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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事多難 ‘2020년 경자년 한해’
기사입력  2020/12/14 [03:53] 최종편집    한상림 칼럼니스트

 

▲ 한상림 칼럼니스트

 

조용히 신년을 맞이했으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를 뒤흔든 단어가 바로 코로나, 마스크, 사회적 거리두기, 확진자 수, 사망자 수일 것이다.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벗어나 소소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불안한 1년을 보내왔다. 불과 1년 전 이맘때만 해도 각종 연말 송년회와 불우이웃돕기 행사로 어수선함 속에서 12월을 마무리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신년에는 보신각 타종 행사도 하지 않고 되도록 조용히 신년을 맞이하자는 정부의 취지다.

 

우주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많은 행성이 떠 있다. 그중 하나인 지구라는 별도 제자리를 맴돌면서 태양을 한 바퀴 도는데 이것을 우리는 1년이라고 한다. 23.5도의 기울기로 자전하고 있는 지구의 속도가 참 빠르다는 걸 하루가 금세 지나가는 걸 보면 실감하게 된다. 하루가, 한 달이, 일 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더라도 역행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자연의 순리다.

 

사람으로 태어나 우주의 이치와 자연의 순리에 따라 돌고 돌다가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게 인생이다. 인간은 인생이라는 그릇에 각자 삶을 아름답게 담아내기 위해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다. 인생 그릇의 모양은 참으로 다양하고, 그릇에 담긴 음식 맛이 다르듯 사람 사는 모습도 각기 다르고, 풍기는 향기와 인품이 다르듯 똑같은 인생, 똑같은 삶은 없다.

 

우주를 창조한 삼라만상의 신()이 우주 저 멀리서 지구라는 작은 별에 사는 인간들의 아웅다웅 다투는 모습에 게탄하여 지축을 한번 !”하고 내려치면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세상에 뿌리는 건 아닐는지. 자중하라는 의미의 경고장으로 바이러스를 한 줌 쥐어서 휙 뿌려놓고 반성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모든 것들이 멈추고 나서야

 

코로나가 세상을 뒤흔들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는 매우 소란스러울 만큼 활발하게 움직였고, 전쟁과 기아, 홍수와 가뭄, 인종차별과 종교전쟁, 핵무기에 대한 공포심 등으로 이웃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무관심하였다. 공항 터미널에는 해외여행을 오가는 인파로 북적였고, 마치 내일 세상을 떠날 사람들처럼 마구 먹고, 마구 쓰고, 마구 버리면서 흥청거리고 산 것은 아닌지? 이 모든 것들이 멈추고 나서야 뒤를 돌아보게 된다.

 

자연이 갑자기 보내온 경고장을 받아든 인간들 표정은 매우 불안하며, 여전히 코로나라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롤러코스터는 안전바에 의지해 눈을 감고 위아래 빙빙 돌면서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속도를 즐기는 놀이기구다.

 

그러나 롤러코스터가 아무리 스릴이 있고 무서워도 금세 종착역에 도착하여 두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야릇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잠시 스쳐 간 두려움마저 잊고 살면서 가끔 그 희열을 다시 맛보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두려움과 공포를 경험한 사람은 다시는 타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렇듯 바이러스의 감염을 경험한 사람들은 조심하면서 예방에 철저할 것이지만 대부분은 금세 잊어버리고 평상시 습관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처음 대구에서 터졌을 때만 해도 전 국민이 마스크와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조심하다가도 조금만 느슨해지면 금세 원위치로 돌아가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듯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는 확진자 수에 긴장감이 팽팽하다. 물론 곧 백신과 치료 약 개발을 서둘러 이 위기 또한 반드시 이겨내리라 믿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를 낼는지 걱정스럽다.

 

인류는 이미 바이러스와 전쟁을 여러 번 겪어왔고,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면서 꾸준히 발전했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따라 과거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진화하고 발전한 삶의 모습으로 우리 후손들은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과학 문명이 아무리 발달하여 생활 양식이 바뀐다 해도 변하지 말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구를 지켜야 하는 환경문제이다. 자정능력을 잃어가는 지구를 먼저 살리지 않으면 의술이 발달하고 과학이 발달하여도 지구에서 생존할 수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는 또다시 진화하는 바이러스를 막지 못할 것이다.

 

지난 1년간 모든 국민은 각자 위치에서 코로나19에 대처하여 방역에 최선을 다해왔다. 물론 감염자 수가 점점 늘면서 아직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지만, 정부와 질병 본부, 의료진의 협조 아래 국민이 잘 따라가면서 K방역으로 하나하나 차분히 풀어가는 중이다.

 

▲ pixbay.com    

 

수제 마스크 만들기 선도

 

필자는 강동구 새마을부녀회원들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무릅쓰고 관내에서 정말 많은 봉사를 하였다. 간혹 몸 사리고 망설이는 회원들에게는 단호하게 참여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한두 번 동참하면서 오히려 탄력이 붙어서 서로 앞장서서 참여하는 회원들 모습 또한 놀라웠다.

 

처음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 약국 앞에서 줄을 설 때 천 마스크를 만들어 정전기 필터를 사용하도록 전국으로 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고 어렵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누구도 선뜻 생각해내지 못하는 방법을 찾아 실천한 것이 오히려 기회로 잡은 것이다.

 

KF94 보건용 마스크 대용으로 가능하다는 보건연구원 실험을 통과한 후 전국에서 천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CNN에까지 대한민국의 소도시 천마스크 뉴스가 나왔다. 그 이후 정신여고 1007명 학생에게 교실에서 손바느질로 천 마스크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고, 그렇게 만든 2,000여 장의 마스크를 장애인 시설과, 긴 장마와 홍수로 재해를 입은 전북지역 농민들에게 배부하여 주기도 하였다.

 

마포 일성여고생들에게는 동영상으로 천 마스크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등교를 하지 못하고 집에 있는 동안 학생들은 각자 마스크를 만들어 주변 시설에 전달하도록 하였으며, 한영여고 세빛또래 봉사단체 학생들에게도 손바느질로 마스크를 만들 수 있도록 지도해 주어 관내 시설에 전달하기도 하였다.

 

건강 반찬 나눔 행사

 

다음은 반찬 봉사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거동이 불편한 관내 어르신들 300세대에 건강 반찬 나눔 행사를 하여 4차례 전달하였다. 열무김치와 콩으로 만든 고기, 멸치볶음, 동치미, 김장 김치, 송편 등 다양한 음식으로 한 끼라도 맛있게 드시라고 다양한 반찬을 만들어 드렸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이러한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장소가 마땅치 않아 성내복지관(강동구 관내)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기존 시설을 맘대로 이용할 수 없어서 장소를 쉽게 대관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은 좀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과연 재난 시에 이러한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아무리 규정이 그렇다 하여도 코로나를 이겨내기 위해 하는 필요한 장소마저 차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  pixbay.com    

 

사랑의 손편지 쓰기

 

마지막으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사랑의 손편지 쓰기. 양로원이나 요양병원에 계신 어르신들은 비대면으로 인해 가족과 면회조차 못 하고 혼자 고통 속에서 보고 싶은 가족의 그리움도 참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미약하나마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손편지에 마음을 담아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캘리 즉 손글씨로 회원들이 릴레이로 편지를 쓰기 시작하고, 관내 보람나무 어린이집아이들에게도 편지지에 그림을 그리고 예쁜 마음을 담은 편지와 함께 따뜻한 목도리를 전달했다.

 

이렇게 만든 손편지와 목도리 300장을 관내 양로원과 요양원에 전달하고 보니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어떻게 그러한 생각을 한 것이냐면서 어르신들에게 정말 필요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환자복 위에 걸치면 쇼올이 되어서 어깨가 따뜻하고, 목에 두르거나 무릎 담요로도 사용할 수 있어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처음에 손편지 300통만을 생각하고 계획을 세워놓고 우연히 만난 에스제이월드대표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는데, 선뜻 후원금을 주셔서 동대문시장으로 달려가 따뜻한 목도리 300장을 단숨에 사 들고 왔다. 시장 상인 역시 이러한 마음을 전달하니 마침 백화점 납품 후 남은 고품질의 목도리를 원가에 장당 500원만 붙여서 판매하였다.

 

작은 정성을 담아 실천한 기적 같은 일이 바로 손편지라 할 수 있다. 처음엔 예산도 없이 시작한 일이 이렇게 훈훈한 마음으로 번질 줄이야. 그리고 다시 이러한 과정을 우체국 사보와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브런치 창에도 실었다. 그것은 결코 자랑하기 위하여서가 아니다. 빨간 우체통의 의미를 읽으면서 희망의 바이러스를 여기저기 퍼트리고 싶어서다.

 

다가오는 성탄절엔 마스크를 쓴 산타가 올 거라고 어린이들은 기다릴 거다. 병상에서 가족과도 만나지 못하고 그저 각자의 신에게 기대면서 고통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길 기도하며 성탄절과 연말을 쓸쓸히 보낼 것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2020년 경자년, 징검다리를 건너듯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으면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아슬아슬하게 보내왔지만, 2021년도는 부드러운 착지를 하고 두 손을 높이 올리고 환희의 기쁜 미소를 띤 체조 선수처럼 반드시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낼 것이다.

 


원본 기사 보기: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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