웃이다. 작은 요구르트 10병을 흰색 비닐봉지에 넣어 묶어 주면서 주거니 받거니 일상사는 카운슬링이 되고 통, 반장이 된다.주민들의 신문고이기도 하다. 애꿎게 화풀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내 일처럼 내 맘처럼 위로하고 조언해 주는 목소리는 잠이 안 오는 날 어둠의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한다.

 

방범을 위한 골목 순찰대와 지구대보다 더 세밀히 골목을 지키고 살피는 임무는 본업에 충실 하면서 동네를 고맙게 맡아주고 있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어요 한마디씩 던지고 가는 이웃들과 함께 채우고 있는 골목은 분홍빛 보자기가 된다. 힘든 표정 한 번도 하지 않는 이웃이다.먼저 인사하는 친절함이 낙엽을 마구 떨어뜨리는 초겨울 심술궂은 날씨에도 끄덕이 없다.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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