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공식 방문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20일(현지시간) 웨스트민스터궁을 찾아 린지 하비 호일 하원의장과 존 프란시스 맥폴 상원의장을 각각 면담하고 의회 외교와 실질적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먼저, 하원의장 접견실에서 이뤄진 호일 의장과의 면담에서 김 의장은 “우리 국민들은 한국전 당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지원해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영국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한다”며 “작년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하는 해에 양국 관계가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돼 기쁘다”고 말했다.
또 김 의장은 작년 12월 우리나라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한-영 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 결의문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국회는 의회민주주의의 역사를 만들고 오랜 전통을 지닌 영국 의회와 다양한 방식의 교류 협력을 통해 상호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에 호일 의장은 “양국은 피를 바탕으로 맺어진 깊은 관계”라며 김 의장의 방문을 환영했다.
이어 김 의장과 호일 의장은 교역·통상, 과학기술, 에너지, 인적교류, 외교·안보 분야 등에서 의견을 나누며 상호협력을 다짐했다.
먼저, ▲교역·통상 협력과 관련해 김 의장은 “양국은 2022년 교역액이 120억불을 상회하는 등 안정적인 무역관계를 유지 중”이라며 “현재 런던에서 열리고 있는 양국 간 FTA 개선 협상이 잘 진행돼 양국 경제안보 강화 및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학기술 협력과 관련해 “바이오, AI, 우주, 반도체, 디지털 분야 등을 중심으로 양국 간 협력이 보다 확대되길 바란다”며 “오는 5월 양국 공동으로 개최 예정인 제2차 AI 안전성 정상회의에서 AI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에너지 협력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원전과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해상풍력 공급망 관련 기자재 분야에서 양국 기업들이 비즈니스 협력을 확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호일 의장은 “영국은 AI 기술 선도국가”라며 “미래를 바꿀 AI 기술에서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풍력 과 원자력 기술개발에 서로 힘을 보태야 한다”며 “소규모 원전과 대규모 원전에 각각 비교우위가 있는 영국과 한국이 상호 협력하면 양국뿐 아니라 세계 이익에 기여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바이오 분야에 대해서도 미래 팬데믹에 함께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제안했다.
한편, ▲인적교류와 관련해서 김 의장은 한류를 언급하며 “최근 발효된 한영 워킹홀리데이 개정 약정을 통해 양국 청년 간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으며, 호일 의장은 “미래를 책임질 청년 세대가 상호 방문해 서로를 이해할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감했다.
또 ▲외교·안보 협력과 관련해서 김 의장은 “작년 양국 합의를 통해 신설된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가 편리한 시기에 개최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그 밖에 김 의장과 호일 의장은 북한의 도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기본 입장을 함께 공유했으며, 호일 의장은 “한반도 정세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있어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장은 상원 면담장으로 이동해 맥폴 상원의장을 만나서도 과학기술, 에너지 분야 협력을 다시 한번 강조했으며, 인적교류의 중요성에 의견을 함께 했다. 김 의장과 맥폴 의장은 양국 협력관계와 의회 간 교류에 관해 폭넓은 대화를 나눴으며, “양국 협력관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며 양국 의회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함께 다짐했다.
이후 김 의장은 영국 국방부 청사 앞에 건립된 한국전 참전기념비로 이동해 헌화했으며, 다시 하원 행사장으로 이동해 호일 의장 주최 리셉션에 참석했다. 리셉션에는 테리사 메이 前 영국 총리를 비롯한 다수의 영국 하원의원과 9명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참석해 김 의장 및 대표단과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
호일 의장은 리셉션 환영사에서 “영국과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며 다양한 차원에서 연결된 한국은 글로벌 문제에서 잘못된 행동이 있을 때 그것이 잘못됐다고 함께 말하며 옳은 자의 편에 설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또 “김 의장의 이번 방문은 작년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이어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깊게 하는 계기가 됐다”며 “의회 차원의 교류가 계속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 의장은 답사에서 “이 자리에 함께하신 참전용사 분들의 고귀한 헌신과 희생 덕분에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번영한 국가이자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며 “전장에서 피로 맺어진 양국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해 작년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는 등 현재 양국은 최상의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두 나라가 힘을 합치면 양국의 번영은 물론 세계 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기여해 나갈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며 “양국 국민들의 상호 이해 제고와 교류 확대를 위해 힘써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김 의장은 19일 런던 동포 및 지상사 대표들을 초청해 만찬간담회를 열어 현지 교민들이 생활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데 겪는 어려움과 건의사항들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손병권 민주평통 영국협의회 회장은 “재영 한인 이민 역사 1세기를 넘어 한인 2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영국 사회에 새로운 한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며 김 의장의 방문을 환영했고, “글로벌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 디아스포라 750만 명 네트워크에서 미래의 청사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종보 재영한국경제인연합회(코참) 부회장은 “재외동포들의 활발한 경제활동 참여를 위해 현재 65세 이상으로 제한돼 있는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완화해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김 의장은 “한영 양국이 140년 이상 다져온 협력관계가 작년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한 단계 더 도약되는 과정에서 동포 여러분들이 양국 간 문화·인적 교류에서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해주었다”며 교민 사회를 치하했다. 또 “한국이 저출생으로 인한 축소사회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750만 명 재외동포에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교민들의 건의에 대해 공감했다.
그 밖에 ▲정경선 재영한글학교협의회 회장은 “한글학교 기반 마련을 위해 지역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글학교 협의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고, 김 의장은 온라인을 통해 협의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가로 제안했다.
또 ▲한규훈 옥스퍼드대학교한인회장은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R&D 정책이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으며, 김 의장은 “R&D 순수 연구는 수도권에 집중하되, 성과물을 제품으로 만들고 사업화까지 이루는 과정은 지방과 연계해 스필오버(Spillover)시키는 것으로 R&D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옥진 런던 킹스턴구 올드몰든 구의원은 “영국에서도 한국인 출신 장관이 나올 수 있도록 차세대 리더 발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며, 김 의장은 “국회가 주도해 재외동포 청년들을 발굴하고 세계한인정치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의장의 이번 영국 방문에는 이달곤(국민의힘)·기동민(더불어민주당)·소병철(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용국 정무수석비서관, 정운진 외교특임대사, 권순민 연설비서관, 황승기 국제국장 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