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유권자’의 소중한 한표
스윙 보터(Swing Voter)는 특정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지 확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을 일컫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 갤럽’이 지난 2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 층은 전체 유권자 중 약 19%를 차지한다.
특히 이러한 무당 층의 약 70%는 2030세대 청년으로, 20대 중 무당 층 비율은 40%, 30대는 24%로 나타났다. 무당 층은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에, 결국 청년을 사로잡는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한 표라도 많은 후보가 당선이 되는 국회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20~30대 투표율 상승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난 총선에서의 투표율은 어떨까? 제21대 총선의 총투표율은 66.2%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년 전 제21대 총선 당시 전국 세대별로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연령은 60대로 투표율은 무려 80%였다. 70대 78.5%, 50대 71.2%, 40대 63.5%로 뒤를 이었다. 반면 20대는 58.7%, 30대 57.1%라는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각 정당은 2030세대 청년의 표를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을 앞 다퉈 내놓고 있으며, 청년을 겨냥한 정책에 대한 관심은 매우 지대한 편이다.
우선 집권당 ‘국민의힘’은 청년들을 위해 △청년 기준 상한을 39세로 상향해 지원 대상을 늘리고 △도심철도 지하화, 구도심 재개발을 통한 청년주택 공급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대출 소득요건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공공건물과 폐교를 활용해 월 20만원대 대학기숙사 5만호를 공급하고 ▽월 3만원대 교통권 ‘청년패스’를 도입하고 ▽취업단계별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청년 공약을 내놨다. 이 밖에 양당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각종 지원책도 마련했다.
이처럼, 거대 양당은 청년 유권자들에게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실현성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현실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총선 공약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재원확보에 관한 세부안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는다. 어떻게 공약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지와 재원 조달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 각 정당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을 당장 실현이 가능한 것처럼 확장해서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양당의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직전 21대 총선에선 학세권·역세권 등에 주택을 공급해 1인 가구·청년·신혼부부들의 주거 사다리를 구비하겠다고 확약했고, 2022년 지방선거 때도 ‘역세권 첫 집 20만호 마련’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철도 지하화와 구도심 재개발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 정책은 국회의원의 임기인 4년 이내로 진행되기 어려운 사업이다.
이번에 내놓은 더불어민주당도 기숙사 공급 확대 정책도 비판받고 있다. 구도심 폐교 부지나 공공시설을 활용해 기숙사를 건립하겠다는 복안인데, 2020년 총선 때 ‘도심 폐교를 행복기숙사로 전환한다’는 공약과 흡사하다. 2017년 대선 때도 공공기숙사 도입 약속은 되풀이됐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부지 확보가 쉽지 않고 주민 반대는 여전히 높다.
결론적으로 ‘국민의 힘’의 공공주택 공급과 ‘더불어민주당의’ 공공기숙사 제공에는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기에 재원확보가 정책 실현의 핵심이지만, 재원확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유권자들은 해당 청년 정책들이 기간 안에 달성될 수 없는 사업임을 인지한 채로 투표해야 할 수밖에 없다.
● 청년 정치인 ‘국회입성 너무 낮아’
청년 세대는 정치 영역에서 심각할 만큼 배제돼 있다. 하지만 정치 분야에서만 청년들의 유입이 활발하지 않을 뿐이지 최근 스타트업 등 산업계의 사례만 봐도 성공한 2, 30대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처럼,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분야는 매우 더디다.
따라서 청년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이제 청년 문제에 제대로 목소리를 낼 청년 정치인을 육성해야 하고, 당선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정당에 공천한 후보들은 20~30대 유권자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을까? 거대 양당의 ‘청년 우대’가 말뿐인 건 총선마다 되풀이되는 청년 공약에서도 드러난다. 결국 국회에 입성하는 청년 정치인이 늘어야 ‘청년 맞춤형 공약’을 온전히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2대 총선 후보 등록 결과 20·30세대 후보자는 총 37명으로 전체 후보자의 5.4%로 나타났다. 이는 제21대 총선(6.1%)에도 못 미친다.
또한 지난 제21대 총선 결과, 청년 정치인은 지역구에서 6명, 비례대표 7명이 당선됐다. 이번 22대 국회에 입성하는 청년 정치인 수는 21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정책 입안이 쉽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문제를 경험하는 집단과 그것을 정책화하는 집단이 분리돼 있다는 의미이다.
금전적 문제도 쉽지 않다.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선 1000만원, 광역의원이나 기초의원 선거에도 200만원 이상의 기탁금이 필요하다. 물론 득표율에 따라 일부 보전 받을 수 있지만 기반이 취약한 청년 후보들에게는 매우 벅찬 일이다.
아울러 청년 정책은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대거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청년 유권자 비율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60대 이상 유권자가 2030세대 보다 많아지는 첫 선거이기 때문이다.
● 재정지원 못지않게 도전 기회를
청년들의 정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 채 도출되는 정책은 설득력을 갖기 요원할 뿐더러 정치 전반에 대한 회의와 상실감을 불러와 참여 의욕까지 꺾을 수 있다. 효과적인 청년정책은 양질의 일자리, 정주 여건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과제다.
우선 양질의 일자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청년 정책이 실제로 청년에게 의미 있는 정책으로 다가가기 위해선 기존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을 숙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공약 이행이 보장되지 않는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또한 지원금 위주의 재정 지원적 복지 정책은 많지만 청년에게 도전 기회를 열어 주는 정책은 빈약하다. 2024년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정치권에 간절히 희망하는 것은 보다 더 많은 기회와 도전의 길을 개척할 든든한 지원이다.
이번 4.10 총선에서 국가적 차원의 성장 동력의 핵심인 청년 인구가 정부와 입법부의 후원을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고 알기 쉬운 청년 정책들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아울러 20~30대 유권자의 높은 투표율은 50~60대 중심의 국회가 20~30대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들 수 있다.