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시 서울편입 ‘거대한 절벽’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울 주변 생활권 도시의 서울 편입, 이른바 ‘메가시티’ 논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여권의 김포시 서울 편입 선언이 벌써 20여 일이 경과되었지만 여전히 여론형성의 실효성과 견실성에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그 돌파력의 추세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0월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시를 방문해 김포골드라인 등 교통 대책 간담회 과정에서 “김포시 서울 편입에 시민 의견이 모이면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이 사안의 민감성은 급속히 중앙 정치권을 휘감았다.
이어 다음날 10월 31일, 김 대표는 김포뿐 아니라 구리, 고양 등 서울 인접 도시를 서울에 편입하는 일명 ‘메가서울’을 당론으로 추진한다는 대담한 구상을 내놓았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11월 2일 국민의힘은 경기 김포시의 서울 편입 등 ‘메가시티 서울’ 구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위원장으로 토목공학 박사 출신 5선의 조경태 의원을 임명했다.
지난 11월 13일 조경태 의원은 오세훈 시장을 만나 당분간 ‘특별자치시’ 형태로 서울에 편입되는 방안을 제안했다. 오 시장은 특위 위원장인 조경태 의원에게 “갑작스러운 서울 편입으로 지역의 불이익이 없도록, 6~10년간 기존의 자치권과 재정 중립성을 보장하는 완충 기간을 두는 ‘단계적 편입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조경태의원은 지난 16일 김포·서울을 통합하기 위한 법안(일명 뉴시티법)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2025년 1월부터 ‘경기도 김포시’의 행정 편제를 ‘서울특별시 김포구’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김포시에서 누리는 권한과 혜택이 서울시 편입 시 사라질 수 있다는 주민들의 우려를 반영해 ‘농어촌특별전형’제도를 비롯해 현행 김포시 읍·면 지역에 적용되는 혜택 규정은 2030년까지도 유지하도록 하는 조항도 법안에 적용됐다.
조경태 국민의힘 뉴시티프로젝트 특별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경기도와 서울특별시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률안’을 제출하면서 “이번엔 김포만 포함됐지만, 추후 인접 도시들에서도 주민들이 원할 경우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일치하지 않은 데서 오는 불편 사항 해소와 시민의 편익 증진을 위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당론 발의”라고 밝혔다. 여당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까지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다. 김포·서울에 이어 부산·경남 통합을 위한 법안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서울편입론’에 대해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집권당의 총선승리 여부가 분기점이 될 것은 너무 자명하다. 21대 총선 기준 수도권 의석수는 서울 49석, 경기 59석, 인천 13석으로 121석이다. 여기에서 전체 의석수 111석인 국민의힘 수도권 의석수는 17석에 불과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위기감을 느낀 여당이 ‘수도권 표심잡기’에 나섰다는 분석은 어느 정도 적잖은 설득력을 갖고 있을까?
● 상호 윈윈전략! “구축가능할까?”
집권당 국민의힘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주장하며 드는 근거로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를 강하게 주장한다.
서울로 인구가 집중되다 보니 서울 지역의 집값이 폭등하면서 주거 불안정이 심화됐다. 그 여파로 경기도에 신도시가 조성되었고, 신도시에 거주하는 인구의 상당수가 서울 지역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경기도와 서울시가 생활권을 공유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행정구역과 생활권을 일치시켜 효율성을 도모하겠다는 논리로 김포 등을 서울로 편입하겠다는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이에 앞서 김포의 서울 편입 논의는 김동연 경기지사의 경기도 분도 및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분할 공약이 본격적으로 구체화하면서 김포시가 경기북도, 경기남도, 인천광역시 어느 쪽에도 편입되길 원치 않아 생긴 반발에서 시작된 논의다. 행정구역 개편에는 아주 미묘하고 복잡한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지자체 행정구역 개편은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필히 관련된다. 지가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지역에 대한 정체성이나 희소성과 자부심, 지방세인 도세나 조정교부금의 증감 등으로 인해 해당 지역뿐 아니라 주변 지역주민에게도 매우 민감한 영향을 준다.
또한, 김포가 서울시에 편입돼 세수입 감소가 발생하면 재정자립도는 현재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에 배분돼야 할 재산세가 김포로 넘어가게 돼 서울시의 열악한 여러 자치구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서울 편입은 여러 가지 현안과 맞닿아 있어 김포 주민 입장에서도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불분명한 지점들이 많다. 김포시가 과밀억제권역인 서울로 편입되면 산업단지 신규 조성이 금지되고 대형건축물에 과밀부담금이 부과된다. 이런 중과세 때문에 법인의 부동산 취득 시 과밀억제권역은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규제가 강화돼 김포 뿌리 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서울 편입으로 고질적인 교통체증이 완화될 것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교통문제는 서울 편입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가장 시급한 것은 5호선 GTX 확정이지, 기존 정책은 다 결론 내리지 못한 채로 서울시 편입을 하면 뭐하냐”며 “인프라 개선 없이 갑자기 행정 주소만 변경하겠다는 건 속빈 강정”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상생 전략이 아닌 수도권 ‘제로섬’ 게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와 서울이 동반성장해야 수도권 전체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지 한쪽은 성장잠재력이 약화 되고, 다른 한쪽은 강화되면 논의의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이런 실리적 상충과 함께, 해당 지역민들의 이해 관계를 수렴하는 대승적 절충점을 이를지도 의문이다.
김포가 서울로 편입되려면 하나는 행정안전부를 통한 ‘정부입법’과 국회의원을 통한 ‘의원입법’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특히 행안위 심사 전에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필히 거쳐야 한다. 현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통합하거나 분구할 때 관계 지방의회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과 관련해서는 김포시 의회, 경기도 의회, 서울시 의회가 동의하거나 해당 지역주민의 주민투표가 있어야 한다. 이는 각 지역에서 주민투표를 거친 후 지방의회의 찬성 의결이 필요한 상황인데, 어느 한 곳이라도 반대가 우세하면 편입은 불가능해진다.
● 경기-서울! “동반성장 묘책 강구해야”
국회가 직접 특별법으로 만들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의원입법’은 주민투표나 지방의회 의결 같은 절차가 생략되지만, 국회 본회의 표결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국회가 지방자치와 주민의 자기 결정성을 홀대하는 특별법 제정을 2300만 주민의 동의나 해당 지방의회의 동의 없이 과연 할 수 있을 것인가?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지금까지 지자체 행정구역 개편이 지방의회나 지역주민의 동의 없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1월 1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공개 3자 회동을 마친 뒤 “메가시티에 대해서 현격한 의견 차이를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국민의 힘이 발의한 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 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 “대한민국이 30년 동안 가져왔던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길이 될 것이다. 주민과 지방의회의 의견도, 주민투표도 없었기에 아무런 비전과 내용이 부재하다”고 지적하면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아니라 총선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라고 맹공을 퍼붓는다.
일부에서 외국의 광역연합을 거론하며 외국도 대도시 확대가 대세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광역연합은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라 행정구역은 존속시키되 서로 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