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의 노래       ▲ pixbay.com              林  森   나의 이 나라가 성숙한만큼 릴케, 당신의 그 나라도 성숙한가요?   담장 둘러싸인 누리론 야음의 적막 조용 내려앉고 겨울 견디고있는 죄수들 호흡소리만 이따금 은은히 울려퍼질 당신의 그 나라는요   밤고양이 우는 소리와 생각날 적마다 다 그렇듯 어쩌다 달빛 봉창 두드리는 소리도 크낙히 들릴 당신의 그 나라는요   불빛 일렁이는 어느 방 바람 슬몃 일어 월창앞에 선 수인의 등 부드럽게 어루만질 당신의 그 나라는요   자조섞인 쓴 웃음일지 정녕 모호하지만 암천에 시선 던지며 단아한 심성 묘한 미소 지을 당신의 그 나라는요   불확실성 시대 생존의 원칙 지푸라기 길 내며 굴욕과 두려움 넘어 희망까지 인생지도 다시 그릴 당신의 그 나라는요   황사같은 현기증 가슴패기 뱅뱅 돌아도 엉너리쳐 몰아세우는 정신은 더 또록또록 머리속 부드러운 회색어둠 넘쳐날 당신의 그 나라는요   당신의 밤이 나의 낮보다도 훨씬 아름다울 백야의 고백 어슴푸레 빛 뿜는 릴케, 당신의 그 나라라면요

 詩作 note

오늘 시도 제법 긴 시다. 그러고 보니 이 시 역시, 오랜 세월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절대 잊혀지지 않는 어떤 시절의 고백록이다. 정녕 암울하고 꽉 막힌 현실의 담장 안에서 몸부림치면서도 필경 언젠가는 다가올 광명의 날들을 피터지게 그리워하던, 아마도 다시 없을 절박한 절망의 넋두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코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삶의 조각들을 깡그리 지워버리고픈 열망의 표현이었을지도...

적어도 당시에는 그런 마음이었을 게다. 그 시절 몰아닥친 고비만 무사히 넘기면 그 뒤에는 정말로 탄탄대로만 이어질 거라고. 그 순간 짓누르던 난관만 무난히 넘으면 그 뒤에는 진정코 만사형통의 호사만 계속될 거라고. 그리 믿으며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한 게 아니었다. 세상이 나를 가지고 노는 짓거리는 내 목숨줄이 이어지는 한, 언제까지라도 지속될 거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아울러 체념과 포기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도 그다지 오랜 세월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더불어 세상이 참으로 더럽다는 걸 알아차리는 데에도 별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달관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나니, 그제사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 거였다. 그렇게 숨 죽이며 살아온 나날들이었는데 우연히 다시금 들춰본 그 날들의 사연이 지금에 와서 한결 더 낯설지 않고, 되레 익숙하게 만져지는 이유는 대관절 무엇 때문인 걸까?

사는 게 그런 거다. 고난과 역경과 괴로움이 파노라마처럼 연속으로 펼쳐지는 종합 세트인 거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피하고만 싶었던 경험들이 무의식 중에 되새김처럼 반복되는 피치 못할 성긴 올가미인 거다. 그러니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일에 부닥치더라도 애써 태연하게 적응해야 한다. 마치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어차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거뜬하게 참아낼 수 있다는 여유를 가지고 응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삶의 고통이란, 모름지기 세상을 아프게 살아가는 일이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다가오는, 아무 것도 아닌 소소한 일상인 법이다. 전혀 낯설게 헤맬 일도 아니고, 생경하다 여기며 민감하게 대응하려 할 일도 아닌, 그저 그렇고 그런 사소한 일인 셈이다. 어차피 생전에 한 두 번밖에 경험하기 힘든 뜻밖의 기적도, 천지가 개벽될 정도의 엄청난 사건 사고도, 아주 자그마한 우연과 필연 사이의 매듭으로 시작하고 맺어지는, 인과의 틀 속에 자리매김되어 있는 삶의 법칙인 거다.

그러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자. 그리고는 웃으면서, 허허롭게 웃어넘기면서 넉넉한 마음으로 아파하자. 그럼 아마도 조금은 덜 아플 거다. 상처난 흔적도, 피 흘리던 기억도 다 추억록 저 편으로 묻어버리면서, 그리 살다보면 진정 웃고 싶은 날들도 더러는 찾아들 게다. 행복의 편린은 내 마음 속에서 내가 씨뿌리고 싹자라게 하는, 내 필생의 농경 작업 끝에 얻어지는 고귀한 산물인 것을 믿으면서 가자.

마차의 바퀴는 맨 처음 나무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무는 너무 쉽게 닳았다. 그래서 쇠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쿠션이 없어서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그래서 쇠바퀴가 굴러가는 길바닥에 고무를 깔아 보았다. 그랬더니 너무 편하고 좋았다. 문제는 그 넓고 긴 길바닥에 고무를 까는 일이 문제였다. 너무 큰 비용과 노동력이 소모되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말했다.

“길바닥하고 바퀴를 서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에이, 그건 말도 안 돼. 단단한 쇠 바퀴도 차의 무게를 견디기 힘든데, 고무는 무거운 것을 올려놓기에는 너무 물렁물렁해서 적합하지 않아. 그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야!”

그러나 이 사람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고무 속에 바람을 넣은 타이어를 개발해냈다. 순식간에 고무 길바닥과 쇠바퀴가 바뀐 것이다.

“그건 절대로 불가능해!”

“그 일을 내가 어떻게 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일, 혹시 내가 가진 고정관념은 아닐까? 어차피 삶이란 그런 것인데 말이다. 생각의 전환, 발상의 시작, 거기서 모든 행복과 불행이 시작되고 귀결되는 것인데 말이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자신이 현재 추구하는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이 항상 있을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져라. 그리고 더 좋은 방법을 끊임없이 찾도록 하라.”

바로 ‘브라이언 트레이시’의 말이다. 변화를 가로막는 고정관념을 확 떨쳐버리는 날들이 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나 자신만의 틀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야말로 바로 복잡한 삶을 이어가는 단순한 삶의 이론이다. ‘레이먼드 조’의 ‘관계의 힘’을 보면, 인간 관계에 대한 힘과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좋은 글이 있는데, 그 대화를 인용하여 구성한 내용을 발췌해 본다.

“자네 등 뒤에는 보이지 않는 끈들이 이어져 있네. 그 끈들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인생의 전부라네. 정말 그게 전부라네.”

“무슨 거창한 끈이기에 인생의 전부라고 단언하시는 겁니까?”

“관계라네. 나 혼자서는 따로 행복해질 수 없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 ‘달라이 라마’의 말처럼 관계란 자신이 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네. 먼저 관심을 가져주고, 다가가고, 공감하고, 칭찬하고, 웃으면 그 따뜻한 것들이 나에게 돌아오지.”

“인간을 좋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네. 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성공할 수 있네. 지식인은 어떤 사실을 알고 있고, 성공한 사람은 어떤 사람을 알고 있다고 ‘존 디마티니’가 말했지. 관계가 끊어지면 모든 걸 잃는 거야. 물론 힘들고 고통스럽겠지. 하지만 관계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네. 상처를 주는 것도 인간이지만, 상처를 치유해줄 유일한 약도 인간이라네. 그게 인생이야.”

“정말 그럴까요?”

“만 명의 인맥보다 한 명의 친구를 가져야 하네. 인생은 참 오묘해서 적이라고 여겼던 사람과 화합하게 될 때가 오기도 하네. 마음을 넓게 가지면 생각지 못한 문들이 열리네. 젊었을 때는 인생이 쌀로는 오직 밥을 짓는 것이라 여겨지지만, 나이가 들면 쌀로 술을 빚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되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이 와도 견뎌내고, 꿈을 이루어낼 수 있는 힘은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지금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하지 않았음을 감사하는 것이다. 그러면 필경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정작 어둠의 터널을 아직 들어가 보지 않고, 내가 가장 힘들다고 말할 자격은 없다. 다만 힘들다고 느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힘들다고 느끼고 있는 우리 모두를 응원하고 싶다.

지금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면,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인생을 경주하고 있다면 우리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거창한 도전은 아니더라도, 지금 괴로울 만큼 힘들다면 정말로 잘 하고 있는 것이다. 절망과 한숨이 희망과 경탄으로 바뀌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드라마다. 그렇게 믿으면서, 굳고 단단한 결심과 불굴의 의지로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벌써 7월이 시작되었다. 올 해도 이미 절반 이상이 지나갔다. 한층 더 무더워진 한 여름의 날씨가 숨 막히게 만들고 있다. 호된 무더위 속에서는 특히 건강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이런 때에 설상가상으로 각종 사건 사고는 끊이질 않고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그 질기디 질긴 빨판을 박고는 지금까지도 요지부동인 ‘코로나 19’의 악령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라면, 이제 더 이상은 제발 인재로 귀결되는 안전사고가 없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주 좋은 일들만, 행복한 이야기들만 이어진다면 참 좋겠다.

그렇게 인연과 인연으로 더불어 사는 것, 내가 먼저 좋은 생각을 가져야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내가 멋진 사람이 되어야 멋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내가 먼저 따뜻한 마음을 품어야 상대도 따뜻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다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이지만 분명 그리로 향해 걸어가고 있는 발걸음이니, 이 쯤에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하늘의 축복이 깃들어진다면 정말 더 바랄 게 없겠다.

자신에게 늘 한결같이 잘 해주는 사람과, 작은 정성으로 매일 관심을 보내주는 사람은 우리를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만일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 평생 수많은 날들을 살아가면서 아마도 그런 사람 만나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택시 하나를 놓치면 다음 차를 기다릴 수 있지만, 사람 하나 한 번 놓치면 그런 사람 다시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따뜻한 사람은 따뜻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어차피 한 번 맺어진 인연은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하고 오래 간직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인연과 인연으로 더불어 사는 것이므로, 소홀히 대한 인연으로 인해 후일 아쉬울 때가 온다면, 그 때 가서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작은 세포가 모여 한 몸이 되는 것이다. 모래알이 모여 해변이 된다. 모래알이 모이면 사막도 된다. 이렇듯 작은 것은 위대하다. 작은 것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장 작은 것이 가장 아름답다. 가장 작은 것이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가장 작은 것이 모든 것의 출발이다. 자신을 가장 작다고 느끼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을 가장 보잘것 없다고 느끼는 사람은 가장 불행한 사람이다.

작은 것, 혹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주머니 속에 물건은 없을까? 우리의 친구 또는 떠나간 누군가가 남겨준 선물, 그런 무엇인가 작지만 소중히 여겼던 그 무엇인가는 우리에게 없을까? 살며시 지금 꺼내 보자. 그리고는 그것에 담긴 작은 추억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큰 힘의 시작이 바로 아주 작은 우리의 소중한 꿈에서 시작된다는 걸 깨닫자. 오늘은 우리 삶의 아주 작은 조각 중의 하나다. 그러나 가장 소중한 조각이다. 가장 사랑해야 할 아주 귀한 삶의 편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