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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
<토요 수필> 수필가 정진희 ‘행복에 대하여’
기사입력  2020/12/03 [12:40] 최종편집    수필가 정진희

불행했다.

 

▲ 수필가 정진희    

행복은 내게 없었다. 햇볕 뜨거운 툇마루에 앉아 마른 연못을 바라보던 열네 살의 여름, 마른 북어 같은 아버지가 등 뒤에 누워있던 사랑방은 토굴 같았다. 그때의 말할 수 없는 막막함은 생의 소멸에 대한 의문과 두려움으로 이어졌다.

 

아버지 부재의 결핍은 가난과 외로움을 가져왔고, 외로움은 슬픔을 낳았으며, 슬픔은 고통을 낳았고, 고통은 삶의 곳곳에 세균처럼 불행을 퍼뜨렸다. 청춘은 푸르렀지만 허약한 육체는 정신과 영혼마저 갉아먹었고, 나는 계속 생을 포기하고픈 충동에 시달렸다.

 

폐결핵 약으로 중추신경이 흔들리며 비틀거리던 나는 비밀스럽게 몸속 깊숙이 슬픔을 저장했다. 교회에도 절에도 구원은 없었고 얼떨결에 짊어진 삶의 무게에 등이 휠 것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빛나고 뜨거웠던 만큼 사랑은 어둡고 차가웠으며, 기대고 의지한 만큼 삶의 한복판에서 홀로 외로웠다. 어둠과 슬픔을 모르는 사람들과 자기 그림자를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고독했고, 진정한 자유에 늘 목이 말라 목이 메었다.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삶의 굴레에 대한 의문과 회의를 안고 생의 이치를 찾아 허둥대며 동분서주했던 날들. 사방이 온통 벽이었던 곳에서 하나의 문을 발견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늦은 나이에 수필가로 등단을 하고 보니 발버둥 쳐도 따라갈 수없는 한계가 또 나를 절망케 했다. 나도, 사회도, 세상도 다 불행했다. 내 안의 불행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불행들에 짓눌려 자꾸만 고개가 꺾였다.

 

사람은 가장 불행할 때 가장 강해진다고 했던가. 니체는 말했다. “나를 파괴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나를 강하게 할 뿐이다.”라고.

 

행복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오빠가 사준 동화출판사 세계문학전집 10권이 나의 첫 번째 행복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인 소설에 흠뻑 빠져 책을 펼치면 그 순간이 정지하길 바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내 방이 생겼다.

 

그 작은 공간에서 줄을 당기면 불이 켜지는 스탠드를 켜놓고 밤의 플랫폼이라는 라디오 방송을 듣던 밤들은 얼마나 행복했던가. 소설을 읽었을 뿐인데 밤마다 하늘의 별들이 시가 되어 쏟아졌다.

 

시 한 편이 완성될 때마다 불행 하나가 꼬리를 감추며 사라졌다. 음악과 시와 소설, 그리고 풋풋한 사랑에 흠뻑 취했던 푸른 시절은 생의 비밀을 몰라 행복했다.

 

폐결핵과 노이로제로 병상에서 맞이했던 젊은 날의 어느 봄날, 한 줄기 햇살에 온몸이 포말처럼 부서지는 쾌감을 느꼈다.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였다. 책임과 의무감에 시달려야 했던 세월 속에서도 한낮의 우울이 끝나면 등불을 밝히고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기다림으로 행복했다.

 

그때서야 내가 찾아낸 평강으로 뜨거워질 때 문학도 구원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사람이 절벽 같았지만 하나의 문을 찾아 그 문을 열게 한 것은 내가 이라며 절망했던 사람이었다.

 

수필가로 등단하면서 제2의 인생이 시작되었다. 기억의 창고를 열어놓고 추억을 소환하며 글을 쓰는 행복한 날들이 이어졌다. 옛날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대륙을 발견한 듯 기쁨과 희망과 용기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때론 후회와 아픔으로 숨통이 막힐 때도 있었지만 생의 이치가 밝아오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모자란 만큼 부여잡고 아픈 만큼 덜어낸다는 것과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듯 행복과 불행도 둘이 아니라는 것,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들이 그랬다.

 

남들보다 좋은 글을 쓰진 못 하나 한 편의 수필이 완성될 때마다 꽃 하나를 피운 듯 행복했다. 어느덧 불행은 희미해지고 행복한 날들이 적금처럼 쌓여갔다. 그러니 살 만한 세상이고 삶이다. 불행으로 뿌리 내리고 슬픔으로 자란 들풀마다 꽃망울이 생겼다.

 

행복과 불행은 같이 있다.

 

화란 복이 의지하는 곳이요, 복이란 화가 엎드린 곳이다禍兮 福之所依, 福兮 禍之所伏.” 화와 복이 둘이 아니라는 노자의 말씀을 되새긴다. 돌아보니 불행한 줄 알고 살았는데 행복이 받쳐주고 있었고, 행복한 줄 알았는데 불행이 도둑처럼 숨어있었다.

 

행복과 불행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새옹지마처럼 서로를 도왔다. 결핍, 가난, 상처, 사고, 고통, 분노, 우울감 등을 포함하는 불행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기쁨, 만족, 감사, 부유, 화해, 편안함 등의 행복을 알았다.

 

행복만 있었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견디는 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것을 배웠다. 나를 키운 8할은 불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행은 삶의 곳곳마다 비료가 되고 힘이 되어주었다.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라는 말대로 불행과 슬픔을 바탕으로 글쓰기로 가는 문을 열었다. 글을 통해 세상과 사람을 탐구하고 생의 이치를 알아가면서 행복과 불행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행복은 만족과 평화의 감정이고, 불행은 고통과 근심의 감정이다.

 

▲ 행복만 있었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견디는 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것을 배웠다. 나를 키운 8할은 불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행은 삶의 곳곳마다 비료가 되고 힘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누가 불행하고 누가 행복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행복의 기준이 높으면 늘 불행할 것이고, 기준이 낮으면 웬만하면 행복할 것이다. 내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불행은 남과 비교할 때 시작된다고 했다. 비교하지 않으면 그런 처지나 상황이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은 정신이 부리는 작용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선택은 마음에 달려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겨울의 혹한 속에서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난 여름의 화려함을 못 잊어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것을 알고부터 불행은 점점 물러나고 긍정만으로도 행복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인연 따라 일어났다가 인과응보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잘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공자의 인위적인 ()’가 필요치 않은 노자의 무위(無爲)’한 세상을 꿈꾸어 본다.

 

프로필 / ‘한국산문발행인,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장 역임 /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이사 / 저서: 26인의 작가 대담집 외로운 영혼들의 우체국’, 수필집 우즈강가에서 울프를 만나다’ ‘떠나온 곳에 남겨진 것들. / 남촌문학상, 조경희수필문학상 신인상, 한국산문문학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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